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트 모리조(Berthe Morisot)메리 커샛(Mary Cassatt)은 인상주의 미술을 논할 때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여성화가다. 모리조는 마네(Manet)의 제자였다. 그녀는 최초의 인상주의 회화 전시회에 참여한 진취적인 인물이었다. 커샛은 미국 출신이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파리로 건너온 커샛은 드가(De Gas)와 친하게 지내면서 인상주의 미술을 수용했다. 드가와의 만남을 계기로 커샛은 다섯 차례나 인상주의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했다. 두 사람의 작품 대부분은 여성의 개인적 일상생활을 담고 있으며 모녀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다.

 

 

 

 

 

 

 

 

 

 

 

 

 

 

 

 

 

 

* 제프리 마이어스 《인상주의자 연인들》 (마음산책, 2007)

* 크리스티나 하베를리크, 이라 디아나 마초니 《여성예술가》 (해냄, 2003)

 

 

 

 

모리조와 커셋은 남성 중심의 화단 속에서 전업 화가로 살아 왔다. 그 당시에는 공립 미술학교에 여성들이 입학할 수도 없었을 만큼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했다. 그렇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평론가와 동료 화가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다. 모리조는 아버지의 격려 속에서 그림을 배울 수 있었지만, 커샛은 자신을 에워싸는 비웃음과 편견 속에서 어렵사리 미술의 세계에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커샛도 모리조처럼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가족들은 그녀가 화가의 길을 걷는 것을 반대했다. 커샛은 필라델피아에 있는 미술학교에 입학하여 정식으로 미술 공부를 했다. 하지만 여학생은 누드 드로잉 수업을 들을 수 없었다. 교수들은 여학생들의 모사 작업에만 관심을 가졌다. 미국 미술학교의 제한적인 수업에 불만을 품은 커샛은 아버지를 설득한 끝에 파리로 이주했다.

 

모리조와 커샛은 페미니즘 미술사가들이 재조명한 화가들이다. 그녀들은 생전에 화가로서의 인정을 받았지만, 사후에 잊히고 말았다. 인상주의 전시회에 참여한 여성 화가였음에도 그녀들은 오랫동안 비주류 화가로 분류되었다. 남성 중심의 화단은 두 사람의 작품을 ‘과소평가’했고, 기록의 권력을 가진 남성 미술사가들은 그녀들을 화단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주변적 인물’ 정도로 간주했다.

 

그런데 19, 20세기 여성 미술가의 업적을 연구한 시모나 바르톨레나는 모리조와 커샛을 ‘남성화가 및 평론가들에게 외면당한 피해자’로 바라보는 관점에 이견을 드러냈다.

 

 

 

 

 

 

 

 

 

 

 

 

 

 

 

* 시모나 바르톨레나 《인상주의 화가의 삶과 그림》 (마로니에북스, 2009)

 

 

아마도 여성에 대한 예의 때문인지도 몰라도 인상주의자들에게 냉혹했던 비평가들조차 여류화가들에게 신랄하게 혹평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여류화가들이 피해자였다는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벗어난다. (72쪽)

 

 

 

이 문장의 원문을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번역문이 페미니즘 미술사가의 작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생전에 과소평가를 받았거나 사후에 잊힌 여성화가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널리 알리는 것이 페미니즘 미술사가들의 일차적인 활동 목표이다. 남성 미술가들에게 차별받고 외면당한 여성 미술가의 피해의식을 보상받기 위해 여성 미술가들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 남성 평론가들이 ‘여성에 대한 예의’ 때문에 모리조와 카셋에게 혹평을 내리지 않았다면 그것 또한 여성 화가를 과소평가하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여성 화가는 혹독한 비난을 감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남성 평론가들의 생각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편견’이다. 모리조와 커셋의 작품을 칭찬한 남성 평론가들(살롱 심사위원)은 그녀들의 실력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여성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 그들은 모리조와 커셋을 ‘여성화가’가 아닌 ‘남성에게 보호받아야 하는 여성’으로 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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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01-12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은 인상주의 화가들을 특히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cyrus 2018-01-12 13:09   좋아요 1 | URL
그들이 웃고, 싸우고, 질투하면서 지내는 모습을 살펴보면 마치 드라마 한 편 보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