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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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겪는 고통의 근원은 욕망이다.

 

- 쇼펜하우어 -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는 사회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구도로 바라봤다. 그는 자신이 살던 시대, 즉 왕과 귀족, 새로 등장한 부르주아 계급 등 사회 세력들 간의 대립 및 종교적 갈등으로 평안한 날들이 없던 시대를 그렇게 표현했다. 인간은 오로지 자기보존을 위한 이기적 본성에 따라 행동한다. 홉스는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어떤 짓도 마다하지 않는 상황을 자연 상태로 규정했다. 따라서 자연 상태에서는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이나 집단들이 서로 대립하고 다투게 된다. 홉스는 절대 권력을 가진 군주가 통치해야 야만적인 자연 상태가 해소된다고 주장한다. 군주는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질서를 위반한 사람을 전체를 위해서 가차 없이 처단할 수 있다. 인간의 선한 의도를 신뢰하지 않으므로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평화적인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게 해줬다는 게 홉스주의의 장점이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다. 이기적 본성을 가진 사람들은 법의 빈틈을 노려서 사익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홉스주의에 반대한 존 로크(John Locke)는 군주도 인간이라서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홉스의 군주제 옹호는 군주의 독재적 공권력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악용될 수 있다.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의 풍자소설 멋진 신세계는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이 세계를 통제하는 암울한 미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 독자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작품 전체에 짙게 깔린 전체주의적 사회 분위기. 멋진 신세계에 묘사된 전체주의적 사회상은 홉스의 유토피아(utopia)를 상기시킨다.

 

멋진 신세계의 문명인들은 과학기술에 의존해 욕망을 채워나간다. 이 소설에 소마(soma)라는 약이 등장한다. 하루에 두 알씩 먹는 이 약은 모든 것을 잊게 해주는 마약이다. 소마 한 알만 복용하면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행복은 욕망이 충족되어 만족하거나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마치 행복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행복하기 위한 욕망이 과학기술과 결합하면 위험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안정된 삶을 가져다주는 과학기술에 감탄하고 있을 때, 헉슬리는 과학기술을 욕망 충족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경계했다. 홉스의 인간관에 따르면 인간이란 서로 자신의 욕망을 향해 달리는 존재다. 결국, 욕망과 자기 보호를 위해 폭력을 행사한다. 욕망이 완벽하게 충족되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멈출 수 있다.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소마는 갈등과 대립을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행복이라는 욕망만을 갈구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 소마에 중독된 국민은 진정한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을 잊어버리게 되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욕망을 스스로 실현할 수 없는 무능한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멋진 신세계의 문명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수면시 교육을 받는다. 자는 동안 귓가에서 반복되는 수면시 교육의 격언은 홉스의 말을 풍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인은 만인의 공유물이야.”

 

 

중앙 인공부화 · 조건반사 양육소에서 생산된 인간들은 배아 시절부터 화학적으로 능력이 조절된다. 이들은 능력에 맞게 사회 계급 구조에 편입되며, 세뇌 교육에 가까운 수면 시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의 상황에 만족한다. 각 계급의 역할이 분명하고 분업의 결과물을 공유하기 때문에 사회는 안정되어 있다. 서로 싸울 일 없이 주어진 계급에 따라 생활하는 세계. 이 평화로운 멋진 신세계에 산다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 언뜻 보면 살기 좋은 곳 같아도 개인의 직업, 생활방식, 습관, 복장, 인생의 목표까지 세계 총통의 정책에 따르도록 강요받는다. 개인의 고유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마저도 인정하지 않는 곳이다. 헉슬리가 묘사한 멋진 신세계의 암울한 사회현실은 단순히 가상의 미래가 아니다. 그가 그리고 있는 멋진 신세계의 풍경은 홉스주의의 특징들과 관련되어 있다. 안정적이고 강력한 국가의 실현을 희구했던 홉스주의에 내포된 부정적 가능성의 묘사인 셈이다. 홉스가 꿈꾼 국가는 유토피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가 경계했던 파렴치한 탐욕과 이기심의 자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탐욕과 이기심을 전제로 한 과학 발전이 인류를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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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4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1-25 12:19   좋아요 0 | URL
돈을 써서 소비할 때 잠시나마 행복감을 느끼죠. 그런데 이 행복한 기분이 너무 좋아서 돈을 물 쓰듯 쓰면 더 힘들어져요. 마음이 공허해질 때 습관처럼 과소비를 하고나면 후회하게 됩니다. ^^;;

페크pek0501 2018-01-2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탐욕과 이기심을 전제로 한 과학 발전이 인류를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 설령 불행하게 만들지라도 과학의 발전은 멈추지 않을 거라는 게 문제인 듯해요.

cyrus 2018-01-29 14:23   좋아요 0 | URL
과학이 발전할 때 반드시 성찰과 윤리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성찰과 윤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과학은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