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한 시간만 읽어야지.
어제 서점에서 사 온 책은 한병철의 #권력이란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 꽤 오래 생각했던 것 같다. 제목이 군더더기 없었기에 읽어볼 요량. 




내게 요 질문을 조금 비틀면 관계란 무엇인가, 모두에게 깔끔한(?) 이별은 무엇인가.이다. 일상을 휘감고 있는 (생산하는) 권력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온몸을 뒤틀면서 괴로워졌던 이유는 나는 왜 그토록 많은 권력이 나를 지배하도록 스스로를 허락했는가.에 대한 의문였다. 나는 나를 내버려두었다. 때로는 기꺼이 반납했으며, 어쩔 때는 남김없이 쓰이고자 했다. 왜, 왜 그랬을까. (어쩌면 정말의 인식은 그 질문부터가 시작일 테지만) 가까스로를 지나 어느덧 내린 결론은. 거의 딱 하나.

별로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인데. 나를 잊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응, 있다. (어쩌면 자기가 안 그런 줄 아는 사람이 제일 그런 사람인 경우가 인 것 같기도. 그런 억압.)

나 자신에 대한 책임 회피. 그걸 스스럼 없이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떫은 경멸감을 표현하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했던 시간들도 이젠 지나갔다(기를 바란다). 어쨌든 자기 PR시대라는 담론 폭격을 정통으로 맞으면서 살아왔음에도 나이 서른이 넘도록 나를 주장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어떤 존재(사람, 개념, 명분, 직위 그리고 가끔은 책의 권위)들의 뒤로 숨고만 싶어했다. 그게 익숙했고 그게 편했고 그게 옳다고 생각했다. 그런 식의 사회화. 시간 없음. 여유 없음. 그리하여 내가 없기를 바라는. 일견 누추하고 비루하고 어쩌면 그래서 더 거대한(없음으로써의 전능에 대한 갈망) 마음들에 대해 옹호하고 싶었다. 여전히 옹호하고 싶어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나를 다 내어주지 않는 존재들. 지킬 것이 많은. 자기 자신이 너무도 많아서. 누군가들이 반납하는 것을 기꺼이 취하는. 아니, 그걸 취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때로는 알기에 너무 잘 알기에 어쩌면 그렇게 행동하는 이들의 비굴한 발연기를 경멸하는. 으르렁거림. 실제로 내가 들으면서 가장 할 말을 잃었던 말 중 하나는. 어차피 (네가) 하고 싶었던 거 아니었어? 할 거먼 제대로 하고, 할 거면 똑바로 해. 뭐 이런 종류의 언사였는데. (나의 대답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나는 비슷한 말을 같은 주저함을 지닌 사람들에게 반복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에 대해서 이제 나는 궁금하지 않다. 어쩌면 빤해졌다. 빤해서 재미없어.

스스로를 잊어버려도 상관없을 만큼 어쩌면 정말로는 아무런 자원이 없는 조건에 처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권력은 필요한 관계는 필요한 이별은 무엇일까. 얇고 예쁜 이 책을 그런 질문들을 견주며 읽어 볼 생각이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이 책이 보여주려 하는 것은 권력이 폭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 P5

권력은 근본적으로 독백적monologisch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권력의 결정적 약점이 있다. (…) 권력에 종속되어 있는 자들만이, 즉 복종하고 있는 자들만이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다. - P7

(이 책을 통해서) 적어도 사람들이 도대체 권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해서 생겨나는 권력만큼은, 권력에서 제외되어야 할 것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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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5-27 0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권력을 정치력과 연결시키고 쉽게 결론을 얻으려 하는 저는, 권력에 대한 쟝님의 이러한 진지한 물음이 참 좋네요.
주경야독, 성실근면의 학인의 이런 진지함이 어떤 식으로든 보은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의 간절함은 곧 기도입니다!

공쟝쟝 2024-05-28 00:28   좋아요 1 | URL
기도 감사합니다. 기도 빨 받아서 홀린 듯 독후감 작성하였습니다. 케켁. 주경야독 안하기로 맘 먹은지 꽤 됐는데. 책임지시죠.
 

택배박스 넘 황급히 뜯은 티 납니까? ㅋㅋㅋ
키노세대도 시네필도 아니고. 뭔 뜻인지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영화도 안 좋아하지만. 그냥 갖고 싶어서 샀다. 저 두 배우의 저 색감과. 저. 암튼 소장욕구!
겸사겸사 한국에 소홀했던 나를 반성 한녀와 한남을 분석하는 조한혜정 머모님의 고전도 구매.
열심히 살자! 그러면 괜히 자기착취 같으니까!
열심히 일하자! 이러면 내 안의 노동중심주의가 올라오니까 ㅋㅋㅋ
열심히 읽기 위해서는 좀 더 부지런하게 살자!라고 아침에 적었다. 읽고 싶고. 그래서 살고 싶다. 거짓말 아닌데. 아니지롱~!
제목은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패러디 ㅋㅋㅋ
책 자랑이 통하는 아직 살아있는 곳!!ㅋㅋㅋ 알라딘이여, 분발하겠습니다.

#키노 #kino #화양연화 #한국의여성과남성 #조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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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24-05-21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키노 정기구독자였어서 이 사진 기억납니다. 정성일님 저 책두요. 지금은 없네요 ㅎㅎ

공쟝쟝 2024-05-21 10:27   좋아요 0 | URL
ㅋㅋ 저는 진짜 몰라요 ㅋㅋㅋ 풍문으로 들었소 ㅋㅋㅋㅋ 근데 이거 30주년만에 무ㅓ 특집판으로 나왔대요!

서곡 2024-05-21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아 인생의 화양연화를 위하여!!! 남은 오월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공쟝쟝 2024-05-21 10:28   좋아요 1 | URL
서곡님이 조아할줄 알았지롱!!! 서곡님을 생각하며 고혜경님 책을 끄내려다 어딨는지 몰라서 포기했어요! 😝 5월 잘 보내세요!

잠자냥 2024-05-21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성일 책과 키노가 같이 있으니까 시네필쟝 같아여.

공쟝쟝 2024-05-21 10:30   좋아요 0 | URL
ㅋㅋㅋ정성일 진짜 정희진이 칭찬해서 읽었어요 ㅋㅋㅋ 영화 안보는 데 영화평론 읽는 것이 좋습니다.

잠자냥 2024-05-21 10:50   좋아요 0 | URL
아, 희진쌤이 칭찬했어요? 공부 이번 호 아직 다 못 들음; ㅎ
정성일 글쓰기 나름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관점도 그렇고요. ㅎㅎㅎ

공쟝쟝 2024-05-21 10:52   좋아요 1 | URL
아뇨 ㅋㅋㅋ 천년전에 ㅋㅋㅋ 읽기였나 영화였나? 책에서 정성일처럼 써야한다고 하신 적이 있음 ㅋㅋ

서곡 2024-05-21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게다가 한국의 여성과 남성 조(한)혜정 문학과지성사 너무 위엄 있는 거 아닙니까 ㄷㄷㄷ 근본력 쩝니다요 ㅎㅎㅎ 즐점하시길요!!!

공쟝쟝 2024-05-21 13:50   좋아요 1 | URL
ㅋㅋ 일하다 이제 점심 먹네요. 로칼한 페미가 되어보겟삽니다 ㅋㅋㅋ (토종임 ㅋㅋ)

단발머리 2024-05-21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키노는 진짜 소장욕구 부르네요. 꽂아두면 안 됨. 항상 저렇게 펼쳐놓아야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5-21 13:52   좋아요 1 | URL
안쪽에 펼치면 ㅋㅋㅋ cj감송으로 시작해서 칸을 비벼버린 한국 영화의 일대기가 쫙 나오네요 ㅋㅋㅋㅋㅋ 아니 난 왜 이렇게까지 포스트를 읽어대고 있는데도 한국인인가 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4-05-21 1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키노 표지 진짜 좋네요. 화양연화 정말 좋아하는 영화여서ㅠㅠ 저도 소장하고 싶습니다ㅎㅎ

공쟝쟝 2024-05-21 13:54   좋아요 0 | URL
가격이 약간 사악한감 없지ㅜ않지만 ㅋㅋ 그래도 만족 스럽습니다 ~ ㅋ!!! 매달 나오면 살 것 같진 않고요 ㅋㅋㅋ 책 잡지도 못봐서~ 저는 사실 화양연화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중경삼림은 좋앗다) 다시 보면 이해할까요? ㅋㅋ

수이 2024-05-21 2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양연화는 애인이랑 헤어지고 봐야 이해가 더 잘 된다고 합니다. 양조위 오빠 눈빛 좀 흐리멍텅하게 나왔네요 눈빛이 매력적인 분이 ㅋㅋ

공쟝쟝 2024-05-22 16:30   좋아요 0 | URL
아................................................. 그래서.................................... 좀 더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세상에 모든 영화를 이해할 필요는 없지요.. 그렇지요.. 응?....
 


난데없는 2012년의 대선이 (덧붙이자면, 모두의 예상을 엎고 박근혜가 문재인을 이겼다. 박정희 대 노무현이었으며 경제성장에 대한 대중적 갈망의 승리였다.) 소환되어 나도 같이 멘붕한 2024년. 아점 읽기.

분명 사는 것은 그때보다 더 각박해졌는데, 당시 멘붕한 사람들의 누구도 자신들의 욕망에 깔린 무의식까지 파내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실은 진즉에 투항한 것일지도 모르겠으며, 자신을 바꾸지 않기로 한 균형점을 찾은 것일지도 모르겠으며, 그러니까. 사실은. 살만하다는 것. 살만하지 않음을 연기하고 있다는 것. 나도 한번 잘 살아보자라는. 나는 아주 비뚤어져 버렸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

텍스트의 아래 ‘피해자의 오만’이라는 정희진의 워딩을 넣어보자.

“(301) 피해자에게도 자원이 있다. 유일한 자원, 도덕적 우월감이다. 그러나 이 자원은 피해자가 됨으로써 자동으로 얻어진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성장 불가능성*, 즉 진짜 피해이기도 하다. 피해자의 성찰은 가해자의 회개, 사회적 처벌만큼이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이 우월감은 특정 사건에서 단지 가해자가 아니기에 부여된 피해자 정체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본질적으로 윤리적인 사람은 없다.”

가해자들의 피해의식과 싸우는 일 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어느덧 피해자를 자처하는 듯한 이들의 지독히도 성장하지 않음을 마주하는 것이다. “(175)과연 그 메시아는 목숨을 걸만했을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무력함이 진해질수록 환상은 커지게 마련이니까. 목숨을 거는 사람의 절박함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단 한번도 없었다.

책을 아직 다 읽지 않았으나, 나는 이렇게 잠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메시아는 사라지지 않는다. 정치 지도자로 연예인으로 비트코인으로 로또로 주식으로. 꿈 기대 환멸 꿈 기대 환멸. 우리는 믿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준거 그대로의 준거자체. 믿기로 약속한 것이 언어이며 언어가 바로 인간의 조건이니까. 무엇을 믿을래. 꿈 기대 환멸 꿈 기대 환멸. 그걸 부단히 바꿔가면서 우린 늙어갈 것이고 아프고 병들어갈 것이며 죽을 것이다. 죽음 이후는 내가 논하고 싶은 영역이 아니다. (불가지론) 나는 그래서 늙고 아프고 병드는 것이 내가 나를 미워하는 이유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그 해결을 돈(각자도생)이 아닌 돌봄의 윤리…로 찾아야 한다는 쪽에 배팅을 걸어볼 생각이다. 그것은 능력주의와는 별개이며 젠더에 대한 진지한 공부 없이는 하나 마나 한 헛소리라는 것도.

사실 나는 이 책을 애도하기 위해 읽는 중이었다.
그런데 읽을수록 애도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겠다. 이미 하던 것들에 근사한 이름을 붙여주는 것. 뭐 그 정도.

#애도의애도를위하여
#밀양각본집
#피해자의오만과숭고한실패
#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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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한국의 포스트 담론(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 구조주의, 포스트 마르크스주의, 포스트 식민주의)이 주로 미국으로부터 수입되어 오면서 애당초의 푸랑쓰 담론의 맥락이 탈각돼버린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말하고 계시는 데… 어쨌든 내가 막 페미니즘 읽으면서 계속 으잉? 주체가 죽으면 그만입니까? 언제는 나보고 주체가 되람서. 난 주체(서울사람ㅋㅋ)이기 싫었는데. 징징. 이놈의 주체. 주체… 투덜투덜에 한줄기 빛처럼. 주체의 자율성의 조건으로서의 타율성이라는 문장을 만나버림. 네에- 이거였음 ㅋㅋㅋㅋ (이미지)

할튼 글의 요지는 ‘주체의 죽음’을 그렇게 훑어내듯 간편하게 이해하면 안 된다는 것이며 ㅋㅋㅋㅋㅋ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모듈화에 능한 일본인의 책과 (아마도 대체로 페미니즘이었으므로 페미원산지) 미국 특유의 기능/실용주의적(?) 관점으로 한번 걸러진 글들로나마 포스트 담론 퉁쳐 이해하고자 한 신자유주의적ㅋㅋㅋㅋㅋ (드라마 10분 몰아보기처럼 잘 다듬어진 입문서로만 읽고 싶은)독서인 아닌가? 지난 나의 읽기 과정을 고려해 봤을 때ㅋㅋㅋ 조금 뜨끔합니다만… 실은 제가 주체가 되지도 못했는데 죽기가 아깝긴 했었거든요…….ㅋㅋㅋㅋ 뭐 나 정도의 읽기는 반지성주의 중에서도 반(半)지성으로 쳐주면 안될까요? 누구한테 물어보냐.ㅋㅋ

포스트 담론에서 (특히 프랑스) 포스트 구조주의가 가지는 특징.을 눈여겨보는 중에 만난 책. #애도의애도를위하여

매우 재미지다. (😞중증임)
잠깐 야전 홀딩하고 얘 먼저 찍고 가야겠다. 주체에서 주체화(들)로. 우리의 연장통 푸코가 등장합니다. (이미지 참고)

“(65) 요컨대 주체가 자율적 존재자로서 존재하기 위해서 전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주체 생산의 조건과 메커니즘을 해명하는 것, 따라서 주체의 자율성의 조건으로서 타율성을 설명하는 것이 (포스트) 구조주의의 근본적인 철학적 과제였다고 할 수 있다. ”
“(66) 신자유주의와 관련해서도 예속화-주체화라는 문제 설정은 신자유주의를 경제정책이나 금융자본의 이데올로기로 파악하는 관점을 넘어 새로운 종류의 주체 생산이라는 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이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이나 대안을 모색하는 데서 매우 중요한 이론적 기반이 될 수 있다.”

신자유주의라는 (얘는 사상이 아니라고 엊그제 희진 샘이 말씀하시었다 ㅋㅋㅋ) 통치 시스템에 걸맞은 인재로서 부단히 주체화된 신자유주의 페미로서…(신자유주의 덕분에 긱 노동이나마 가능해져 개인의 위치를 부여받은 탈여성이 되어버린고로 독서시공간 확보한 1인가구)… 이렇게는 통치당하지 않는 저항을 한번 살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해볼 수 있는 일들 : 권력, 권위 있는 말은 잘 못 알아먹는 척하기. 실은 농땡이 치면서 열심히 고생하는 척해서 사회 전체의 생산력을 떨어뜨리기. 그리고 이딴(?)거 적어서 내일 일하러 가는 사람들 근로의욕에 초 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눈치껏 대충 살아야 합니다.

요컨대 주체가 자율적 존재자로서 존재하기 위해서 전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주체 생산의 조건과 메커니즘을 해명하는 것, 따라서 주체의 자율성의 조건으로서 타율성을 설명하는 것이 (포스트) 구조주의의 근본적인 철학적 과제였다고 할 수 있다. - P65

신자유주의와 관련해서도 예속화-주체화라는 문제 설정은 신자유주의를 경제정책이나 금융자본의 이데올로기로 파악하는 관점을 넘어 새로운 종류의 주체 생산이라는 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이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이나 대안을 모색하는 데서 매우 중요한 이론적 기반이 될 수 있다. - P66

따라서 두 번째 중요한 효과는 이러한 상호 무력화로 인해 포스트 담론의 이론적·실천적 지향에 대한 맹목이 일반화되었고, 포스트 담론은 이데올로기로서의 포스트주의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마르크스주의와 새로운 이론들 사이의갈등 관계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역시 장애를 겪게 되었고, 포스트 담론이 제기하는 새로운 이론적·실천적 과제들에 대한 모색에도 지장을 초래했다. 포스트 담론이 대결했어야할 과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역사적 마르크스주의의 몰락이라는 현실 앞에서 새로운 종류의 갈등과 적대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는 문제였으며, 또한 포스트 담론을 통해 역사적 마르크주의 (및 좀더 넓게는 근대성 일반)의 한계들을 성찰하고 넘어설 수 있는가라는 문제였지만, 국내에서 이러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는 경우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 P51

그 대신 포스트 담론은 주로 애도와 청산의 알리바이로 기능했으며, 이로부터 다양한 종류의 ‘이행‘시도가 산출되었다. 가령 거대서사에서 작은 이야기로, 계급 내지 민중에서 소수자로, 보편성에서 차이로, 민족에서 탈민족으로, 이성에서 감성으로, 정치에서 문화로의 이행등과 같은 이행의 논의들이 그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문제는 대립의 두 항 사이의 관계가 배타적인 대립이나 선형적인 이행의 관점에서 파악된다는 점이다. 곧 거대 서사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은 곧바로 거대서사의 폐기와 작은 이야기들의 특권화를 낳게되고, 노동자계급 중심 정치의 한계에 대한 지적은 자유주의 정치의 전면적 수용으로 나타나며, (중략) 이는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강요된 청산으로 이어졌으며, 그와 결부된 계급론의 문제나 정치경제학 비판의 문제 설정의 소멸을 낳게되었다. - P52

알튀세르나 푸코(또는 들뢰즈 가타리)가 해명하려고 했던 문제는, 근대철학의 기본 원리이자 마르크스주의 정치의 핵심 전제이기도 한 자율적 주체가 사실은 이데올로기나 규율권력에 의해 예속적으로 생산된 주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들에게 예속적 주체 생산의 문제는 항상 이데올로기적 국가 장치들이나 규율권력의 메커니즘 같은 구조적이고도 제도적인 실천의 차원과 결부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예속적인 주체화 양식과 구별되는 새로운 주체화 양식의 길이 어떤 것인지 해명하기 위해서는 국가장치들이나 권력의 메커니즘을 어떻게 개조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 역으로 생산양식이나 국가의 변혁이라는 과제는 새로운 주체화 양식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문제를 해명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사고될 수 없다. 내가 볼 때 포스트 담론의 핵심적인 문제제기는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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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4-05-17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왕 나도 있는 책인데 왠지 평생 안 읽을 것 같다…밑줄을 책 색깔이랑 깔맞춰서 되게 이쁘게(?)치시네요? 은은…

공쟝쟝 2024-05-18 12:59   좋아요 1 | URL
반님 사회학 교육학 전공이랬던가요? ㅋㅋㅋ 사회학자들 멋지다!!! 저는 플래그 및 밑줄 전공입니다!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5-18 14:35   좋아요 1 | URL
나 사회교육(비슷한 듯 다른 ㅋㅋㅋ사회학도 교육학도 오롯하진 않고 사회학 경제학 법학 문화인류학 정치학 교육학 철학 다 썪어 놓은 그래서 거시기 혀…)이요 ㅋㅋㅋ사회학만 했으면 밥도 못 먹고 살았겠지요… 이과 전공 하고 싶다…ㅋㅋㅋㅋㅋ 플래그 및 밑줄 맛집이네 여기 저는 그 과목은 낙제요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5-17 15: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눈치껏 대충 살다‘가 제 전공인데 말이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문장이 마지막 문장이 되기에는 너무 빡쎈!!! 페이퍼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이 재미있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5-18 13:02   좋아요 1 | URL
출처 : 단발머리 꽝꽝 박고 싶지만 진심을 다해 눈치껏 대충살자는 푸코의 권력관에 기반한 후기 철학을 공쟝쟝너낌으로 해석한 것이니ㅋㅋㅋㅋ 공부를 통해 얻어낸 평갱 개미여떤 제게 일종의 인생태도의 전회로 읽어주면 감사…😉 친구는 닮게 마련!!
 

“(48) 나는 애도가 언제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지,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애도가 언제 충분해지는지를 확실히 알지 못한다. 프로이트는 이 주제에 대해서 자신의 기존 생각을 바꿨다. 그는 성공적 애도가 대상을 다른 대상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는 의미라고 의견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원래 우울증과 관련되어 있는 incorporation이 애도 과제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 하지만 나는 대상의 완전한 대체 가능성을 우리가 지향하기라도 하듯이 다른 사람을 잊는다거나 다른 무엇이 대상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것이 성공적인 애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애도는, *상실로 인해 우리가 어쩌면 영원히 변하게 된다는 점을 받아들일 때* 이루어진다. 아마도 애도는 미리 그 변화의 본격적인 결과를 알 길이 없는데도 그런 변화를 겪겠다고 (어쩌면 변화를 감수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동의하는 것과 상관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듯, 뭔가를 잃는다는 경험이 있는가 하면 또 상실이 초래하는 변화라는 결과가 있다. 후자는 그려질 수도 계획될 수도 없다.”

“(85) 내가 ‘너’에게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아내지 않고서는, 너를 알려면 나의 언어가 부서지고 굴복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언어로 바꿔 말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 내가 ‘우리’를 소환할 수 있는 길은 없다. 너는 이 방향감각의 혼란과 상실을 통해서 내가 얻게 되는 결과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존재하게 되는 방식이다. 다시 또다시, 여전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무엇으로서.”

- 주디스 버틀러 <위태로운 삶 -폭력, 애도, 정치>


사랑해서 아픈 거였더라고. 아픈 거 보기 싫다 치우라는 마음이 사랑을 없던거라 밀어내버리는 미운 마음이라 어찌나 분노했던지. 애도할 겨를도 없었고 무엇을 느껴야 할지 몰랐어. 그래서 더 미안했어. 10년 전 그때는.

삶이 사랑과 이별과 애도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알려줘서 고마워. 슬픔과 고통을 쉽게 몰아내는 게 아니라 느끼고 인정하고 내 안에서 숨쉬게 살려둘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마워. 나는 많이 변했어. 내 세계는 변했고… 그래도 잃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면서 그렇게 기억하는 중이야. 어쩌면 온전히 의미를 받아들이는 데는 생각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리고 아주 조금 이해할 것 같은 순간에서 또 나는 변하겠지만.

작년에는 <너와 나>를 봤어. 영화 보고 나서 그냥 그 말 해주고 싶더라고. 나도. 나도 사랑해🎗️


마지막으로, 무엇이 애도할 만한 삶이 되게 해주는가? 우리의 위치와 역사가 다르다 해도, 내 생각에는 "우리"라는 말에 호소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잃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하기 때문이다. 상실은 우리 모두를 어설프게나마 "우리"로 만들었다. 그리고 상실을 경험했다면 그것은 뭔가 소유했다는 것, 욕망하고 사랑했다는 것, 욕망을 위한 조건을 찾기 위해 분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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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4-16 19: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버틀러 책, 참 좋네요. 저는 오늘 처음 봤어요. 그러고 다시 봤더니 맨 마지막 페이지는 마리 루티 문장인가보다 ㅋㅋㅋㅋㅋㅋ맞나요? 고통에의 직면, 정면승부는 어려운 일이죠. 제대로 해내는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난, 생각합니다.
단지 그 과정을 지나온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의 고통의 곁의 곁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이겠죠. 다시 쓰지만....
그런 사람은 흔하지 않습니다. 쉽게 만나지는 사람이... 아닙니다.

공쟝쟝 2024-04-16 22:49   좋아요 2 | URL
고릿적 ‘우울증적 이성애‘ 때 부터 버틀러의 애도와 기입(incorporation, 합체라는 번역을 참을 수 없다)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는 데... 그걸 이렇게 정치철학적 비평으로 풀어내니... 버틀러... 넘...🥹🥹😩😩
짚고 싶은 것은 이 책에서의 재난이란 911이란 말이죠. 911이후의 미국의 왜곡된 애국주의가 어떤 식으로 엇나갔는 지 어렴풋한 기억이 있고... 당시 ‘느닷없이 공격 받았다는‘ 미국 내의 정서에 동조하지 않으면서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게... 직면하기 힘든 미국의 어떤 징후(피해자의 오만..이라고 정희진의 워딩가져와봅니다)를 드러내는 버틀러의 정치 비평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온전해지자.‘ 가 아니라. ‘우리 모두 상처 입었으므로 취약함을 살피자‘고 하는. 것은. 사실 고차원 적이죠. 아름답다와 별개로.

맞습니다. 마지막 검은 캡처는 루티(ㅜㅜ 그를 애도중인 나)입니다. 마리 루티나 제가 고통에 정면 승부 하자는 아니고요. 저는 10년 전의 ‘세월호‘를 떠올리면 일베와 장례 자체를 유난 떤다고 하던 어떤 사람들의 신경질적임이 생각 나거든요. 애도할 겨를을 허락하지 않는 사람들, 타인의 고통을 보는 것 조차 참을 수 없어라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가 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문장이라 가져왔어요.

고통 혹은 고통의 곁의 곁까지는 사실. 엄두 안나고. 다만 저는 애도요.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과 충분히 헤어지면서 혹은 간직하면서 다른 내가 되는 것요. 소중한 이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애도하는 일에 가혹해지지 않고 싶습니다. 음. 헤어짐의 고통은 소중합니다. 몸에 기입된 사랑의 흔적이니까요. 그건 재난이나 참사가 아니라도 언제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 이기에. 거기서 ‘어설픈 우리‘를 도모해보자고 하는 버틀러의 제안을 찬찬히 따라 읽어가도록 해보겠스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