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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7년 1월
평점 :
고추장과 꼬추장의 차이는? 수유 너머의 연구원들에게는 고추장과 꼬추장이 틀린 의미란다.
고병권씨는 연구공간 수유 너머의 추장이며, 따라서 고추장이고, 꼬추장은 고추장과 (먹는)고추장의
차별을 위해 연구원들이 먹거리 고추장을 지칭할때 쓰는 용어다.
사실 연구공간 수유 너머는 매력적인 단체다. 연구 코뮌을 지향하는 듯한데 이곳에서 생산되어 나오는
담론들은 그 참신함과 새로움이 우리 인문학의 위기를 해결해 주는 하나의 모범으로 보이기도 한다.
(리 라이팅 클레식 시리즈는 언제부턴가 나의 필독서들로 자리 잡았고, 리 라이팅 클레식 시리즈를
읽게 만든건 고병권씨의 '니체의 위험한 책,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다.)
구성원들 자체도 단체나 집단에 매이지 않고 유일하게 연구공간 수유 너머에서 평등하게 연구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연구 단체들이 많이 나와서 획일적인 지배담론을 가로지르며, 소수자들의 의견과 차별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줬으면 좋겠다.
나에게 저자는 니체의 난해함을 일정정도 덜어 준 고마운 사람이었고, 언젠가 새로운 책을 내면 꼭 사서
봐야 할 저자로 찍혀있었다.
이 책은 사실 단일저술은 아니다.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잘 몰랐는데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글을
다시 모아서 펴낸 책이다.
책을 읽고 느낀 느낌들을 독서 메모한 부분들이 특히 좋았고, 매체에 기고된 글이라 시국과 연관되어
시의 적절하게 판단되는 그의 시선이 날카롭고 따뜻하다.
전지구적 자본주의가 판을 치며, 신자유주의적 가치관의 광풍이 몰아치는 현재 세상을 바라보는
'소수적 시선'을 견지하는 그의 태도에서 우리 학문의 희망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