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신화다 - 기독교의 신은 이교도의 신인가
티모시 프리크 & 피터 갠디 지음, 승영조 옮김 / 미지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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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THE JESUS MYSTERIES]이다. 예수는 신화일까 역사일까 미스테리다라는 의미와 그 당시 존재하던 이교의 가르침과 의례들을 미스테리아로 칭하면서 논하는 서이기에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제목이다. [예수는 신화다]라는 한국어 제목 자체가 도발적이기에 이후 [예수는 역사다][예수 신화? 예수 실화!] 등에 제목의 저작이 잇따라 출간되기도 한 모양이다. 나로서는 본서가 있다는 사실을 안 시일이 얼마 되지 않아 그런 내용을 알지 못하다가 본서를 검색하다 보니 여러 유사 제목의 책들이 출간되어있는 걸 알게 되었다.

 

본서는 예수 이전 시대부터 예수의 수태와 탄생과 생애, 죽음과 부활, 그 가르침까지 예수라는 존재의 전부가 예수 탄생 이전부터 존재하던 이교의 신적 존재의 역사와 가르침과 일치한다는 것을 근거로 해서 예수는 실화가 아닌 신화였다는 내용이 근간을 이루는 책이다. 본서를 보면 예수라는 존재의 전승 하나하나의 원본 텍스트를 제시하고 있고 본문에서는 매끄러운 서술을 하기 위해 빠르게 전개하고 있지만 (본문만 390쪽에) 120쪽에 이르는 후주가 존재하는 책으로 그 하나하나의 근거가 무언지 깊이 천착하며 공부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을 내용이다.

 

이미 [성서의뿌리 구약편][성서의 뿌리 신약편], [법화경과 신약성서] 등을 통해 예수를 믿는 종교가 그 이전부터 오랜 역사를 통해 존재해온 다른 종교의 내용과 가르침을 표절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과거에도 [2의 성서 아포크리파], [숨겨진 복음서 영지주의], [이것이 영지주의다], [유다복음서, 진실 혹은 거짓?] 등의 책과 방송을 통해 영지주의와 그 원류가 되는 가르침에 대해 낯설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이토록 예수는 표절이며 신화일 뿐이다라는 논지를 전개하는 책이 참 새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도 긴 세월을 예수는 실존했고 그의 생은 역사이며 실제라고 믿어왔었기에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본서는 예수를 믿는 종교의 전제인 예수 자체가 신화의 짜깁기이지 실체가 없다는 데 그치지 않고, 그리스도교의 초기에서부터 신약성서가 갖춰지며 교세가 안정되기까지의 역사도 서술하고 있다. 예수의 생존 당시 예수와 동시대를 살았던 시대의 문장가들, 학자들은 누구 하나 예수를 언급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현재의 그리스도교도들이 주장하는 예수의 실존 증거라며 내세우는 기록들은 모두 그리스도교의 교세가 확장된 이후 로마의 학자들이 그리스도교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적어 남긴 것뿐이라고 한다. 이는 실제로는 총독이었던 적이 없고 로마에서는 그저 사령관이었던 본디오 빌라도를 그리스도교가 로마에서 확산한 이후 그리스도교도들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총독으로 기록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예수 사후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나 본디오 빌라도가 사령관이 아니라 총독으로 기록되었다는 말이다. 예수에 대한 기록도 당시 이적을 보이며 이스라엘 지역에서 선동을 하던 사람들 중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예수라는 이름을 사용했지만, 로마 기록에는 그들 중 십자가형을 받은 이가 있었다는 기록이 없다.

 

처녀 수태, 생존시에 보여주는 이적, 십자가에서의 죽음과 부활 등은 예수 이전 몇백 년 전부터 존재하던 타종교들에 신적 존재들의 내용을 그리스도교가 그대로 표절했으며, 그 가르침의 내용 역시 타종교 텍스트에서는 미스테리아로 옮기는 영지주의의 원류가 되는 이교의 가르침을 그대로 표절한 것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이를테면 원래 복음서 중 하나에서 예수의 부활에 대해 동굴에서 시신이 없어진 것을 막달라 마리아와 몇몇 여성들이 목격했다고 부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도록 열린 결말로 마무리했었다고 한다. 그러다 후대로 오면서 예수가 부활하고 제자들이 확인하는 과정이 추가되었고 다른 복음서들도 그 복음서를 텍스트로 이야기를 확대 재생산한 것이라고 한다. 본서의 저자들은 예수를 실존했던 인물이 아니라 다른 신화의 내용을 표절하며 창조된 인물로 영지주의자들이 그를 동물적 자아의 죽음과 함께 신적 자아의 각성을 은유하는 존재로 상징하려 한 것과는 다르게 문자주의자들(현재의 기독교를 전승하게 한 초기의 예수는 역사다주의자들)이 그를 무리하게 역사적 인물로 확정하려 갖은 모략을 써서 현재의 기독교가 존재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스도교 초기에 베드로의 편지 등의 기록 등에서도 예수의 생애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그의 죽음만이 회자되고 있다는 것도 저자들이 그들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다. 그리고 본서의 제목마따나 미스테리아라는 예수 시대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영지주의의 원류가 영지주의로 계승된 후 문자주의자들과의 격돌이 있었고, 이 둘은 무수한 종파로 나뉘었는데 콘스탄티누스 시대부터 반강제적으로 이들 전체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하나로 통합하려 했다는 것이다. 당시 그리스도교 주교의 기록으로는 내 안에 있는 상대의 교리를 찢어발겼으며 상대 안에 있는 나의 교리를 찢어발겼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교리상 합의될 수 있는 내용조차도 종교회의라는 그 격돌에서 살아남기 위해 파괴되고 난자되고 만 것이라는 말이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남아있는 그리스도교는 살과 피와 신경을 모조리 해체당하고 뼈대만이 남아있는 앙상한 종교라는 말이 된다.

 

기독교도도 인정하는 내용 중 하나는 바울이 초기 그리스도교가 성립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와 그의 후대에도 이단을 징죄하며 그리스도교의 본체를 확립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고 말이다. 문제는 바울이 상당히 영지주의를 중시했으며 바울이 남겼다는 영지주의 문서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CE 160~220년 생존했던 테르툴리아누스라는 문자주의자의 이단을 비판하는 기록은 후대에도 줄곧 인용되리만치 명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적극적인 문자주의자이며 이단비판자였고 여성차별주의자여서, 당시에 주교와 예식 주도자와 일반교인의 역할을 집회할 때마다 제비뽑아 결정하며 여성과 남성의 무차별까지 모든 방면에서 전혀 차별없이 진행되는 종교모임을 갖던 영지주의자들을, 주교의 권위와 남성우월주의를 유지하는데 적대적으로 보았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문자주의자들과 테르툴리아누스는 영지주의자들 전체를 적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하지만 논란이 될만한 것은 그도 그의 생애 후반기에는 영지주의자로 전향했다는 것이다.

 

본서는 예수가 실제했느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의 성립과정과 예수라는 인물이 설정되는 과정까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정치적 목적으로 그리스도교가 강제적으로 통합되는 과정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영지주의가 어떤 역할을 했으며 그 영지주의가 그 당시까지 존속했던 타민족의 미스테리아를 표절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저자들의 표현으로는 차용하고 수용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문자주의자들은 이후 자신들 이전에 예수의 생애와 죽음과 부활과 이적과 똑같은 내용을 보여주는 그 미스테리아와 예수 이전 시대의 전승을 모두 악마의 모방이라고 부르고 있다. 예수가 태어나서 어떻게 살고 죽을지 알고 있던 악마들이 그 이전에 그의 생애와 죽음과 부활과 이적을 모방해 예수의 이미지를 깎아내려 했다는 것이다. 악마들이 성스러운 대상을 전도시키려던 것이라는 주장인데 이 문자주의자들의 주장을 이 시대에 대입하자면 500년 전 곡을 그대로 모방한 작곡가가 (예전의 아름다운 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싶었다고 말하면 될 것을) “내가 이 곡을 작곡하려는 걸 500년 전에 미리 안 악마가 나를 표절한 것이다라고 앙탈과 억지를 부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이다. 이런 수준의 억지라면 도둑이 따로 없어 보이고 이걸 믿는 것도 바보가 따로 없는 것 같다.

 

본서는 한국어 제목을 주지하고 읽으면 예수는 실제했는가 그리스도교는 신앙할 만한 가치가 있는 종교인가라는 데 주의하며 독서하게 되고, 영문 제목에 관심이 꽂히면 미스테리아란 무엇인가 영지주의란 무엇인가에 주의하며 읽게 된다. 나그함마디 문서에 대한 이해와 고대 이교의 종교들에 대한 연구에 비교종교학적 견해가 더해져 집필된 저작이라 크리스찬이 읽게 되면 영지주의에 대한 관심까지 확장될 테고 비신앙인과 무신론자들이 읽는다면 그리스도교의 실상을 알게 된 것 같을 수 있다. 하지만 저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카톨릭과 개신교 역시 그 역사 속 불법과 범죄들과 함께 신앙인들에게 준 마음의 평화 또한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본서에서 그리스도교 초기에 영지주의자는 구약성서는 신이 인간에게 저지른 범죄를 나열한 목록서라고 했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문제 많은 신이 문제 많은 인간을 창조했고 그렇기에 인간 세계가 문제투성이라고 한다고 해도 그 문제들을 양산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인류 문명이 발전해 온 것 역시 사실일 것이다. 나도 한때는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단순한 주지만 시키고 인간을 세계로 내보낸 것은 바이러스나 암처럼 증식만 하라는 것과 무엇이 달랐나 싶었지만, 인간이 성장하고 성숙하고 성취하고 의미를 찾으라고 했다고 한다 해도 그 모든 의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존재 자체에서 만끽하는 자체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생육하고 번성하는 과정(살아가는 과정)에서 인간은 살아있음을 만끽할 수도 있었지 않은가 생각이 이르니 일자()가 문제가 많다는 생각을 접게 되었다. 문제 많은 신이라는 관점도 인간이 자신의 문제 많음을 신에게 투영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저자들의 주장으로는 구약과 신약의 연결고리를 지은 것은 그리스도교 초기의 문자주의자들이 예수의 존재함의 가치를 신앙인들이 수긍하게 하기 위해 구약을 이용할 필요와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문제 많은 시대에 문제 많아 보이던 신의 이미지가 이용되었던 것이 구약이라면 그 신을 빛이자 사랑으로 진화시킨 것이 미스테리아와 영지주의와 예수라는 상징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본서는 예수가 실제했느냐 신화였느냐에 관한 의문에 대답을 얻기 위해 읽기보다는 무엇이 인간과 일자()를 이어주어 왔고 이어줄 수 있는지를 궁금해하며 읽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예수의 실존을 믿는다고 바보라기 보다는 예수라는 상징이 이미 바보였던 인간들을 지혜의 길로 인도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신앙인에게도 신앙이 강화되건 무화되건 간에 읽어볼 가치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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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3-12-05 0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하라님 서재의 달인 선정되심 축하드립니다 🎉
한 해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이하라 2023-12-05 00:4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나와같다면님^^
저도 북플마니아와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연말 되세요.^^

서니데이 2023-12-05 2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하라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이하라 2023-12-05 21:2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 평화로운 시간 되세요.^^
 
왓칭 Watching - 신이 부리는 요술 왓칭 시리즈
김상운 지음 / 정신세계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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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대부분인데도 몰입해 읽었다. 주제 자체도 그렇고 서술하는 필치도 흡인력 있다. 마음의 힘을 논하는 여러 책들 중에서도 최상위의 감상을 갖게 해주는 저작이다. 씨크릿도 이만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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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를 펼치면 돈의 흐름이 보인다 - 다가올 기회를 읽는 30개국 세계경제기행
박정호 지음 / 반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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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를 펼치면 돈의 흐름이 보인다]는 세계지리와 돈의 흐름 즉 세계의 부의 차이와 그 흐름을 논하는 제목이기에 제목만으로도 관심이 가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본서에 대한 리뷰를 하기 전 출판사 리뷰와 겹치지 않기 위해 출판사 리뷰를 읽어봤고 최대한 중복되지 않는 사례만으로 올리고자 한다.

 

본서는 아마도 처음 집필시의 의도는 부의 흐름과 30개 국가라는 설정으로 기획된 책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언급된 소항목 중 지구에 남은 마지막 성장엔진, 아프리카이들은 왜 영세중립국이 되었을까그리고 인류의 손이 닿지 않는 미지의 영역, 다리엔 갭등 대륙 자체나 여러 국가 또 특정 지역만을 주제로 하기도 했기 때문에 [다가올 기회를 읽는 30개국 세계경제기행]이라는 부제와는 다소의 항목의 차이가 있기도 그리고 모든 장의 소 항목을 합하면 29개이기도 해서 ‘30개국이라는 정의는 좀 더 독서가의 주목을 끌기 위한 카피 문구가 아니었나 싶다. 정확히는 다리엔 갭을 제외하고도 30 여 개국 중 한 도시에만 주목한 항목(마카오)도 있다.

 

상식적인 역사지만 본서를 통해 처음 주목한 건 영국이 300년간 세계의 중심이 된 게 비단 식민지 건설에 앞장서 왔기 때문만이 아니라 국가 내로 자본을 유입하기 위해 특허법을 제정한다거나 유입된 자본들을 보호하는 정책들에 열려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 특허법의 영향으로 유럽 각국에서도 창작자의 권리가 보호되고 중시되는 기풍이 마련된 것이다. 독일이 실용신안에 대한 법조항을 명문화한 것도 특허법 제정 이후 발전상을 보여준 영국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며,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의 헌법 188항을 보면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항목이 있는데, 이 역시 영국과 그 이후 독일 등 유럽의 영향력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국가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미국이 독립하는 초창기부터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카오는 아편전쟁 이후 개항한 홍콩보다 300년이나 앞서 개항한 지역으로 포루투갈의 조차지 정도의 입장이기는 했으나, 홍콩처럼 지역의 권한이 완전히 타국가에 넘어가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편전쟁 이후 홍콩 등에서 중국의 권한이 위축되고 독립지역처럼 변해간 타 조차지들의 변화를 목도하고 포루투갈도 마카오에 대한 실권을 중국에 요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동안 마카오의 바람이 가라앉고는 매춘과 마약의 이 도시는 버림받을 운명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도박과 금융업의 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미 세계 각국의 항로에 중시되던 항구이던 전적 덕분에 여러 국가의 법률에 문제 될 여지가 없으면서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경제적 이해를 터득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도박과 금융의 도시로 순조롭게 변모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이 창업 강국인 것은 본서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이스라엘과 무역을 하는 회사 사람들과 크리스찬들 외에는 이스라엘에 대한 정보에 익숙할 사람이 국내에는 그다지 없을 것 같다. 이스라엘이 창업 강국인 이유는 그들의 평등한 사회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전 국민의 대다수가 남녀 할 것 없이 의무 복역을 하는 나라이기에 군 전역 후의 군시절 보직에 따른 사회적 대우 기준도 명확하며, 예비군 훈련에서도 사회에서 자기 부하직원이 예비역 장성이거나 한 경우도 있고 부하직원과 상사의 예비군 계급은 역전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사회적 차별이 덜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군병력이 너무 적어서 상급자가 교전 중 사망시 하급자가 해당 지휘관의 정보를 알고 있어야 직무를 계승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나 미국 같은 나라처럼 사병이나 중간 계급 군인들은 군의 대전략적 지시사항을 전혀 모르고 바로 지시하는 대로만 명령을 수행하는 제도가 아니라고 한다. 우리나라나 일반적인 나라들에서는 군 전체의 전략적 목표를 사병이나 하급 군관까지 다 안다면 그들이 포로로 잡혔을 때 전체 전략이 유출될 우려가 있기에 하급 군관이나 사병들이 대전략적 정보를 알지 못하도록 하는데 이스라엘은 그와 달랐다. 사병들도 자긍심을 가지고 고급장교보다 자신이 못하다는 생각을 가질 이유가 없는 군문화였다. 이러다 보니 사회나 업무에서의 결정권이 타자가 아닌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주인의식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충만하며 창업에도 손쉽게 뛰어들고 실패시에도 거듭 지원한다고 한다. 한국처럼 대다수가 창업하지만 실패하면 그걸로 끝내는 구조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의 신생기업들이 유럽 전체에서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보다 더 많은 지경이다. 스웨덴이 복지의 나라가 된 것과 같이 이스라엘이 창업 강국이 된 것도 문화적 독특함의 발로였던 것이다.

 

본서는 이렇게 각국의 역사와 문화와 경제적 흐름과 특징을 아우르는 서술을 하고 있다. 현재의 특징을 가져다준 과거의 영향력은 무엇인지, 각 나라만의 독특한 문화가 독보적 경제적 특징을 어떻게 불러오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물론 370여 쪽이라는 분량에서 30개국이 넘는 나라를 언급하다 보니 다소 간략히 하고 넘어간 대목들도 있어서, 언급하는 나라들 숫자를 좁히고 좀 더 풍부한 이야기를 펼쳤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다소 남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본서의 기획의도와 그에 맞는 전개가 대단히 많은 사람들에게 매혹적인 주제라 여겨질 만할 것이다. 오랜만에 역사와 문화, 경제의 콜라보가 돋보이는 괜찮은 책을 만났다. 다른 분들에게 권해도 큰 실망을 안겨드리지는 않을 책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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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이즐라탄탄 2023-11-26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군대와 이스라엘 군대 간의 세부적인 차이를 조금이나마 알게 된듯 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이하라 2023-11-26 23:22   좋아요 1 | URL
이스라엘 뿐 아니라 등장하는 각국의 문화적 특징과 그 배경이 되는 역사를 통해 지금의 경제적 특성을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너무 축약한 대목 외에는 상당히 몰입하게 하는 책입니다. 긍정적인 반응 남겨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즐라탄님.
 
도표로 읽는 불교 교리 - 법상 스님의 해박하고 유려한 필치와 용정운 작가의 도표로 한눈에 들어오는 불교 교리 입문서 도표로 읽는 시리즈
법상 지음, 용정운 그림 / 민족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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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교리에 관한 책들은 꾸준히 읽어오기는 했지만, 불교 교리에 관한 독서 사이의 텀이 너무 길다 보니 늘 새로운 책을 읽는 것만 같다. 잇따라 읽었더라면 복습 효과가 망각의 효과보다 컸지 않을까 싶다. 몇 년 주기로 읽다 보니 이미 다 이해했던 것 같은 대목도 잊고 말았다.

 

[도표로 읽는 불교 교리] 같은 경우 불교 교리에서 근본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보니 잊고 있던 인간과 마음에 대한 이해가 다시금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삼십칠조도품 중 인간 이해와 마음 이해에 근본적인 내용들이 펼쳐져 있다. 분량이 많고 상세하면서도 학술적인 해설의 책도 보았고 그 책들도 깊이 있게 부처님 말씀을 파고들어 가르쳐 주시는 건 맞지만 살갑기는 이 책만 하지 못한 것 같다. 본서는 딱 이해하기 쉬운 설명이 남다르지 않나 싶다.

 

부처님 가르침 자체가 서로 유기적으로 이해시키고 마음공부에 들어설 수 있도록 안배하신 가르침이지만, 딱딱하고 학술적으로 풀이하자면 한없이 차갑고 견고해 보이는 것도 사실인데, 이 책은 이해와 다가가기 쉬운 설명에 다시 불교 교리를 접하면서도 반가운 마음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십이연기에서 행과 유의 차이를 식별하기엔 아직 공부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사실 나는 과거 기독교였던 사람이고 부처님과 부처님 가르침을 사랑한다고는 해도 창조자의 존재를 기독교와는 다른 견해지만 아직 믿고 있는 관계로 불교인이라고는 할 수 없는 사람이다. 더군다나 무분별을 말씀하시는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다르게 무분별의 길과 생에 대한 몰입의 길이 공존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인도의 탄트라와 불교의 밀교 가르침과 같은 생의 애와 취를 이용한 방편도 깨달음에 이르는 길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번뇌 즉 보리가 이와 다른 견해는 아니라 여기기도 한다. 무분별의 중도와는 다른 편향의 길, 만끽의 길도 결국에는 하나의 결론에 다다르는 다른 방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불교와 탄트라를 모두 알아야 할 필요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탄트라가 내 심장에 닿은 온도가 너무 강렬했었던지도 모르지만 부처님의 가르침도 그 못지않게 뜨거웠다. 이 두 길에서 중도를 찾고 싶다. 좀 더 걸으며 방법을 찾아봐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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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한 번에 합격하는 초압축 암기법 - 1년 만에 행정고시 합격한 ‘신림동 전설’의 3배속 암기의 기술
이형재 지음 / 빅피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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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인 암기 기법이 제시된 책이라기 보다는 수험 특히 고시 수험 전반의 공부 솔루션을 제시하는 책으로 보인다. 딱히 실용적인 암기 기법을 찾지 못했다. 암기하기에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면 좋은지에 관한 팁을 전하고 있다. 수험생은 일독할 만하고 일반 독서가에게는 별 감흥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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