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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를 파는 가게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이제용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모든 정성을 쏟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려는 것은 물론이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대한다. 그러기 위해서 상대방이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열심히 살펴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기업이 고객을 향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닮았다. 기업을 운영하는 관리자 치고 ‘고객 만족 서비스’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고객 중심의 경영철학으로 성공적인 경영을 하는 기업이 많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고객 만족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알아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기란 쉽지 않다. 국내 기업은 고객지향의 서비스 경영을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다. 당연히 지켜야 할 도덕적 의무를 위해서 많은 서비스 경영 교육이 필요한 실정이다.
기초적인 개념을 익히는 데에는 정석만 한 것이 없다. 《배려를 파는 가게》(한국경제신문, 2017)는 가장 기본적인 고객 만족 서비스의 원칙을 강조한다. 이 책에 아주 기초적인 서비스의 정석이 들어 있다. 《배려를 파는 가게》는 ‘켄블랜차드컴퍼니(The Ken Blanchard Companies)’의 회장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켄 블랜차드(Ken Blanchard)와 소속 임원들이 함께 쓴 책이다. 켄블랜차드컴퍼니는 경영인을 대상으로 서비스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책에 나오는 하틀리 교수는 대학에서 ‘전설적인 서비스’라는 이름의 강의를 진행한다. 이 강의를 듣는 책의 주인공 켈리는 대학생이며 대형 할인매장의 파트타임 직원이다. 《배려를 파는 가게》는 고객 배려 서비스 경영의 기본 원리를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혼자서도 실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내용을 담고 있다.
“처음, 경영학과 과정에 이 강의가 들어가도록 담당자들을 설득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경영학과 과정에 고객 서비스를 필수 과목으로 넣지 않는 건 잘못이에요. 사업을 성공시키는 모든 건 결국 관계입니다. 그리고 그 관계는 서비스를 통해 만들어지죠.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기업은 직원이나 고객과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아는 기업입니다. 그런데도 경영학과 과정은 가슴이 아니라 머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17쪽)
기업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가격과 품질보다 서비스가 상품의 선택을 좌우하는 요즘의 경제 현실에서 고객의 입장을 생각하는 회사가 결국 경쟁에 이긴다. 서비스는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감동을 키우는 교감의 미학이다. 서비스 기업의 최종 목표는 당연히 ‘고객 만족’이다. 고객 만족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내부고객, 직원이다. 그러면 내부고객을 만족하게 하는 사람은? 관리자다. 아직도 머리로 경영하는 관리자들이 이 평범한 이치를 외면한 채 고객 만족 서비스를 내세운다. 관리자로부터 아무런 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만족감을 못 느끼는 내부고객은 외부고객에게 기본 서비스조차 제공하지 못한다.
하틀리 교수는 고객을 배려하는 직원이 되기 위한 세 가지 비결을 강조한다. 첫 번째는 고객의 이름을 외우고 부르기. 두 번째는 판매와 상관없는 다른 얘기를 나누기. 세 번째는 고객에게 친절하게 대하기. 고객을 마치 사랑하는 사람처럼 마음속에 그려 놓고 정성으로 대한다면, 고객의 만족도는 훨씬 더 높아진다. 이 세 가지 비결이 고객 배려 서비스 경영의 기초다. 이 세 가지 비결보다 가장 중요하고, ‘실전 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ICARE 모델’이다.
ICARE는 다섯 가지 단어의 첫 글자를 합친 것이다. I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이상적인 서비스(Ideal Service)다. 서비스를 중요하게 여기는 직원은 고객의 욕구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C는 가치와 비전을 명확히 해주는 서비스 문화(Culture of Service)다. 관리자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비전과 가치를 직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직원들은 서비스 비전에 걸맞은 행동을 실천할 수 있다. A는 고객의 욕구와 취향에 집중(Attentiveness)하는 것이다. R은 고객의 작은 요구에도 세심하게 반응(Responsiveness)하는 자세다. E는 직원이 능동적으로 고객 만족 서비스에 제공하는 재량권(Empowerment)을 의미한다.
품질의 제품을 가장 적합한 가격으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은 사업의 기본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을 진정 내 가족처럼 정성을 다해 서비스해야 한다. 고객 배려 서비스는 ‘고객이 왕’이라는 과거 서비스 경영원칙과 다른 것이다. 기업이 고객을 왕처럼 섬기는 서비스에 치중하게 되면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의 횡포에 시달리는 내부고객을 보호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생긴다. 내부고객과 외부고객 모두 만족하는 서비스는 단기간 내에 경영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강력한 무기다. 업무지식은 학습을 통해 획득할 수 있지만, 몸에 배어있는 배려심은 쉽게 가질 수 없다.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고객 만족 서비스의 의미를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는 ‘사람과의 친밀한 대화’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모든 구성원이 공유해야 한다. 진정한 조직의 힘은 모두 마음으로 함께할 때 발휘된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는 보여주기식이 아닌 경륜이며, 진심이 배어 나오는 행동,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