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수의 시 Best 3
1. 그대로
2. 그리움에 걸리다
3. 벽 1, 2, 3
그 대 로
밤 피어오르듯 별은
어제
그 자리에 빛을 내고
뜨거운 열기로 타오르는 사막에
오늘
목마름을 덜어내는
오아시스
사라지듯 기어이,
달아오르는 날빛
내일
또
그대로
그리움에 걸리다
- 이 시에 뭔가 있을 거라 기대를 하고 있다면 생각을 거두어 주시길…
목소리 낮춰 소망함. -
마지막 남은 알록달록한 껍질이
친구에 의해 벗겨지던 그때
희미하게 보이던 모든 것이
비로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창 밖, 한바탕 벼락이 내리고
소나기에 묻히는 신음소리
조금 거부반응이 있기는 했지만 이내
세상을 감싸는 침묵이 깊숙이 찾아오고
오름가즘을 오르내리는 숨소리만이
깊어가는 여름밤을 채워내고 있었다.
끼익끼익 삐걱이며 살과 살을 파고드는
섹스의 한 중간쯤
나는 비로소 그들에게서 고개를 떨구었고
그날 새벽
천정이라고는 있지도 않은 다락방에서
혼자서 수음을 했다
삶이란 게 이런 것일까,
하는 상투적인 질문을 하고 있을 때
간밤의 천둥처럼 벨소리가 울리고
먼저 가서 미안하다며
친구는 마지막 인사를 한다
투우욱 -
끊어지는 저편 너머
나의 이상형이 끼루룩거리고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어떤 희망도 남기지 않은 채
멍한 다락방에서 뚜욱뚝 떨어지는
천둥소리가 울리는 여름이 되면
해마다 찾아오는 그녀의 신음소리에
나는 가끔씩 슬픔을 내뱉곤 한다.
벽 1
마른 나뭇가지
햇살에 타들어간다
너를 바싹,
태우고도 남을 세월
벽이 있다
벽 2
성냥개비 쌓아간다
널 기다리는 동안
완성된 탑
무심코 흘린 한숨
무너져 내리는.
벽 3
긴긴 세월 대답없는 너에게 나는 조금씩 지쳐간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너의 인내도 인내지만 이제는 나도 너를 배우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답 없던 네가 대답하기 시작했다 내 인내력이 극도(極度)에 달해 네 대답을 더 이상 강요하지 않는 내게 넌 대답한다 너의 대답은 그것이었구나 바로 그것이었구나 오늘도 침묵하는 너는 어둠 속에서 저 맑은 세상을 바라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