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후 WHO -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
게르하르트 핑크 지음, 이수영 옮김, 김원익 감수 / 예경 / 2012년 11월
평점 :
* M. 그랜트 《그리스. 로마 신화사전》 (범우사, 1993년)
* 아서 코트렐 《그림으로 보는 세계신화사전》 (까치, 1997년)
* 필립 윌킨슨 《세계 신화 사전》 (웅진지식하우스, 2002년)
* 피에르 그리말 《그리스 로마 신화 사전》 (열린책들, 2003년)
* 낸시 헤더웨이 《세계신화사전》 (세종서적, 2004년)
이 다섯 권의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은 사전 형태의 책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전부 절판되었다. 어딘가에 숨어 있을 그리스 로마 신화 덕후들의 한숨 소리가 내 마음을 울린다. 덕후들이여, 아쉬워하지 마시라.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그리스 로마 신화 사전’ 한 권이 있으니까.
《Who :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가나다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유일한 사전이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을 모르고선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신화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풍성한 극적 요소가 가득하다. 사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엽기 드라마’다. 신이든 인간이든 서로 눈 한 번 맞으면 당장 몸을 섞어 육체적 쾌락에 탐닉한다. 사랑과 야망, 그리고 복수를 위해서라면 참혹한 피의 살육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철저하게 각 인물의 복잡 미묘한 감정 변화, 상황 설정, 관계 등에 할애한다. 신화 속 인물들 역시 탐욕과 질투, 믿음과 배신, 그리고 사랑과 용기를 발휘하며 극단의 선에서 극단의 악까지 사생결단으로 내닫는 모습이 그려진다. 신화의 극적인 재미를 느끼려면 ‘신들의 족보’ 또는 복잡하게 꼬여버린 인물 관계 등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신화를 꼼꼼하게 읽어도 백 명이 넘는 등장인물을 한 번에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럴 때 신화 곁에 있어야 하는 존재가 바로 ‘사전’이다. 그리스 로마 인물 사전은 신화라는 미궁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데 꼭 필요한 실타래다. 아리아드네(Ariadne)가 건네준 실타래를 손에 꼭 쥔 테세우스(Theseus)는 한 번 들어간 이상 탈출이 어렵다는 크레타(Crete)의 미궁을 무사히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신화를 읽다가 낯선 인물을 만나면 사전을 찾아보면 된다. 《Who》는 1차 문헌인 고대 원전뿐만 아니라 신화에 파생된 근 · 현대 문학 및 예술 작품까지 담아냈다. 저자가 참고한 문헌의 출처까지 알려주고 있어서 풍부한 읽을거리까지 제공한다. 《Who》는 한 번 풀면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실타래다. 독자가 찾은 표제어 속에 또 다른 표제어가 연결되어 있다. 메데이아(Medeia)를 찾다가 이아손(Iason)이나 테세우스에 눈길을 돌릴 수 있다. 메데이아에서 연결된 실타래를 따라 이아손을 만나면, 아르고(Argo) 호 원정대 동료인 음유시인 오르페우스(Orpheus)를 만나게 된다. 쭉 이어진 실타래를 따라가는 건 독자의 자유다.
《Who》는 들고 다니기 편한 가벼운 판형이다. 직접 책을 펼치거나 한 손으로 들어보면 정말 학창 시절에 들고 다닌 영어사전 같은 느낌이 든다. 책의 단점은 글자 크기가 작다. 그리고 책을 확 펼치기가 힘들다. 책을 펼치려고 무리하게 힘을 주면 책 상태가 망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