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방어 심리학
커커 지음, 채경훈 옮김 / 카시오페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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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에서 이르는 방어기제에 대해 본서에서 이르듯 부정적인 편견은 없었다. 다만 방어기제란 자기의 심적 안정과 심리적 정상화를 위해 자연적으로 발현되는 것으로만 생각해서 저자처럼 그걸 자신에게 유익하게 의도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하지 못했었다. 돌아보면 사고가 다소 경직되어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자연적으로 발현되는 것이더라도 어떠한 작용이 나에게 유익을 미치는지 자각하고 인식하며 때로는 의도적으로 활용한다면 더더욱 자기에게 유익하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니까 말이다.

 

사실 정신분석학 저작 몇 권은 읽었지만 대체로 중딩 때 읽은 터라 대부분 내용이 기억도 나지 않는데다가, 방어기제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 윤곽만 알고 있는 터라 독서 전에 방어기제에 대해 검색해보기도 했다. 검색한 내용보다 본서의 분류는 세부적이다. 정신분석학에서 대분류한 것을 세밀히 재분류한 대목들도 소소히 있다고 생각된다. 저서 자체가 방어기제를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활용하려는 의도로 집필된 책이니 일상에서 실용적인 대목을 재분류한 경우도 있으리라 판단된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각 4~6단락으로 총 20항목으로 방어기제를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 방어기제의 큰 분류에 속하는 작은 분류는 이어서 설명된 단락도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재미를 주는 대목은 심리학 대중서들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익숙한 예시들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실험이나 연구 예시가 제시되지는 않지만 적절한 정도의 예시들은 익숙한 것 사이 새로운 실험이나 연구 이야기가 등장할 때 잔잔한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몇몇 역사적 인물의 사례가 후반에 등장하는데 이 책의 서술이 딱딱하지 않고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지속하려는 대중교양서라는 걸 보여주는 예들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사람에게 작용하고 때론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하는 방어기제들은 아래와 같다.

 

억압, 금욕/평가절하, 격리/회피, 공상, 내사, 동일시/동조, 신체화, 퇴행, 이상화, 부정/왜곡, 전치, 투사, 은폐(합리화), 해리, 반동형성, 의식화와 취소, 보상, 승화, 이타, 자조

 

대부분이 대중에게 익숙하거나 추정 가능하겠지만 내사와 같은 경우는 저로서는 생소한 방어기제였다. 높게 평가하는 외부대상이나 인물의 특징을 자신의 행동과 신념에 끌어들이는 것을 말하는데 이 방어기제의 부정적인 쓰임은 자존감이 낮고 자신만의 의견, 의지, 신념이 없으면 다른 사람의 견해만을 흡수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동일시와 같은 방어기제로 파생되는데 사실 불교의 염불이나 밀교의 만다라관법 등 관법 중심의 수행에서는 내사와 동일시는 긍정적 작용을 하는 사항이다. NLP에서도 타자의 긍정적인 부분을 흡수하기 위해 같은 개통의 수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전치역시 일상에서 흔히 보이는 인간의 특성이다. 저자가 예를 든 서양의 kick the cat이라는 예처럼 자신이 분노를 표현해도 무리없는 대상에게 분노를 표하는 양상이 파급되어 어떤 나비 효과를 일으킬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양상이라고 생각된다.

 

신체화는 저자의 설명과는 다르게 어떤 보상을 요구하는 무의식적인 의도가 없이도 일어날 수 있다고 보인다. 사랑하는 자녀나 연인이나 배우자나 형제자매나 부모님을 잃고 눈이 멀쩡한데도 불구하고 전혀 앞을 볼 수 없게 된다거나 귀를 들을 수 없게 되는 사례가 과거에는 종종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나타나는 현상 그대로 더이상 무엇도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 심리가 신체로 드러난 것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언급한 모든 방어기제에 대해 리뷰에서 짧은 해설을 더하기 보다 익숙치 않은 대목 몇몇만 남겨보았다.

 

방어기제들 중 어느 하나 인간의 삶에서 드러나지 않는 비일상적인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경우는 보이지 않았고 대개 누구라도 일상에서 자신을 통해 타인을 통해 숱하게 경험해 봤을 사안들이 나열되고 있다. 이건 자각하지 못하고 일어나는 것으로 받아들이느냐 자각하며 활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다. 어차피 우리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알고 있는 것이 나을 것이고 알고서 활용하는 편이 유익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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