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자로 자녀를 키운다는 것은

 

전창수 지음

 

 

많은 직분자, 목회자, 사역자분들께는 아주 중요한 과제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바로 자녀를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자로 키우는 것이죠. 그러나,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자녀가 부모님의 뜻대로 마음대로 된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바로 허점이 있습니다. 자녀를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자로 키우기 위해 많은 부모들이 그렇게 키우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사실은 결코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리려고 이렇게 글을 시작합니다.

 

과연, 무슨 이것이 무슨 말일까요? 그리 어려운 개념이 아닙니다. 자녀를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자로 키운다. 이 말 자체에 어폐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자가 어떤 자인지요? 과연, 하나님께서 부모님이 생각하시는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자녀가 어떤 사람이다, 라고 규정을 해 놓으셨는지요? 결코,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규정해 놓으시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알기로, 성경에 나오는 내용을 토대로 하면, 자식은 부모님을 공경해야 하지만, 부모도 반드시 자녀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부모 뜻대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한다는 것은 자녀를 부모님께서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자로 키우라는 뜻이 아닙니다. 자녀는 하나님께 맡기시라는 말씀입니다. 자녀가 자라는 것은 하나님께서 돌보실 터이니, 부모님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자로 키우는 것의 첫째 조건은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고, 자녀가 하고 싶어하는 것, 자녀가 하고 싶어하는 말을 존중하고 같이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하나님의 뜻이 자녀에게 스미는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육아의 핵심은 존중입니다. 그리고, 대화의 바탕도 존중입니다. 또한, 사람관계의 바탕도 존중입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 가족관계 또한 마찬가집니다. 내 자식이니까 내 맘대로 내 뜻대로 해도 돼, 내 가족이니까, 내 말을 잘 들어야 잘 될 거야, 가 아니라, 새로 태어난 생명체니까, 나와는 다르게 태어난 하나의 또 다른 성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나와는 분명히 다른 생각을 가졌을 거고, 다르게 살게 될 거야, 이 아이에겐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나와 다른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뜻도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존중받은 사람은 결코 다른 사람을 해하는 일을 행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걸 느끼기에, 자신이 존중받았기에, 자신의 존재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렇게 소중한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다른 사람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얼마나 힘들까에 대해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됩니다. 이렇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이 늘어날수록 사회는 점점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갑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자로 자녀를 키우는 방법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원하십니다. 그것이 하나님 뜻의 전부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원하며 그것이 하나님 나라의 사명입니다. 그러므로, 억지로 울면서 살아가는 삶은 진짜 삶이 아니란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 진짜 행복을 꿈꾸시기를 바랍니다. 그 진짜 행복 속에서 진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게 되기를 하늘 높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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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람동

 

 

 

 

 

전창수 지음

 

1.

 

비릿내가 코를 찌른다. 비는 굵어지는 듯하더니, 이내 다시 얇아지기를 반복한다. 나는 우산을 펼쳐 든다. 좀 낡긴 했지만, 주황색의 우산은 우중충한 나를 오히려 환해 보이게 한다. 우산을 쓴다고 해서, 나의 188센티에 달하는 키의 몸에 젖어오는 비를 다 막아주진 못한다. 숯이 많은 머리를 가려준다 해서, 나의 흐릿한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비가 내 얼굴로 들이닥쳐 내 안경을 덮치는 것이 싫기 때문에 우산을 쓸 뿐이다. 안경을 덮친 비 때문에, 내가 보지 못하는 낯선 세계로 떨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바랄 뿐.

 

비는 그러나 내 온몸을 적신다. 우두커니 비를 바라보다 문득 내가 신호등 앞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무더기로 지나간다. 여기가 어디쯤일까? 급하게 발을 재촉하려다 보니, 파란색 신호등이 윙크를 반복하면서 나의 걸음을 말렸다. 저 신호등은 언제쯤 나를 똑바로 마주 보려나? 걸음을 뒤로 돌렸다. 사람들의 분주한 걸음걸이. 모두들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듯하다. 고개를 든다.

 

저 너머 5층쯤 되어 보이는 건물이 눈에 띈다. 저게 뭐였지? 낯익은 건물이다. 나는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처벅처벅처벅. 떨어진 빗물이 바닥에 가득해, 발자국 소리까지 희한하게 들린다. 앞에서 오던 두 여인네가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꺄르르 웃으며 빗물이 가득 고인 길바닥을 조심스럽게 고른다. 나는 여인네 둘을 힐끔 쳐다보고 약간 인상을 찡그리면서 다시 조심스럽게 발을 디뎠다. 나의 변화된 걸음걸이를 눈치 챘는지 여인네들의 웃음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비는 굵어졌다 얇아졌다를 아직도 반복한다. 나는 5층짜리 건물의 앞에 서 있다.

 

<미친 도서관>

 

도서관? 기억난다. 나는 이 도서관을 매일 다닌 적이 있다. 공무원이 되겠다고 참 열심히도 다녔었지. 하지만 늘 그곳에는 친구들이 있었다. 근이란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항상 주위에 친구들이 많았다. 나의 유일한 죽마고우였던 근은 그 당시만 해도 어디를 가든 나를 데리고 다녔다. 당구를 쳐도, 노래방을 가도, 볼링을 치러 갈 때도. 심지어는, 나는 알지도 못하는 자기의 친구 생일파티까지도. 나는 공부보다는 그렇게 어울려 다니는 것이 재미있어, 도서관을 매일 갔다.

 

비가 갑자기 거세어졌다. 나는 재빨리 도서관 안으로 들어선다. 다시 지난날의 추억이 생각이 났지만, 그것은 추억일 뿐이다. 근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근을 생각하자 어서 빨리 이곳을 나가고 싶어졌다. 근은 내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에, 그를 떠올리는 건 내겐 너무도 잔혹한 고문이었다. 그러나 좀처럼 비의 굵기는 줄어들지 않는다.

커피 한잔을 뽑는다. 자판기의 위-- 하는 소리가 텅 빈 휴게실에 울린다. 이 넓은 휴게실에 나 혼자라는 생각을 하니 자꾸만 내가 불쌍해진다.

 

* * *

 

나는 지금 시내버스정류장에 서 있다. 버스를 탈까 말까 한참을 망설인다. 어디를 가야 하지? 버스를 타면 내가 누군지 알 수 있을까? 그냥 다른 곳으로 갈까? 그냥 한번 걸어볼까? 나는 한 시간을 그렇게 정류장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

 

* * *

 

아저씨, 사람동, 가요?”

나의 목소리가 작았는지 아저씨는 다시 묻는다.

어디요?”

사람동.”

고개를 끄덕이는 아저씨의 얼굴에선 불쾌한 빛이 역력하다. 뭐가 저렇게 불쾌한 것일까? 평일 낮이라 그런지, 비가 와서 그런지, 버스 안에 사람은 거의 없다. 버스 뒷좌석으로 걸음을 옮긴다. 떠벅떠벅떠벅. 맨 뒷좌석에선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소녀 둘이 열심히 대화 중이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함박웃음까지 곁들인다. 소녀들이 앉은 반대 방향의 뒷좌석 자리를 잡아 앉는다. 자리에 앉고 보니, 앞에서는 어머니와 딸인 듯한 여인 보이는 사실은, 아줌마와 어린이 한 명씩이다 - 둘이서 즐거운 담화를 나누고 있다.

버스는 질주한다. 그리 먼 거리도 아닌데, 시속 100킬로는 되는 듯한 속도로 질주했다가 급정거하는 순간을 계속 반복한다.

미친 도서관에서 사람동까지의 거리는 생각보다 꽤 멀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듯한데, 아직도 반이나 남았다. 그때 버스가 갑자기 급정거를 한다. 옆에 있던 소녀 둘 중 가운데 쪽에 앉아있던 소녀 하나가 버스 안에서 뒹군다. 소녀는 정신을 약간 잃은 듯하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옷을 툭툭 털고는 자리에 앉는다. 또 다른 쪽에서 약간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난다. 뭐지? 하고 앞쪽으로 돌아보는데, 40대쯤 보이는 아줌마와 운전기사아저씨가 다투는 중이었다.

아저씨가 잘못했으니까, 책임을 지셔야죠!”

아줌마, 아줌마가 똑바로 잡고 있었어야죠! 탄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아직 자리에도 앉지 않고. 상습범 아니야?”

뭐예요? 내가 그럼 일부러 그랬다구? 나 참, 기가 막혀서.”

버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아줌마가 허리를 약간 다쳤나 보다. 10분 가량 실랑이를 벌이다가, 버스에서 굴렀던 소녀의 말 한마디로 일단 버스는 다시 출발한다.

, 바빠요! 아저씨, 그냥 빨리 가요.”

가면서도 아저씨와 아줌마는 실랑이를 주고받다가 아저씨의 말 한마디로 일단은 아줌마도 물러선다.

, 아줌마. 그럼 차번호 적어가서 신고하세요.”

그러자, 아줌마는

내가 참아야지!”

하면서 물러선다. 아줌마가 내리고 나자, 주위가 다시 조용해진다. 그리고 지금까지 달려왔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버스는 사람동을 향해 질주한다.

 

* * *

 

버스정류장. 갑자기, 내 앞에 택시가 급정거를 한다. 앞에 있던 아줌마가 택시를 타려 한다. 그런데 다른 아줌마가 그 아줌마의 앞길을 가로막더니 말한다.

내가 먼저 잡았어요!”

하더니, 재빠르게 택시를 타고 출발한다. 택시를 놓친 아줌마는 어이없다는 듯, 씁쓸한 웃음을 짓더니, 바로 뒤에 쫓아온 택시를 타고 떠나버린다. 겨우 10초쯤의 차이?

한동안 걷혀있던 비가 조금씩 다시 오기 시작한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아줌마가 우산을 펼친다. 우산의 한쪽 귀퉁이가 뜯어져 나가, 금방이라도 그 뾰족한 철사가 내 눈을 찌를 기세다. 나는 이내 몸을 피해 아줌마와의 간격을 유지한다. 마을버스가 도착한다. 사람동.

마침 잘 됐군.’

나는 버스에 오른다. 마을버스라 앉을 자리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빈자리는 많이 있었다. 그러나 맨 뒷좌석은 꽉 차 있다. 맨 뒤의 바로 앞쪽에 자리를 잡고 기회를 엿본다. 옆의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가 자꾸 뒤쪽의 눈치를 살핀다. 뒤에 있던 한 패의 학생들이 다음 정거장에서 우르르 내린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가 일어나 뒷좌석을 먼저 차지한다. 나는 그녀가 앉은 반대쪽으로 자리를 옮겨 잡고 앉는다. 마을버스는 오후에 탔던 시내버스와 달리 저속 운행을 한다. 편안함이 밀려든다. 조금씩 졸음이 몰려온다.

 

* * *

 

어느 사이엔가 방에 있는 나를 발견한다. 집이다. , 포근한 잠자리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다. 내일은 뭔가 다른 일이 있을 것이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잠에 빠져든다.

 

 

2.

 

아직도 비가 내린다. 몸은 여전히 찌푸둥하다. 왜 잠을 자도자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고 계속 누워 있을 수만은 없다. 몸을 일으킨다. 오늘 할 일이 뭔지 곰곰이 짚어 본다.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무엇인가 분명히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뭐였지? 우선은, 외출을 하자. 거리를 쏘다니다 보면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이 날 것이다. 입고 갈 옷이 있나? 청바지에 노란색 셔츠를 걸쳐본다.

마음에 드는 군

어제는 내가 어떤 색깔의 옷을 입었던 것일까? 문득, 배가 고프단 생각을 한다. 내가 어제 뭘 먹었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가려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 나야. 오늘도 좀 그렇지?”

범이다. , 오늘 그에게 운전연수를 시켜주기로 했었지. 아니, 원래는 어제 해주기로 했었던 것 같다. 비 때문에 오늘로 연기했었는데, 오늘도 역시 비가 내린다.

그래, 내일 보자.”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집에 둔 채, 집을 나선다. 비오는 날 핸드폰은 짐이 될 뿐이다.

 

* * *

 

어둡지만, 어두운 거리다. 살 것 같다. 나는 가게로 들어간다.

이봐요! 멀쩡한 라디오를 집어 던지면 어떡해요? 아깝잖아요!”

당신이 뭔데 참견이야?”

? 라디오한테 머리 얻어맞은 놈!”

기억은 길을 잃고 방황한다.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현실을 살고 있는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나는 라디오한테 머리를 얻어맞는 놈일까? 도대체, 나는 지금 뭘 보고 있지?

 

* * *

 

이봐요? 정신 차려요. 이봐요?”

누군가가 나를 흔든다.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당신 정말 라디오한테 머리 얻어맞은 적 있어요?”

? ,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방금 얻어 맞았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 제가 그랬어요? 그런데 제가 여기 왜 있지요? 안녕히 계세요.”

뒤에서 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들린다. 혀는 왜 차는 것일까? 혀를 차면 말이 잘 되기라도 하는 것일까?

 

* * *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간다. 내일이 무슨 요일이지? , 내일은 영화를 보러 가는 날이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집이다. , 포근한 잠자리다. 내일은 기쁜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잠에 빠져든다.

 

 

3.

 

영화는 조조를 봐야 한다. 그래야, 넉넉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서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다. 나는 늘 금요일이면 극장을 간다. 오늘도 역시 아침 일찍 일어나 극장으로 출발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갑자기 그 극장을 번쩍 들어 내동댕이친다.

좋은 영화도 많잖아!”

기억 속의 극장이 난도질당한다. 영화를 보던 나의 표정이 굳는다. 그 극장이 통째로 쓰레기통을 향해 날아간다.

번쩍, 갑자기 천둥이 친다. 마른하늘에 웬 날벼락? 꿈이다. 아니, 꿈이 아니라 상상이다. 나는 다시 영화 속으로 몰입된다.

이까짓 거 안 봐도 되잖아?”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아무도 없다. 다시 영화 속이다. 톰 크루즈가 드디어 잡혀가는 장면이다. 왜 잡혀가는 것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는 잡힌다.

 

* * *

 

, 이 새끼 잘못했다고 안 빌래?”

가슴이 조마조마해진다. 저 목소리는 어디서 나는 거지? 영화 속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몇 좌석 앞에 앉아있는 수많은 관객의 뒷모습은 모두 여자의 머리카락이다. 대체, 자꾸만 나를 괴롭히는 저 목소리는 뭐지?

라디오 그만 들어, 이 새끼야!”

나는 귀를 잡고 오열을 한다. 톰 크루즈는 분명히 미래의 인간 감옥에 갇혀 꼼짝할 수 없을 텐데, 왜 다시 멀쩡하게 활개를 치고 다니는 것일까? 사람들은 영화에 푹 빠져 있다. 나의 귀에 들리는 이 소리들. 나는 쓰러진다.

 

* * *

 

핸드폰이 울린다. 범이다.

오늘, 날씨 좋지? 별일 없으면 간다?”

햇살이 따갑다. 오랜만에 보는 햇빛이 반가웠다.

차 가지러 가야지.’

그런데 내가 언제부터 운전을 했던 것일까? 나는 한 번도 운전을 배운 적이 없는데. 범이가 내게 운전연수까지 받는 것을 보면, 나는 꽤 오랫동안 운전을 한 듯하다. 범이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는 어떻게 생긴 친구일까?

 

* * *

 

내가 그의 옆자리에 있다. 그에게 말을 하고 있다. 그의 얼굴을 쳐다보지만, 햇빛이 워낙 눈부셔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다. 내가 말하는 것을 보아선, 나는 꽤 오랫동안 운전을 한 듯하다. 그가 내게 한마디 한다.

내가 다른 것은 막 배웠어도, 운전 하나만은 참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 같아.”

범이는 어느 순간 또 내 기억 속에서 사라져 있다. 대체, 범이는 누구지? 얼굴은 여전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 * *

 

집이다. , 포근한 잠자리다. 내일은 기쁜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잠에 빠져 드려는데 누군가가 내 방문을 두드린다.

누구세요?”

누구세요라니? 하루 종일 밥도 안 먹고, 방안에 틀어박혀서 뭐하니?”

방문을 여니, 어디선가 본 듯한 중년의 여인이 보인다.

아줌마, 누구세요?”

아줌마? 얘 좀 봐? 너 미쳤니? 엄마보고 아줌마가 뭐야?”

내게 엄마가 있었던가? 도저히 기억할 수가 없다.

엄마? 그럼, 아빠도 있나요?”

진짜 얘, 정신 나갔나 보네? 아빠, 아빠!”

저 너머에 50대는 훨씬 넘어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가 시야에 들어온다. 저 아저씨는?

아저씨, 혹시 버스 운전하세요?”

아저씨라니? 네 아버지가 버스 운전하시는 것도 잊어버렸니?”

혹시, 두 분이서 싸우신 적 있어요? 허리 때문에?”

그래 있지.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알았지? 며칠 동안 방에서 나오지도 않던 놈이.”

나는 다시,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낀다. 대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환상인 것일까. 라디오는 어디 있을까? 나는 미친 듯이 방안을 둘러본다. 미니 콤포넌트 하나와, 낡은 TV위에 좀 오래된 듯한 비디오데스크가 하나 놓여 있다. 방 주위의 벽에는 색이 바랜 신문기사들이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붙어 있었고, 책상 위에 담배가 한 갑 놓여있고 그 옆에 천 원짜리 빨간색 라이터가 놓여 있었다. 나는 담뱃값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모양의 꽁초를 하나 골라 불을 붙인다. 담배의 희뿌연 연기가 꿈처럼 아득하게 창문 밖으로 사라지고 있다.

 

 

4.

 

방을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이 든다. 다시, 아무 말 없이 문을 열어젖힌다. 어제의 그 여인이다. 자칭, 엄마라고 하는.

밥 먹어라.”

밥이라뇨? 당신이 제 엄마인지 아닌지 어떻게 증명하죠? 밥에 독을 탔는지 안 탔는지 어떻게 알죠?”

그녀의 이마에 주름이 생긴다. 동시에, 그녀의 동공도 순식간에 배로 커진다. 저 표정은 놀랐을 때 짓는 표정이 분명하다. 나는 문을 쾅 하고 닫는다. 그녀가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함이 내 몸 안에서 일어난다. 나는 문을 안에서 잠근다.

 

* * *

 

바보야, 내가 원한 것은 그게 아니란 말야!’

이상하다. 근이 또 나타났다. 그는 분명히 죽었다. 나는 분명히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 기억이 있다. 그는 자살했다고 했다. 왜 자살했는지는 아직까지 아무도 모른다. 궁금해진다. 그는 왜 죽었을까.

넌 죽었잖아! 왜 자꾸 나타나는 거야?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정말 아직도 모르겠니?’

 

번개가 번쩍 하고 내리치더니, 천둥소리가 우리를 갈라놓았다.

 

* * *

 

갑자기 누군가가 고함을 치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아까 그 아줌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목이 멘 목소리다. 고함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나는 귀를 막았다. 그래도 그 소리는 손바닥을 뚫고 더 선명하게 들려온다. 나는 방문을 열고 그 고함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한다.‘아빠라 불리는 그 사람이 엄마라고 불리는 그 사람에게 계속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당신 때문에 애가 저 모양이잖아! 애 나이가 벌써 서른이야, 서른! 여태 저러고 있으니, 한심하지! 당신이 잘못 가르쳤잖아!”

지겨워, 지겨워.”

문득, 라디오에 머리를 얻어맞은 기억이 난다. 저 사람이 내 머리에 라디오를 집어 던진 사람이다. 죽여야 할 사람이다. 저 사람이 내가 영화를 본다는 이유로 보던 비디오를 집어 던지고, 라디오를 내 머리에 던진 사람이다. 죽여야 한다. 어릴 때부터 별러 오던 일이다. 나는 부엌에 가서 식칼을 들고 나온다. 그들의 얼굴이 놀람과 두려움으로 일그러진다. 나는 그에게 칼을 들이댄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얼굴이 근으로 바뀌어 있다. 근이 말한다.

 

* * *

 

나를 너의 아버지로 생각해.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대신 죽어줄게. 날 죽여. 그리고 기억해. 넌 살인자가 아니야. 그리고 또다시 그런 순간이 오면 넌 스스로 죽어야 해. 자기 가족을 죽인 패륜아로 평생을 감옥에서 보낼 생각 하지 마. 그건 너와 나의 우정을 저버리는 일이야. 절대, 잊어버리지 마. 그리고 그 순간이 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란 것을 잊지 마

 

* * *

 

그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나는 칼을 들이댔던 손의 방향을 내 심장으로 돌렸다. 눈물 한 방울이 톡 튀어나왔다. 그 눈물이 내 가슴에서 뿜어 나오는 핏줄기 속에 파묻혔다

 

 

5.

 

증상이 언제부터 시작되었습니까?”

글쎄요. 그것을 정확히 모르겠단 말씀입니다. 저 아이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아버님 되시죠? 정수범씨와 아버님과의 관계는 평소에 어떠했습니까?”

무슨 질문이 그래요? 지금 저 아이가 나 때문에 저렇게 됐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요? 이보시오. 말도 안 되는 소리! 저 아이는 미쳤어. 그냥 미쳤을 뿐이야.”

조현병의 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지진 않았기 때문에 꼭 아버님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치료를 위해서는 아버님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보시오! 지금 나까지 환자 취급을 하는 것이오? 당신까지 미쳤어? 저 아이는 내 아이오! 내 아이는 내가 더 잘 안단 말이오! 저 애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길러왔어! 당신이 뭐야? 저 애가 미쳤으면 치료를 할 생각부터 해야지, 왜 나까지 걸고넘어지는 거야?”

 

 

6.

 

가만히 웃고 있던 30세의 아이가 그를 붙잡고 있던 보호사들을 힘차게 밀쳐내더니, 히죽 웃으며 아버지 곁으로 다가간다.

 

내가 왜 당신 애야? 난 나야! 당신의 권력 따위에 굽히지 않아. 당신이 버스에 나를 가두고 아무리 나를 몰고 다녀도 난 언제든 내려달라고 할 권리가 있어. 당신이 열어주지 않으면, 난 뛰어내려야만 해. 왜냐구? 난 나의 목적지가 있거든. 당신이 원하는 목적지가 내가 내려야 할 곳은 아니야. 그런데 당신은 내가 내려달라고 아무리 애원해도 버스를 세워주지 않았어. 당신이 가는 곳으로 무조건 같이 가자고만 했어. 그래서 나는 할 수 없이 택한 거야. 버스에서 뛰어내리기로. 난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야. 난 나라구!”

이 새끼가! 지금 나한테 대드는 거냐? 이거 완전 미친 새끼 아냐? 저 아이, 내 아이 맞아? 내 아이라면 저렇게 대들지 않을 거야! 저 아인 내 아이가 아냐! 저리 꺼져!”

지진이 일어난 듯한 진동이 병실을 가득 채웠다. 그곳에는 아이와 아버지의 싸움을 멀뚱히 바라볼 뿐, 아무도 그들을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고요는 그들의 파도를 더욱 더 거세게만 몰아갔다. 하지만 30세의 아이는 아버지의 <저리 꺼져!>란 말이 나오자마자, 다시 히죽 웃더니 경찰들을 향해 돌아섰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떼었고, 그는 경찰들을 향해 소리쳤다.

아버지! 아버지! 어디 계세요? 대체, 어디 계시는 거에요?”

모두들 안쓰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가운데, 단 하나의 눈동자만이 경멸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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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갈 수 있으려면

 

 

전창수 지음

 

 

많은 사람들이 나는 착하니까 예수님을 안 믿어도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나쁜 일을 안 하면, 천국에 갈 수 있을 거고, 그것이 하나님이 바라는 것일 것입니다. 그래야, 하나님이 제대로 된 신이라고 믿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말은 틀리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또한 생각합니다. 아무도 안 보니까, 괜찮아. 이쯤이야, . 그렇게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죄를 짓게 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죄를 막기 위해 CCTV가 설치되 어 있곤 하죠.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자신도 모르는 죄, 자기도 모르게 짓는 죄가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공격할 생각, 누군가를 음해할 생각, 누군가를 모략할 생각을 했다면, 그것이 죄가 아니라고 하진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것이 바로 예수님을 믿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안다면, 죄를 짓지 않으려 노력하게 됩니다. 생각으로도, 마음으로도, 행동으로도 죄를 짓지 않으려 노력하게 됩니다.

 

예수님을 진짜 믿게 되었을 때, 행복이 시작된다는 의미 역시, 예수님의 마음이 내 마음에 감동을 불러일으켜 진짜 눈물을 흘리면서 내가 잘못한 일들을 예수님 앞에 고백하게 되고, 그렇게 회개는 시작됩니다. 회개하면서 눈물을 실컷 울리고 나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부터, 사람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천국을 가는 것은 이렇게 회개했을 때 가능합니다. 회개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진짜 행복해졌을 때, 회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하나님이신 우리의 예수님은 우리가 회개할 만한 마음의 준비가 되기 전까지는 우리를 끝까지 기다려 주십니다.

 

천국은 다시는 죄를 짓지 않을 수 있는 사람들이 가는 곳입니다. 생각으로도, 마음으로도, 행동으로도 죄를 짓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 가는 곳입니다.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다고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은 이런 의미입니다. 진짜로 천국 가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지옥은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천국을 가게 되어 있습니다. 회개를 통해서 그것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므로,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 자신이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면, 예수님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통해서,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날들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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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수 작품 대표 작품집 목록

 

 

01. 나는 날마다 조금씩 마음이 되어가는 중

02.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해서 [시집]

03. 서로서로 안녕이라고 인사하는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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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사랑하는 사랑스러운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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