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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의 역사
마크 마조워 지음, 이순호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2월
평점 :
요즘 세계 각 지역은 전쟁중이다. 아니 요즘이 아니라 언제나 전쟁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 모든 전쟁은 표면적으로는 종교 갈등과 민족주의자들의 갈등으로 인해 시작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파고들어보면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학창시절 세계대전의 시작이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한 세르비아 청년에 의해 암살된 것이 발단이 되어 본격적인 전쟁으로 퍼져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그게 무슨 말이람, 이란 생각을 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와는 동떨어져 있는 그들의 정치적인 목적과 종교, 민족 분쟁 같은 수많은 이야기가 얽혀있는 역사를 우리가 세세히 살피며 공부를 할 이유가 없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의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세계사를 공부한 것이겠구나 싶다.
이 책 발칸의 역사는 "문명의 교차로이자 유럽의 화약고, 발칸의 명암을 그린 균형 잡힌 조감도"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 한번 쓰윽 읽어본 나로서는 아직도 뭔가 명확하지 않은 것들만 계속 살피고 있는 느낌이다. 이건 분명 나의 지식과 이해력의 부족탓이겠지만 아무런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이 책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 읽어나가기 시작하면서 이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라는 의문을 가졌는데 그 모든 것이 발칸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깨달을 수 있었다.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그곳의 지리적 환경에서 시작되는 생존의 방식에서 부터 조금씩 집단이 형성되고 그들에게 있어서 민족주의나 종교주의 같은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왜 발칸은 세계의 화약고가 되어버린 것일까, 였다. 오래전에 그들의 민족, 종교적 갈등에 대해 정리한 신문기사를 되풀이 해 읽으면서도 잘 이해가 되지 않고 어려운 문제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발칸의 역사를 읽고 나니 오히려 과거의 그러한 것들이 발칸의 역사를 제대로 살펴보려 하지 않고 눈에 드러나는 갈등만을 보면서 전쟁을 규정하려 했던 것이 그곳의 문제를 이해하는 것을 더 어렵게 한 건 아닌가 싶다.
민족에 대한 부분은 쉽게 정리가 되지 않지만 종교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괜히 더 쉽게 이해가 되어 기억에 남는데, 실제로 종교적인 갈등과 민족분쟁으로 처참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그곳의 실생활은 또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993년에 쓴 한 기고문에서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보스니아 내전을 "문명의 충돌"이라 말하고, 발칸을 이 충돌의 단층선상의 하나에 있는 것으로 규정했다.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그 관점이 어떤 가치를 발휘하든, 이제 그것은 발칸의 과거를 말해주는 모델의 기능은 할 수 없게 된 것이 분명하다. 오스만 정부와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이야 물론 이슬람, 정교회, 가톨릭 간의 관계를 명확히 구분 지어놓았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이 셋의 구분이 그다지 뚜렷하지 않았다. 그에 따라 유라시아 힘의 균형 속에 이들 경계지에서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 분쟁은, 그것이 토착적 요인에 의한 것이든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든, 서로 공유하고 있는 지역 관습으로 무뎌지거나 진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120)
요즘 크림반도의 분쟁이 심각하다. 오늘 잠시 나갔다 오는 길에 지나치며 본 TV화면에는 친러성향의 사람들이 투표를 하려고 한다 그랬나? 아무튼 그들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지금의 이 사태를 이해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처럼 발칸의 역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실 크림반도의 분쟁이든 유럽의 화약고라는 발칸지역의 분쟁이든 어떠한 이유를 갖다댄다 하더라도 전쟁이라는 것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맞는것 아닐까.
"제1차 세계 대전으로도 민족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 까닭은 정치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모든 민족에게 자결권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189)라 말하고 있지만 실상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문제의 해결이 무엇일까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꽃보다 누나로 인해 크로아티아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 불과 이십여년전의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피를 흘리는 아이를 끌어안고 울부짖는 이들의 모습에서 종교적 갈등이든 민족, 정치적인 분쟁이든 그 이유에 대해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참혹한 전쟁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발칸의 역사를 통해 그들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