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빛 - 나만의 서점
앤 스콧 지음, 강경이 옮김, 이정호 그림, 안지미 아트디렉터 / 알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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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빛은 스코틀랜드 작가인 앤 스콧이 즐겨 다녔던, 자신의 생에서 특별하게 느끼고 있는 서점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앤 스콧의 열여덟곳의 서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실제로 서점의 순례기 속에서 떠올리게 되는 것은 내가 다녔던 또 다른 나만의 서점이었다.

 

학창시절 책을 사 읽을 수 있는 용돈도 없었고, 막내로 태어난 죄로 내게 맞는 동화책이 아니라 윗형제들이 읽던 책을 그대로 물려받아 오로지 그것만 읽고 자랐던 내게 서점 구경은 정말 신나는 일이었다고 기억한다. 수학여행을 가서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친척을 찾아가거나 놀러나갈 때 나는 친한 친구 몇명과 서울의 종로서점을 갔던 기억이 있다. 우리 고향의 자그마한 서점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드넓은 공간에 가득 찬 책들은 그저 신기하게만 느껴졌었고 그 방대한 양에 놀라기만 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하지만 역시 나만의 서점이라고 한다면 그 첫번째는 고등학교 졸업을 축하한다며 책을 사준다고 오래비가 데리고 갔던 자그마한 시장 골목에 있던 서점이 될 것이다. 책을 사 준다는 말에 신이 나서 따라 나섰는데, 번화가의 번듯한 커다란 서점을 두곳이나 그냥 지나치고 시장으로 들어설 때 도대체 어딜 가는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한마디 건네려고 할 때 거짓말처럼 눈 앞에 서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그곳은 모든 서적을 취급하는 동네 서점이라기보다는 인문사회과학서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서점이었고 그 주인이 오래비의 고등학교 선배라고 했다. 

김남주 시인의 시집을 사 읽었고, 철학책을 사 읽으며 세계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정리했고, 전태일 평전도 그 서점에서 찾아 읽었다. 그곳이 아니었다면 실천문학사나 창비시선을 읽을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학창시절에 읽고 싶었던 책을 사서 읽은 기억이 없어서인지 나는 직장을 다니면서부터 엄청나게 책을 사재기하다시피 사들였고 끊임없이 읽고 또 읽었었는데 그 서점이 아니었다면 나의 독서세계는 쉽게 유통되는 베스트셀러의 소설에 한정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 서점은 수많은 동네서점들이 무너지기 훨씬 전에 이미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전국적으로 퍼진 사회과학서점들의 몰락이 예고되기도 전에 이 작은 고장에서는 전조도 없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그렇게 단골이었던 서점이 문을 닫으면서 사무실 근처의 동네 서점을 단골로 삼았다. 하지만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신문에서 알게 된 신간도서를 서점에서 찾으면 그때야 주문이 들어가게 되고 그 일이 반복되다보면 어떤 책인지 궁금해서 찾아보고 싶었던 책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주문해버린 책처럼 되어버렸고 실물책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구매를 해야되는 지경에 이르르면서 나는 서점 출입을 자제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서점과 멀어져갔고, 느긋하게 서점에 앉아서 책을 골라 읽다가 친구들과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풍경은 완전히 잊혀져가버렸다.

 

앤 스콧의 [오래된 빛]은 책과 함께 하는 즐거움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을 갖게 하였다. 앤 스콧이 찾아간 서점들중에는 셰익스피어가 직접 찾아왔을지도 모를 영국의 고서점, 현대 언어가 아닌 게일어로 쓰인 시집이 있는 곳, 오즈의 마법사 초판본뿐 아니라 재판본도 있고 어린 적에 읽었던 옛판형 그대로인 오래 된 희귀본을 볼 수 있는 서점도 있다. 이미 오래전에 문을 닫아버린 곳도 있고 장소만 옮겨졌을뿐 여전히 서점으로 존재하고 있는 곳도 있다. 그녀의 서점 이야기에는 그녀가 찾아다니곤 했던 서점이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와 자신의 삶의 모습이 투영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내 옆에 나란히 서서 책을 읽는 사람이 나와는 또다른 세상을 거닐고 있는, 이 서점이라는 곳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한 공간이라는 사실이었다. 거리에서 보면 컴펜디엄서점의 유리문은 늘 열려 있었고, 넓은 유리창 너머로 진열된 책들이 보였다. 그 거리는 얼마나 분주했던가. 고르지 않은 길 위에서 짐을 싣는 사람, 옮기는 사람, 차에 타는 사람, 출발하는 사람. 분주한 거리를 건너 서점 안에 들어서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준비된 지성, 새로운 발견이 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19)

이제는 그러한 서점들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어서 아쉽지만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서점 문화가 생겨나게 됨을 의미하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나란히 똑바로 꽂힌 책들은 조화롭게 정돈된 삶이요, 알파벳으로 포장된 삶의 선택들이다. 곧 책이란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우리의 삶이다. 하지만 그 어떤 책도 이 공간을 만나는 것, 좁은 문 뒤에 숨은 이 눈부신 빛을 만나는 것에 비할 수 없다"(54) 라고 말하는  앤 스콧의 말에 동의한다면 말이다.

 

내 단골서점이 아니더라도 앤 스콧의 그녀만의 서점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롭고 그녀의 다양하고 깊이있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하나 새겨읽게 된다.

그리고 한가지.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책의 일러스트는 서점의 고유문장과 같은 것이 아니라 일러스터 이정호의 작품이었다. 북 디자이너 안지미까지 더하여 이 아름다운 한 권의 책이 탄생하였다. [오래된 빛]이라는 한 권의 번역서는 그 자체로 나만의 서점에 꽂아두고 싶은 아름다운 한 권의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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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그 책 - 추억의 책장을 펼쳐 어린 나와 다시 만나다
곽아람 지음 / 앨리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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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동관련 뉴스가 나올 때, 방과 후 혼자 방치되는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럴때마다 농담처럼 우리 어머니는 내가 학교다니기 전부터 집에 혼자뒀는데, 이건 요즘이라면 완전 아동학대야,라는 말을 해서 어머니를 당혹하게 한다. 물론 어머니가 아동학대를 한것은 아니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셨고 너무 힘들어 학교를 관두셨는데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어서 종일 밭에가서 일하시고, 중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는 야간수업이 있는 고등학교로 옮기시고 주경야독이 아닌 주경야업을 하셔야했다. 그래서 나는 어릴적 기억을 떠올리면 항상 집에 혼자 있는 풍경이 떠오른다. 바로 윗 형제와 3살 터울이라 적어도 3년동안은 큰 집에서 혼자 우두커니 나름대로의 일과를 보냈었겠지...

다섯살짜리 꼬마가 책 한권 옆구리에 끼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웅크리고 앉아 일과를 보냈다는 걸 나는 기억못하지만 옆집 아줌마가 신기하게 생각했다는 것은 옛이야기를 할 때면 듣곤 하던 이야기였다. 그때 나는 무슨 책을 읽었을까? 아니, 다섯살짜리 꼬마가 글을 읽을수나 있었을까?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 책의 전부는 동서 그레이트 딱다구리 북스라는 백권 전집이다. 백권의 책을 모두 읽은 기억은 없지만 읽었던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었기 때문에 몇몇의 책들은 내 안에 새겨져있는 것도 있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만 듣고도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기억해해는 나를 고등학교때의 친구는 신기하다며 대단한 능력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어린시절 집에서 책만을 친구로 삼아 지낸 내게는 능력이 아닌 새김의 의미였을뿐이다.

그런데 그것은 나 혼자만의 추억이 아니었나보다. 세살 터울인 오래비가 외국 주재원으로 혼자 지내면서 한참 힘들어할때즈음이었을 것이다. 시간을 보내기 무료하면 책을 좀 읽으라는 말에 갑자기 봇물처럼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하는데, 자신은 이미 백권의 책으로 모든 책을 다 읽었다는 과장과 더불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것은 바로 그 책들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왠지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아서 격하게 공감을 했는데, 아마 [어릴 적 그 책]을 읽으며 한없이 공감하게 되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이 책은 '지금의 나를 이루어낸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누군가 내게 '당신 인생을 변화시킨 책은 무엇인가'하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어린 시절을 지배했던 동화들을 꼽겠다'라는 말에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닐것이다.

 

[어릴 적 그 책]에서 이야기하는 저자의 책들은 내게는 낯선 책들이 훨씬 많지만 이미 '공감'이라는 것을 느껴버린 내게 그런 세세한 것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어릴 적 그 책]은 단순히 어린 시절의 책들을 꺼내보며 감상에 젖어드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어린시절 책과 함께 한 기억들이 어떻게 나를 성장시키고 꿈을 갖게 하고 변화하게 했는지를 짚어보고 있는 것이다. "시골집의 작은 방에 점처럼 웅크리고 앉아 책을 통해 자신과 드넓은 세계를 연결해본 어린 독학자들의 내면에는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깊고, 넓고, 아름다운 세계가 성처럼 단단하게 구축되어 있다"(42)

 

또한 [어릴 적 그 책]은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하게 해 주는 책이다. 저자의 유년시절의 책 이야기와 삶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 이면에 있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고, 그녀의 체험을 읽으며 또 다른 나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뿐인가. 특히 나는 이 책의 3장이 더 맘에 들었는데, 이제는 울지 않는 강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한동안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가 성인이 되고 난 후에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더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왠지 어린 시절의 나를 떠나보내는 듯한 느낌이 들곤 했었다. 더이상 순수한 마음으로 동화를 읽는 나를 찾지 못할 것만 같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너무도 읽고 싶어서 한밤중에 '하늘을 나는 교실'을 읽으며 마구 눈물을 흘리고난 후 단절되었던 어린시절의 나를 찾은듯한 느낌이들었다. 내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어릴적부터 나는 왜 선생님이 되고 싶었을까에 대한 의문은 그 책으로 인해 풀렸고, 마당이 넓은 집에 살고 싶은 꿈은 비밀의 화원을 열광하며 읽어서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 미국작가 퍼트리샤 마이어 스팩스의 리리딩에 적힌 어른이 어린이책을 다시 읽는 이유에 대해 쓴 글을 적었는데 나 역시 그 글을 읽으며 새삼 어린 시절의 책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아끼던 그 책을 성인이 되어 다시 읽으면 아무런 조건 없이 마음을 달래는 경험을 얻을 수 있는데, 이는 내가 앞서 향수의 안개라고 부른 것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예상치 못한 통찰과, 친숙한 책들에서 우리가 처음 읽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다시 읽기의 심오한 기쁨은 우리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자아를 재발견하는 흥분에서 비롯된다"

유년시절의 나를 또 다른 의미로 긍정하게 해 준 [어린 시절 그 책]은 어른이 된 모두에게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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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기적 - 죽음과 삶의 최전선, 그 뜨거운 감동스토리
캐릴 스턴 지음, 정윤희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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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로의 기적은 유니세프 미국기금의 회장인 캐릴 스턴이 유니세프의 구호활동 현장에서 체험하고 느낀 것들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제로의 기적이라는 말은 하루에 만구천명 이상이 기아와 질병, 전쟁으로 인해 죽어가는 아이들이 언젠가는 반드시 그 수치가 제로가 되리라는 희망을 담고 있는 것이다.

캐릴 스턴은 세 아이의 엄마여서 그런지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의 환경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다는 죄책감이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리고 그러한 감사의 마음이 고통받고 슬픔에 빠진 이들을 위해 어떻게 표현되고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캐릴 스턴의 구호활동에 대한 여정을 따라가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사실 나는 제로의 기적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다국적 기업에서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위해 후원한다고 하지만, 그들은 또한 그 후원의 이면에 더 많은 이득을 내기 위해 다시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모든 노력들이 무의미하다고 해서는 안되겠지.

사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가톨릭까리따스를 통해 티끌만큼 작은 금액이기는 하지만 아프리카 기아아동을 위해 후원을 하고 있었고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아동을 위한 기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그것 하나만으로도 내 할바를 다한 듯 무신경하게 지내왔다. 급여가 적을 때 냈던 후원금은 부담까지는 아니지만 신경이 쓰이는 지출이었었는데 어느 새 나는 한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나가는 후원금액이 신경쓰이지 않을만큼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고통과 슬픔도 그렇게 서서히 잊혀져가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나를 다시 한번 더 일깨워주고 있다. 나 하나의 힘은 작지만, 모래 한알 한알이 모여 사막을 이루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되새겨보고 있다.

 

"지금까지 역사가 보여주었듯이 사회적인 변화는 엄청난 수의 대중이 그 가능성을 느끼고 참여할 때만 가능하다. 모두가 이를 깨닫고 변화를 갈망해야 한다. 변화는 우리가 진심과 마음을 다하고 우리 손과 발이 직접 움직일 때에만 이룰 수 있다. 언젠가 지구촌의 모든 사람이 아이들의 권리를 위해 힘을 합쳐 노력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서더 깊이 관심을 갖고 우리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어린 시절을 되찾아주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을 빼앗아 가는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서 힘을 합치는 날이 올 것이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

 

위생적인 환경에서 아이를 낳는 것만으로도 태아 사망율을 낮출 수 있고, 식수시설 하나만으로도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고, 태내에 있을 때 1달러도 안되는 백신을 맞는 것 하나만으로도 에이즈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러한 것들을 모두 알고 있지만 그러기 위해 우리 각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해보지는 않는다. 내가 후원하는 작은 금액이라도 그것이 모여 변화를 이뤄나가기 시작한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캐릴 스턴은 말하고 있다.

타인의 고통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로 인한 자신의 행복에 대한 죄책감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감사와 타인을 위해 나의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임을 깨닫고 있다. 책을 펼쳐들기 전에 제로의 기적에 대해 회의적이었는데 이제는 나도 희망을 가져야겠다. 제로의 기적을 믿어야겠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실행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 그런 힘이 있을까 주저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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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끌리는가
미셸 레더먼 지음, 김광수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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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이 일종의 처세학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 취향은 아닌 책으로, 그리 진중하게 읽을 책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끌림'이라는 것에서 단순히 순간적인 호기심이라거나 겉모양의 시선끌기 정도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책은 읽을수록 점점 더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는 관계맺기라는 것을 조금은 꺼리는 습성을 지니고 있는데 언젠가부터 조금씩 상대방에게 먼저 다가서고 나 자신을 열어보이기 시작하면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런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끌리는가,는 전략적으로 관계를 맺고 성공을 위해 어떻게 전술을 짜야하는가에 대한 책이 아니다. 처세를 위한 일종의 전략전술의 기술들을 버리고 자기 자신의 모습 그대로 진심을 담아 다가선다면 그런 사람은 분명 주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을 갖게 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나는 지독하게 내성적이고 낯가림이 심하다. 그래서 내가 모임에서 뭔가를 주도한다거나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친교를 맺는것을 못한다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자신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았는데 내 강박관념속의 자신없는 나와는 달리 실제의 나는 나름대로 꽤 잘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도 나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어쩌면 사람들과 관계맺음이 좋은 사람들은 다 외향적이고 활달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뿌리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가. 나는 저자의 이 말이 화악 와닿았다.

"내성적인 사람은 남의 말을 경청하는 능력을 타고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관계 맺기에서 아주 중요한 자질이다. 당신도 내성적인 성격이라면 당신만의 리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사람 사귀는 능력이 탁월한 동료들을 흉내내기보다는 무엇이 '당신'을 편안하게 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밤늦도록 수다를 떨고 나면 지쳐버리는가? 그렇다면 상황을 잘 판단하여 파티에서 맡은 역할을 일찌감치 정리하고 원하는 사람을 만나 즐겁게 어울리다가 떠들썩한 파티가 끝나기 전에 먼저 나올 수도 있다. 여럿이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다가 할 말이 있을 때만 조용히 입을 여는 편인가? 이 습관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아주 바람직한 습관이니 앞으로도 그러기 바란다.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든 진실하고 진정하다는 느낌이 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33)

내성적인 사람에 대한 이 글은 그냥 한번 훑어볼까 하던 나의 마음을 움직였고, 이 책을 읽는동안 새로운 깨달음과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되고 진정성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끌리는 사람이 되기위해서는, 물론 지금 이대로의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긍정도 중요하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관계맺음에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서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 마음가짐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될지 모르겠지만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다.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멀리하거나 이해타산을 따져 사람들과의 인맥을 쌓는것, 시간낭비처럼 느껴지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꺼리는 것 등은 결국 자기 자신에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쓸모없는 만남과 투자처럼 보이겠지만 언제나 진정성을 갖고 사람들을 대하게 된다면 모든 관계맺음이 큰 자산이 되리라는 것을 실질적인 예를 통해 알기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또 한가지, 내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고 배운 것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어떻게 하면 좀 더 사람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을 것인가와 타인과의 관계에서 좀 더 좋은 인상으로 다가설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진정한 나 자신의 모습 그대로 관계맺음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편하고 좋은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것과 마찬가지로 타인 역시 그러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어떻게 하면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

 

나는 나 스스로 타인이 호감을 가질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나의 생각으로 나 자신을 규정지을 것이 아니라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 자신으로서 생활하고 진심을 갖고 사람들을 대한다면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이 가질 수 있는 호감이 되리라 믿는다. 그 시작은 이 책을 읽기 전부터였고, 이 책으로 자신감과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끌리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아니라 나 자신이 바로 타인에게 끌리는 사람이 될 수 있음에 대한 이야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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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림을 그리고 싶다 - 수집하고 그리고 만들고 나만의 드로잉 컬렉션 완성하기 munge의 스케치북 프로젝트
munge(박상희)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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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것은 학교다니면서 미술 수업시간에 배우며 그려 본 것이 전부이다. 게다가 그 중 대부분은 입시에 찌들어 있어서 빼먹은 미술수업시간도 많을테니 정말 내 그림 배우기 역사의 시간은 너무도 짧기만 할 것이다. 언젠가 그림을 배우고 싶어서 미술 학원에 다닌다는 직장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혹 하기도 했지만 사실 나는 내 그림 그리기 취미를 위해 학원비를 투자할 수 있을만큼 여유롭지는 않아서 그림 그리기를 배운다는 것은 내게 일종의 사치처럼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림을 꼭 정식으로 배워야만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일러스트 관련 책들을 보면서 나도 나 나름대로 그리고 싶은 대상을 관찰하고 특징을 찾아내어 그리는 연습을 하기 시작하면 멋지고 훌륭한 그림은 아니더라도 내가 표현하고 싶은 풍경이나 내용들은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림 그리고 싶은 날, [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이 책을 보는 순간 간절했지만 왠지 전문가의 스케치북 프로젝트를 내가 본다는 것에 주눅이 들어버렸고 내가 볼 책은 아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차마 구입하지 못하고 망설이고만 있었다. 하지만 먼지 작가의 다른 책들이 독특하고 그림 그리기 프로젝트가 특별한 누군가의 것이 아니라 평범한 나 자신의 특별함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는데 그래서인지 [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정말 관심을 끊을수가 없었다. 그런데 우연찮게 이 책을 선물받게 되다니. 책을 받아 든 날 신나서 책을 휘리릭 훑어보고 이제 드디어 꼼꼼히 첫장부터 글을 다 읽고 그림들을 다 살펴봤다.

역시 먼지 작가의 그림들은 매력적이었고 그녀의 스케치북은 탐을 낼만했다. 

 

"창의적인 자극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것을 소모하는 소비문화가 아니라 소비한 것들을 재생산하여 자신의 것으로 직접 만들어나가는 생산문화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먼지작가의 이야기는 이 책을 찬찬히 읽다보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뚜렷이 드러난다. 사실 나의 경우 창의적인 자극 수준이 아니라 대상이 되는 것을 관찰하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단계조차 버거운 것이 현실이지만 날마다 그림연습만 하다보면 금세 싫증이나고 지쳐버릴 것이다. 나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거나 상품화되는 전문적인 과정이 아니더라도 먼지 작가의 '자신만의 드로잉 프로젝트'는 그림그리기의 기본을 쌓으려고하는 내게도 하나의 자극이 되어주고 있다.

사실 지금 내 수준은 다른 사람의 그림을 흉내내기 정도이지만 간혹 간단한 사물이나 풍경 사진을 보면서 옮겨그리기도 시도해보고 있다. 내 그림만 보면 도무지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의 형편없는 드로잉 실력이지만, 이것들조차 쌓이기 시작하면 나 자신만의 스케치북이 되지 않을까?

2014년, 나 자신만의 스케치북 프로젝트는 이 책읽기로 이미 시작된 느낌이다. 이제는 열심히 노력하며 실행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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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14-01-0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작해보시죠.

그리워하게 되면 그린다. 그림은 그리워하는 것이다. 대상은 끝이 없다... 저도 늦게 배운 도둑질..그림질...하고 있습니다. 독학이지만... 아 그리워지는 날이군요. 반갑습니다. 치카님...복 많이 만드시구요..

chika 2014-01-07 10:17   좋아요 0 | URL
아!
왠지 새겨넣게 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하네요. 복 많이 만들라는 것도요 ^^
여울마당님에게 평화로운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