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방어 심리학
커커 지음, 채경훈 옮김 / 카시오페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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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에서 이르는 방어기제에 대해 본서에서 이르듯 부정적인 편견은 없었다. 다만 방어기제란 자기의 심적 안정과 심리적 정상화를 위해 자연적으로 발현되는 것으로만 생각해서 저자처럼 그걸 자신에게 유익하게 의도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하지 못했었다. 돌아보면 사고가 다소 경직되어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자연적으로 발현되는 것이더라도 어떠한 작용이 나에게 유익을 미치는지 자각하고 인식하며 때로는 의도적으로 활용한다면 더더욱 자기에게 유익하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니까 말이다.

 

사실 정신분석학 저작 몇 권은 읽었지만 대체로 중딩 때 읽은 터라 대부분 내용이 기억도 나지 않는데다가, 방어기제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 윤곽만 알고 있는 터라 독서 전에 방어기제에 대해 검색해보기도 했다. 검색한 내용보다 본서의 분류는 세부적이다. 정신분석학에서 대분류한 것을 세밀히 재분류한 대목들도 소소히 있다고 생각된다. 저서 자체가 방어기제를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활용하려는 의도로 집필된 책이니 일상에서 실용적인 대목을 재분류한 경우도 있으리라 판단된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각 4~6단락으로 총 20항목으로 방어기제를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 방어기제의 큰 분류에 속하는 작은 분류는 이어서 설명된 단락도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재미를 주는 대목은 심리학 대중서들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익숙한 예시들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실험이나 연구 예시가 제시되지는 않지만 적절한 정도의 예시들은 익숙한 것 사이 새로운 실험이나 연구 이야기가 등장할 때 잔잔한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몇몇 역사적 인물의 사례가 후반에 등장하는데 이 책의 서술이 딱딱하지 않고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지속하려는 대중교양서라는 걸 보여주는 예들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사람에게 작용하고 때론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하는 방어기제들은 아래와 같다.

 

억압, 금욕/평가절하, 격리/회피, 공상, 내사, 동일시/동조, 신체화, 퇴행, 이상화, 부정/왜곡, 전치, 투사, 은폐(합리화), 해리, 반동형성, 의식화와 취소, 보상, 승화, 이타, 자조

 

대부분이 대중에게 익숙하거나 추정 가능하겠지만 내사와 같은 경우는 저로서는 생소한 방어기제였다. 높게 평가하는 외부대상이나 인물의 특징을 자신의 행동과 신념에 끌어들이는 것을 말하는데 이 방어기제의 부정적인 쓰임은 자존감이 낮고 자신만의 의견, 의지, 신념이 없으면 다른 사람의 견해만을 흡수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동일시와 같은 방어기제로 파생되는데 사실 불교의 염불이나 밀교의 만다라관법 등 관법 중심의 수행에서는 내사와 동일시는 긍정적 작용을 하는 사항이다. NLP에서도 타자의 긍정적인 부분을 흡수하기 위해 같은 개통의 수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전치역시 일상에서 흔히 보이는 인간의 특성이다. 저자가 예를 든 서양의 kick the cat이라는 예처럼 자신이 분노를 표현해도 무리없는 대상에게 분노를 표하는 양상이 파급되어 어떤 나비 효과를 일으킬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양상이라고 생각된다.

 

신체화는 저자의 설명과는 다르게 어떤 보상을 요구하는 무의식적인 의도가 없이도 일어날 수 있다고 보인다. 사랑하는 자녀나 연인이나 배우자나 형제자매나 부모님을 잃고 눈이 멀쩡한데도 불구하고 전혀 앞을 볼 수 없게 된다거나 귀를 들을 수 없게 되는 사례가 과거에는 종종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나타나는 현상 그대로 더이상 무엇도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 심리가 신체로 드러난 것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언급한 모든 방어기제에 대해 리뷰에서 짧은 해설을 더하기 보다 익숙치 않은 대목 몇몇만 남겨보았다.

 

방어기제들 중 어느 하나 인간의 삶에서 드러나지 않는 비일상적인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경우는 보이지 않았고 대개 누구라도 일상에서 자신을 통해 타인을 통해 숱하게 경험해 봤을 사안들이 나열되고 있다. 이건 자각하지 못하고 일어나는 것으로 받아들이느냐 자각하며 활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다. 어차피 우리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알고 있는 것이 나을 것이고 알고서 활용하는 편이 유익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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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에서 벗어나는 46가지 방법 - 최고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가장 과학적인 우울증 해결‘책’ 지금당장 1
앨릭스 코브 외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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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는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겪는 마음의 병인 우울증에 대한 실상과 치유법을 알아갈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증상을 겪지 않는 사람에게라도 상식의 지평을 열기위해서도 주위사람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도 절실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라도 살아가며 겪을 수 있는 것이 깊은 우울이기에 알아둘 필요가 절실하지 않을까도 했고 말입니다. 본서를 통해 우울에 대한 상식과 그 완화와 치유의 기법을 앎으로서 자신과 타인을 지키는 한 가지 방법을 더 굳건히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다만 일독을 마치며 든 가장 우선적인 이 책에 대한 판단의 재고는 이 책은 실용적 기법은 나열되어 있으나 우울증의 기전에 대한 이론과 연구는 기술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밀리언셀러인 [우울할 땐 뇌과학]을 저술한 이입니다. 저 또한 해당 도서를 우울할 때 질러서 아직껏 소장만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우울이 깊어진 순간에는 벗어나겠다는 마음이 들면서도 벗어나고자 하는 의욕을 지속하거나 크게 불러일으키지는 못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우울은 그저 우울이라고만 정의하기에는 실존적 괴로움이 원인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웬만한 우울증 관련 도서로는 답이 나올 수 없습니다. 괴로움의 원인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과 해결이 우선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야 우울은 완화되거나 치유될 수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본서가 유효할 수 있는 이들이라면 우울 이상의 근원적 괴로움의 원인을 갖지 않거나 그러한 원인이 해결되고 나서도 트라우마처럼 우울이 남아있는 사람들이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개의 원인 모를 우울이나 해결된 원인이 있는 후속적인 트라우마 같은 우울은 본서의 방법들이 유효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자는 이 책의 방법들에 정신건강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제시한, 우울감을 줄이는 가장 손쉬우면서도 효과적인 훈련과 기법, 실천 방안이 담겨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우울에서 이젠 벗어나 있는 저에게는 이 책의 방법들을 두루 보며 대개 너무도 단순하면서도 익숙하거나 이색적인 다양한 기법들이 아울러 느껴졌습니다.

 

우울할 때 그 정서에 매몰되어 현실에 안정을 찾지 못하거나 몰입하지 못하게 되기도 하는데 그럴 때 현재에 안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식들, 현재를 자각하게 해주는 방식들은 이미 우울 모드를 접해본 분들이 자체적으로 해보신 방법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 과거의 잘못이나 아픔에 빠져들며 우울을 불러올 때 과거와 현재, 미래로 넘나드는 우울한 시점을 점차 현재에 근접하기까지 지켜보는 방식도 상식적이면서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제게는 너무도 익숙한 자비명상의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짧은 어구의 반복은 아마도 이 책의 다양한 양식들을 함께하며 더한다면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본서는 제목처럼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46가지 실제 적용 가능한 기법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실제 경험을 해보지 않고는 그 실제 진가를 알기는 어렵겠지만 단순하고 실천하기 쉬운 기법들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이 제안하는 46가지 방법들이 효과적인 이유는 그 단순함이나 익숙함 또는 이색적임에 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이 모든 방법들이 인지행동치료나 수용전념치료, 신경과학을 근거한 과학적인 기법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때론 자신의 정신적 괴로움의 원인과 기반이 되는 이론들을 알아가는 것도 위안과 함께 치유될 수 있으리라는 안정감을 줄 것입니다. 본서는 기법들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도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으나 [우울할 땐 뇌과학]을 읽어보시는 것도 여러모로 달라질 수 있는 또는 우울해지기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방법 중 하나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우울과 다양한 생각들이 솟아나오고 정신이 하나에 안주하지 못하는 산란 되는 상태 그리고 심각한 경우 통증까지도 동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겪어봐서 알지만 그런 경우에는 각각에만 따로 해결하려는 관점에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전문의와의 상담과 다양한 매체를 통한 나으려는 노력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그 과정 어디쯤에서는 나아질 수 있습니다.

 

자신의 우울이나 가까운 이의 우울에 대해 이해하고 지지하고 도움을 줄 양식을 알아가는 작은 한 걸음으로 우울과 관련한 다양한 책들이 분명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본서도 그런 의미에서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저자의 말처럼 우울한 사람이라도 이 책을 책장이나 탁자 위에 놓아두고 아무 때고 뒤적이며 한가지씩 실천해 보는 정도의 노력은 우울한 순간에라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사소한 노력이 이어지며 우울로 부터 벗어나는 날이 어느새 다가오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날을 위한 한 걸음을 아직도 미루고 있으시다면 작은 한 걸음을 이 책과 함께 조금 내딛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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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파국으로 치닫는 금융위기 - 경제병리학으로 진단한 세계경제와 한국경제 전망
최용식 지음 / 새빛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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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는 읽었지만 뇌가 읽지 못한 책이다. 책에서 쓰이는 어휘가 상당히 어렵다거나 논리와 주장이 복잡하다거나 한 책은 전혀 아니다. 어디까지나 독자인 저의 경제 상식이 문제였다고 생각된다. 간단한 경제 개념들로 상당히 중대하고 묵직한 주제를 가벼우면서도 깊게 잘 설명해주시고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기초상식 수준의 경제지식이 없어서 독해를 못한 경우이다. 지표와 지수에 대한 입문서와 경제 기사 관련 저작을 올 상반기에 읽고 하반기에 다시 읽어 보고 싶다.

 

9장 중 3장까지는 저자분의 회고와 같은 장이고 4장부터 경제 진단의 원리와 실제 진단을 해주시고 있다. 주장의 근거를 이해시키기 위해 20세기부터 현재까지 과거의 지표들을 제시하시기도 하며 환율이나 국제수지 등의 기본적인 경제 상식만으로 설득력 있게 전개하시기도 한다. 경제병리학이라는 분야를 여신 분으로 신용창조와 상대되는 신용파괴라는 개념과 수요의 시간 이동이라는 새로운 개념들을 전개하시는데 문외한으로서도 상당히 수긍이 가는 주장이라고 본다. 하지만 경제 상식이 기초수준으로도 부족한 본인의 한계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내어 저술하신 저작의 거의 전부를 이해 못하고 말았다. 본서와는 하반기에 재회를 기대하며 잠시만 안녕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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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본서에서 다소간의 저자분의 생각에 공감할 수 없는 대목들이 있었다.


그 하나는 [화폐전쟁]을 비판하며 그들의 조모가 유태인이라 유태인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그르다거나 유태계 초극부층이 세계대공황을 불러왔다는 것에 대한 비난의 하나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로스차일드 은행이라는 대목이다. 사실 유태인으로 분류할 때는 모계가 유태인이냐는 것으로 분류되며 부계가 유태인이 아니더라도 모계혈통만으로도 유태인이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리고 큰 목표를 위해 작은 하나를 포기하는 것은 병법의 상식이다. 로스차일드가 투자하는 대상은 은행업 뿐만이 아니며 대공황과 함께 그로 인해 대중이 피해를 보는 시기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이 시대의 코로나 시국의 자산 규모 확장한 사례로도 유추 가능하다. 코로나 시국 대중이 죽어갈 때 최상위 극부층들은 코로나시기 동안 새로이 창출된 부의 80%를 가져 갔다. 몇몇 검색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안이다.


또 하나는 4차 산업 혁명은 없다는 저자분의 단정이다. 이 주장을 위해 저자는 AI가 기대 외로 고성능을 보이지 않을 거라고 단정하고 있지만 이 책이 쓰여진 지난 해에는 예측하지 못했을 규모로 AI는 급진전했다. 이미 특이점에 이른 상태고 올해 안에 그 100~1000배 이상의 규모로 발전한 모델이 공개된다고 예정되어 있다. 인간의 수준을 벗어나는 정도가 특이점인데 그 이상의 발전이 올해 안에 공개되는 것이다. 저자분은 이 방면에서 다소 근시안적이셨다. 인공지능 외에도 양자컴퓨팅, 로봇 기술, 나노 기술, BCI 기술, 유전자 조작 등 다양한 방면에서 파괴적 혁신이 잇다르고 있음을 경제학자인 저자분은 모르고 계신듯 하다. 4차 산업 혁명의 미래는 곧 인류 지성들의 기대치를 넘어설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저자분이 4차 산업혁명과 경제적 혁신의 기류를 우습게 보시는 경향이 있으신데 그러한 자신의 주장을 펴기 위해 세계경제포럼의 주장까지 일부층의 주장일 뿐이며 다수의견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계신 것이다. 이미 기후위기설로 보았듯 주류는 자신들의 주장을 펴기 위해 반대여론을 일축하고 무력화하기가 성공적이다. 종말론적 환경주의에 반대하는 과학자들이 다수이지만 현재는 주류가 주장하는 기후위기설은 정설이 되어있으며 반대론자는 정신이상자로 몰리는 실정이다. 세계경제포럼 역시 정재계의 주류 여론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미 올해 열린 세계경제포럼에는 약1000개의 다국적 기업이 자금을 지원했으며 각국 정치인들, 미디어의 저명인사들, 유명인들까지 참가하고 있다. 올해에만 116명의 억만장자가 참석한 포럼이라는 말이다. 미국에서만 올해 33명의 억만장자가 참여했고 JP모건체이스, 블랙록, 아마존, 화이자, 모더나 등의 주요 기업관계자들과 게이츠 재단, 소로스 재단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주류이며 주류가 주장하면 절대다수의 의견이 아니더라도 주류의 의견이 되고만다. 그리고 곧이어 정설이 된다. 그들이 주장하는 세계경제 양상이 실제와 다르면 실제로 만들어버릴 능력이 있는 것이 세계경제포럼의 참가자들이다.


저자분의 견해에 대해 이런 몇몇 이견은 들었지만 이 책의 주제인 경제병리학과 금융위기에 대한 가설은 들어보고 싶은 이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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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21세기 자본』 이후의 『자본과 이데올로기』
이정우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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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의 [21세기 자본]도 전혀 모르면서 [자본과 이데올로기]라는 그의 후속작 중 하나에 대한 해설서인 본서를 읽은 것은 [교보 eBooK for 삼성] 앱의 영향이다. 무료 도서 받기를 처음 클릭하자 쓰잘데 없어 보이는 로맨스 웹툰들 사이로 본서가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량도 만만하고 경제학자의 책을 해설한 책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경제 관련 그래프가 등장하지 않아서 더 쉽게 읽었다.

 

솔직히 경제학자의 저작에 대한 책인데도 불구하고 본서는 정치서 해설서 같은 감상을 안겨준다. [21세기 자본]에서도 피케티는 어려운 그래프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이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피케티는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은 그걸 지지하는 이데올로기들이 있어서라고 판단해 경제학이 경제학에서만 갇혀서는 안된다며 역사와 철학, 정치를 아우르는 서술을 했다고 한다.

 

-본서에서는 그 극악무도한 분량을 자랑하는 그의 저서를 사두기만 하거나 읽다가 포기한 사람들이 많다며 호킹지수(호킹 박사의 유명세 때문에 그의 책이 많이 팔리기는 했지만 정작 읽은 사람은 드물어 판매량은 높지만 읽지 않는 사람이 많은 걸 지수로 표현한 말)가 높은 책이라는 말을 한다. 나로서도 본서를 읽으며 [21세기 자본]보다는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읽어보아야 할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흐드드한 분량을 보고는 기대감이 사그라들었다.-

 

피케티는 불평등이 양산되고 증폭해온 역사를 4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3원 사회, 노예제 사회, 식민사회, 소유자사회가 그것이다. 특히나 3원 사회는 현재까지도 그 양상이 남아 있다고 생각되는데 불평등과 자본주의를 지지하고 찬양하는 사제집단과 그 전방에서 전투하고 자본을 잠식하며 그 진가를 누리는 전투가들인 귀족집단, 그리고 노동하고 지배받는 하층민들인 평민집단을 이른다. 이 구조는 후속되는 사회들 모두에서 남아있으며 자본가가 부의 정점에서 대부분의 부를 독식하는 소유자사회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유발 하라리 같은 사제들과 저커버그, 머스크, 게이츠, 소로스 같은 귀족들 그리고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민들이 그 구조가 영속적이어왔음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케티는 1945~1980년 사이를 자본주의의 황금기라고 보는데 1980년에 이르러 대처와 레이건이 등장하며 이 황금기가 막을 내렸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피케티가 보는 자본주의의 황금기는 그가 관점을 자본주의가 더불어 살기 위해 만들어진 체제라고 보기 때문에 한계를 갖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자본주의의 사제들이 이야기하듯 사회진화론이 자본주의의 근간이며 그렇다면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승자가 독식하는 것이 그른 것이 아닐 것이다. 결국은 자본가들이 전체 부의 거의 대부분을 잠식하는 것이 불가피한 정도가 아니라 절대적인 귀결이 아닌가 싶다.

 

ESG니 노동자 참여제도니 하며 전지구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체제의 변화가 있을 것 같은 여지를 세계시민들에게 페인팅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자본주의의 본색은 결국에는 실력주의식 사회진화론식 승자독식을 벗어날 수 없으리라 보인다. GPT로 인해 이젠 대다수가 인공지능이 특이점에 이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로봇기술까지 정점에 이른 것이 드러난다면 대중은 그제서야 모든 분야에서 근로자들이 사회의 근간이 되던 시대가 이제는 끝났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될 듯하다. 과거 어느 책의 제목처럼 더이상 인간은 필요 없다. 자본가들에게는 그리고 자본가들의 세상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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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Stick 스틱! (15주년 기념판) -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그 안에 숨은 6가지 법칙
칩 히스.댄 히스 지음, 안진환.박슬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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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람을 사로잡고 수긍하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메시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담고 있다. 분량이 긴데도 불구하고 매 장 몰입하도록 만드는 책이다. 우리는 TV 광고를 보며 신문을 보며 그리고 회사에서 또 학교에서 우리의 삶 대부분에서 언제나 설득하고 설득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모든 순간 우리의 설득이 적절하게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우리를 설득하는 메시지의 원리는 무엇일까 설득하기 위해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인가를 저자들은 담론하고 있다.

 

저자들의 클리닉을 따라 이 리뷰에서도 하나의 이야기로 서두를 열어보고자 한다. 이미 익히 들은 이야기일 거다.

 

옛날 아주 먼 옛날,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서 양을 키우던 때의 이야기다. 양들이 목초지를 따라 풀을 먹고 있을 때, 간혹 흉폭한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나 양을 먹어 치웠다. 마을 사람들은 의논 끝에 목초지로 양들을 풀어놓을 때 망을 볼 양치기 소년을 고용했다. 양치기 소년은 양을 풀어놓아도 늑대가 나타나지 않으면 자신의 가치가 증명될 수 없다고 생각하며 기다렸으나 그날따라 늑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소년은 기다리다 초조해져 마을을 향해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며 소리쳤다. 이 이야기가 늘 그랬듯 마을 사람들은 놀라 늑대를 쫓으려 나섰으나 늑대는 없었다. 사람들은 속았다고 화를 내며 돌아섰지만 소년은 그들이 당황하고 놀란 모습에 재미가 들어 그날 이후 두 번 세 번 장난을 쳤다. 그러다 여러분이 기억하는 이 이야기의 클라이막스 그대로 양치기 소년은 나타난 늑대를 피해 달아나며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쳤으나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았고 소년은 처참하게 늑대에게 잡아 먹히며 생각했다. ‘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늑대에게 나보다는 양꼬치 엔 칭따오가 더 맛나다고 설득해봐야 하는 걸까?’ ‘목초지 둘레에 울타리를 쳤어야 하는 걸까?’ ‘아이리시 울프 하운드라도 목양견으로 두었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나보다는 더 달리기가 빠른 사람을 양치기로 추천하고 관뒀어야 하는 걸까?’ ‘늑대가 나타났다는 나의 메시지가 좀 더 설득력 있으려면 어떡해야 했던 걸까?’”

 

양치기 소년의 고민들은 다 일리가 있었으나 그에게 정말이지 안타까운 일은 시대를 넘어 [스틱]이라는 이 책을 이 소년이 읽을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이미 여러분이 모두 알고 있는 이솝 우화의 한 대목에서 소년에게 과연 필요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를 희화해서 넣었을 뿐이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분명 정직하라가 맞을 것이다. 신뢰성은 본서에서 중요하게 전달하는 원칙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이야기 속의 사정으로는 소년의 말을 마을 사람들이 믿느냐 하는 것도 문제겠으나 그 보다 일차적인 문제는 늑대를 막는 것이었고 소년이 문제를 일찍 인식했더라면, 늑대를 막기 위한 정리된 메시지를 마을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할 수 있었을 거라는 거다. 그랬다면 아마도 그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양치기 소년을 살리기 위한 대안이 무얼지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면 여러분의 기대에 저자들은 충분히 부응할 것이다. 저자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나면 분명 여러분은 101번째 양치기 소년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설득력 있고 매혹하는 메시지는 단순성, 의외성, 구체성, 신뢰성, 감성, 스토리이 여섯 가지 원칙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이 원칙들이 생명력 있으며 절대적이라는 걸 그들은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하며 증명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비단 PT나 광고에서 뿐만이 아니라 정치와 문학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의 글쓰기에서도 적용 가능한 정보이자 지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으로 살아가며 설득하거나 설득당하거나 설득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거의 모든 경우의 선에서 본서의 지식은 효과적일 것이다. 늑대를 만난 경우에도 어쩌면 당신을 살릴 수 있을 지식이 될지 모른다. 당신이 충분히 이해하고 적용할 수만 있다면 이 책은 아이리시 울프 하운드나 엽총만큼이나 효과적일 것이다.


교보eBooK for 삼성 앱을 통해 1월에 삼성에서 선물해준 책을 이번에 읽었다.

삼성폰만 있다면 앱을 다운 받으면 누구나 매월 1권씩 선물 받을 수 있다.

"사랑해요.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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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2-17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앱으로 이 책 읽는 중인데 같은 분이 여기도 계셨군요ㅎㅎ 반갑네요ㅎㅎ

이하라 2023-02-17 22:23   좋아요 1 | URL
저도 반갑습니다. 이 앱 때문에 삼성이 더 좋아졌어요.^^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계시면 이 기회에 이 앱 다운 받으셨으면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