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예술로 본 기형의 역사
게르트 호르스트 슈마허 지음, 이내금 옮김 / 자작나무(송학)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예로부터 기형아의 탄생은 불길한 소식이었다. 16세기 중반 독일에 머리 부분과 상체 부분이 붙은 쌍둥이가 태어났다. 이 쌍둥이는 태어나자마자 네 시간 만에 사망했다. 그러나 기형아의 출산 소식을 소개한 팸플릿을 본 군중은 겁에 질렸다. 팸플릿에 기형아를 주제로 쓴 시가 적혀 있었다. 중세 사람들은 신의 징벌을 받으면 기형아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죄에 대한 징벌이 나타났으니

한 여자와 남자가

명예와 수치심을 짓밟아버렸음이라

이에 하느님께서 당신의 뜻에 따라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기괴한 인간상을 만들어 놓으셨도다.”

 

(게르트 호르스트 슈마허 인용, 81)

    

 

오늘날의 과학은 기형의 원인을 유전 질환에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유전자는 한 개만 변형되더라도 태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대 그리스의 학자들도 기형아에 대해 연구를 했다.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태아의 발육 단계에 나타난 결핍으로 인해 기형아가 나온다고 봤다. 고대 그리스 · 로마 시대에 태어난 기형아들은 죽을 운명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신체적으로 연약한 기형아를 키우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세네카(Seneca)는 신생아가 기형으로 확인되면 죽여도 된다고 생각했다. 기형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시대의 사람들은 기형아를 신의 분노를 뜻하는 불길한 징조, 또는 인간으로 살아갈 수 없는 비정상적 존재로 받아들였다.

 

기형이 과장된 상상력을 만나면 그로테스크한 형상을 만들어 낸다. 낯설고 생경함, 정형의 틀을 벗어난 기이함. 예술가들은 기형에서 비현실적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기이한 것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의 조합은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 미학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기형학의 역사가 그리 밝지만 않다. 기형학의 역사를 살핀 게르트 호르스트 슈마허는 인류의 잔혹한 면모를 증명해주는 영예롭지 못한 부분(147)까지 공개한다. 19~20세기 유럽에 공공장소에서 기형인들을 전시하는 일이 성행했다. 기형인들은 괴이한 동물로 취급받았고,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1938년 독일에서 기형인들을 공공장소에 전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생겼다. 그렇지만 상업적 목적으로 기형인들을 동원하는 악습이 여전히 남아 있다.

 

 

 

 

 

 

90년대 초반 미국 최대 프로레슬링 단체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에 난쟁이 레슬러들이 링 위에 등장한 적이 있다. 신장 132cm의 난쟁이인 딜런 포슬(Dylan Postl)은 혼스워글(Hornswoggle)이라는 닉네임으로 WWE에 활동하여 챔피언 벨트를 획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세계 최고의 링 위에 오른 대부분 난쟁이 레슬러들은 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한 이벤트성 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신화와 예술로 본 기형의 역사(도서출판 자작, 2001)은 기형에 대한 과거 문헌과 역사적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책이다. 눈으로 보기 불편한 삽화와 도판이 몇 개 있어서 비위가 약한 독자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기형을 그저 혐오스러운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 4년간 청와대를 아늑한 안방처럼 사용했던 분은 바른 역사를 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 된다.”라고 말씀하셨다. 철장에 갇힌 그분은 바른 역사를 배우지 못해서 생긴 자신의 비뚤어진 역사관을 죽을 때까지 고집할 것이다. ‘혼이 비정상은 그분의 주옥같은 어록으로 남게 되었지만, 기형의 역사가 바른 역사라고 생각한다면 혼이 비정상이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기형의 역사는 기형을 바라보는 인류의 진실한 눈이 만들어 낸 흔적이다. 이 흔적 중에 좋은 점을 눈곱만큼 찾아보기 어렵다. 기형을 바라보는 시선에 편견과 지나친 상상력이 더해지는 바람에 기형은 늘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있었기에 선천성 · 후천성 기형의 원인을 알게 됐다. 기형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곧 인간이라는 존재가 탄생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일이다. 이 바른 역사를 모르는 사람은 기형을 편견과 차별의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그 사람들의 혼이 비정상이다.

 

    

 

 

Trivia

헤르모드(헤르메스)아버지인 제우스의 팔족마(八足馬)를 타고 다니는 신들의 전령이다. 8은 헤르모드가 죽은 자들을 다른 세상으로 옮길 때의 신속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123)

 

헤르모드(Hermóðr)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이다. 그는 주신 오딘(Óðinn)의 아들이며 신들 중에 가장 민첩하다.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Hermes, 주신 제우스의 아들)와 흡사하다. 123쪽에 헤르모드를 제우스의 아들로 잘못 소개된 내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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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6-28 2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형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아서 기피하게 되는 것 같네요... 우리가 추하다고 여기는 것도 일반적인 사태라면 , 그래도 우리가 같은 것을 보고도 피할 지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cyrus 2017-06-29 13:02   좋아요 1 | URL
비정상적인 대상을 낯설게 느껴지는 감정은 자연스러운 본능이라서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본능의 감정이 과장되면 비정상적인 대상을 왜곡해서 바라보게 됩니다. 《추의 역사》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

syo 2017-06-28 2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툴루즈로트렉이 생각나네요. 그래도 그 사람은 나름 사랑받고 살다 간 것 같던데. 사회 전체의 시선도 문제겠지만 주변 사람의 시선이 확실히 크리티컬한것 같아요.

cyrus 2017-06-29 13:0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주변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dys1211 2017-06-28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형은 선택이 아닌데 선택인양 대하는 사회의 시선이 항상 아쉬움을..

cyrus 2017-06-29 13:08   좋아요 0 | URL
옛날에 기형인들은 살아갈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했습니다. 몸이 불구라는 이유로 기형아를 버리거나 죽이는 비정한 일이 많았습니다.

yamoo 2017-06-28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책도 있었군요! 찾아 보니...품절..OTL
알라딘 중고 서점에 나오면 얼른 데려와야 겠습니다!
책 이미지를 보니, 읽어 보고 싶군요~ 사실 책 타이틀 ‘~~의 역사‘라는 것만 띠면 사재기하는 습성이 있는지라..ㅎㅎ

cyrus 2017-06-29 13:1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습니다. ‘~역사‘라는 타이틀이 붙은 책 중에 특이한 소재와 내용인 것도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