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섹스와 아름다움과 생존에 대한 이야기
가브리엘 글레이저 지음, 김경혜 옮김 / 토트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옛날 사람들은 서양 백인을 보면 코쟁이라고 했다. 솟아 있는 서양인의 콧날 때문에 이런 별명이 생겼다. 하지만 코쟁이는 인종차별적인 단어다. ‘코쟁이에 신체적 특징에 대한 편견과 조롱의 의미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쟁이가 불편한 단어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동양인을 비하하는 눈 찢기동작을 생각하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뚝한 코 모양을 선호한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눈 성형 다음으로 많이 하는 것이 코 성형이다.

 

가브리엘 글레이저(Gabrielle Glaser)(토드, 2010)를 읽어 보면,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왜냐하면, 수백 년 전 사람들도 못생긴 코를 원하지 않았고, 코의 크기와 모양에 관심을 가졌다. 이미 유럽에서 코 성형 수술이 성행했다. 코 성형 수술에 대한 기록에 근거하면, 16세기 이탈리아에 피부를 이식하여 인조 코를 만드는 성형 수술이 이루어졌다. 코는 절대로 없어선 안 될 신체 기관이다. 코가 없으면 입으로만 숨을 쉬어야 하는데, 호흡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게다가 입이 벌린 상태가 지속하면 턱이 길어지는 안면 변형이 일어난다. 코가 없어서 후각마저 상실된다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의 저자는 한동안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증상을 겪어 고생한 적이 있다.

 

인류와 악취와의 전쟁은 절대로 끝나지 않는 영전(永戰)이다. 향수는 악취와의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노력한 인류의 땀과 눈물이 들어가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좋은 향기가 신의 땀과 눈물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했다. 악취를 피하고 싶은 마음은 세계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다. 종교의 힘이 막강했던 시대에 악취는 악마의 향기로 인식되었다. 14세기 중반 유럽에 페스트(Plague, 흑사병)가 창궐했을 때 도시 전역에 악취가 진동했다. 그 당시 사람들은 페스트를 신의 징벌로 해석했고, 수도사를 페스트를 막아주는 수호자로 생각했다. 관상학이 유행하면서 코 모양으로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이 등장했다. 프랑스인들은 상대방의 지성을 칭찬할 때 탁월한 코를 가졌어.”라는 표현을 썼다. 유럽 남성들은 코를 사람들 앞에 공개하는 페니스라고 생각했다. 옛날 유럽인들은 코와 페니스의 상관관계를 정설인 것처럼 믿었다.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을 선호하는 독자에게 를 추천하고 싶다. 정말 코에 관한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다. 그런데 저자는 이 책 한 권을 완성하기 위해 3년 동안 준비했다던데, 집필 기간에 비교하면 결과물의 내용이 많지 않다. 번역본 분량이 총 238쪽이다. 문학과 예술 소재로 사용된 에 대한 내용이 없어서 아쉽다. 저자가 조금만 더 심혈을 기울여서 집필했으면 풍성하고 알찬 코의 문화사한 권이 나왔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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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03 16:39   좋아요 1 | URL
유럽의 악취가 얼마나 심했냐면 문 밖으로 나가는 순간, 악취를 피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 시대 사람들은 외출을 어떻게 했을까요? ^^;;

겨울호랑이 2017-12-0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관상법에서도: ‘코‘의 중요성은 다른 여느 기관보다 월등한 것 같더군요^^

cyrus 2017-12-03 16:40   좋아요 1 | URL
맞아요. 허영만 화백의 <꼴>에 코 관상에 대한 내용이 있던 걸로 기억해요. ^^

sprenown 2017-12-04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정말 ‘알아두면 쓸데 있는 신비한 잡학‘이네요.^^. 갑자기 킁킁 거리면서 거울보고 싶어지네요.ㅎㅎ

cyrus 2017-12-04 14:43   좋아요 0 | URL
코가 잘 막히는 편이라서 괴롭습니다. 겨울에 코감기 걸리면 삶의 의욕이 나지 않아요.. ^^;;

데미안 2017-12-05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다큐에서도 말했습니다. 후각이 맛을 결정한다고! 코는 결국 즐거운 생활의 기본적 요소가 아닐까요?

cyrus 2017-12-06 13:19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냄새 없이 음식의 맛을 본다면 앙꼬 없는 진빵을 먹는 기분일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