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드니 패짓의 삽화가 수록된 번역본들

 

 

* 《바스커빌 가문의 개》 (황금가지, 2002년)

* 《배스커빌의 개》 (시간과공간사, 2002년)

*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 (문예춘추사, 2012년)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6 : 바스커빌 씨네 사냥개》 (현대문학, 2013년)

* 《배스커빌 가의 개》 (더클래식, 2014년)

*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 (코너스톤, 2016년)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의 스태플턴은 폭력과 고문에 탐닉하는 사디스트일 가능성이 있다. 사디즘은 성적 대상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성적쾌감을 얻는 변태성욕, 즉 성도착증의 하나다.

 

 

 

다음 내용은 작품의 줄거리 및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태플턴은 그림펜 늪지대를 돌아다니며 곤충을 채집하는 아마추어 박물학자다. 그는 누이동생 베릴 스태플턴과 함께 산다. 스태플턴은 오래전부터 찰스 바스커빌과 알고 지낸 사이였다. 찰스가 세상을 떠난 후 가문의 상속자로 확정된 헨리 바스커빌 경이 다트무어의 저택으로 오게 되면서 그와 친하게 지내게 된다. 하지만 스태플턴은 여동생을 좋아하는 헨리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헨리는 베릴을 직접 만나 구애를 시도하지만, 스태플턴에게 걸리고 만다. 스태플턴은 노발대발하면서 헨리에게 욕설한다. 그는 여동생을 끔찍이 아낀다. 헨리와 베릴의 결혼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실 그가 여동생을 과잉보호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베릴은 박물학자의 여동생이 아니라 아내다. 스태플턴은 로저 바스커빌의 아들이다. 스태플턴은 찰스 바스커빌이 소유한 막대한 재산을 독차지하려고, ‘지옥 개의 저주’를 이용하여 찰스 바스커빌과 헨리 바스커빌을 죽이는 음모를 꾸몄다. 그의 음모는 홈즈에 의해 밝혀졌고, 스태플턴은 집에 베릴을 결박하고, 도피한다.

 

사소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홈즈 연구가들은 결박당한 베릴의 상태를 주목했다. 홈즈 일행이 베릴을 구출했을 때 그녀의 목에 벌겋게 부어오른 채찍 자국을 발견했다. 딘 W. 베켄시트이 묘사를 근거로 아내에 대한 스태플턴의 심리 상태를 분석했다. 베켄시트는 스태플턴이 아내가 헨리 경에게 빼앗길 거로 생각했으며 아내의 외모를 망가뜨리기 위해 아내를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현대문학 주석판 283쪽, 주석 205번 참조) 스태플턴은 아내에 대한 소유욕이 엄청 강하다. 그렇다 보니 의처증이 심해졌을 테고, 자신이 제거해야 할 대상인 헨리 경이 아내에게 치근덕대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스태플턴이 아내를 결박하여 채찍질을 가한 행동에서 사디즘 증상으로 볼 수 있다.

 

 

 

 

 

 

 

 

 

 

 

 

 

 

 

 

 

*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 《서양미술의 섹슈얼리티》 (시공사, 1999년)

* 진중권 《성의 미학》 (세종서적, 2005년)

 

 

 

결박, 즉 본디지(Bondage)는 밧줄이나 사슬로 ‘묶여 있는 대상(남성, 여성)’에게 성적 만족을 얻는 가학적 행위다. 특히 ‘결박당한 여성’은 남성에게 성적 판타지를 불러일으킨다. 본디지 모티브는 남성 화가와 남성 관객들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인기 주제였다.

 

 

 

 

 

남성 화가가 묘사한 결박당한 여성은 수동적이다. 탈출할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을 풀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기다릴 뿐이다. 남성은 결박당한 여성을 구출하는 정의의 사도가 설정된다. 앵그르『안젤리카를 구출하는 로저』는 당시 남성이 여성에게 어떻게 행동하고 처신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그림이다. 앵그르는 날개 달린 말을 탄 기사 로저가 괴물을 물리치고 안젤리카 공주를 구출하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했다. 이 그림을 보는 남성 관객들은 괴물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출하는 로저의 행동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한다. 그 감정이 바로 ‘남자다움’과 ‘용기’다. 여성을 구출하는 남성 이미지에 익숙해진 남성 관객은 자신이 여성을 보호하는 수호자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남성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보상을 바란다. 위험에 빠진 여성을 구출하고, 보호했으니 이제 남은 건 그녀를 ‘소유’하는 것이다. 즉 여성은 남성이 차지하는 전리품이 된다. 괴물의 입을 관통한 로저의 창은 여성을 보호하면서 얻을 수 있는 육체적 보상, 성적 결합을 암시한다.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는 앵그르의 그림에서 ‘감금에 대한 남성의 환상’을 읽었고, 진중권은 그림 자체를 ‘소녀가 여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첫 경험’을 암시하는 상징으로 봤다.

 

 

 

 

 

홈즈 시리즈의 삽화를 담당한 시드니 패짓은 ‘감금에 대한 남성의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을 그렸고, 결박당한 베릴의 모습이 인기가 있었는지 1949년에 나온 문고판 표지로 나오기도 했다. 베릴은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표정은 황홀한 오르가슴을 느낄 때 나오는 표정과 유사하다. 스미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녀는 고통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1980년대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배스커빌의 개》 표지는 1949년 문고본 표지만큼 에로틱한 느낌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베릴이 묶여 있는 자세, 늑대 그리고 그녀가 입고 있는 흰 원피스에 묻은 혈흔은 성적 의미를 암시하는 어트리뷰트(속성, attribute)로 볼 수 있다. 목을 젖히는 베릴의 모습을 앵그르의 그림 속 안젤리카와 비교해 볼 것. 베릴은 황홀감에 빠져 있다. 늑대는 그녀에게 성적 학대를 가하는 스태플턴을 암시한다. 베릴은 스태플턴과 결혼한 사이이기 때문에 그녀를 ‘첫 경험을 한 여성’이라고 해석하기에 무리가 있다. 출판사가 무슨 생각으로 원작에 없는 혈흔을 그렸는지 정말로 궁금하다.

 

 

 

 

 

동서문화사는 간혹 원작과 전혀 상관없는 표지 디자인을 만들거나 선택한다. 다카기 아키미쓰《문신 살인사건》(동서문화사, 2005)의 표지는 독자를 당혹스럽게 한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8-10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0 17:33   좋아요 1 | URL
저 책 말고도 19금 딱지가 붙을만한 표지가 있는 동서문화사 책이 더 있습니다. ^^;;

2017-08-10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10 17:42   좋아요 0 | URL
어떤 독자들은 이 책을 서점에서 구입했을 때 난감했다고 합니다. 표지 때문에.. ㅎㅎㅎ 이 책을 검색하면 작품 내용보다는 표지에 관한 내용이 더 많습니다. 독자 서평들을 읽어봤는데 표지 디자인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t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표지 디자인의 의미를 알겠습니다. ^^

AgalmA 2017-08-11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어라서 효과가 더 극대화되는군요. 컨셉으로 아예 밀고 나가도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하여간 동서문화사에 이런 면도 있었다니ㅎㄷㄷ

cyrus 2017-08-11 17:21   좋아요 0 | URL
의도적으로 고른 것인지 야한 느낌이 나는 표지 디자인의 책이 있어요. 동서문화사판 <아라비안 나이트>, <겐지 이야기> 2권을 확인해보세요. ^^

표맥(漂麥) 2017-08-11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황당한, 일본스런 표지군요...^^

cyrus 2017-08-12 17:37   좋아요 0 | URL
일본 원서에 있는 표지일 수도 있습니다. 보면 볼수록 기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