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끝없는 호기심으로 자연과 우주를 동경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발명왕’ 에디슨(Thomas Alva Edison)처럼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암탉처럼 달걀을 품고 있으면 병아리가 부화할 수 있을지 궁금했을 것이다. 에디슨의 어머니는 아들을 혼내기는커녕 그가 궁금한 부분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어린 에디슨에게 과학은 일상의 호기심을 해결해주는 재미있는 놀이였다.

 

그러나 지나친 호기심은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실험을 시도하게 한다. 에디슨 위인전에서 본 일화인데,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어린 시절부터 실험 정신이 투철했던 에디슨의 독특한 면모를 부각하기 위해 위인전 작가가 각색한 건지 확실하지 않다.

 

소년 에디슨은 먹으면 공중부양이 가능한 약을 만들었다. 약의 재료가 뭐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약은 액체 형태였고, 병에 담겨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에디슨은 자신이 혼자서 만든 첫 발명품(?)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약의 효능을 확인하고 싶었다. 에디슨은 실험 대상자로 자신의 친구를 선택했다. 이 친구도 순진했다. 약을 먹으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에디슨의 말을 믿어버렸다. 친구는 의심 없이 병에 담긴 에디슨의 약을 마셨다. 약을 삼킨 지 3분이 지났는데도 몸은 공중에 뜨지 않았다. 약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에디슨은 초조한 마음이 들었고, 친구에게 다시 한 번 약을 마셔보라고 했다. 에디슨이 시키는 대로 친구는 약을 마셨다. 정체불명의 약을 두 번이나 마신 친구는 갑자기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배야!”

 

복통이 점점 심해지자 친구는 바닥에 쓰러져 몸을 이리저리 뒹굴뒹굴하면서 울부짖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에디슨은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어른의 도움으로 친구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고, 생명에 지장이 없었다. 소년 에디슨은 임상시험을 처음으로 시도했으나 최악의 결과가 나올 줄은 전혀 생각 못 했다. 만약 에디슨이 직접 그 약을 마시고 천국으로 날아갔더라면, ‘천재 발명가’라는 명예가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실험 결과를 끝까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지나친 호기심이 ‘진정한 과학자의 자세’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진정한 과학자’의 생존 능력과 호기심은 반비례한다. 전기 콘센트 구멍에 손가락을 넣었던 도킨스의 사촌과 정체불명의 약을 꿀꺽 삼켜버린 에디슨의 친구는 십년감수 했다. 이들보다 생존 능력이 더 떨어지는 과학자들은 무모한 실험을 시도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어야 했고, 죽고 나서야 ‘진정한 과학자’의 명예를 얻었다.

 

 

 

 

 

 

 

 

 

 

 

 

 

* 톰 잭슨 《냉장고의 탄생》 (Mid, 2016년)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가장 확실한 증거가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과학 방법론으로 ‘실험’을 강조했다. 베이컨은 고기를 오랫동안 보관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자신이 직접 닭고기를 차가운 눈 속에 묻어두었다. 엄청나게 추운 겨울 날씨 속에 베이컨은 눈에 묻어놓은 닭고기의 상태를 관찰했다. 예순을 넘긴 베이컨의 몸은 영하의 날씨를 견디지 못했다. 결국, 그는 독감(혹은 폐렴)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눈을 감았다. 죽기 전에 베이컨은 자신의 무모한 실험이 ‘매우 뛰어나게 성공적’이라고 확신했다.

 

영국의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ey), 프랑스의 라부아지에(Antoine-Laurent de Lavoisier) 그리고 스웨덴의 셸레(Carl Wilhelm Scheele)는 산소를 처음 발견하고, 산소의 성질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화학자들이다. 그런데 세 명 모두 사인(死因)이 평범하지 않다. 프리스틀리는 라부아지에와 셸레보다 더 오래 살았으며 생전에 과학적 업적을 남긴 공로로 명예를 누렸다. 그러나 프리스틀리는 일산화탄소와 수은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화학 실험을 하는 동안 인체에 해로운 일산화탄소와 수은 등의 화학 물질에 노출되었다. 셸레는 화학 물질을 직접 맛보는 습관이 있었다. 독성이 강한 화학 물질까지 맛봤으니 그의 건강이 좋아질 리가 없다. 셸레는 비교적 젊은 43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인 역시 수은 중독이었다. 라부아지에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아주 잘 나갔다. 그는 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세금 징수원으로 활동했다. 혁명파들은 그의 세금 징수원 활동을 문제 삼았고, 라부아지에는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 프랑스의 수학자 라그랑주(Joseph Louis Lagrange)는 “라부아지에의 목을 자르는 건 순간이었지만, 그와 같은 인물을 만들려면 100년도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 존 월러 《왜 하필이면 세균이었을까?》 (몸과마음, 2004년)

* 강신익 《불량 유전자는 왜 살아남았을까?》 (페이퍼로드, 2013년)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는 질병이 세균과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에 의해 전파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페텐코퍼(Max Joseph von Pettenkofer) 등의 의학자들은 세균의 실체를 믿지 않았다. 코흐와 파스퇴르가 등장하기 이전에 의학자들은 질병이 전파되는 원인이 ‘나쁜 공기’라고 생각했고, 페텐코퍼 역시 ‘나쁜 공기’설을 받아들였다. 페텐코퍼는 ‘세균전염설’을 반박하기 위해 콜레라균이 들어간 배양액을 직접 마셨다. 그는 목숨을 걸면서까지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키고 싶었다. 다행히 그는 약간의 설사 통증을 느꼈을 뿐, 멀쩡히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의 희생정신에도 불구하고, 세균의 실체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위생학의 패러다임을 뒤집을 수 없었다. 위생학의 새로운 권위자로 급부상한 코흐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페텐코퍼는 점점 실의에 빠졌다. 그는 상실감을 견디지 못해 권총으로 자살했다.

 

 

 

 

 

 

 

 

 

 

 

 

 

 

 

* 프란츠 부케티츠 《이타적 과학자》 (서해문집, 2004년)

 

 

지금까지 언급된 사람들 이외에도 과학의 발전을 위해 희생한 과학자들이 많다. 이들은 생전에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채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이타적 과학자》에 소개된 과학자들의 삶을 보게 되면 도킨스의 농담이 그저 웃고 지나갈 일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과학자들이 생존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그들의 용기와 이타심이 보통 사람들보다 높다는 점은 인정하고 싶다. 그런데 도킨스의 말이 계속 회자할까 봐 약간 걱정된다. 안 그래도 장래희망으로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 과학자가 ‘극한 직업’으로 오해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 글의 제목은 폴 호프만의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겁니다》(승산, 1999)를 패러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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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5-01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일견 무모한 호기심으로 만들어낸 발명품도 있으니까요..ㅎㅎㅎ

투명 망또 매고 하늘을 날면 날 수 있는 그런 ~~발명.ㅎㅎㅎ

cyrus 2017-05-01 19:15   좋아요 0 | URL
황당한 상상력이 언젠가는 현실이 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

AgalmA 2017-05-04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의 입자》 읽으며 실험과학자들의 노고를 많이 생각하게 됐죠.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를 실험체로 쓰는 경우가 부지기수니... 초창기 과학은 물질의 위험성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런 일이 더 많았을테니.
퀴리 부인도 결국 방사능 피폭으로 사망했잖아요. 노벨상이 다 무언가ㅜㅜ

cyrus 2017-05-18 20:16   좋아요 1 | URL
댓글을 늦게 확인했어요. AgalmA님이 댓글을 남겼던 시점에 제가 서재 접속을 안 하고 있어서 댓글 확인을 못했어요. ^^;;

퀴리 부인의 남편 피에르 퀴리도 오래 못 살았죠. 마차에 치어 사망한 걸로 알고 있어요.

AgalmA 2017-05-18 21:59   좋아요 0 | URL
제가 한참 지나 댓글 달아 그러셨을 수도 있지 뭘 그리 미안해 하십니까. 저도 대댓글 모두 화답하는 게 아니라서^^a
네, 퀴리 부부 인생도 참 안타까웠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