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과학 - 청각은 어떻게 마음을 만드는가?
세스 S. 호로비츠 지음, 노태복 옮김 / 에이도스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언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언어는 대체로 시각과 청각에 의존한다. 대개 사람들은 청각보다 시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각만큼이나 청각은 훨씬 더 중요하다. 청각은 자신과 타인을 연결하는 하나의 통로다. 청력이 손상되면 단순히 못 듣는 것 이상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 청력이 떨어져서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된다. 귀가 어두운 노인들은 주변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켜 마음의 상처를 받기 쉽고, 이들을 모시고 사는 가족들은 대화할 때 크게 소리를 질러야 한다.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소리는 공기를 비롯한 매질이 진동하고 그 진동이 음파로 고막에 전달돼 뇌에서 감지하는 현상이다. 귓바퀴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알고 그 소리를 모아 고막 쪽으로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소리가 잘 안 들릴 때 손바닥으로 귀를 살짝 모으는 행동은 그런 작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고막은 귀로 들어온 소리의 파동을 효과적으로 울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귀는 어떻게 소리를 듣는 신체기관으로 발달할 수 있었을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세스 S. 호로비츠(Seth S. Horowitz)는 ‘청각의 생물학’과 음향 지식을 총동원하여 청각의 진화 과정 파헤친다. 물고기들은 몸통의 측선을 통해 물의 진동 자극에 반응하면서 소리를 듣는다. 인류의 청각은 물고기의 감각기관 측선과 비슷하다는 것이 진화론적 입장이다. 물속에 살았던 초기의 척추동물은 머리에 위치한 반고리관과 이석 기관을 이용하여 진동을 감지했다. 동물들은 복잡한 주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감각 기관을 진화시켰고, 듣기 능력이 향상되자 동물들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저자는 소리를 내는 동물들의 첫 등장이 진화 역사를 바꾼 ‘위대한 도약’이라고 말한다.

 

동물과 인간의 청각은 주위의 배경 잡음에 놀랍도록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다. 도시에 사는 새는 짝을 찾거나 천적의 위협을 동족에게 알리기 위해 소리를 낸다. 소리가 짝이나 동족에게 잘 전달되려면 새는 배경 잡음 이상의 주파수 영역에 가까운 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대화할 때 특정인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특정인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보다 작더라도 우리는 배경 잡음을 무시하고 그 사람의 소리에만 집중한다. 심리학에서는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를 ‘칵테일 파티 효과’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누구나 원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보고자 하는 것만 눈에 보이며 듣고 싶은 것만 귀에 들린다. 여기까지는 칵테일 파티 효과를 설명하는 심리학자의 입장이다. 저자는 칵테일 파티 효과를 진화생물학 관점으로 분석한다. 초기 인류의 청각 시스템은 언제나 24시간 켜져 있는 경보 시스템과 같다. 초기 인류는 주위 환경이 갑자기 변하거나 적이 출몰하면서 생기는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러므로 소리의 출처가 낯선 것인지 아니면 친숙한 것인지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끄러운 환경 속에서 특정인의 목소리가 유독 잘 들리는 반응은 진화의 산물이다.

 

오감 중 청각이 감정 유발 효과가 가장 크다. 청각은 인간의 감정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감각이다. 마케팅 기법의 하나인 ‘징글(Jingle)’은 기업이나 상품의 이름을 인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소리나 광고 음악이다. 쉬운 멜로디에 무조건 브랜드명만 반복해 읊조리는 CM 송, 즉 중독성, 또는 세뇌 효과를 노린 CM 송은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는 소리의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영화 <조스(Jaws)>의 배경음악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영화음악으로 회자된다. 이 배경음악은 물속에서 식인상어가 서서히 등장할 때 흘러나온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서서히 조여 오는 긴장감 넘치는 연출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듣고 두려운 감정을 느낀다. 이처럼 소리는 감정을 일으키는 강력한 자극이 된다. 그리고 영화를 보지 않고, <조스> 배경음악만 듣게 되면 자연스럽게 상어가 인간에게 다가오는 무시무시한 상황이 떠올린다. 친숙한 소리만 들려도 정서적 연상 작용이 생긴다.

 

신생아는 엄마의 젖을 빨거나 그저 가만히 안겨 있는 동안 자궁의 끊이지 않는 박동 소리를 듣는다. 그 순간 인생은 소중하다는 것을 느껴진다. 우리는 자신의 심장이 멈출까 봐 두려워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심장이 침묵할까 봐 두려워한다. 청각은 살아남기 위해 진화된 뛰어난 감각이다. 그러니 청각을 가볍게 생각하지 마시라. 우리는 청각을 통해 이 세상뿐만 아니라 좋든 나쁘든 간에 소리를 듣고, 느끼고, 인식한다. 청각은 이 지구상의 모든 존재와 이어주는 ‘귀로 듣는 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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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0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1-20 19:29   좋아요 0 | URL
저는 음악이 좋으면 반복 듣기를 합니다. 질릴 때까지요. ^^

2018-01-20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20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20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1-21 09:08   좋아요 0 | URL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제 성격상 경청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어려울 것 같아요. 제가 경청하는 사람이 되도록 해야겠어요. ^^

수이 2018-01-23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빌 에반스 오빠 듣는 맛에 사는데 청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있다오. 요즘 그대는 어떤 음악 즐겨 듣는지 궁금하오~

cyrus 2018-01-23 14:39   좋아요 0 | URL
저는 기분 내키는 대로 음악을 들어요. 최신 노래보다는 8, 90년대 국내가요, 팝송 위주로 들어요. 요즘 아바 노래가 제 귀에 꽂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