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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를 펼치면 돈의 흐름이 보인다 - 다가올 기회를 읽는 30개국 세계경제기행
박정호 지음 / 반니 / 2023년 10월
평점 :
[세계지도를 펼치면 돈의 흐름이 보인다]는 세계지리와 돈의 흐름 즉 세계의 부의 차이와 그 흐름을 논하는 제목이기에 제목만으로도 관심이 가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본서에 대한 리뷰를 하기 전 출판사 리뷰와 겹치지 않기 위해 출판사 리뷰를 읽어봤고 최대한 중복되지 않는 사례만으로 올리고자 한다.
본서는 아마도 처음 집필시의 의도는 부의 흐름과 30개 국가라는 설정으로 기획된 책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언급된 소항목 중 ‘지구에 남은 마지막 성장엔진, 아프리카’와 ‘이들은 왜 영세중립국이 되었을까’ 그리고 ‘인류의 손이 닿지 않는 미지의 영역, 다리엔 갭’ 등 대륙 자체나 여러 국가 또 특정 지역만을 주제로 하기도 했기 때문에 [다가올 기회를 읽는 30개국 세계경제기행]이라는 부제와는 다소의 항목의 차이가 있기도 그리고 모든 장의 소 항목을 합하면 29개이기도 해서 ‘30개국’이라는 정의는 좀 더 독서가의 주목을 끌기 위한 카피 문구가 아니었나 싶다. 정확히는 다리엔 갭을 제외하고도 30 여 개국 중 한 도시에만 주목한 항목(마카오)도 있다.
상식적인 역사지만 본서를 통해 처음 주목한 건 영국이 300년간 세계의 중심이 된 게 비단 식민지 건설에 앞장서 왔기 때문만이 아니라 국가 내로 자본을 유입하기 위해 특허법을 제정한다거나 유입된 자본들을 보호하는 정책들에 열려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 특허법의 영향으로 유럽 각국에서도 창작자의 권리가 보호되고 중시되는 기풍이 마련된 것이다. 독일이 실용신안에 대한 법조항을 명문화한 것도 특허법 제정 이후 발전상을 보여준 영국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며,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의 헌법 1조 8절 8항을 보면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항목이 있는데, 이 역시 영국과 그 이후 독일 등 유럽의 영향력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국가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미국이 독립하는 초창기부터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카오는 아편전쟁 이후 개항한 홍콩보다 300년이나 앞서 개항한 지역으로 포루투갈의 조차지 정도의 입장이기는 했으나, 홍콩처럼 지역의 권한이 완전히 타국가에 넘어가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편전쟁 이후 홍콩 등에서 중국의 권한이 위축되고 독립지역처럼 변해간 타 조차지들의 변화를 목도하고 포루투갈도 마카오에 대한 실권을 중국에 요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동안 마카오의 바람이 가라앉고는 매춘과 마약의 이 도시는 버림받을 운명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도박과 금융업의 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미 세계 각국의 항로에 중시되던 항구이던 전적 덕분에 여러 국가의 법률에 문제 될 여지가 없으면서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경제적 이해를 터득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도박과 금융의 도시로 순조롭게 변모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이 창업 강국인 것은 본서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이스라엘과 무역을 하는 회사 사람들과 크리스찬들 외에는 이스라엘에 대한 정보에 익숙할 사람이 국내에는 그다지 없을 것 같다. 이스라엘이 창업 강국인 이유는 그들의 평등한 사회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전 국민의 대다수가 남녀 할 것 없이 의무 복역을 하는 나라이기에 군 전역 후의 군시절 보직에 따른 사회적 대우 기준도 명확하며, 예비군 훈련에서도 사회에서 자기 부하직원이 예비역 장성이거나 한 경우도 있고 부하직원과 상사의 예비군 계급은 역전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사회적 차별이 덜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군병력이 너무 적어서 상급자가 교전 중 사망시 하급자가 해당 지휘관의 정보를 알고 있어야 직무를 계승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나 미국 같은 나라처럼 사병이나 중간 계급 군인들은 군의 대전략적 지시사항을 전혀 모르고 바로 지시하는 대로만 명령을 수행하는 제도가 아니라고 한다. 우리나라나 일반적인 나라들에서는 군 전체의 전략적 목표를 사병이나 하급 군관까지 다 안다면 그들이 포로로 잡혔을 때 전체 전략이 유출될 우려가 있기에 하급 군관이나 사병들이 대전략적 정보를 알지 못하도록 하는데 이스라엘은 그와 달랐다. 사병들도 자긍심을 가지고 고급장교보다 자신이 못하다는 생각을 가질 이유가 없는 군문화였다. 이러다 보니 사회나 업무에서의 결정권이 타자가 아닌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주인의식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충만하며 창업에도 손쉽게 뛰어들고 실패시에도 거듭 지원한다고 한다. 한국처럼 대다수가 창업하지만 실패하면 그걸로 끝내는 구조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스라엘의 신생기업들이 유럽 전체에서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보다 더 많은 지경이다. 스웨덴이 복지의 나라가 된 것과 같이 이스라엘이 창업 강국이 된 것도 문화적 독특함의 발로였던 것이다.
본서는 이렇게 각국의 역사와 문화와 경제적 흐름과 특징을 아우르는 서술을 하고 있다. 현재의 특징을 가져다준 과거의 영향력은 무엇인지, 각 나라만의 독특한 문화가 독보적 경제적 특징을 어떻게 불러오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물론 370여 쪽이라는 분량에서 30개국이 넘는 나라를 언급하다 보니 다소 간략히 하고 넘어간 대목들도 있어서, 언급하는 나라들 숫자를 좁히고 좀 더 풍부한 이야기를 펼쳤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다소 남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본서의 기획의도와 그에 맞는 전개가 대단히 많은 사람들에게 매혹적인 주제라 여겨질 만할 것이다. 오랜만에 역사와 문화, 경제의 콜라보가 돋보이는 괜찮은 책을 만났다. 다른 분들에게 권해도 큰 실망을 안겨드리지는 않을 책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