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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힌 말들 - 각자의 역사를 거쳐 가슴에 콕 박힌 서툴지만 마땅한 마음의 낱말들
박혜연 지음 / 아몬드 / 2021년 12월
평점 :
1.
심리 상담은 말에 마음을 정확하게 담아내기 위한 노력의 과정과 다름없다. 그과정에서 때로는 한 사람의 깊은 마음과 연결되어 있는 낱말을 만날 수 있다. 그 낱말의 의미는 지극히 개인적인 역사를 거쳐, 대개 일반적인 뜻과 달라져 있거나 좀 더 넓은 범위의 대상들로 확장되어 있다. - p.7
『맺힌 말들』은 단어에 관한 이야기다. 단어들과 그 단어에 존재하는 의미에 관한 이야기다. 그 의미들이 의미를 더해 생겨나고 그에 관한 이야기들을 함으로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감정에 관한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이 책을 얘기하자면, 이 책은 저자가 상담 시간에 느꼈던 것들을 단어와 의미를 엮어서 만든 책이다. 의미와 상담이 섞어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듣듯 보는 상담에세이다.
2.
그는 주변에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서 자기를 드러낼 기회를 얻거나 독보적을 인정받아 영향력을 미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가 정말 불안해하고 두려워한 것은 존재감이 없어서 핵심부서에 가지 못하거나 주목을 받는 프로젝트를 맡지 못하거나 승진에서 밀리거나 정년까지 무사히 자기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외롭게 지내는 것이었다. 사람들에 둘러싸여 온기를 느끼며 지지받고 정을 나누지 못할까 봐, 혹여 혼자 남아 다른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모습을 밖에서 지켜보기만 할까 봐, 관계에 끼지 못하고 떨어져 있게 될까 봐 두려운 것이었다. - p.24
『맺힌 말들』의 어딘가에서 깊이 묻어나는 외로움. 그 외로움의 깊이는 어딘가에서 내가 멈춰섰을 때, 나 자신의 상황에서 벗어나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 같은 것이 아닐까. 이 문구의 내담자는 존재감이라는 단어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자 한다. 자신의 존재가 존재가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 그 두려움이 이 사람의 두려움을 오게 했다. 그 두려움이 커지면, 삶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뀌게 되고, 어떻게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해야 하는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
3.
이렇게 『맺힌 말들』의 어딘가에선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말들,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상황들을 맞이할 수 있다. 그 상황들이 내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 울림이 되는 날이 올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느낌에 오늘의 나를 기대어 본다. 누군가한테 마냥 기대는 것이 아닌, 나 자신에게 기대어 보기 위해 오늘 애를 써 본다. 그래서 오늘 흘러가는 나 자신의 미래에 더욱 더 희망을 가져 본다. 삶은 그렇게 내게 올 테니까. 삶은 그렇게 나를 축복할테니까.
- 아몬드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