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모리아티가 라이헨바흐에서 꿈꾸며 기다린다

(1, 2017713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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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의 글에서 홈즈의 숙적 모리아티 교수의 정체와 그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가지 가설을 소개해봤다. 2부는 모리아티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 셜록 홈즈 전집 6 : 셜록 홈즈의 회상록(황금가지, 2002)

* 셜록 홈즈 전집 6 : 셜록 홈즈의 회상(시간과 공간사, 2002)

* 셜록 홈즈의 회상록(문예춘추사, 2012)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2 : 셜록 홈즈 회고록(현대문학, 2013)

* 셜록 홈즈의 회고록(코너스톤, 2016)

* 셜록 홈스의 회상록(엘릭시르, 2016)

 

 

    

 

모리아티는 홈즈의 도플갱어(Doppelgänger).

 

 

홈즈와 모리아티의 외모를 비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홈즈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주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에 왓슨이 홈즈의 모습을 묘사한 내용이 나온다.

 

 

 

 

 

 

 

 

 

 

 

 

 

 

 

 

 

 

 

 

 

 

 

 

 

 

 

 

 

* 셜록 홈즈 전집 1 : 주홍색 연구(황금가지, 2002)

* 셜록 홈즈 전집 3 : 주홍색 연구, 네 명의 기호(시간과 공간사, 2002)

* 진홍색 연구(문예춘추사, 2012)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 주홍색 연구, 네 사람의 서명(현대문학, 2013)

* 주홍색 연구(코너스톤, 2016)

* 주홍색 연구(엘릭시르, 2016)

    

 

키는 6피트가 넘었지만 너무 말라서 6피트보다 더 커 보였다. 그의 두 눈은 남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이 날카로웠다. 홈즈의 가느다란 매부리코는 그가 항상 경계하고 있고, 결단력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했다. 그의 턱 역시 결단력이 있는 사람임을 나타내는 듯이 돌출되어 있었고 각이 져 있었다. (주홍색 연구중에서, 정태원 역, 26)

 

6피트는 180cm 이상.

    

 

홈즈는 누구를 경계하고 있었을까. 홈즈가 두려워하는 인물, 모리아티 교수다. 홈즈는 왓슨을 만나기 전부터 또 하나의 자신모리아티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고, 그가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범죄를 일으킬까 봐 두려워했다.

 

 

 

 

 

 

 

 

시드니 패짓이 그린 모리아티의 모습은 늙은 홈즈를 연상시킨다. 홈즈와 모리아티가 서로 대치하는 상황을 묘사한 그림을 보자. 이 두 사람은 마른 체형, 움푹 들어간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비상한 두뇌를 가진 것까지 서로 이상하리만치 닮았다.

 

 

 

 

 

 

 

 

 

 

 

 

 

 

 

 

 

 

 

* 다케루베 노부아키 판타지의 주인공들(들녘, 2000)

* 구사노 다쿠미 환상동물사전(들녘, 2001)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상상동물 이야기(민음사, 2016)

 

 

 

도플갱어 현상을 경험한 사람은 결국 죽음에 이른다는 미신이 있다. 스코틀랜드의 미신에 의하면 죽음을 앞둔 사람은 자신과 닮은 영혼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정신의학에서는 도플갱어를 정신적으로 불안정할 때 생기는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보고 있다. 이것을 자기상 환시(Autoscopy)라고 한다. 자기상 환시에 시달리면 육체적 · 정신적 피로에 시달린다. 피로를 풀기 위해 알코올 또는 약물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알코올과 약물에 의존할수록 더 피로해지고,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환각 증상을 경험한다.

 

홈즈는 약물 중독자. 사건 의뢰가 뜸할 때 코카인이나 모르핀을 팔뚝에 찌른다. 네 개의 서명(The Sign of Four)은 다소 충격적인 내용으로 시작된다. 홈즈가 7%의 코카인 용액이 있는 주사기를 혼자서 투약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 셜록 홈즈 전집 2 : 네 사람의 서명(황금가지, 2002)

* 네 개의 서명(문예춘추사, 2012)

* 네 사람의 서명(코너스톤, 2016)

* 네 사람의 서명(엘릭시르, 2016)

    

 

셜록 홈즈는 벽난로 선반 구석에서 병을 내리고, 예쁜 모로코 가죽 케이스에서 피하 주사기를 꺼냈다. 하얗고 긴 손가락을 신경질적으로 움직여 주사기에 약을 채우고, 정교한 바늘 끝을 다듬고 나서 셔츠 왼쪽 소매를 걷어 올렸다. 한순간 생각에 잠긴 그의 시선이 수많은 주사 바늘 자국으로 뒤덮인, 힘줄이 불거진 팔뚝과 손목에 쏠렸다. 이윽고 날카로운 바늘 끝을 피부에 푹 찌르고 작은 피스톤을 누르더니 만족스런 한숨을 길게 내쉬며 벨벳을 씌운 긴 의자에 깊숙이 파묻었다. (정태원 역, 205)

    

 

홈즈는 무료할 때면 시간을 때우기 위해 약물을 즐긴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는 모리아티에 대한 검고 깊은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약물에 손댔고, 결국 심각한 중독 수준에 이르고 말았다. 홈즈는 도플갱어의 미신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비과학적인 현상을 무시하는 냉철한 현실주의자였던 홈즈도 자신 주변을 배회하는 죽음의 그림자를 두려워했다. 홈즈는 피할 수 없는 파멸을 막을 방법을 생각해냈다. 모리아티를 직접 쓰러뜨리는 것.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분신과의 혈전을 치르기 위해 왓슨과 함께 런던을 떠나게 되고, 고심 끝에 홈즈가 선택한 결전 장소가 스위스의 라이헨바흐 폭포.

 

내 주장에 대한 다음과 같은 반론을 예상할 수 있다.

 

 

모리아티가 정말로 홈즈의 도플갱어라면, 홈즈를 아주 완벽하게 닮은 모습이어야 한다. 그런데 모리아티는 홈즈보다 나이가 많다. 그리고 홈즈와 전혀 닮은 구석이 없다.” (리더스북다이제스터)

 

 

흔히 도플갱어라면 닮은 정도가 거의 완벽한 쌍둥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 않다. 자신의 미래 모습을 닮은 영혼을 만나는 것도 도플갱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21세의 괴테8년 후 자신의 모습을 닮은 영혼을 만났다고 한다. 사람들은 괴테가 정확히 8년 후에 세상을 떠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괴테는 도플갱어의 저주를 피했고, 83세까지 장수했다. 괴테의 사례를 볼 때, 모리아티는 홈즈의 미래 모습과 흡사한 도플갱어이며 홈즈도 도플갱어의 저주에서 벗어났다.

 

 

도플갱어는 인간의 몸에서 빠져나간 영혼이다. 그렇다면 영혼을 잃은 육체나 다름없는 홈즈가 가까스로 살아남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정말로 모리아티가 폭포수 아래로 추락해서 사망했다면, 홈즈는 두 번 죽는 상황이 된다.” (시이쏘우)

 

 

홈즈와 모리아티는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 싸웠다. 서로 부둥켜안으면서 몸싸움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중심을 잃은 두 사람이 동시에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두 사람이 껴안은 상태로 떨어지는 중에 모리아티는 홈즈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됐고, 비로소 완전한 영혼을 가진 홈즈는 살아남으려는 의지를 느꼈다. 도플갱어로서의 위력이 상실된 모리아티는 죽은 거나 다름없다. 위기에서 벗어난 홈즈는 필사적으로 절벽을 기어올라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빈 집의 모험[The Adventure of the Empty House] 참조)

 

 

 

 

 

 

 

 

 

 

 

 

 

 

 

 

 

 

 

 

 

 

 

 

 

 

 

 

 

 

 

 

 

 

* 더 레이븐 :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림자(RHK, 2012)

*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민음사, 2013)

* 붉은 죽음의 가면(더스타일, 2013)

*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코너스톤, 2015)

* 포 단편집(지만지, 2015)

    

 

 

도일은 근대 추리소설을 확립한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영향을 받아 셜록 홈즈를 만들어냈다. 코난 도일이 모리아티를 홈즈의 도플갱어로 설정했다면, 도플갱어가 등장하는 포의 윌리엄 윌슨을 참고했을 것이다. 윌리엄 윌슨은 생년월일과 외형이 똑같은 2의 윌슨을 알게 된다. 그런데 화자로 설정된 진짜 윌슨은 악인이고, ‘2의 윌슨은 선인이다. 화자는 2의 윌슨에 대한 증오심을 드러낸다. 실제로 도일은 유령, 심령술을 진지하게 믿었다. 그는 신비한 초자연적 현상에 쩔쩔매는 인간홈즈의 모습을 한 번쯤은 묘사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모리아티는 홈즈의 죽음을 겨냥해 만들어진 초자연적 존재라고 상상해볼 수 있다.

 

 

 

 

 

 

 

 

 

 

 

 

 

 

 

 

 

 

* 러브크래프트 전집 1(황금가지, 2009)

*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 크툴루의 부름 외 12(현대문학, 2014)

 

 

글의 제목은 러브크래프트크툴루의 부름에 나오는 고대 주문을 패러디한 것이다. 원문은 Ph'nglui Mglw'nafh Cthulhu R'lyeh Wgah'nagl Fhtagn. (판글루 글루나파 크툴루 르뤼에 가나글 파탄. 죽은 크툴루가 그의 처소 르뤼에[리예]에서 꿈꾸며 기다린다.)

 

모리아티와 크툴루는 지배자의 위치에 있는 막강한 캐릭터다. 모리아티는 범죄의 나폴레옹이라면 크툴루는 위대한 옛 존재(Great old one)’이다. 그런데 이 최종 보스급인 두 캐릭터가 죽는 과정은 안습 그 자체. 그렇지만 이들은 언제든지 부활할 수 있다. 라이헨바흐 폭포수 속에 잠들었던 모리아티는 백 년이 지난 후에야 눈을 뜨는 데 성공했다. 그는 셜록의 강력한 적수 짐 모리아티로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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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4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14 18:14   좋아요 1 | URL
아동용 번역본에는 홈즈의 약물 중독에 대한 언급이 없을 것이다. 저도 홈즈의 약물 중독을 처음 알았을 때 충격 받았습니다. 순화된 ‘아동용 홈즈’에 익숙해지다가 까칠한 ‘성인용 홈즈’를 만나니까 기분이 묘했습니다. ^^;;

레삭매냐 2017-07-14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토믹 블로든 개봉에 즈음해서 제임스 매카보이(!)
의 프로필을 뒤지다가 작년에 나온 <빅터 프랑켄슈타인>
이라는 비교적 덜 알려진 영화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 영화에서 모리아티를 보고 어찌나 반가웠는지요.

리뷰하고는 별로 관계 없는 내용입니다만.

cyrus 2017-07-14 18:19   좋아요 0 | URL
홈즈와 아르센 뤼뺑이 같이 나온 이야기가 나왔듯이(도일은 그걸 싫어했지만) 홈즈를 다른 작품에 접목시키는 시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홈즈가 드라큘라와 크툴루를 만나는 이야기도 있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