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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리카 ㅣ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 7
김지현 지음 / 호밀밭 / 2022년 6월
평점 :
『파브리카』큰 기쁨이 될 수 있기를.
1.
얼굴을 가르고 찢은 수많은 칼날이 모두 쓰레기통에 처박힌다. 피맺힌 살갗들이 제자리를 찾아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 파브리카에서
이 느낌, 정말 싫다. 이 느낌들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일까. 아마도 『파브리카』에 들어 있는 소설들에서 그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해결점의 어딘가에선 반드시 있을 것이 있겠지. 그 있을 것에 대한 느낌을 오늘 얘기하려 한다. 그 느낌은 정말로 힘들고 지독한 느낌이다.
2.
이 책은 소설집이다. 나름대로 굴레가 있는 느낌이다. 그 굴레는 쉽게 벗어날 수 없다. 이 책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느낌의 어딘가에 이 책 속에 나온 누군가도 있을 것이다.
3.
오늘 우연히 본 달력의 7월 숫자가 빨간색이었다. 그 빨간색이 너무 지독한 색이어서, 들어가기가 싫다. 그런데, 그 지독한 빨간색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을 아시는지? 그 느낌을 경험해 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과거의 어떤 순간에 이런 느낌을 경험해 보았다면, 그 사람은 지금 절실하게, 아주 애타게 일할 거리를 찾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하기 싫은 일이어도, 어디서든지 무엇이든 할 수만 있다면 하려고 애쓸 것이다. 오늘도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분명히 헤매고 있을 것이다.
4.
『파브리카』의 어떤 이들은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누군가가 지옥을 경험해 보았다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진짜 지옥을 경험한 것이 아니다. 진짜 지옥을 경험해본 사람은 지옥을 경험해 보았다는 사실을 말하기조차 버거워한다. 그 버거움 때문에, 안에서 숨은 감정을 털어내지 못하고 끙끙 앓고 살아간다. 어느 날 그 감정을 힘겹게 털어냈다면, 그 사람은 이젠 살아가고 싶은 생각, 살아갈 희망이 생긴 것이다. 누군가가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5.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독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일 기도하는 삶을 살아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어 버린 어느 날, 나는 비로소 내가 살고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고, 나의 삶은 점점 더 밝은 방으로 옮겨져갔다. 기도가 내 삶을 움직였다고 해야 한다.
6.
『파브리카』소설집. 이렇게 소설을 읽는 기쁨을 만끽하는 오늘, 나는 기쁨이 환호성을 속으로 지른다. 눈물은 흘릴 대로 이미 많이 흘렸고, 쏟아낼 건 모두 다 쏟아낸 후에야, 비로소, 소설을 읽는 진짜 기쁨을 느낀다. 지옥은 경험해 보지 않는 것이 좋다. 그 지옥을 경험해 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오늘, 조금만 많은 정보를 알아보고, 오늘 조금만 더 많은 사람과 얘기 나누고, 오늘 조금 더 많은 것들을 하고 싶은 생각이 당신 안에 가득하기를. 그 가득함이 당신의 안의 뿌듯함이 되어 삶을 살아가는데 큰 기쁨이 될 수 있기를.
- 호밀밭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