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 15회에서 김어준 딴지 총수는 예언했다.  

"오세훈... 시장 절대 사퇴 안해!!, 못 믿겟으면 내가 예언하나 할께... 이번 나가수 1등은 인순이야~" 

호방한 예언은... 그러나 50%만 맞췄다.  

강력하게 불사퇴를 예언한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 투표에 시장직을 거셨다. 이것은 그동안 오세훈 시장에게 빅엿을 먹여주시던 딴지총수 이하 꼼수다 맴버들에게 정말 거대하고 거대한 빅엿으로 되돌려준 쾌거가 아닌가 한다...ㅋㅋ 

이러한 시장 사퇴 뉴스를 보고 난 후 나는 '나가수'를 보기 전까지 딴지총수의 예언력을 의심하는 불신의 죄를 저질렀다. 이거 서울시장 사퇴도 못맞추는 사람이 어케 그 어려운 '나가수' 1등을 맞출 수 있겠어? 라는... 결과적으로 나의 불신을 깨끗하게 해소시켜 줬지만... 시장 불사퇴의 예언은 이미 어마어마한 오류로 남은 것이다.  

그런데... 나꼼수 호외 방송이 떴단다... old.ddanzi.com/appstream/ddradio.xml 

목요일에만 녹음하고... 녹음에 대해 이러저러한 의견을 달면... 지맘대로 한다고 큰소리 치더니...아마 총수의 똥꼬가 무진장 탔나 보다....ㅋㅋ 

이런 사태 아주 좋다... 지금 다운 중인데...들으면서 어떤 기발한 소설이 완성되는지 기대만방이다.  시장님의 사퇴 선언으로 꼼수다 호외까지 발행되고... 이런걸 님도 보고 뽕도 딴다는 거 아닐까??  

사족 : 베리베리님과 라주미힌님이 특히 기뻐하실 듯 하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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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08-23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은 특히 베리베리님과 라주미힌님을 편애하신다는???ㅎㅎㅎㅎㅎ

머큐리 2011-08-23 00:49   좋아요 0 | URL
나비님도 은근 야행성이심..ㅎㅎ
편애라기 보다는 꼼수에 관해서는 코드(?)가 맞는다고 보심이...^^;

라로 2011-08-23 23:23   좋아요 0 | URL
코드가 맞다는 얘기는 편애한다는 말과 같은 거에요,,,ㅎㅎ

저는 원래 야행성이에요.
그런데 요즘 야행성이면서 아침형도 하다보니 죽을 맛이에요.흑

머큐리 2011-08-23 23:39   좋아요 0 | URL
또 밤에 등장하셨음..ㅎㅎ

언제 서울 오시면 대대적인 홍보 좀 하세요..나비님 얼굴이 가물가물한데요..ㅋㅋ
 

순간... 함성이...야~ 드뎌 시장님이 결단을 내리셨다~~ 

사실 뉴스를 보는 순간 난 두 눈을 의심했다. 아니 시장님은 저~얼대 그럴 분이 아닌데.. 확률도 없는 일에 저렇게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질 분이 아닌데... 더군다나 꼼수에서 김총수는 절대로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몰빵하진 않는다고 했고 나 역시도 그럴 것이라 예상했는데... 역시 일반인의 상식적 사고의 틀을 깨어 주시는 과감한 결단... 존경스럽다. 

그러면서 시장님은 그럴분은 절대 아니지만... 뭔가 착오가 있으신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무슨일로 저러실까? 애들 밥주지 말자고 눈물로 호소하면서... 눈물이 안되면 자신의 정치적 생명까지도 걸어야 한다는 강단이 저 여리여리한 얼굴의 어디에 잠재되어 있는 것일까? 이번에 실패하면 20대 젊은이들과 함께 백수로 동고동락을 해야 함에도 아니 그럴려고 그러신걸까? 

주변에서 반대가 심할텐데.. 당장 딴나라당은 시장사퇴와 더불어 보궐선거를 치루면, 야당에게 서울시를 빼앗길 확률이 높고 따라서 오시장님은 사퇴를 결사 반대하고 있고...그런 주변의 반대를 뿌리치고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텐데...눈물을 흘리며 결단을 내려야 하는 그 마음은 무엇일까...정말 오늘 하루종일..... (솔직히 한 10분) 시장님의 의도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는데... 

내 생각은 이렇다.  

무상급식을 저지하면서 보수의 대표로 뜨고자 하는 시장님의 염원은 변함이 없으시다. 또한 주민투표는 자신의 사욕이 아닌 (당근 절대 그럴분이 아니시지) 국가의 존망을 결정하는 첫 단추임에도 뭐 지원하는 넘이 하나도 없다는 거다. 이거 이기면 국가대표로 등극이고 나라도 잘 되는데 왜 딴나라당은 안도와주나... 고민하던 시장님... 

그래 도와주지 않으면 도와주게 만들면 되는거다. 시장님 투표결과에 따라 시장직을 걸으신거다. 자.. 이번 주민투표가 무산되면 서울시가 날아갈거야...딴나라당아 니들 어쩔거야 서울시를 사수하고 날 대표선수로 만들어 줄거야 아니면 다 같이 함 죽어볼테야?... 뭐 이런 심사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더불어 눈물까지 흘리는 그 진정성에 보수의 집결이 이루어진다면... 주민투표의 승리는 결국 시장님 개인의 승리로 돌아가니 강짜 한 번 부릴만 하다는 생각이... 뭐 시장님은 절대 그런 꼼수를 부릴 분은 아니지만...이런 불측한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거다. 그렇지만 가카와는 좀 다르게 당이야 어찌되건 일단 혼자 살아남겠다는 그 독생정신...그 독야청청하신 모습은 나름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와서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라... 

일단 환영한다...그리고 절대 사욕이 없으신 분이라...주민투표 결과에 승복하고 실패하면 스스로 시장직에서 물러나는 대인적 풍모를 기대한다. 나중에 딴말하면 (절대 그럴 분이 아니지만) 3류 양아치 취급해 버릴거다. 그래서 사실 주변에다 투표 절대 하지말라고 이야기하지 않앗는데.. 지금부터 하려고 한다. 투표 무산과 더불어 시장도 갈아치우자고...대인적 풍모를 함 보고 이 땅의 정치가 아직 희망이 있구나하는 감동을 좀 받아보자! 

가카의 상생정치로 명줄이어가는 야당들아... 좀 잘하자...저렇게 판 깔아주는데...못하면 정말 앞으로 X팔려서 어떻게 살려고 그러니...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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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紫霞) 2011-08-22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총수님이 저~얼대 그럴 분이 아니라고 했는데 뒷통수 맞은 기분은 뭔지...ㅋㅋ
어제는 무상급식 투표를 하겠다는 남자분을 만났죠. 이런 사람하고 살면 죽을 때까지 싸우겠구나 하는 생각이...머릿 속을 하얗게 만들었다죠.ㅋ

머큐리 2011-08-22 22:06   좋아요 0 | URL
베리님이 멋지고 생각도 잘 맞는 사람을 만나길 기원합니다~~~^^

라주미힌 2011-08-22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시장이 김총수의 꼼수를 듣는다는 증거 ㅋㅋㅋㅋㅋㅋㅋㅋ

머큐리 2011-08-22 22:07   좋아요 0 | URL
호외판을 들으니...시장님이 낚시에 걸린듯....ㅋㅋ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워낙 유명한 시리즈니...그럼에도 진화의 시작을 보면서 느끼는 서사는 좀 특별하다.  

주인공인 원숭이의 이름은 '시저'다. 그러나 서사의 구조는 '출애굽'의 모세와 너무나 흡사하다는 느낌이 엔팅크레딧이 올라오는 순간 내 머리를 스쳐간다.  

모세가 누구인가? 저 옛날 이야기 모음집 성경에 의하면 갓난아기때 버려져 이집트 공주에게 구함을 받아 왕실에서 성장하다, 같은 민족인 유대인의 착취와 학대를 보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일생을 헌신한 민족의 지도자가 아닌가? 그의 영웅적 일대기와 이집트에서 유대인을 데리고 나온 이야기는 그 자체로 스텍터클한 이야기이고 '십계'를 통해 영화로서 성공을 거둔 고전이다.  

진화의 시작에서 유인원들을 이끄는 지도자로서의 시저는 모세를 그대로 닮았다. 어린시절 어미를 잃고 죽음앞에서 인간에게 구원을 받고 특별한 지도를 받으며 성장한 시저는 자신이 애완용 동물(모세식으로 말하자면 노예?)임을 자각한다. 더불어 인간에게 위험한 동물로 인식되어 유인원 보호구역으로 가면서 자신과 동족들인 유인원이 어떠한 처지에 빠져있는지 알게되고 그들을 해방하기 위해 영웅적인 투쟁을 감행하고 결국 그들은 가나안으로 이끈다.   

이런 서사적 동일성은 기독교 서구 문명에게 무척이나 친숙한 내용이며, 친숙한 만큼 이야기의 흡입력이 대단할 수 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야기를 현실성있게 만드는 CG기술은 유인원들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함으로 인간적인 연민까지 이끌어 내고 있다. 그러니까 촬영기술과 서사의 완결성이 스펙터클한 이미지를 넘어서는 긴장과 감동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이런 고전적 이야기에 현대적 과학의 종말적 상황을 기입한다. 이 시대를 반영하듯 미래은 언제나 음울하다. 이러한 미래에 대한 우울은 인간의 불완전함에 기인하다. 욕망은 충실하나 그 욕망을 책임지기엔 인간이란 존재는 언제나 불완정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불완정한 존재를 이끄는 욕망의 힘은 인간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특히 발전한 생명공학의 파멸적 결과에 대한 묵시론적 전망은 이 영화뿐만 아니다.  

때문에 이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12 몽키스'와 '20세기 소년'이 연상된다. 바이러스 때문에 인류가 멸망의 길로 가는 이야기...   

모세가 아니고 왜 시저일까? 홍해를 갈라서 이집트 군을 바다에 매몰시킨 모세보다, 주변의 게르만족을 굴복시키고 영토를 점령했던 로마군단의 카이사르가 더 어울렸을까? 그렇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인 '시저'는 단순하게 자신의 동족을 인간으로 부터 구했다는 의미보다 향후 새로운 사회를 이끌게 되는 지도자로서의 위상이 더 종요하다고 감독은 생각했던 것일까? 카이사르의 이름이 독일이나 러시아의 황제를 뜻하는 '카이저'나 '짜르'로 변형되는 과정을 보면 무리한 상상은 아닌 듯하다.   

인간에게 항상 기억해야 하는 양면적인 이야기...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끊임없이 상승하려는 존재이고 완성으로 가려는 욕망을 결코 멈추지 않는 존재이자, 그 파멸적인 결과에 대해 결코 책임지지않는 존재라는 사실.. 그 끝없는 욕망의 순환이 멸망으로 가던지 새로운 진보로 귀결되던지 그 미래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상력으로는 미래에 대한 낙관보다 불안이 더욱 크다. 그건 현재가 불안하기 때문이리라. 그 불안의 근저에는 인간에 대한 생각과 그 인간이 현재 저지르는 파괴적 행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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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紫霞) 2011-08-21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프리퀄이 싫습니다.
전에 나온 영화 내용을 알아야 하잖아요. 도통 뭔 얘긴지...
그나저나 다음편도 나온다던데...결국 전쟁인가요?

머큐리 2011-08-22 09:51   좋아요 0 | URL
혹성탈출 시작의 이야기는 오리지널 버전은 없는거 같아요..제 기억으론 원작 드라마 마지막에 이계행성인줄 알고 탈출하려고 했는데 결국 이계행성이 지구였다는..충격적 결말로 끝나는데요. 이 이야기의 시초를 어떻게 구상해 내는가는 약간 버전들이 틀린거 같아요.. 그러니까 그냥 뒤를 생각하지 마시고 편하게 감상하심이.. 그리고 후속편은 어찌될지.. 마지막 화면들은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보여지는데..거기서 살아남은 인류와 유인원간의 대격돌로 마감되는건지 저도 확신하지 못하겠어요..^^;
 
인어베러월드 - In a Better Worl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은 모양이다. 한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그냥 좋은 영화야. 이러저러 군말이 필요없어..."  

일단 '좋은 영화'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나머지는 그냥 나의 변죽일 뿐이다.. 

사실 이 영화를 한 번 보고나서 왜 좋은 영화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총론에서 너무 훌륭한 이 영화를 각론에서는 왠지 불편한 것이다.  그리고 사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그런 것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그냥 불편하다....그건 아마도 그냥 내가 삐딱해서 그런 모양이다.  

이 영화는 강렬한 대비가 돋보인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빈곤한 생활도 뭐든지 풍요로워 보이는 서구 사회.. 벌판에서 뛰어다니는 벌거벗은 어린아이와 넘치는 방을 주체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배려받으며 공부하는 서구의 아이들... 이 강렬한 대비속에서도 인간의 밑바닥에 흐르는 폭력에 대한 고찰은 어떤 사회이건 폭력은 끊어낼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 이야기 하는 듯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영웅적으로 보이는 건 끊어낼 수 없는 인간의 폭력에 대한 저항과 인간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폭력'에 대한 성찰... 과연 인간의 폭력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이 영화에서는  폭력이 아닌 비폭력의 가치를 옹호하면서 너무 쉽게 해결해 버리는 듯 하다. 어느 누구도 인간에게 폭력을 휘두르는데 정당함을 가질 수는 없지만, 이미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구조화 되어 있는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인간에게 저항의 폭력까지 '폭력 일반'으로 수렴하는 것은 더욱 더 잔인한 폭력일터다. 모든 폭력의 근원은 결국 타자를 인정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타자를 어떻게 인정하고 용인할 것인가는 결국 폭력의 한계를 규정할 것이다.  

두 개의 사회 두개의 강렬한 대비 속에서 과연 폭력은 어떻게 규정되는가? 일상적인 폭력에 시달리는 사회에서는 대항폭력을 사용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아프리카의 난민들을 심심풀이로 공격하던 무장단체의 수괴는 결국 난민들의 폭력 속에 목숨을 잃어야 했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폭력이 저해되는 선진사회에서의 폭력은 과잉 사용하면 어떻게든 제3의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으로 결론 내리는 듯 하다. 그러고 사소하건 중요하건 폭력이란 내면의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폭발로 규정하는 듯 하다.  

같은 폭력일지라도 대응은 그 사회의 양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개인의 분노 역시 그 사회가 가지는 구조적 모순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찰한다면.. 역으로 좀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진정한 일은 단순한 용서와 화해가 아니다. 개인적인 특수성으로서의 분노의 정화도 필요하지만 그 사회의 구조적 폭력을 멈출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 될 수 잇다. 

불편함의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개인적 분노의 승화만으로도 좀더 나은 세상을 그릴 수 있는 사회와 그렇지 못한 사회의 대비는 폭력이란 그렇게 단순하게 해결 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영화는 개인적 분노의 승화를 알려주지만 구조적 폭력의 해결점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아니 침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세계적으로 이 땅의 질서를 관장한 백인들의 시각이 주되게 관철되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갖게된다.  

그냥 좋은 영화에... 나는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너무 민감한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불편한 건 불편한거다... 그래서 난 좋은 영화라는 가치 중립적 표현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그걸 넘어서는 뭔가를 욕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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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후 지인과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가 불현듯 떠오른 어린(?)날의 기억... 

고등학교 1학년 때인가.. 아마 그 쯤 되는 것 같다. 한창의 여린(?) 감수성과 낭만적 사고가 지배하던 그 시절 팍팍한 교과서 공부로 말라가던 청춘의 반항기에 난 그냥 시들시들 거리고 있었다.
(아..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한 건 절대 아니다...그건 울아버지의 술추렴에서 항상 반복되는 불효자시리즈의 주된 주제이기에 항상 명심하고 있다)
국어시간에 '시'에 대해 열강을 하시던 국어 선생님이 각자에게 시를 한편씩 적어서 제출하라는 즉흥적인 숙제를 내셨다. (솔직히 그때 난 선생님이 수업하기 싫어 땡땡이를 치려고 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는 커녕 소설책도 무협지나 뒤적거리는 내가 무슨 시를 짓겠는가? 다만, 그래도 뭔가 고상하고 멋지게 하나 써야겠다는 영문모를 의무감으로 한 편의 시를 쓰기위해 무려 20분을 끙끙거렸다. 물론 무슨 시를 썼는지는 하나도 기억 안난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시를 한편 짓고 나서 흐뭇한 웃음을 짓고 있던 내게 옆에 짝꿍이 옆구리를 찌르며... 자기는 도저히 못하겠다고 한 편 더 써 보라고 한다.  

그때 난 아무 생각없이 한 편 휘리릭 써줬다. 일필휘지로 뚝딱 작품(?)하나 써준 것이다. 이건 아무런 고민도 사색도... 없이 그냥 생각나는 대로 대강...'시'랍시고 던져준 것이다. (그러니 이 작품은 더더욱 생각 안난다) 

그런데... 

다음시간 국어선생님의 시평가에서 우수작 2편이 나왔는데.. 그 중 한 편이 바로 내가 짝궁에게 쓰레기 던지듯 던진 시였다. 아~~ 도대체 심혈을 기울인 나의 작품은 어디로 사라지고 걍 대강 갈겨쓴 시가 우수작품이 되느냐 말이다. 그때 국어선생님의 칭찬에 똥마려운 얼굴을 한 짝꿍의 모습이 기억난다...그 쑥스러움에 어쩔 줄 모르던 오묘한 그 표정... 

이 때부터 난 '시'라는게 어려웠다. 그래서 시를 더 멀리햇는지 모르겠다.(물론 핑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가끔 시집을 펼쳐든다. 대부분 공감하지 못하지만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얼마전 백석의 작품을 보고 난 또 다시 한숨을 쉬고 있다.
남들이 천재라 인정한 그의 작품을 난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을 뿐이고... 

그냥 국어시간의 그 에피소드가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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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8-18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는여 이번에 큰맘먹고 고은님의 사랑 시집을 샀는데
아, 이게 책장이 안 넘어가는거예요. 그래도 노벨문학상 후보까지 올라가신 분이니
읽어봐야지 싶어서 이번에 만인보 첫권과 끝권을.. 그런데.... ㅠ

제가 너무 현대적인 감성에 길들여진걸까 싶기도 하구요. 에고.

머큐리 2011-08-18 17:15   좋아요 0 | URL
저는 백석이 어려워서 박노해를 다시 집었는데...어째 예전같지 않아 당혹스러워 하고 있어요..^^;

라주미힌 2011-08-18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석님과 머큐리님을 오버랩 시켜야하는 거죠? ㅋ...
가끔 페이퍼로 써보세용... 추천 눌러드릴게용....

머큐리 2011-08-18 17:15   좋아요 0 | URL
절대 오버랩하면 안됨.. 백석이 무슨 죄임..ㅎㅎ

무해한모리군 2011-08-18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 위대한 작품은 지금 소장하고 계신지요? ㅎ

머큐리 2011-08-18 17:15   좋아요 0 | URL
소장했으면.. 게시까지 했을걸요..ㅎㅎ 다행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