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자본주의의 ‘축적’을 인간 존재의 무능력과 연관해서 생각해 보고 싶어짐. 전능한 화폐는 결국 돈이라는 환원론으로 삶을 다루는 어떤 방식들을 무능력하게 만들어버린다. (나는 레버리지라는 원리가 정말 싫지만. 그것이 편하다는 걸 알아 갈망한다.) 그러니까… ‘축적’해보고 싶다는 거다. (ㅅㅂㅋㅋㅋㅋ) 생긴 돈을 쓸 줄 몰라하는 소설 #교환가치 속의 (가난뱅이) 형제들은 바보들이다. 중요한 건 부자의 마인드라니깐요? (각종 자기계발서를 통해 마인드를 의식적으로 학습했으므로) 나는 잘 쓸 펑펑 쓸 그리고 요긴하게 쓸 자신이 있다. 그러니… 축적! 내게 축적할 돈을 주세요. 라고 말해봤자 나한텐 안 줄 걸 알아… 로또 되면 그때 가서 고민해 보려했건만 미리미리 준비해둬야 미련하게 축적안할테니 미리미리 상상으로라도 준비를 (로또나 사 인마).
4.
끝장난 관계, 잘못한 투자, 파탄난 신념, 망해버린 상황 같은 것.을 부여잡는. 사람들의 낙관, 희망, 혹은 애착은 (나는 미련이라고 표현한다) 정말로 그게 간절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을 “와해”시키는 것 보다는 그것들을 유지하는 것이 일상을 견디기에 유효하기 때문이다.
“환상이 맺어준 그 결속 관계”를 끊어내는 대신 “하루하루 스트레스받으면서”사는 삶을 택하는 근거에는 ‘인생 원래 다 그래’라는 다른 형태의 환상이 껴들어있을지도 모르겠다. 인생에 원래 그런 게 있다면… 실은 다 다르다는 건데. 그렇지요?
가까운 이들에게서 100년 다 산 뭔가 다 포기한 노인 같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건. 사실이다. 포기해야 가까스로 이걸 유지한다. 그러나 책은 말한다. “일상화된 위기 속에서는 익숙한 세계의 현상 유지가 그 자체만으로도 애착의 대상이 된다”고. 나는 간파당하고 말았다!) 정말 그래? 정말 그럴까?라는 질문으로 현실을 견디는 방식을 찾아냈다고 믿었는데. 매일 조금씩의 와해를 수용하는 게 나은 것이라고 혼자 씩씩했는데. 하지만. 하지만.
실은 이 책은 내게 맞다. 그저 빨리 빨리 읽는 것이 어려울 뿐.
규범이 제안하는 낙관을 좇느니 자기 감각의 구멍을 파고 들어 앉아 뭔가를 읽고 쓰기. 들뢰즈를 읽고 싶어졌다.
“(85) *소비*는 대리물을 통해 만족을 약속하면서도 만족을 주지 않는데, 그 것은 자본주의 체제 아래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인 불만족 상태가 지속 되는 가운데서, 즉 욕망의 담보 상태 안에서, 모든 사물이 그저 잠시 쉬어 가는 정거장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축적이 무언가에 대한 해답으로 여겨질 수 있다. *축적[쟁여 두기]*은 순전한 잠재력을 가지는 끝 없는 현재를 향유할 수 있게 하면서, 가치가 해주는 약속이 소진되지 않도록 통제한다. 그러다가 작품의 결말은 두 주인공을 뒤흔들어 망연자실 마비시키는 구조적 모순을 형상화한다. 자본주의하에서, 순환[유통] 된다는 것은 삶 속에 존재함을 가리키는 반면, *소진 불가능할 정도로 축장해 둔 물건 더미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환상 속에 존재함*을 가리킨다.
이 환상은 그 자체로 위협적인 실재에 대항하는 축장의 창고이고, 그러므로 더 나은 갈망의 리얼리즘처럼 보인다.”
그러고 보니 나도 축적한다. 사 놓고 안 읽을 책 축적… 안 볼 영화 목록 업데이트.
자본주의하에서, 순환[유통] 된다는 것은 삶 속에 존재함을 가리키는 반면, 소진 불가능할 정도로 축장해 둔 물건 더미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환상 속에 존재함을 가리킨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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