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후 지인과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가 불현듯 떠오른 어린(?)날의 기억...
고등학교 1학년 때인가.. 아마 그 쯤 되는 것 같다. 한창의 여린(?) 감수성과 낭만적 사고가 지배하던 그 시절 팍팍한 교과서 공부로 말라가던 청춘의 반항기에 난 그냥 시들시들 거리고 있었다.
(아..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한 건 절대 아니다...그건 울아버지의 술추렴에서 항상 반복되는 불효자시리즈의 주된 주제이기에 항상 명심하고 있다)
국어시간에 '시'에 대해 열강을 하시던 국어 선생님이 각자에게 시를 한편씩 적어서 제출하라는 즉흥적인 숙제를 내셨다. (솔직히 그때 난 선생님이 수업하기 싫어 땡땡이를 치려고 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는 커녕 소설책도 무협지나 뒤적거리는 내가 무슨 시를 짓겠는가? 다만, 그래도 뭔가 고상하고 멋지게 하나 써야겠다는 영문모를 의무감으로 한 편의 시를 쓰기위해 무려 20분을 끙끙거렸다. 물론 무슨 시를 썼는지는 하나도 기억 안난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시를 한편 짓고 나서 흐뭇한 웃음을 짓고 있던 내게 옆에 짝꿍이 옆구리를 찌르며... 자기는 도저히 못하겠다고 한 편 더 써 보라고 한다.
그때 난 아무 생각없이 한 편 휘리릭 써줬다. 일필휘지로 뚝딱 작품(?)하나 써준 것이다. 이건 아무런 고민도 사색도... 없이 그냥 생각나는 대로 대강...'시'랍시고 던져준 것이다. (그러니 이 작품은 더더욱 생각 안난다)
그런데...
다음시간 국어선생님의 시평가에서 우수작 2편이 나왔는데.. 그 중 한 편이 바로 내가 짝궁에게 쓰레기 던지듯 던진 시였다. 아~~ 도대체 심혈을 기울인 나의 작품은 어디로 사라지고 걍 대강 갈겨쓴 시가 우수작품이 되느냐 말이다. 그때 국어선생님의 칭찬에 똥마려운 얼굴을 한 짝꿍의 모습이 기억난다...그 쑥스러움에 어쩔 줄 모르던 오묘한 그 표정...
이 때부터 난 '시'라는게 어려웠다. 그래서 시를 더 멀리햇는지 모르겠다.(물론 핑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가끔 시집을 펼쳐든다. 대부분 공감하지 못하지만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얼마전 백석의 작품을 보고 난 또 다시 한숨을 쉬고 있다.
남들이 천재라 인정한 그의 작품을 난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을 뿐이고...
그냥 국어시간의 그 에피소드가 머리를 스쳐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