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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아크 만들기 - 캐릭터 변화 곡선으로 탄탄한 스토리를 구축하는 법
K.M. 웨일랜드 지음, 박지홍 옮김 / 경당 / 2022년 5월
평점 :
작법에 관한 책들을 읽는 이유는 우선 창작에 유익하기를 바래서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삶의 여정에서 의미를 해석해 낼 수 있는 눈이 간절해서이다. 시나리오든 소설이든 창작 관련 저작들은 대개 삶이라는 여정에 지도 역할을 얼마간 해 주는 것 같다는 감상 때문에 종종 이런 책들을 유심히 읽고는 한다.
웨일랜드의 본서도 창작에 유익하기를 바랬지만 인생의 굴곡을 담담히 받아들일 눈을 주는 것 같았다. 인물과 이야기의 굴곡을 이야기하는 캐릭터 아크는 성장하고 성숙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는 ‘포지티브 체인지 아크’와 몰락하며 더욱 나락으로 가는 ‘네거티브 체인지 아크’ 그리고 자신의 정신적 항상성을 유지하며 주위를 변화시키는 ‘플랫 아크’로 나뉜다. 모든 변화를 야기하는 주요인은 자신을 감싸고 있는 허위를 인식하지 못해서이고 역자는 허위를 ‘가짜’로 번역하고 있다. 그리고 극의 여정에서 인물이 깨닫는 ‘진실’을 이야기한다. 가짜, 허위, 착각, 오류 뭐라고 칭해도 좋을 이것이 지속되게 하는 요인들을 ‘유령’이라고도 명명하고 있다.
‘포지티브 체인지 아크’는 저자가 ‘가짜’라고 말하는 허위에 갇힌 자신을 깨닫지 못하는 정상 세계에서, 자신을 가둔 유령들을 깨고 ‘진실’을 깨닫는 과정이다. ‘네거티브 체인지 아크’는 가짜 속의 세상이 정상 세계이고 그 가짜를 깬다고 해도 실상에 좌절하며 무엇 하나 바꿀 수 없는 현실이 기다리는 ‘환멸’로 끝나기도 하고, 상황이 시작보다 더 극도로 나빠지는 ‘하강’으로 끝나거나, 인물이 이전보다 더 나쁘게 변화하는 '타락'으로 끝맺어지기도 한다. 앞서 말한 ‘플랫 아크’처럼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면서 타인의 변화를 유도하기도 하지만 진짜 삶에서 사람은 변화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변화하기도 한다.
삶에서 변화의 여정 중에 있다면 나는 어떤 변화의 과정에 있는가를 가늠해 볼 수도 있고 자신의 삶의 주기를 돌아보며 어느 시절 어떤 변화의 굴곡을 거쳤는지 헤아릴 수도 있을 저작이다.
창작을 위해 세 액트를 전체 사분할하여 삼단 구조인 서양의 이야기 구조가 동양처럼 4단 구성을 이루며 이야기의 변화에 어느 지점에서 어떤 영향이 주어져야 하는지도 상세히 소개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캐릭터 아크를 수학 공식처럼 대입하는 것도 과하다고 생각되었다. 내가 쓴 이야기들도 그렇고 [메멘토] 같은 영화를 떠올려봐도 그렇고, 이야기의 구조에서 공식을 대입하기보다 원리를 융통성있게 대입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창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고 인생의 굴곡이 어떤 노선에 있는지 생각해 보는 사람들에게 유익할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