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는 동료남자가 38세나 되도록 독신을 즐기다가 한번의 콩깍지에 장가를 가기로
결심했답니다. 얼마나 급했던지 이 땡볕이 난무하는 8월에 날을 잡고는 당당하게 결혼식에
초청을 하는데...흠... 확 제껴버릴려다 늦장가도 서러운데 기념촬영에 친구나 직장동료없이
썰렁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에 부산까지 내려갔습니다. (내가 미친거 맞습니다)
회사 봉고 하나 꼬불쳐가지고 7명의 시커먼 남자사람들이 달리고 달려 부산에 도착하니
날은 덥고...암튼 날씨가 더우니 맘에 드는 건 암것도 없더군요. 더구나 부산이란 동네...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주 개인적인 경험과 역사적인 편견이 비벼져 생긴 아주
주관적인 느낌이니 뭐 질책을 하셔도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렇다는 겁니다.
더구나... 신랑옆에선 신부...아~ 머리는 강박적으로 아름다우십니다라고 립서비스라도 하라고
강요하는데...입술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신랑한테도 부럽다고 서비스하려고 머리는 다시 강요
하지만, 그냥 그 놈보고 입꼬리 살짝 올리다 말고 한 숨을 쉬어버렸습니다.
제눈에 안경이고 니 팔자니 자~알 살라고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늦장가다 보니 전체적인 평균연령이 매우 높았습니다. 같이 간 동료들끼리 이거 어째 분위기가
경로잔치 분위기라고 수군거리는 상황이었지요 그런데 축가 시간에 창을 하더이다. 춘향전의
'사랑가'를 하는디... 아 정말 아버님 환갑잔치에 온듯한 환상에 빠졌습니다..ㅎㅎ
같이 간 동료 중 부산사람이 있어서 물었지요?
"부산엔 원래 이렇게 결혼식을 하냐?"
"아이다. 아가 좀 특이하게 하는거지...부산 사람들이라고 다 이러케하진 않는다"
흠 그렇군요.... 컨셉이었던 겁니다. 늦장가를 강조하는 컨셉...그래도 즐거웠던건 사랑가 타령
에서 '사랑'이란 말이 나오면 신랑, 신부는 뽀뽀를 해야 했는데...그건 좀 볼만하더군요..^^
결혼식 후에 바다구경을 갔습니다. 부산까지 와서 바다 한 번 못보면 뭔가 억울(?)할 것 같아서
바다로 출발했지요. 영화제목으로도 유명한 해운대는 정말 수평선 저 끝까지 탁 트인게 마음이
후련하더군요... 몸매가 착한 비키니까지 정말 좋았지만은...무더운 날씨는 비키니까지 귀찮게
만드는 무서운 마법을 발휘하더군요.... 주차시키고 바닷가 갔다가 해변을 돌아다니는데...
수영복도 아닌 와이셔츠에 구두에 이건 마치 수영하는 사람 구경하러온 몰골에 땀은 어찌나
흐르던지.... 결국 소주에 회 좀 먹고나서 일요일 약속을 위해 서울로 올라와야 했답니다.
부산 지하철도 타봤는데... 아기자기하니 귀엽더군요. ㅎㅎ
부산에서 가장 놀란건 해운대 뒤쪽으로 타워펠리스급의 고층 아파트들이 줄줄이 서 있더라는
것과 억센 부산말투가 그리 신기하지 않고 정겨웠다는 것 정도...다음에 시간나면 차분하게
부산이라는 도시를 좀 돌아다녀 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나저나... 늦장가 간다고 입이 쭉~ 찢어진 새신랑~~ 행복하게 살아야 할 낀디요..
잘 살거라 믿습니다. 다들 그렇게 잘 살고 있으니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