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책 탑을 보아하니 나는 돈을 열심히 벌었구나! 🚬🧸 어쩐지 올봄 들어 내 돈나무 버핏이 미친 듯이 자라더라니.
아주 오래전 대학 다닐 때 수고한 자신을 위해 치킨을 셀프 선물한다던 남자 후배가 있었다. 독특한 자기애를 가졌구나?!라고 웃으면서 자기가 자신의 하루를 치하할 수도 있군 조금 놀랐고 (셀프 선물을)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이는 놀라운 속도로 몸이 커지고 말았는데… 수고를 많이 한 것일까, 자기애가 넘쳤던 것일까. 치킨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그 말이 인상 깊었기 때문에 치킨은 유해한 음식이라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하게 된 것 같다. 잘 지내나 모르겠네. 치맥 끊었을까?… 잘 지내니? 어른이 되고 난 후 나는 많은 중독 증상을 겪어왔지만, 치맥에 중독되지 않았던 것은 네 덕분인 게 분명해… 한 달에 세 번 이상은 못 먹겠더라고.
이처럼 사람은 그냥 스쳐 지나간 사람이라도 언제나 교훈을 남긴다.
...
신념의 독땡괭님과는 다르게 ‘읽은 만큼 사겠다’는 올해의 다짐1은 ‘금주하겠다’는 다짐2와 함께 3월이 지나자 이내 팔아치웠다. ‘오늘 내가 일하느라 고생했는(할 건) 데 이것도 못 사냐? + 이 일이 끝나면 다 읽어 주겠다!!! 하는 호기로운 허세’가 내가 책을 구매하는 마음인 걸 알겠다. 문제는 터져나가기 시작한 책장인데.... 마음이 너무 답답하다. 아, 마음이 답답해. 마음이...
이 답답한 마음은 그러니까 사놓고 안 읽는 마음이라는 걸 알았다!!! 무거운 책탑을 보면서 불편해지는 마음이 사면서 느끼는 보상심리 보다 커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자각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구매는. 진리인 것이. 한 권도 빼놓지 않고 다 살 이유. 사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는 것!
살펴보자.
뒤라스의 책은 <태평양을 막는 제방>밖에 읽지 않았지만 무지 재밌었다. 그의 ‘뽀스뜨 모당’하다는 문체 때문에 다른 책은 쉬이 손 뻗지 못했는데, 2월에 뒤라스와 엄마와의 관계를 담은 책 <글 쓰는 딸들>을 읽고 난 후부터 관심을 두던 차에 아니 에르노의 <젊은 남자>를 읽고 희진 샘의 팟캐스트까지 듣고 나니ㅋㅋㅋ 이 프랑스 여성 작가들의 ‘젊은 남자’들과의 연애사는 탐구할 만한 가치가 좀 있겠구나 싶어졌다. 가부장제 하의 여성이 자아를 축소하지 않는 형식으로 추구 가능한 가장 올바른 이성애에 대한 탐구되시겠다.(는 뻥) 😏
그러니까 문학 소년 얀 르메는 뒤라스의 이 책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을 읽고 완존 사랑에 빠져버렸다고 한다. 28세의 건장한 청년이 된 그는 66세의 뒤라스를 찾아가 그 옆을 지키며 뒤라스 최고 작품인 <연인>을 쓰는데 일조하며 (지금부터는 나의 뇌피셜이다) 책도 읽어 주고, 타자도 대신 쳐주고, 밥도 하고, 빵도 굽고, 술도 따라주고, 라면도 끓여주고, 이부자리도 펴주고, 불도 꺼주고, 잠도 자고 하면서… 오래오래 82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곁을 지켰다. 그는 (지금부터는 이 책의 서문이다) “자신이 그녀와 하나가 되어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를 옮겨 적는 손이 되고 싶었다고.”한다ㅋㅋㅋㅋㅋㅋ
하나가 되어 옮겨 적고 싶을 정도의 글빨 무슨 글빨인지 나 너무 궁금하네ㅋㅋㅋㅋ 글로 사람을 꼬실 수 있다는 게 이제 놀랍지는 않지만 38세 연하남을… 꼬셔서 수발들게 하는 것은… 뒤라스 언니 진짜 난 언니 아닙니까?ㅋㅋ 그리고 나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 내 노후의 동반자를 위해 뒤라스의 문체를 익히겠다고 마음을 먹을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둘 다 프랑스인이네🤷🏻♀️ 아쉽다. 한국에선 힘들겠죠? ㅋㅋㅋㅋ 일단 요즘 한국의 20대 남자는 거의 책을 안 읽는 것 같고요?ㅋㅋㅋ 애들아 책 좀 읽어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랑스에 가서 프랑스어를 배운 다음에 글을 쓴다 한들 내 동반자와 내가 사용하는 언어 구사 능력이 비슷할 것 같아서 … 아무래도 꼬실 수는 없을 것 같…까지 썼는데 왜 또 1500자가 넘었지?
요즘 듣는 푸코 수업 선생님께서 첫 강의에서 “푸코는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하셨을 때, ‘저도요!!!! 저도요~!!!’라고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었는데, 역시 아무도 동의하는 낌새가 없어 보여서… 저는 이곳에서나마 푸코의 따뜻함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제가 푸코의 따뜻함을 느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가장 최근은 도서관에서 바로 이 책 <담론의 질서> 감사의 말 부분을 읽었을 때입니다.
청소년 시절 푸코에게 철학의 즐거움을 알려준 스승이며 훗날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였던 장 이폴리트가 사망한 후 그의 빈자리에 교수로 들어가게 된 푸코는 이런 감사의 말을 남겼다고 하는데요.
“(97) 철학은 이제 개념의 운동 속에서 드디어 스스로를 사유하고 재어 포착할 수 있게 된 총체로서가 아니라, 이폴리트에 의해, 하나의 무한한 지평이라는 배경 위로 펼쳐지는 끝없는 과업으로서 이해된다. … 이렇게 해서 이폴리트는 자기의식에 대한 완성이라는 헤겔적 주제를 되풀이되는 질문이라는 주제로 변형시켜 버렸다. … 철학은 이제 추상화의 구조물을 따르는 것이 아니며 늘 물러난 채로 존재하면서 획득된 일반성과 단절하고 비철학과의 접촉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 그러나, 그렇게 된다면, 철학적 담론은 아마도 더 이상 자신의 존재 이유를 갖지 못할 것이다. … (101) 나는 내 작업의 의미와 가능성을 이폴리트로부터 빌려 왔고, 길을 잃고 헤매던 내게 빛을 비추어 준 것 역시 이폴리트였다. 이런 이유로, 나는 나의 작업을 이폴리트의 영향 아래 두고 싶었고, 나의 기획에 대한 소개를 이폴리트에 대한 헌사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내가 지금 스스로에게 던지는 이 질문들이 교차하는 것은 바로 이폴리트를 향해서, —내가 이폴리트의 부재와 나 자신의 부족함을 증언하고 있는— 이 결여를 향해서이다. (102) 나는 이제 내가 말하기를 왜 그렇게 두려워했었는지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내가 이폴리트의 말을 경청했고 이제는 더 이상 그, 이폴리트가 나의 말을 들을 수 없게 된 바로 이 장소에서 내가 말을 했기 때문이다.” - 미셸 푸코 <담론의 질서>
너무… 따뜻하지 않나요?
내가 이폴리트면… 무덤에서 걸어 나와 푸코 안아줬다…
이러한 연유에서 푸코가 자신을 철학자라고 하지 않았던 건가?라는 생각도 좀 하게 되고. 암튼. 네. 당신의 표정을 살피 보니 따뜻함을 못 느꼈다는 것 내 잘 알겠습니다. 감정이란 주관적인 것. 누가 뭐래든 난 따뜻했다.
이 책 <피투자자의 시간>은 질문이 신박해서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좀 읽었다. 금융자본주의 시대의 피투자자라는 주체?? 대항투기요?? 네???? 그러고 보니 비슷한 질문을 하던 책을 <연구자의 탄생>에서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나기도 하고.
주식을 한다고 하기에도 뭐 할 수준인 나는ㅋㅋㅋ 모 핀테크 앱에 소수점 투자가 생긴 후부터는 미주를 좀좀 따리 단타로 사고팔면서 내 망한 김치 주식의 -를 +로 쪼끔씩 메꿔 더럽던 포트폴리오를 거의 정상화(?)한 애국개미투자자임😤😤😤 그러니 삼전아....... 카카오야....... .. 조금만 더 힘을 내라. 바로 털고 나오면 다시는 김치 주식 안 살 것...은 아니고 ㅋㅋㅋㅋ 미국 주식으로 낸 수익을 한국 주식으로 다 까먹으면 그게 애국인 거 아닌가요? 아니라고욬ㅋ?ㅋㅋㅋㅋ 아 몰랑ㅋㅋㅋ 🙈🙊🙉
책의 서문을 읽은 뒤에 음, 좀 재밌네? 하면서 뒤편 인터뷰를 읽다가…… 이 책은 *구매하도록 하자*라고 마음을 먹게 된 이유는
“(242) 이 글은 생명 정치에 대한 푸고의 강의록을 읽고 받은 영향의 산물이기도 하지요. …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제 사유와 작업의 출발점은 다음과 같은 의미에서 푸코적입니다. 즉 타인을 통치하기 위해, 그들의 행위에 대해 행위 하기 위해, 그들의 품행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어떻게 스스로의 품행을 조직하는지, 혹은 그들이 어떻게 스스를 통치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 미셸 페어 <피투자자의 시간>
어쩐지 사람 이름 앞에 ‘미셸’이 붙더라ㅋㅋㅋㅋㅋ 역시 저항은 따뜻한 푸코와 함께ㅋㅋㅋㅋㅋㅋ 푸코적으로 사유하는 금융이라는 말에 아묻따 샀다는 거ㅋㅋㅋㅋㅋ 암튼 오늘 푸코 강연 듣는 날이라 또 설레네. 푸코는 내 운명. 기다려라.
이번 달에는 소설을 많이 샀고, 특별히 (욱해서) 중고로 맞춤법 책도 한 권 샀는데 읽을 기약은 없고…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캐롤 길리건, 캐런 버라드 등 페미니스트들 책도 좀 샀고, 가장 뜬금없어 보이는 이 책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는 윤석열 때문에 샀다.
윤석열은 나를 책 읽게 한다. ㅋㅋㅋㅋㅋ
서울대한남검사의 비대 자아의 외교 망신까지는 쟤가 쪽팔릴 일이지 하면서 초연했던 나인데… 이제 하다하다 못해 입을 잘못 놀려 참전을…??? 나 나라 걱정 거의 다 끊은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아닌가 보다. 윤석열은 민주당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하는 짓은 대대손손 이어온 이 나라 (일부) 남성들의 빌 붇기 계보인 건가 싶을 때도 있고ㅋㅋㅋ 팔루스 휘두르기에 도가 튼 양남들 사이에서 한남의 자아가 갈팡질팡할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므로 똥된장 못 가릴 때는 실컷 비웃을 수 있었지만, 갑자기 과잉충성 모드는… 좀 어이가 없기도 하고. 아무튼 윤석열은 미끈하게 멍청한 서울대출신한남검사 그 자체라 왜그러는지 투명하게 알겠어서 1도 궁금하지 않지만 이번 기회에 잘 모르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좀 알아봐야겠다, 생각하던 차에 책을 살펴보니 목차가 흥미롭더라고. 실은 이 부분이 딱
“(05) 남편은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자원했고 올해 3월에 전사했다. 또 다른 사촌(23세)은 지금 러시아 편에 서서 싸우고 있다. 두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다고 한다. A는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가족들끼리도 이번 전쟁에서 지지하는 편이 서로 다른 게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 이해영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 질서>
한국전쟁이 떠오르는 부분이라. 그리고 이 부분도. “(22) 지젝은 확고하게 우크라이나 편에 서라고 촉구한다. 만약 좌파라면 말이다.” 사실 난 지젝이 누군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읽은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지식을 자랑할 때 지젝을 꼭 언급한다는 것을 안다. ㅋㅋㅋㅋㅋ 아, 그러니까 지젝이 좌파군요? 그런데여, 그러니까, 애말이여, 그러면 우리의 대통령이 좌파란 말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인지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이기 때문에. 나는 책을 읽는다. 책을 읽기 위해 책을 산다. 음하하!
그나저나 내 돈나무… 버핏… 작년에 4월에 찍은 책탑 사진이랑 비교해 보니 너무 왕성하게 자라는 느낌인 데… (큰 식물은 처음이라…) 옮겨 심어야 하는 건가. 식물을 잘 모르는 사람치고는 식물을 잘 키우는 나.
아 그리고… 이 사진은…
오랜만에 남은 플래그 재활용으로 만들어본 <행복의 약속> 말미잘 샷입니다. <행복의 약속>은 이북으로 구매했고, 음 저걸 다 떼내면서 독후감을 쓸 생각을 하니… 이번 주가 얼마 안 남았네? 갑자기 또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책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가장 거슬렸(?)던 것은 플래그였다. 안 썩는 거 알고 있어서 찜찜하긴 했는데 내가 굉장히 이 친구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라는 걸 새삼 깨달아서 맘이 불편해짐. 다른 방법은 없을까? 북다트는 이렇게 심하게(?) 읽어야 할 책에는 너무 무거워지며 한정적이란 게 단점인 것 같고.
비슷한 맥락에서 이북에 익숙한 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요즘 하기 시작했다. 내 허름한 이북 리더기 바꿀 때가 되긴 했지.. 이북 살까...? 나여, 그만 좀 사..... ㅋㅋㅋㅋㅋ
플라스틱 플래그의 대체재를 아는 분이 계신다면 방법 좀 공유해 주세용! 북다트는 한통 있는 데 잘 안 쓰게 되더라고요. 하하하하하 그럼. 다음 달에 또 뒤메질 책탑으로 돌아오고 싶지는 않지만.....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