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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크하기 비에 젖는다 해도 그날이 오면 나는 서점에 가겠네 (공감23 댓글3 먼댓글0) 2025-04-09





전망 좋은 []

 

EP. 28



그날이 오면

(2025년 4월 5일 토요일)









내 정신은 순결하므로

내 기도는 영원했으므로

전신이 토막나서 없어진다 해도

땅속 깊이깊이 묻힌다 해도

에헤라 그날이 오면 나는 되살아나겠네

불같이 타올라 아아 그 5월이 오면

한라에서 백두까지 마구 지천으로 피어나는 감자 꽃이겠네

민주의 넋이겠네

 

 

김용락

그날이 오면중에서,

 푸른 별》(창비, 1987년)에 수록





새벽 두 시에 서 씨와 헤어졌다. 되우 작은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졌다. 눈을 떠보니 아침은 세우(細雨)에 젖어 있었다.


이번에 처음 와본 신림동을 그냥 떠나기가 아쉬웠다. 아침을 맞이한 신림동의 풍경을 보고 싶었다신림동에 도림천이라는 하천이 흐른다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하천이 흐르는 방향에 따라 <그날이 오면>이 있는 동네까지 걸어서 갔을 것이다.
















<그날이 오면>1988년에 태어난 인문 사회과학 전문 서점이다. 서울대 앞 녹두거리에 있다. 카페에서 책을 보다가 10시 조금 넘었을 때 서점으로 향했다. 불이 켜진 서점을 금방 찾았다. 하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서점 자동문에 외출 알림판이 달려 있었다.








 

알림판에 연락처가 적혀 있어서 처음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처의 주인은 받지 않았다. 10분 뒤에 연락처의 주인으로부터 곧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오래 기다릴 수 없어서 서점에 언제 돌아오는지 바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답변이 오지 않았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빗방울은 굵어졌다.


더 기다려보고 11시가 되면 대학로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신림동과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고, 서점 근처에 있는 버스 정거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때 마침, 서점 문을 열기 시작한 직원을 만났다! 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그날이 오면> 첫 방문이 이루어졌다.


서울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았으면, <그날이 오면>에 있는 모든 책을 천천히 살펴본 후에 책을 샀을 것이다. 사야 할 책을 고르는 시간이 적어도 한 시간(!)이다. 눈동자를 재빠르게 움직이면서 책장을 주마간산으로 구경해보니, 사고 싶은 책이 5권 넘었다. 책을 너무 많이 사면 가방이 무겁다. 게다가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가방 앞쪽이 젖어서 가방 안에 있는 책도 젖는다.












10분 동안 책장 전체를 다 훑어본 후에 숨어 있는 책’ 다섯 권을 골랐다. 다섯 권 모두 절판(또는 품절)된 상태다. 이 중에 한 권은 알라딘에 등록되지 않은 책이다.


신림동에서 대학로로 가는 버스를 타면 한 번 갈아타야 한다. 도착하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이것은 마치‥… 연희동에 있었던 서점으로 가는 분위기와 비슷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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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4-09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쳇, 책을 좋아하면 좋아했지 꼭 똥폼을 잡는단 말야. ㅎㅎ
평생 심심하진 않겠어. 우리나라 서점 다 돌아다니려면...^^

yamoo 2025-04-10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날이 오면..대학동까지 방문하셨네요! 아직도 건재하다니, 놀랍습니다. 그 옆에 길 건너 헌책방들은 다 없어졌는데...그 건물 옆에 버스 종점이 있었는데...152번인가..ㅎㅎ

페크pek0501 2025-04-12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겨운 나들이, 이십니다. 저도 알라딘을 알기 전까지는 동네 서점을 애용했어요. 매달 책을 사니까 주인 사장님이 저를 단골로 알고 친절하게 책을 구해 주시곤 했어요. 그 푸른 시절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