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21세기 자본』 이후의 『자본과 이데올로기』
이정우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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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티의 [21세기 자본]도 전혀 모르면서 [자본과 이데올로기]라는 그의 후속작 중 하나에 대한 해설서인 본서를 읽은 것은 [교보 eBooK for 삼성] 앱의 영향이다. 무료 도서 받기를 처음 클릭하자 쓰잘데 없어 보이는 로맨스 웹툰들 사이로 본서가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량도 만만하고 경제학자의 책을 해설한 책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경제 관련 그래프가 등장하지 않아서 더 쉽게 읽었다.

 

솔직히 경제학자의 저작에 대한 책인데도 불구하고 본서는 정치서 해설서 같은 감상을 안겨준다. [21세기 자본]에서도 피케티는 어려운 그래프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이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피케티는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은 그걸 지지하는 이데올로기들이 있어서라고 판단해 경제학이 경제학에서만 갇혀서는 안된다며 역사와 철학, 정치를 아우르는 서술을 했다고 한다.

 

-본서에서는 그 극악무도한 분량을 자랑하는 그의 저서를 사두기만 하거나 읽다가 포기한 사람들이 많다며 호킹지수(호킹 박사의 유명세 때문에 그의 책이 많이 팔리기는 했지만 정작 읽은 사람은 드물어 판매량은 높지만 읽지 않는 사람이 많은 걸 지수로 표현한 말)가 높은 책이라는 말을 한다. 나로서도 본서를 읽으며 [21세기 자본]보다는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읽어보아야 할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흐드드한 분량을 보고는 기대감이 사그라들었다.-

 

피케티는 불평등이 양산되고 증폭해온 역사를 4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3원 사회, 노예제 사회, 식민사회, 소유자사회가 그것이다. 특히나 3원 사회는 현재까지도 그 양상이 남아 있다고 생각되는데 불평등과 자본주의를 지지하고 찬양하는 사제집단과 그 전방에서 전투하고 자본을 잠식하며 그 진가를 누리는 전투가들인 귀족집단, 그리고 노동하고 지배받는 하층민들인 평민집단을 이른다. 이 구조는 후속되는 사회들 모두에서 남아있으며 자본가가 부의 정점에서 대부분의 부를 독식하는 소유자사회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유발 하라리 같은 사제들과 저커버그, 머스크, 게이츠, 소로스 같은 귀족들 그리고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민들이 그 구조가 영속적이어왔음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케티는 1945~1980년 사이를 자본주의의 황금기라고 보는데 1980년에 이르러 대처와 레이건이 등장하며 이 황금기가 막을 내렸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피케티가 보는 자본주의의 황금기는 그가 관점을 자본주의가 더불어 살기 위해 만들어진 체제라고 보기 때문에 한계를 갖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자본주의의 사제들이 이야기하듯 사회진화론이 자본주의의 근간이며 그렇다면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승자가 독식하는 것이 그른 것이 아닐 것이다. 결국은 자본가들이 전체 부의 거의 대부분을 잠식하는 것이 불가피한 정도가 아니라 절대적인 귀결이 아닌가 싶다.

 

ESG니 노동자 참여제도니 하며 전지구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체제의 변화가 있을 것 같은 여지를 세계시민들에게 페인팅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자본주의의 본색은 결국에는 실력주의식 사회진화론식 승자독식을 벗어날 수 없으리라 보인다. GPT로 인해 이젠 대다수가 인공지능이 특이점에 이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로봇기술까지 정점에 이른 것이 드러난다면 대중은 그제서야 모든 분야에서 근로자들이 사회의 근간이 되던 시대가 이제는 끝났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될 듯하다. 과거 어느 책의 제목처럼 더이상 인간은 필요 없다. 자본가들에게는 그리고 자본가들의 세상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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