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퍼슨
크리스틴 루페니언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밀레니얼의 사랑과 섹스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 아니다.
관계(특히 젠더 관계)에서 발생하는 가학/피학적 역학에 대한 스케치다.

내게 이성애 섹스가 재미없고 피곤한 이유(나에게는 피곤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즐겁고 희열이며 지식이자 예술로도 다뤄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좀 하려고 하는 요즘이다)는 권력의 비대칭 혹은 낙차가 존재하며, 관계를 둘러싼 참조할 만한 다양한 각본들이 문화적으로 과잉 생산되어 있고, 그것을 재료 삼아 일종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른바 섹텐. 섹슈얼텐션. 그러니까 텐션.

삶의 어느 시점부터 나는 지나치게 긴장을 하는 몸으로 변했고, 그래서 게임같은 관계에는 임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게 너무 보여서 일지도. 나는 솔로, 환승 연애 이런 프로그램 너무 끔찍하다.) 이런 생각 역시 내 머리가 좀 썩어서라는 걸 인정한다. 관계를 통해 생겨나는 순간들이 그저 힘의 작용이나 이해관계가 아니라 친밀하고자 하는, 보호하고자 하는, 다정한 동기로 이루어진 온기의 교환이기도 하단 걸 알고 있다. 알고는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음. 말을 아끼겠다.

행위 혹은 말의 이면에 대한 곤두섬없이 관계를 내 좋을대로 낭만화했던 과거를 떠올리면 나의 비관적인 시선은 일견 타당하다. 염두에 둘 것은 ‘일견’이어야 한다는 것. 이견. 삼견. 사견. 인류애를 꽤 많이 잃어버린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필요하다. 기왕이면 치열하게 골라진 시선이었음 해서 책을 읽는다.


*표제작 <캣 퍼슨>

극장에서 만난 20살 여자 아르바이트 생이 자신과 첫 경험일 거라 기대한 34살 뱃살 남의 웃픈… 섹스 이야기. 그냥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좀 잘 하지 좀… 아니다. 이것도 틀린 말 같다. 니가 뭘 아냐. 에그. 니가 뭘.

‘뭘 모르는 여자’를 좋아하고, 그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는, 그런 식으로 섹스 판타지를 구축하는 남성성에 대해 난 질문하고싶다. 동등한 관계, 평등한 관계는 끌리지 않나요? 그렇다면 그남들에게 대체 섹스는 뭐지? 물론 반대의 질문도 가능하다. 언젠가 마리 루티는 자신의 책에서 이런 종류의 말을 쓴 적이 있다. 여성은 복종을 성애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나쁜 아이>

섹스로 이것 저것 다 해볼 수 있는 시대(인지는 모르겠다)의 판타지란 이렇게 진부하다. 진부한 섹스의 진부한 폭력. 진부한….

나는 BDSM이 우려스럽다. 도대체 그게 쾌락이 되는 이유가… 알고 싶지 않다. 나는 물리적 폭력이 싫다. 정말 싫다. 어린시절에 경험한 물리적 학대는 근막에 남는다라는 말을 어디서 읽은 적이 있다. 폭력은 몸에 새겨진다. 사유는 머리로만 하는거라 믿고 싶은 데카르트스러운 사람들에겐 안타깝지만 현대의 신경과학-뇌과학이 부단히 해체하고 있는게 바로 머리(의식)와 몸(신체)의 이분법이다. 언어가 신체에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물리적 폭력은 더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에 법이 규제하는 것이다. 상추만 던져도 특수 폭행이 성립되는 게 현대의 법 체계인데 왜 섹스는 사적인 영역이라 법이 개입하면 안되는 거지? (그걸 하자는 것도 아니며 거기에 대해서 논할 건 아니다.)

BDSM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을 여전히 이해하고 싶지는 않지만)가 단순히 금지의 위반에 대한 쾌락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그 디테일한 완급 조절에 대한 쾌감을 즐기는 것이라면… 스스로를 혹은 계약서를 과대평가하는 자아감이 우려스럽고, 그러한 성관계를 통한 무력감 혹은 통제감의 회복이 목적이라 항변한다면 섹스 말고 다른 관계부터.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어떻게 때리는 게, 지배하고 복종하는 게 사랑이 되냐. 그걸 못하게 세세하게 법률로 만들어온 인류와 문명이 폭력이냐? 그래 그게 폭력이라고 치자. 내가 또 너무 모르고 막 쓰는 것 같아서 지금 당장 좀 찔리니까 관련된 책을 읽어야... 에휴... 그래... 읽자... 세상은 넓고 사람들은 책을 쓴다.

근데 아니, 이걸 왜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도 나는 모르겠는 데 (아, 페미니즘은 이토록 나를 과계몽시켜버렸도다. BDSM을 쿨내나는 힙으로 여기는 거에 진짜 포르노 문화가 없다고 할 건가? 쓰면서 점점 짜증이 올라와서 밥을 먹으러 다녀왔다. 그런데 이제 졸리네.🥱)

우리는 도를 넘는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을 보면서 혀를 쯧쯧 찬다. 그들이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으며, 어떤 식으로 합리화하는지 살펴보고 싶다면 이 단편을 추천한다. 전형적임. 나는 꽤 오랜 시간 이 문제에 대해서 천착했고 이제는 힘을 휘두르는 사람에 대해서는 별로 흥미가 없다. (재미도 없고, 뻔하다.) 자신에 대한 통제권을 스스로 넘겨주는 사람에 대해 차라리 관심이 더 많고 그들의 ‘복잡함’을 어떤 의미로는 이해한다.

그렇다고 내가 이 소설 속의 남주에 이입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가져야 했다. 최소한의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그런 의미에서 관계는 대칭적이다. 아니다. 방금 한 말은 취소, 취소다.

삶에 대한 통제권은 물론 신체에 대한 통제권까지 고스란히 반납하게 만드는 존재 내 결여…를 들여다보는 것 보다 나 자신을 아예 잊어 버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좀 알고 있다. 그것은 정도의 문제이며 삶과 사람이 그래서 컴플리케이트 한 거다.

그러므로 그러니까 그러지 말라는 거다. 그러지 말자는 거고. 운전대 꽉 잡아라. 자기 인생의 운전대는 자기가 잡고 가는 거고 가다가 실수로 사람을 치면… 보험이 있잖아요?은 헛소리고 암튼 운전대 옆 사람한테 내주지 말라는 소리다.


*<좋은 남자>

이 소설은 진짜 징그럽다. 솔직히 말하면 작가가 대단한데, 좋지 않은 의미로 대단하다. (그래서 난 이 책에 별 다섯을 쾅쾅쾅쾅쾅 박기로 한다) 어떤 종류의 인간이 가지는 지저분한 심연을 이렇게까지 알려주다니 감사합니다. 놀랍습니다. 놀랬고요. 막판에 단지 사랑받고 싶었다고 말하는 주인공에게 똥 싸고 있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아.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사랑 뭐냐. 참내...


*<풀장의 소년>

“(307)그는 피뢰침 같은 존재다. 그뿐이다. 앞뒤 가리지 않는 거친 에너지를 받아내는 피뢰침. 욕망이 향하는 대상일 뿐, 욕망이 생겨나는 근원은 아니다”

욕망이 향하는 대상과 욕망이 생겨나는 근원이라는 미묘한 어감의 차이에 대해서. 아리까리 잘 모르겠어서. 생각해 봐야지. 요즘 나를 사로잡고 있는 욕망은 책 구매욕…인데. 대상이자 근원임.


*<겁먹다>

요 단편이 소설집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가학적인 권력’ 혹은 ‘권력의 도취’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듯. 크리스틴 루페니언이 특별히 이 문제에 천착하는 이유가 독자를 어떤 사유의 장으로 안내하기 위함이 아닌 정말로 이러한 권력‘관’에서 비롯된 스스로의 투명한 시선의 반영이라면 문득 난 정희진의 말을 좀 옮겨주고 싶다. 권력(힘)은 *영향력/책임감*이라고. 그것을 잘 다루는 것은 어렵지만 책임감으로 권력을 이해하는 사람도 세상에는 존재한다고 말이다.


*<성냥갑 증후군>

오래 전 연애 경험이 떠올라서 현타왔다. 확실히 나는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 평생의 목표는 셀프 럽~이 되시겠다.


*<죽고 싶어 하는 여자>

고통이 자아의 경계를 결정짓는 자아감을 가늠하는 척도라면 오랫동안 고통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밀도 높은 폭력에만 자아감/존재감을 느끼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때려달라고 한다고 때리지는 말자. 문득 생각나는 건 <노멀 피플>의 코넬인데… 코넬 정도만 되면 정말 훌륭한 이성애자 남성이구나 하게 되는 것이 서글프다. 이성애 여자들은 언제까지 남자 보는 눈을 낮춰야 하는가?


*

나는 미국의 젊은 소설가 크리스틴 루페니언이 아주 예리하게(그리고 무척이나 비관적이고 가학적인 방식으로) 사적인 관계 안에서의 역학 관계를 꿰뚫는 이야기를 썼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소설들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내가 읽은 소설이 많지가 않아서, 이 책은 내게 별 다섯 개다. 다만 작가의 인간 혐오를 충분히 이해하는 동시에 동의하지는 못하겠다. 나 역시 인간에게 이런 면이 있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어 버렸다. 알기 싫었는데. 투덜투덜. 그런데 이런 *면*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 책이 정말로 밀레니얼의 섹스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맞다면 그 까닭은 보편화된 포르노/이미지/판타지가 장치로 전제로 등장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젊은 사람들이 백신처럼 이런 소설을 읽어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판단은 독자의 몫. (의외로 나이 지긋한 여성 독자들에게서 열광적인 공감의 메일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모든 단편이 다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단편에서 생각이 많아졌고, 읽어볼 만한 단편 몇 편만 추려서 휘리릭 썼다. 나중에 소설 집을 다시 한번 읽어볼 생각이 들어서 중고로 구매했고, 구매한 중고에는 섹쉬한 표지가 없어서 초금 서글펐다. 어쨌든 <82년생 김지영>처럼 읽는 사람이 할 말이 없으면서 많아지게 만드는 소설인 건 확실하다.

(이 리뷰를 읽고 마음이 동해 읽으신다면…. 읽고 난 뒤 꼭 트랙백 걸어주세요!)


(캣퍼슨)마고가 침대에 앉아 있는 동안 로버트가 허리띠를 풀고 바지를 발목 밑으로 내리다가 아직 신발을 신고 있었 다는 걸 깨닫고 허리를 숙여 신발 끈을 풀었다. 어정쩡하 게 몸을 숙인 자세, 털에 가려진 물렁하고 불룩한 배를 보며 마고는 생각했다. 아, 싫다. 그러나 그녀 자신이 발동을 걸어놓고 이제 와서 중단하려면 얼마나 많은 것이 요구 될까, 생각만 해도 까마득했다. 대단한 재치와 상냥스러움이 요구될 테지만 그녀로서는 도저히 그런 수준을 보여주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의 의사에 반해 그가 억지로 그녀에게 뭔가를 시킬까 봐 두려운 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모든 것을 주도해 놓고 이제 와서 그만두자니 마치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해놓고 정작 음식이 나오자 마음이 바뀌어 돌려보내는 꼴이다. 마고는 자신이 변덕스럽고 제멋대로 구는 것처럼 비칠까 두려웠다. 그녀는 저항감을 억누르려고 위스키를 한 모금 마셨다. - P37

(좋은남자) 그는 그녀에게 진실을 말할 생각이었다.
앤절라가 흐느낌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를 때 테드가 말했다. "이게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거 당신도 알잖아" 침묵이 흘렀다. "뭐라고?" 앤절라가 말했다. "난 당신한테 늘 정직했어" 테드가 말했다.
"언제나, 이 관계에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처음부터 말했잖아. 내 말을 믿을 수도 있었는데 당신은 내 감정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안다고 판단했어. 내가 가벼운 관계를 원한다고 말 했을 때 당신도 같은 것을 원한다고 거짓말을 했어. 그러고는 뭔가 특별한 관계로 만들려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기 시작했지. 나는 원하지 않았지만 당신은 우리 둘의 관계를 진지한 관계로 만들고 싶어했고, 그러지 못하자 상처받았어. 알아. 하지만 당신한테 상처를 준 건 내가 아니야. 당신이 그런 거야, 내가 아니라. 나는, 나는 그저 당신 이 스스로 상처를 입히는 데 이용당한 도구일 뿐이야" 앤절라가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작게 기침을 했다.
- P196

(좋은남자)
그는 절대로 털어놓지 않았지만 그 이유는 애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이다. 그저 충실하게 의무를 다하는 것 같은, 약을 먹고 있는 것 같은, 혹은 채소를 먹고 있는 것 같은 표정. 으음 내 삶은 완전히 엉망이 되었으니 차라리 테드와 섹스하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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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5-13 17: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좀 그랬(?)었는데 공쟝쟝님의 리뷰를 읽으니까 완전 흥미가 생기네요~!!
트랙백이 뭔지는 모르지만 새책을 구매한다면 땡투 하겠습니다~!!

공쟝쟝 2023-05-13 20:33   좋아요 2 | URL
단편마다 편차들이 있긴한 데, 제가 적어둔 단편들은 읽을만 합니다.

책먼지 2023-05-13 22: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BDSM의 어디가 힙하고 쿨내..??? 쟝님 말씀처럼 세상은 넓고 책은 많지만.. 폭력이 대체 어떻게.. (말잇못) 인용해주신 37쪽은 진짜 미치겠네요. 마고야 나가! 제발 나가라고!! 음식도 맘에 안 들면 돌려보내고!!!
꼭 ‘변덕스럽고 제멋대로 구는 것처럼 비칠까’ 두려워서는 아니지만 뭔가 말도 안되는 어떤 두려움 때문에 훨씬 더 파괴적인 일을 그냥 감내하는 저 마음은 알 것 같기도 하면서요ㅠㅠ (거절 공포증 극복못하면 약혼 당할 수도 있다는 쟝님의 짧지만 강렬했던 감상평이 떠오르네요)

공쟝쟝 2023-05-14 21:44   좋아요 1 | URL
후….. 일단은 <그레이의 그림자>… 가 있고요… 넷플릭스에 <모럴센스> 라는 한국 영화가 있습죠. 막내 서현 나오길래(소녀시대 좋아함) 보다가 읭??잉?? ㅋㅋㅋ 그런데 끊을 수 없어서 다 보고 난 뒤…. 세상이 참 문제다 문제여… (꼰대 마인드 ㅋㅋㅋ) 내 안의 유교 걸… 아 어쩌란 말이냐….
사회의 정상성의 기준과 규범이 너무 높은 건 사실이고 문제인데, 왜 섹스는 비정상적인 섹스를 해야만 더 진보적으로 느끼는 걸까요? 그건 *남성사회 기준의 진보* 아닌감?ㅋㅋㅋ 안하는 게 젤루다가 급진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ㅋㅋ 그렇다고 딱히 제가 진보급진을 실천하고 있는 건 아니고요… 혼자가 편합니다…ㅋㅋㅋ

저는 마고도 딱히 이해는 안가지만 로버트씨… 쌤통입니다…ㅋㅋㅋ

persona 2023-05-14 0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캣퍼슨은 뉴요커에 대박 소설 있다고 입소문이 나서 그때 읽어보고 징글징글하다고 나가떨어졌었지요. 근데 ㅋㅋㅋ 번역서 나왔다고 반가운 마음만 가지고 저도 샀어요. 근데 아직 읽을 자신은 없어요. ㅠㅠ
루페니언이 대단한 작가이긴 한 것 같아요.

공쟝쟝 2023-05-14 21:47   좋아요 1 | URL
저는 페미니즘을 읽으면서 인간사가 웬걸 다 권력관계로 보여가지고 (지금까지 30여년 살아온 나의 삶까지도) 공황+우울 상태에 빠진 적이 있어요. (그리고 고민이 더 깊어져 결국 푸코를 읽기로 했다) 여튼 쭉 더 더 더더 이러면서 새로 덧붙여진 시각에 생각을 후벼파다 보니… 지금은 그런 시선으로 봐도 세상이 그렇게까지 비관적이지는 않게 보이거든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할 수 있는 삶과 관계들도 보이기 때문에 ^^

근데 분명히 루페니언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볼 필요가 좀 있긴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그런 식으로 당하지 않기 위해.
여전히 인간에 대해 낙관보다는 비관적인 시선이 더 우세하긴 하지만 루페니언의 인간혐오ㅋㅋㅋ는 못따라가겠어요ㅋㅋ
그런 의미에서 별 다섯입니다!

은오 2023-05-14 08: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환승연애 나는솔로 이런거 좋아하는데 다양한 인간군상 구경하고 관찰하는 재미로 봐요. 합숙 리얼리티 프로그램 너무 재밌는게 그 안에서 다양한 상황이 벌어지는데 거기 대처하는 인간들이 너무 찌질하고 추해지는거 보면 아 저러지 말아야지.... 반면교사 삼게 되기도 하고 그안에서도 매력적이고 잘 대처하는 사람이 보이면 신기하기도 하고 ㅋㅋㅋㅋ
글고 노멀피플 보고있는데 반갑네요!!! 얘네 이제 대학갔는데 아 코넬.... 얘 정신차리나요? 정신차리겠죠? 일단 다 보고 다시 얘기하는걸로 ㅋㅋㅋㅋ
이거 저도 땡투하겠습니다 쟝님!! 저도 마음이동함 너무재밌을거같음 ㅋㅋㅋㅋ

공쟝쟝 2023-05-14 21:53   좋아요 1 | URL
아.. 보면 재밌겠죠? ㅋㅋㅋ (사실 재밌게 볼까봐 안보는 것도 있음) 안보는 채로 까서 좀 그렇긴 한데. 다른 건 모르겠고… 그걸 안보는 이유는… 그게 정상처럼 보인달까?….

저는 솔로가 더 정상(?)이고 연애 중 보다는 연애 안함이 더 디폴트고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데, 그런 식의 짝짓기 프로그램+로맨스까지도 일종의 게임으로 치면ㅋㅋㅋ 인연이 맺어지기 위해 달려가는… 그런 서사랄까요? ㅋㅋㅋㅋ
너는 내 운명.. 제 짝은 있다.. 짚신도 짝이 있다 ㅋㅋㅋ 만날 사람은 다 만나게 되어 있다… 뭐…. 그런 담론들이 몸에 새겨지는 것 같거든요.

은오님은 애긔애긔라 아직 모르겠지만, 삶의 어느 시기에 미친 듯이 청첩장을 받는 날이 와요. 그럴 때 나는 묻는 거죠. 내가 문제인가?? 내가 아무리 문제가 없다고 말해도 사람들은 나를 하자있는 존재로 여겨요 ㅋㅋㅋ 저는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기 위해서 미친 사람(ㅋㅋㅋㅋ) 처럼 책을 읽었고요. 니들이 틀렸어! 결혼제도 엿바꿔먹어! (푸코 돋넼ㅋㅋ)

그래서요. 그냥 남들이 다 보고 남들이 다 저게 맞나보다… 그렇게 가던 삶에서 나를 비난하기 싫어서 어떤 것들을 안보기 시작하니까, 정말로 세계관이 더 이상해졌지만ㅋㅋㅋ 내 인생이잖아요ㅋㅋ? 그런 나 자신에 대해 지금은 매우 만족합니다.

코넬은… 아아. 코넬… 저는 코넬에 이입했어요…ㅋㅋ 다 읽고 제 <노멀피플>독후감 읽어주실거죠?
알라딘 서재 막 재미붙이던 시절의 귀요미 독후감일것입니다 ㅋㅋㅋ

얄라알라 2023-05-14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님께서 단편 하나하나 세심히 소개해주셔서 읽지 않고도 친근해지긴 했지만, 작년인가 알라딘 서재에서 제목을 기억해두었다가 [수영장 도서관] 읽었을 때의 정서적 충격이 생각나서 망설여지기도 하네요 ㅎ

게으른 저는 은오님의 리뷰를 기다리겠습니다. 땡투하시겠다니 이미 반은 읽으신 바와 같습니다 ^^

공쟝쟝 2023-05-14 21:21   좋아요 1 | URL
얄라님… 저는.. 부끄럽게도… <수영장 도서관>을 읽지 못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 책은 걸드문트님과 잠자냥님이 좋다고 하셨는데요? 여름이고 도서관이고 수영도 하고 찐하다고(?)해서…. 도전했다 장렬하게 실패했음… 제가 거기까진… 아직…. 허허…..
그러므로 제 페이퍼를 읽고 정서적 충격을 받으신 얄라님이 승자! ㅋㅋ

2023-05-15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9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젊은 ADHD의 슬픔
정지음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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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 읽기 시작했지만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해야하는 이유를 알게된 독서였다. 세상의 평균이 지나치게 높은 건 사실이지만 개인의 취약함이 착취적 관계의 방패가 되어선 안될테고, 삶은 치유의 대상이 아니라 사유의 과정이어야 함을 보여주는 젊고 힘있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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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5-13 10: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설적이지만) 잘 설계된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없었다면, 성과를 너무 강요하는 세상이 아니었다면, adhd는 개인에게 비정상의 증거가 아닌 재밌는 개성이었을 거다.(사실 나에겐 지금도 그렇다.) 이런 종류(정신질환의 경험을 다루고 있는)의 책이 그렇듯 읽다보니 나도 adhd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건 덤... 집중력 휘발의 문제는 병리적으로 다루기 전에 사회적으로도 다루는게 훨씬 유의미하다 싶어 다른 독서로 넘어가는 중..

잠자냥 2023-05-14 11:19   좋아요 6 | URL
이보게 리뷰를 그냥 쓰지…..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5-13 10:24   좋아요 4 | URL
백자평 연습중입니다 ---!

독서괭 2023-05-13 13:43   좋아요 2 | URL
백자평 썼지만 할말이 많아서 늘 댓글을 추가하는 쟝쟝님 ㅋㅋㅋ 백자평도 쓰고 리뷰도 쓰고 많이 쓰시면 좋죠!!

공쟝쟝 2023-05-13 20:33   좋아요 2 | URL
....ㅋㅋㅋ 할말이 많습니다 ㅋㅋㅋㅋ

은오 2023-05-14 08:20   좋아요 3 | URL
쟝님은 그냥 할말이 많은 사람이라 계속 연습하는것보다 알라딘에 500자평 만들어달라고 건의하는게 빠를겁니다

단발머리 2023-05-13 11: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연습은 무슨 ㅋㅋㅋ 이미 백자평 맛집일세 ㅋㅋㅋㅋ 이제 그만 리뷰를 쓰게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5-13 20:34   좋아요 1 | URL
다른 책 리뷰를 썼슴당 ㅋㅋ

책읽는나무 2023-05-13 17: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늘 공쟝 님만의 사유가 담긴 멋진 백자평!
백자평 달인은 바로 당신.
공쟝쟝 님 이십니다.^^
리뷰 쓰면 또 사유 깊어지겠구먼요ㅋㅋㅋ


2023-05-13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13 2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름만 아는 언니들이 열심히 싸우고 계셔서 즐거운 현장. 근데 이렇게 싸우면 가부장제도 좀좀따리 해체되는 거 맞쥬?…
암튼 잘 싸우시고 응원합니다!!!
저는 찬찬히 페미니즘 읽으면서 생각하고 또 쓰고 떠들도록 하겠지만… 당분간은 재밌는 거를 더 읽으려고요!!

심귀연의 기후위기 시대의 페미니즘과 신유물론은 페미니즘이 기후위기로 인해 긴박하게 마주한 자연과 물질성의 문제와 페미니즘의 ‘몸‘과 ‘행위‘, ‘행위자’의 문제에 대한 사유를 교차시킨다. 메를로-퐁티를 경유하여 버틀러, 그로스 버라드, 아메드 데이비스 등의 논의를 소개하고있다. *버틀러에 대한 버라드의 비판, 그에 대한 아메드의 비판, 이어지는 데이비스의 비판은* 앞선 김남이의 글과 궤를 같이하며, 버틀러의 ‘몸‘이흔히 지적되는 바 담론적으로 구성된 수동적 신체가 아니라 자연-문화적으로 결합된 몸으로서 "관념적인 것도 아니며, 물질적인 것도 아니다. 또 그 몸은 관념적이며 물질적이다"라고 설명한다. 버틀러적 몸 개념의 ‘성차‘에 대해서는 두 글이 다소 다른 견해를 피력하므로 비교하며 읽는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 P6

즉, 아메드가 보기에 신유물론은 자신의 학풍을 구성하기 위해서 동시대 페미니즘 이론들이 모든 물질을 문화나 언어로 환원했고, 물질을 망각해왔으며, 반생물학주의에 근거해 있다고 규정하는 제스처를 반복적으로해오고 있다. 그녀에 따르면 그런 제스처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더 큰문제는 그런 제스처가 기존의 페미니즘 사상의 계보 내에 있는 다양한물질 이론과의 대결을 삭제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런 제스처의 정확한사례로 그녀는 캐런 버라드를 든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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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5-08 08: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캐런 버라드가 누구야…. 하며 찾아보다가 누구랑 누구랑 싸우는 지도 궁금해서 목차를 보다 보니 (저는 그분들을 모름) 반가운 이름이 있네요?

잘 못 이해할 것 같지만 사야할까요… 🤔

공쟝쟝 2023-05-08 08:56   좋아요 2 | URL
사라 아메드 나오고요 ㅋㅋㅋ🥹

건수하 2023-05-08 09:08   좋아요 0 | URL
아메드 읽다가 잤는데 아침에 보고 반가워서 ㅎㅎㅎ

공쟝쟝 2023-05-08 09:18   좋아요 2 | URL
버라드가 저술한 책은 아직 없고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고요ㅋ 양자역학ㅋㅋ), 그냥 페미니즘 최신 담론 어찌되는 건가 살펴보는 데에는 의의가 있을 것 같고.. 그런 것이 한글로 된 책으로는 저는 이 책이 처음인 것 같아 읽어보고는 있는 데... 어려워요! 어쨌든 제가 찾아 읽을 수 있는 최전선(?) 이론은 이론이고, 글은 글이고 지금 제 수준과 현실에서 더 가려운 곳을 긁어지거나 더 따끔하게 해줄 책을 찾아 또 읽어보는 일은 계속 하도록하려고용...

건수하 2023-05-08 09:20   좋아요 2 | URL
https://m.hani.co.kr/arti/culture/book/970735.html#ace04ou 이거 좀 훑어보다가 껐어요… 🤣

공쟝쟝 2023-05-08 09:39   좋아요 1 | URL
저는 그래서 아톰익스프레스를 미리 사놨습니다 ㅋㅋ
임소연씨 이 글이 나온 단행본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은 얼마전에 읽었네요 ㅋㅋ

건수하 2023-05-08 10:31   좋아요 2 | URL
아 그 책에 나오는 글이었군요? 사놓고 안 읽은 책만 다 읽어도 유식해지겠… 😅
 

정지돈 읽다만 책에서 가장 웃었던 일화.
나도 조지 오웰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1984를 읽다가 너무 촌스러워서 참을 수 없어서 결국 읽다 말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일화를 읽고 조지 오웰을 읽을까 싶었다는 하나마나한 소리.
금정연의 징징은 이제 좀 알겠고,
정지돈의 헛소리는 친구님 때문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다.

장강명에 이어서 소설은 안 읽지만 산문을 계속 읽게 되는 작가 부류에 정지돈 좀 넣어볼까 싶음. 다만 그의 얼굴은 궁금하지 않다. 하…… 알게 되더라도 알려주마세요! 과잉정보사회의 폐해 ㅋㅋㅋ

앗 이런 문장의 밑줄도 찾았는데 “(80) 일기란 본래 남이 읽으면 안 되지만 언젠가는 읽히게 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그런 속마음과 유사하다. 몰랐으면 하지만 알아줬으면 하는 것.” 


일기 훔쳐보는 재미가 있는 신세경 닮은 친구님이 피식 웃기를 바라면서.

그나저나 파리가고 싶네. 내일이 안왔으면 좋겠어서 글루미한 오후다.



정연씨는 두 달 동안 스페인과 프랑스, 영국 삼 개국을돌며 조지 오웰의 발자취를 좇고 있었다. 파리에는 사박 오일 머물 예정이며 방문해야 할 장소는 서른다섯 곳입니다.
금정연이 말했다.
-조지 오웰 좋아해요?
내가 정연씨에게 물었다. 조지 오웰은 우리가 진심을 다해 좋아하기엔 너무 유명한 작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물론 유명한 것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데 흠이될 순 없다. 다만 유명세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시시한유명세와 심연의 유명세. 조지오웰, 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르만 헤세, 무라카미 하루키 등은 시시한 유명세의 대표자들이다. 심연의 유명세에는 조르주 바타유, 클라리시리스펙토르 등이 있고 이 둘이 어떻게 묶이는지에 대해선 묻지 말 것 더 깊은 심연의 유명세에는 마리안 프리츠나 소피 포돌스키 같은 작가가 있다. 시시한 유명세와 심연의 유명세 사이의 차이를 묻는 일은 무의미하다. 차이가 없거나차이가 있다 해도 도식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둘의 차이는 이 군에 속하는 작가들에게서 오는 게 아니라 이 군을나누는 애호가들에게서 온다).
-조지 오웰 안 좋아했죠.
정연씨가 대답했다. - P78

-근데 전기를 왜 써요?
-조지 오웰은 스물일곱 살에 서평을 쓰기 시작해서 평생 생활고에 시달리며 한 해에 백 편 이상의 서평을 썼습니다. 저는 스물일곱 살에 서평을 쓰기 시작했고 지금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쓴 서평은 모두 몇편일까요?
금정연은 타자기로 원고를 쓰듯 또박또박 말하기 시작했다. 그와 칠 년을 알고 지냈지만 이렇게 뭔가를 인용할때면 그는 정말 평론가 같다.
-조지 오웰은 「어느 서평자의 고백」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책과 일종의 직업적인 관계를 맺고 보면 대부분의책이 얼마나 형편없는 것인지를 알게 된다. 객관적이고 참된 비평은 열에 아홉은 이 책은 쓸모없다, 일 것이며, 서평자의 본심은 나는 이 책에 아무 흥미도 못 느끼기에 돈 때문이 아니면 이 책에 대한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일 것이다." 지도씨, 이제 제가 왜 조지오웰의 전기를 써야 하는지알겠죠?
―……………그럼 서평은 왜 쓰는 거예요?
-조지 오웰은 「어느 서평자의 고백」 마지막에 이렇게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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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7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7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8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8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끼 2023-05-07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지오웰은 어느 서평자의 고백 마지막에 어떻게….!!

공쟝쟝 2023-05-07 17:3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우끼님한테만 알려줘야지 ㅋㅋㅋ

2023-05-07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7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3-05-07 17:43   좋아요 1 | URL
이상한 사람들이 글읽고 책쓰나봐요 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3-05-07 19: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궁금해요!!!!!
그리고 소위 ‘이상한 사람’들이 글 읽고 책 쓴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거 아니라도 나는 이상한 사람인 것 같은 걸 어제오늘 또 느껴서 ㅋㅋㅋㅋㅋ ㅠㅠ 하… 인간이란 무엇인가…….

공쟝쟝 2023-05-07 21:29   좋아요 3 | URL
- 조지 오웰은 「어느 서평자의 고백, 마지막에 이렇게 썼어요. (또다시 인용 기계 등장) ˝두 가지 업을 다 해본 입 장에서 말하건대 서평자는 영화평론가보다 낫다.˝ 이게 제가 할 말입니다.

ㅋㅋㅋㅋ
ㅋㅋㅋㅋ

그런 의미에서 매문은 역시 하면 안되는 일 인 것입니다!‘

새파랑 2023-05-07 2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표지만 봐서는 정지돈 작가님 잘생기셨는데요? ㅋ 심연의 유명세 작가는 한명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조지 오웰 작품 읽다보면 재미있습니다. 1984가 좀 그러셨다면 동물농장이라도~!!

공쟝쟝 2023-05-07 20:08   좋아요 3 | URL
동물농장 읽었죠 … 그때부터 촌스러웠어요 ㅋㅋㅋ ㅋㅋ 오웰도 산문이 낫습니다 ㅋㅋㅋㅋ

새파랑 2023-05-07 20:10   좋아요 0 | URL
역시👍 전 오웰 산문은 읽은적이 없는데...그런데 전 산문이랑 잘 안맞더라구요 ㅋㅋ

공쟝쟝 2023-05-07 20:12   좋아요 3 | URL
그리고 정지돈은 글이 얼굴보다 낫네요… ㅠㅠㅠ 얼굴 나도 봐버렸다ㅋㅋ 밀란 쿤데라는 대표적으로 얼굴 땜에 글이 더 잘써져 보인달까요 ㅋㅋㅋ (남자 작가는 일단 얼평 부터 하고 본다 ㅋㅋㅋ)

새파랑 2023-05-07 20:15   좋아요 2 | URL
정지돈 작가님 찾아보니 엄청 잘생기셨는데...글이 얼마나 좋길래 ㅋ
쿤데라에서 갸웃하고 갑니다. 오웰이랑 비슷(?)한 느낌인건가요? ㅡㅡ

공쟝쟝 2023-05-07 20:20   좋아요 4 | URL
쿤데라 젊었을 때 사진 분위기 특이하게 잘생겼고 정지돈은 …… 네? 이상한데요? ㅋㅋㅋㅋ 님 눈 좀 높이세요 ㅋㅋㅋ

새파랑 2023-05-07 20:27   좋아요 1 | URL
헛.... ㅋ 눈높으신 공쟝쟝님 ㅋㅋㅋ

잠자냥 2023-05-09 14:17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새파랑 님이 남자 보는 눈 좀 높여야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2023-05-07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7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먼지 2023-05-09 13: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진짜 너무 안 읽혀서 꾸역꾸역 다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와중에도 친구들 일화는 참 좋았어요!! 그리고 정지돈 작가의 책 고르는 안목도요!! 후장사실주의나 기타 등등에 대해서는.. 에휴.. 말을 아끼겠습니다

공쟝쟝 2023-05-10 09:25   좋아요 1 | URL
아. 정지돈만 이야기하면 후장(딴지 일보 느낌 나는데 이 말하면 후장주의자들은 싫어하겠죠? 그래도 난다. 그것이 바로 한남감성...). 이 나와서 제가 좀 찾아봣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젊은(이제 젊지 않은) 한국 남성 문학*연*한 사람들의 친목회 아닙니까?..... 이번남들이 책 안 읽어서... 그들을 마지막으로 계보는 끝난 것 같고요... . 수요없는 공급...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자들이었을 것 같은데... 아직도 문학 읽는 여자들이 좋아하나요?ㅋㅋㅋ (모름 몰라서 하는 소리임)

한국 남자가 게임안하고 문학/영화/음악/학문하겠다면 말리지 않습니다. 잘 하면 좋겠지만. 좋은 게 나올지는 모르겠슴 ㅋㅋㅋ

책먼지 2023-05-11 11:19   좋아요 1 | URL
쟝님 맞아요ㅜㅜ 지들끼리 사적인 자리에서 떠드는 거야 못 말리겠지만 왜 그걸 굳이 출판되는 글에까지 끌어오는지 모르겠고.. 본인들은 그렇게 생각안하겠지만 카르텔 형성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최소 주례사 장인들.. 그치만 그르네요 딴 거 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문학 등등 하는 게 낫겠어요. 실망하더라도 꾸준히 읽어보려는 독자마저 외면하고 싶게 만들면 그들은 대체 누굴 위한 글을 쓰는 건가요!! 에휴!!!

공쟝쟝 2023-05-11 17:32   좋아요 1 | URL
아이 잘 아시면서~ 글은 원래 자기를 위해서 쓰는 거 아닌가요?ㅋㅋㅋ 스타일이 안맞으면 독자는 외면하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파리가고 싶어서 샀고, 중고로 샀기에 만족스럽습니다...ㅋㅋ자기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고 하는 거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현상이고 문단이라고 별 다를바 있겠나요? (카르텔은 저도 알라딘에서 페미 책읽기로 형성하고 있...는 걸요... )
근데 뭐가 없는데 뭐가 있는 것 처럼 상찬해주는 건 좀.......... !! 자꾸 없는 데 있다고 해주는 게 이상해요 저한텐 ㅋㅋㅋ 내가 못보는 건가? ㅋㅋ 뭐 나한테는 안중요하니까 못보는 거겠죠? ㅋㅋㅋ
제가 문학이랑 특히 한국 문학이랑은 안친해서.. (ㅜㅜ 아,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그게 서로의 친목이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예요? 허허.. 놀랍네요... 얼마전 대디님 페이퍼 사태 부터... 한국에서 출판으로 먹고 살기라... (그쪽에 발 안집어넣길 다행 ㅋㅋ)
 
[임신중지] 선택을 선택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는데요?
대상화와 아렌트, 그리고 꽃바구니
글자랑 가까이 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 물리적으로...

1.


아니 에르노의 데뷔작인 <빈 옷장>을 읽으려다가 또 실패했다. 작가의 낙태 경험으로 시작하는 책의 첫 페이지는 자궁에 막대기를 집어넣는 묘사가 있다. 에르노의 <사건>을 온 얼굴을 찌푸리면서 읽어버리고 다시는 읽지 않고 싶다 냅다 내던졌던 기억이 난다. 독서 경험은 강렬해서 그걸 지우고자 <레벤느망>(은 <사건>을 영화한 작품이다)을 꾸역꾸역 다 보았는데… 그 이미지들은 더 괴로웠다. 프랑스 영화는 역시 좀 지독한 데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생리통이 심한 편이고, 이것은 28일 주기로 반복되며 나이가 들면서는 pms까지 생겼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pms가 심해지면서 생리통은 좀 줄었다) 무슨 말이냐면 28일 중 8일은 이 종(種)의 유지를 위한 까닭으로 몸이 아프다는 거다. 결혼은 하기 싫은 데 좀처럼 출산에 대한 욕망(…) 혹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무의식 속에 새겨진 소명(…)은 내려놓기가 힘들었다. 


결혼해도 절대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지독한 반출산파 친구가 걷다 말고 물었다. “넌 대체 왜 애가 낳고 싶은데?” 이젠 정말 몰라져버렸는데, 지금 당장 떠오르는 말 해도 돼? 해봐. 생리한 게 너무 아까워. 뭐 하러 이렇게까지 아팠나. 친구는 넌 진짜 진지한 또라이야라고 말해서 같이 웃었다. 나도 안 할래, 엄마. 때려치우자.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닌 것 같음. 그러면 생리는 왜 하는 걸까. 아 생리하기 싫다. 또 진지해져서 미레나 가격을 검색하다가 관뒀다. 생긴 대로 살자. 좀.  


아니 에르노의 책들. 임신 중단이 불법이던 시절에 있었던 상식적이지 않은 시술에 대한 묘사들을 읽으면서 자동적으로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은 자궁벽을 득득 긁어내는 것 같은 익숙한 생리통의 느낌이다. 감각적인 글은 어떤 감각을 활성화시킨다. 오늘 나의 몸 상태는 이런 책을 소화하기에는 좀 지쳐있다. 


내겐 임신중단과 출산의 경험이 없고 둘 다 생리통보다는 고통스럽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할 뿐. 다만 임신 중단의 경험을 읽는 것이 출산보다 심적으로 더 괴로운 것은 그것은 말 그대로 몸에 새겨진 ‘수치’이니까. 그냥 내 몸에서 일어난 일일뿐인데도 사회는 그것을 ‘수치’로 여기니까.

사회 속에서 사는 나는 신경 써서 스스로를 의식하지 않으면 사회의 시선(언어)으로 나를 바라보게 마련이다. 나를 인정하기 위해서. 나를 ‘수치’로 느끼지 않기 위해서. 아니 에르노는 언어를 만들기로 했다. 경험을 소설로 썼다. “(20)말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해질 때, 그것은 정치적”이다. 그녀는 글을 썼고. 말할 수 없는 것을 썼다. 글로 복수를 했다. 이처럼 우아한 복수. 그리고 이토록 치열한 복수. 





아니 에르노~! 멋지다~! 아니 에르노~! (연진아 멋지다 박연진 버전으로 읽어주세요)






2.


아니 에르노의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문을 출력해서 읽었다. 누워서 읽다가, 자세 고쳐서 앉아서 읽다가, 마지막에는 울고 말았다. 


“(21) 오로지 *그 대상이 되는 이들만 느끼는 계급과 (혹은) 종(種), 성(性)의 내면화된 지배관계*라는 사회적으로 말할 수 없는 사실을  분명하게 할 때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의 해방 가능성 또한 드러납니다. 언어, 모든 언어가 가지고 있는 관점과 가치를 제거하면서 현실 세계를 해독하는 것, 이는 기존의 질서를 뒤집고 위계를 뒤엎는 일입니다.”

나는 아니 에르노에게 빚을 지고 있다. 그녀가 쓴 글에 빚을 지고 있었다. 무지무지 똑똑한 여성들의 용감한 읽고 쓰기 덕분에. 현시점의 나는 정확하게 안다. 임신중단은 수치의 경험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어떤 여성도 임신 중단을 스스로의 수치로 여겨서는 안 된다. 수치스러워해야 하는 것은 여성의 ‘일반적인 경험’을 ‘말할 수 없는 수치’로 묶어둔, 노예제보다 먼저 태어나 아직도 죽지 않은 5천 년 여성억압을 여전히 자행하고 있는 인간 종(種) 전체다. (관련 페이퍼 링크 <임신중지>https://blog.aladin.co.kr/jyang0202/13918760)


어떤 사회의 지배원리는 말 그대로 ‘내면화’되어 있어 의식하기 어렵다. 그것이 강력하면 강력할수록 침묵이 딸려오며, 사실은 힘이 없어 가치가 되지 않기에 다뤄지지조차 않는다. 대상이 되어본 사람들에겐 언제나 언어가 충분하지 않다. 언어와 몸의 불일치. 언어는. 


그중에서도 특히 ‘글’은 오랫동안 언어가 없는 이들을 대상화할 수 있는 위치에서 독점되어 생산되어온 지배 질서 자체이며 권력이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들은 감히 글을 썼고, 문학을 공부하던 스무 살의 아니 에르노도 빅토르 위고를 읽다 말고 글을 썼다. 어느 책에도 낙태는 없었으니까. 그녀가 읽어온 모든 글에는 지금 내 자궁을 헤집고 있는 낙태 기구가 묘사되어 있지 않았다. 


1959년 아니 에르노는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읽었다고 한다. 

2019년에 나는 <제2의 성>을 읽었다. 

그리고 2023년의 나는 아니 에르노를 읽는다. 


글을 읽는다. 여자인 내가. 

글을 읽는다. 여자가 쓴 글을. 



3.


“(11)어떤 글쓰기를 선택해야 하는지 자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모의 언어를 더는 말하지 않는 이민자들 그리고 더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회 계층을 이동한 자들은 다른 단어들로 생각하고 표현합니다. 그들 모두 부수적인 장애물들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일종의 딜레마이지요. 그들은 실제로 습득한 언어이자 지배의 언어, 그들이 배워서 숙달한 언어이자 문학 작품 속에서 경탄한 언어로 글을 쓰는 일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더 나아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언어로 자신들의 출신 세계를, 일상과 일, 사회에서 차지한 자리를 말하는 감정과 단어들로 이루어진 *첫 번째 세계*와 관련된 모든 것을 쓸 수 없다고 느낍니다. …  ”

아니 에르노는 스스로를 계급 이탈자(그녀의 언어로 말하면 ‘내부에서 이동한 자’)로 여긴 듯하다. (연설문을 읽고 알게 된 사실이다) 그녀에게 글과 문학은 노동 계급인 부모님으로 상징되는 “(9)스스로가 속한 사회계층과 무의식적으로 대립”되는 것이었다. 공감했다. 


이 역시 내가 조금은 늦게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어떤 균열 지점인데, ‘내면화’의 문제와 연결되었다는 걸 조금씩 인식하고 있다. 다만 나는 내 계급의 이탈자는 아니다. 계급은 여전히 나의 발목을 꼭 붙들고 쉽게 놓아주질 않으며(ㅋㅋㅋ) 상승의 의지가 이제 더는 없고...ㅋㅋㅋ 내게 보다 직접적으로 와닿는 문제는 여성임과 동시에 지역 이동자(?)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나라는 지역 자체가 계급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이동한 내게 대도시의 인간관계 문법은 이국의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낯선 것들이었다. 어디에 있든 뭔가 계속 부적절한 느낌이었고,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서 술을 마셨다. 완벽한 서울 말씨를 구사하면서 거리감을 눈치껏 조율하고 내가 취약한 종류의 인간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썼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다 힘들었다. 그냥 다. 


여전히 잘 모르겠다. 서울 사람들. 혹은 서울에 잘 적응한 사람들. 너무 멍청해보여서도 또 지나치게 똑똑해 보여서도 안되는 방식으로 내가 잘 보여야 하는 사람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가? 내가 이상해 보이면 어쩌지?를 스스로 묻게 하는… 그리고 이제 나는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도 없을 만큼 딱 그만큼만 변해버렸고, 더 잘 변하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되면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를 도통 모르겠는 나의 ‘첫 번째 세계’에 대해 골똘해 진다.


곰곰 생각해 보면 유년 시절의 연장인. 

나의. 첫 번째. 세계에 대해서. 

...


쓰는 것은 고사하고 말하는 것부터가 힘들다. 아주 웃기고 희화화해서 말하게 되거나 이해하기 쉬운 클리셰 범벅의 향수를 섞어 미화하게 된다. 그리워하고 좋은 점을 이야기하면 어떤 사람들은 낭만화하고, 그래서 좋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부분을 전체화하는 내부 고발자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과거의 문법과 관계들이 내게 상처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상처가 전부는 아니었고, 사실 정말 상처는 이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가 무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들이지만. 당연한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어떤 것인지 정말 모를 것이다. 그 모름을 폭력이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나는 내 적응못함을 더 이상은 탓하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세상이 그런 것들로 조밀하게 짜여 있다는 게 보인다는 것이 내겐 중요하다. 


어떤 세계를 오롯이 간직한 채 건강하게 분리되고 싶다는 욕망은 이런 바쁜 시절에는 헛된 욕망인 걸까. 

차라리 긴박한 단절을 권하는 빠른 적응력의 친구들까지도 현시점의 내겐 불가해한 사람들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4. 


페미니즘 책(어려운 사회학 용어로 되어 있다)을 읽으면서는 탈근대의 시절을 살면서 전근대적인 감정을 느끼고 싶어 하는 내가 이상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아, 그럴 필요조차 없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페미니즘은 근대를 벗어난다고 하고, 젠더에서 시작되어 젠더를 해체해버렸다고 하는 데, 아무래도 나는 유교걸(전근대인ㅋㅋㅋ)이라 대체 이걸 왜 읽어야 하나 싶은(다 읽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상태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포스트모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였다. 그냥 글자에 붙어있는 개념 말고. 나 스스로에게 말이다. 


이번에 푸코 강의를 들으면서 좀 더 알 것도 같아진 것은. 포스트모던은 시간의 개념이 아니라 어쩌면 공간의 개념에 더 가깝고 차라리 인식의 개념이라는 것? 선명함과 명료함을 특징으로 하는 근대의 언어(지배의 언어)에 포획되지 않는. 어쩌면 근대적인 방식으로 이해해서는 결코 안되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기성의 언어 안에는 아직 없는. 


그래서 언어를 가져야 하는. 근대의 방식으로 근대의 입장에서 포섭되어 해석되지 않는/없는/안되는 모든 것들. 포스트모던적인 것들. (정희진 선생님의 공부 팟캐스트를 5월호 들으면서 더 확실해졌다! https://www.podbbang.com/magazines/1785996/issues/3377)


그러니 페미물 먹은 유교걸인 나는 전근대에서 온 철모르는 버그가 아니라 아니라 존재 자체가 포스트모던 일 수밖에 없었던 건데. 세상에나 그런 나를 대변(?)한다는 포스트모던 관련 글들은 너무 어렵고요? 이걸 또 쉽게 쉽게 모던적으로 쓰려고 하니까 내가 모던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써지겠냐… (라고 비껴갈 생각하지 뫗!!! 그냥 난 이해를 못 해서 못쓰는 게 아닐까?) 어쨌든 이 정도 수준에서 거칠게 이해했다고 써 놓으면 좀 쪽팔리지만 이 정도 알았으면 많이 안거 아닌가!!!??ㅋㅋ하고 뿌듯해하는 중였는 데… 


천재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의 이 연설문은 정확한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여성에게 읽고 쓰기가 왜 필요한지. 계속해서 나빠질 것이 자명한 이 세계에서 폭력을 견디기가 버거운 사람들은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그 힌트를 쉽고 간명하고 아름답게 말해주고 계신다. 

“(15) 글쓰기에 대한 성찰 없이 어떻게 삶을 성찰할 수 있을까요? 글쓰기가 존재들과 사물들에 대해 경탄하거나 내면화하면서 재현한 것들을 강화하는지 혹은 어지럽히는지, 스스로 묻지 않고 삶을 성찰할 수 있을까요? … *독자가 문화적인 특권자일 때, 그는 실제의 삶에서와 마찬가지로 책의 인물과 관련해 우월하고 거만한 위치를 점유*했습니다. 그러니까 시작은 이런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내가 늘 이야기하고 싶었던 *내 아버지를 바라보던, 참기 힘들었을지 모를, 그리고 스스로 배신이라고 느꼈던 그 시선*을 피하고자. (…중략) 실재와 실재가 전한 감각을 동시에 포함한 단어들을 찾는 것은 오늘날까지 그 대상이 무엇이든 글을 쓰면서 느끼는 변함없는 고민이 되었습니다. ”


이런 깊디깊은 사유에서 나온 것이 에르노의 소설이었다. 어쩐지 뭔가 지나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계속 읽게 되더이다. 이것은 역시 똑알똑친!! 나는 나도 모르게 알아보고 만 것이다. 아니 에르노의 세계 최고 똑똑함을. 



5.


마지막은 내가 눈물 한 방울 또르륵 흘린 연설문의 끝 부분이다.  

“(25) 그 약속에서, 나의 조상들에게서, 노동에 지쳐 일찍 생을 마감한 남자와 여자들에게서 나는 충분한 힘과 분노를 얻었습니다. 그 힘과 분노는 문학에, 다양한 목소리의 총체 속에 그들의 자리를 마련하고야 말겠다는 욕망과 야심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제공하고, 문학에 맞서 반항하고 문학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비롯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바로 그 문학 속에 그들의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여성이자 

계급 탈주자로서의 

나의 목소리를 

언제나 해방의 장(場)으로 

소개되는 그곳, 

문학 속에 

기입하기 위해서.”


계급 탈주자. 

건너간 곳에서 건너온 곳을 쓰는 마음.

눈치 챘겠지만 내 눈물은 당연히 집에 계시는 부모님이 생각나서다ㅋㅋㅋ  (지겨운 K-장녀 감성)


에… 그러니까… 뭐, 아니 에르노에게는 탈주해버린 뒤의 부모님에 대한 시선이었겠지만… 

나에게 가족이란? 허허. 사실 나 역시 부모님과 대화를 할 수가 없어진지는 너무도 오래… 뭐, 그건 어느 집이건, 다 그러겠지만. 


우리 집의 경우 좀 유별나긴 하다. 그 대화가 필요해 딱 그느낌. 테레비 보고 말없이 밥만 먹음. 가아끔 “말하면 싸우니까” 말하지 않는다가 원칙일 정도. 그래서 ‘말 = 싸움’으로 정리된다. 그게 우리 집의 문법(?)이다. 평소에는 말을 안 하다가 말을 하려면 끝이 없어지니까… 생존 소통만 함. 아니면, 그냥 나는 말할 테니 너는 들어라! 이런 식의 소통… 강제된 소통이 다임. 


그렇다고 사랑이 없는가? 또 그건 아니다… 나는 이 간극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 뭐 그리고 표현할 생각도 이 글을 읽기까지는 딱히 안 해 봤…. 여튼 공감했다는 거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한테. 


문제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언어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게 되는 내 인식인데. 

그래서 내가 부모님과는 다르게 말 혹은 글 어쩌면 내 언어를 갖게 된다고 해서 우리가 소통에 능해지는 가?… 

아닌 것 같다. 되려… 생존 소통만 하는 부모님이 소통을 더 잘하시는 것 같다. 이심전심. 이렇게 되면 결국 언어는 무엇인가…로 빠지게 되는 데. (이것이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문제의식 인걸로 난 알고있닼ㅋㅋㅋ 그리고 내 철학자 테스트는 후기비트겐 95인가 그럼ㅋㅋ) 


그러니까. 이제 막 읽고 쓰기에 재미를 붙인 나는 나의 언어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은 겁이났던 것이다. 좋지 않은 글, 내가 싫어하는 글을 쓰게 될까 봐인 줄 알았는데… 글을 쓰는 것은 (요 블로그에 거칠게 내놓는 게 다라고 하더라도) 언어가 없던 과거의 세상과 정말로 완전히 이별하는 일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계급의 탈주라고까지 말을 할 순 없지만… 어떤 것을 쓸 수 있는가/없는가의 이동. 그건 확실히 어떤 이동인 것 같다. 그리고 변화 인 거겠지. 


책 읽고 글 쓰는 건 여기서 만나는 세상과 재밌는 대화를 나누는 건 지금의 내게 너무 즐겁고 기쁜 일이지만. 그럴수록 책을 단 한 줄도 읽지 않는. 이제는 각자의 폰에 유튜브만 보는 엄마 아빠와는 멀어지는 것일까. 뭐 사실 이미 멀어져있었기에 별 상관이 없는데. 바로 그래서. 자신의 종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하고 그걸 어떻게든 써내버린 아니 에르노가 진짜 멋지다고 생각했다. 


이동한 곳에서도 자신의 경험을 잊지 않는 것…. 대상화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든 그 간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소설에 ‘나는’을 쓰는. 기억을 파헤쳐 ‘감각’을 쓰는 방식의. 음. 곱씹을 수록 감동적이네.🥺


시골에는 비가 많이 내리는 모양이다. 오늘은 동생 생일이라서 가족 단톡방에 생일 축하 메시지가 올라온다. 은퇴 이후 잠시 잡았던 택시 운전대마저 놓아버리고 생애 최초로 길고 긴 휴식을 하는 아빠의 우울과 (엄마는 겨울내내 아빠가 잠만 자고 넷플릭스만 보는 것이 우울증이 온 건가 걱정하신다) 수년 간의 지친 투병을 가까스로 수습하고 생애 최초로 생계부양자가 된 엄마(요즘 엄마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등하굣길을 지도하는 간단한 알바로 두 식구의 생활비를 간신히 벌고 계신다)의 대조되는 활기를 떠올린다. 


삶에 책에서 인용한 문장은 단 한 줄도 참고하지 않은 채 오로지 노동으로만 나와 동생들을 키워낸 사람들. 자아보다는 자신의 역할에 오로지 충실했던 사람들. 덕분에 삶이 무겁고 어려웠었다. 반동처럼 반항처럼, 아니 그 사람들의 방식으로는 이제 올바르게도 선하게도 살 수 없는 시절이라 막다른 길에 몰려 나는 책을 읽기로 한 것 같다. 그러다보니 선명한 자의식을 가진 여자들이 복수를 다짐하면서 써낸 글을 읽는 날도 왔다. 이토록 우아하고 섬세하게 화낼 수 있구나. 어쩌면 이 복수 말고 진짜 복수는 없는 것 같기도. 


세상의 모든 권위에 일단 실눈 뜨고 조롱할 태세를 갖춘 몹쓸 심보를 장착하게 되버린 나지만… 

당분간 노벨 문학상 만큼은 인정하기로 한다. 

그리하여 이 종에게 남은 건 결국 문학인겐가. 하고 말게 되는 그런 연설문. 




덧붙임 

유수님의 페이퍼에서 아니 에르노의 노벨문학상 연설문을 가져왔다. 이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머지 않은 시일에 땡스투로 화답하겠습니다 연설문 링크는 여기 https://drive.google.com/file/d/1uKBrby1z6d3hMrqoXQ3iqpggCWK52lU4/view


그리고 여러분 꼭 이 연설문 읽어봐주세요. *공짜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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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종의 복수를 가능케 한, 텍스트로서의 <사건>
    from 편독의 나래 2023-05-11 12:52 
    <사건>의 모든 텍스트는 ”첫번째 세계“의 언어가 새로 태어나는/단절되는 “사건”이다. ”그 언어로 자신들의 출신 세계를, 일상과 일, 사회에서 차지한 자리를 말하는 감정과 단어들로 일어진 첫 번째 세계와 관련된 모든 것을 쓸 수 없다고 느낍니다.(…)하지만 글을 다시 쓰려는 순간, 이 작품들은 내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습니다. ’잘 쓰는 것‘, 아름다운 문장, 내가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바로 그런 문장과 단절해야만 했습니다.“(노벨 문학상
 
 
시에나 2023-05-07 01: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헉 이 글 너무 좋아요. 무엇보다 공쟝쟝님이 드디어 에르노와 접선하신 거 같아서... 넘 기쁩니다!! 제가 말했잖아요. 에르노의 계급탈주자의 글과는 통하는게 있을 거라구요!! 저는 <얼어붙은 여자> 읽고 충격 받아서...초기작부터 쭉 읽엇는데.. 진짜 에르노는 자기 계급성을 문제화한 책들이 찐입니다!!

공쟝쟝 2023-05-07 10:03   좋아요 4 | URL
접선은 오래 전에 했는 데, 초기 작품과 문제의식은 시에나님 덕분에 알게되었어요. 무엇보다 저는 역시 에세이나 산문파인게 이 연설문이 ㅋㅋㅋ 책보다 더 좋았습니다 😫

2023-05-07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7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티나무 2023-05-07 19: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나중에 또 읽으러 와야지!!!!!!! ❤️🧡💛💚🩵💙💜

공쟝쟝 2023-05-08 09:19   좋아요 0 | URL
프랑스... ..좋겠다 난티님...

난티나무 2023-05-09 05:04   좋아요 1 | URL
어뜨케, 에르노 책 한 권 보내드려요? 샬랄라 불어판으로다가? 💝

공쟝쟝 2023-05-09 10:22   좋아요 0 | URL
아니오… 날 그곳에 데려가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푸,랑,쑤!!! ㅋㅋㅋㅋ 아니 에르노랑 친구 못해요? 난티님 ㅋㅋㅋ 아니 에르노랑 친구해주세요!!!

난티나무 2023-05-11 17:03   좋아요 1 | URL
빠리에서 또 접선합시다. 그러나 에르노… 친구… 넘사벽… ㅋㅋㅋ 여행이나 오세욧

2023-05-08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9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9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3-05-09 13:18   좋아요 1 | URL
그쵸? 저는 생리통이 좀 심해서 쉬고 싶다하니까 생리통 없어지려면 남자랑 많이 자야된다면서 자기랑 자자고 했던 알바사장이 생각나네요. ............ 나 스무살이었는데 그 때..... (갑자기?) 생리통이랑 남자랑 자는 거(대체 이 개새끼가 뭘안다고 나한테 이런 말을 한걸까요. 니가 여자 몸에 대해 뭘알아 뭘아냐고 이 미친새끼얔ㅋㅋ 갑자기 또 빡도네..) 랑 출산이랑.... 다 상관 없는 거 같죠? 저 역시 나이들면서 체질이 좀 바뀌는 까닭인가 합니다.

여성의 몸은 그 복잡성에 비해서 이야기되지도 않았고, 의학 및 표준화된 많은 제도와 기술들이 복잡하지 않은 남자의 몸을 기준으로 셋팅이 되어있으니 아무리 여성 상위시대라고 거짓말 같은 프레임을 들이대봤자 여성은 상대적으로 소수자라고 생각하고 페미니즘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이 댓글은 공개로 하겠어요ㅋㅋㅋ 내가 봐도 잘써서 ㅋㅋㅋ )

글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헤헷.
˝피흘리며 학업, 시험, 업무˝를 감당해 내는, 육아와 돌봄 재생산 노동까지 해내는 여자의 몸.
대단하고 사랑스럽습니다. 너무 열심히 살지 말자고 말하고 싶지만 나도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 할말은 없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