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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선인장
원태연 지음, 아메바피쉬 그림 / 꼼지락 / 2019년 8월
평점 :
1.
난 고양이야
생선을 제일 좋아하고
햇살이 좋은 날 지붕 위에서
낮잠 자는 걸 좋아해.
--p.20
참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났다. 고양이와 선인장의 애틋한 만남. 단순히, 연애의 감정만으로 한정짓기엔 너무도 아까운 사랑이야기.
2.
정말 제멋대로야! 고양이는...
하며 속상해할 때
굼에서 훌쩍 떠난 고양이가 현실로 나타났다.
굼에서처럼 똑같이
안녕!
이라고 말하면서.
- p.48
선인장의 꿈 속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고양이. 하지만, 깨어나보니 현실엔 진짜로 고양이가 나타났다.
고양이의 이름은 외로워, 선인장의 이름은 땡큐. 그들은 각자의 아픔으로 서로를 안아주지 못하지만, 그래서 그들은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주는 존재가 된다.
3.
땡큐는 울고 싶었다.
하지만 떙큐는 울 수 없었다.
땡큐는
온몸에 가시가 박힌 그냥 선인장이니까.
가지 말라고 말할 틈도 없이
잘 가라고 말할 틈도 없이
후다닥! 사라져버린 외로워를 생각하며...
- p.82
외로워는 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선인장 곁에 있고 싶어하는 고양이다. 그래서, 선인장을 떠나지 않는다. 그와 헤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외로워다.
4.
난 혼자였거든... 매일... 매일...매일!
가끔 나랑 놀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있었어.
근데 왜 안 놀았냐고?
얘기했잖아.
난 이상한 고양이라고.
내가 이상한 걸 알게 되면 내가 싫어질 걸 알거든.
이따금씩 착한 친구들이 있어서
나를 참아주고 있지만 내가 그걸 어떻게 모르겠니.
그건 서로 힘든 일이잖아.
- p.128
고양이는 자신의 이상함 때문에 힘들어하고 괴로워하고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이쯤되면, 나는 고양이에 적극적인 감정이입이 된다. 바로 그의 모습이 나의 모습 아닌가.
5.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싫어합니다.
- p.134
그렇게 고양이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을 싫어하겠지. 그러나 고양이가 사랑에 빠진다면, 그렇게 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6.
고양이는 아프지만 선인장을 안아줄 수가 없고
선인장은 슬프지만 고양이를 안아줄 수가 없다.
- p.161
그렇게 서로가 다르면서도 같은 고양이와 선인장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되어간다.
7.
읽고 난 후에, 한참 후가 지난 후에 고양이와 선인장의 애틋함이 내 가슴으로 들어와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얼마나 아팠을까. 그리고, 그들은 얼마나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준 걸까. 사랑은 이런 것이 아닐까. 서로에게 부족한 무언가를 알아봐주고 같이 있어주는 것. 부족하기 때문에 이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기에 더욱 사랑하는 것.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사랑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것.
사랑을 하고 싶었던 고양이는 선인장과 사랑을 합니다. 서로를 안아줄 수 없고, 서로는 많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합니다. 그것이 사랑이라면, 저도 하고 싶습니다. 나는 아주아주 많이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아주 단점과 약점이 아주아주 많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부족한 나를 알아봐주고, 나 역시 부족한 누군가를 알아봐 줄 수 있는 그런 사랑이 하고 싶습니다.
- 자음과모음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