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는 1975년에 창립된 출판사다. 내가 소장한 ‘문학과지성사’ 출판물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이 프랑수아 비용의 《유언시》다. 초판 발행연도가 1980년 12월 1일이다. 이때 나온 책의 가격이 2,500원이다. 이 책을 알라딘 온라인 중고샵에 샀을 때 가격은 12,000원이었다. 이 정도 가격이면 비교적 싼 편이다. 프랑수아 비용(Francois Villon)은 프랑스 중세 말기에 활동한 시인이다. 예전에 이 시집을 다룬 졸문 두 편을 쓴 적이 있어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관련 글 :

[두 사형수를 위한 보헤미안 랩소디] (2012년 8월 23일 작성)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유증합니다] (2016년 5월 21일 작성)

 

 

 

 

 

 

 

 

 

헌책방이나 알라딘 중고매장에 가면 항상 사는 책이 ‘문학과지성 시인선’, ‘문지 스펙트럼’ 그리고 ‘대산세계문학총서’ 시리즈다. ‘문지 스펙트럼’을 제외하면 나머지 두 출판물 시리즈는 지금도 계속 발행 중이다. 다만, 나온 지 오래된 책은 절판되었다.

 

 

 

 

내가 모은 ‘문학과지성 시인선’ 목록을 살펴보면 ‘김갑수’가 쓴 시집이 눈에 띌 것이다. 맞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그 ‘김갑수’가 맞다. 연기자 김갑수 말고 종편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문화평론가 김갑수를 말한다. 원래 이 분은 시인으로 문단에 등단했다. 1984년에 시를 발표했고, 첫 번째 시집이 바로 ‘문학과지성 시인선 No. 84’ 《세월의 거지》다. 사실은 김갑수 씨가 시인이었다는 사실을 이 시집을 사면서 알게 됐다. 처음에 시집의 저자 이름을 봤을 때 동명이인인 줄 알았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No. 10’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은 김광규 시인의 처녀시집이다. 이 시집에 고등학생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가 있다. 역시 같은 시집에 수록된 『도다리를 먹으며』와 함께 언어영역 문제집이나 모의고사 지문으로 등장한다. 이 두 편의 시는 학창시절 문학 수업시간을 통해 알게 됐다. 개인적으로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를 좋아한다.

 

 

 

 

 

1976년 <문학과지성> 겨울호에 첫 선을 보인 조세희의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은 1970년대의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위대한 작품이다. 어둡고 짙은 산업화 시대의 그늘 속에 살아가는 하층민의 삶을 담아낸 이 작품은 조세희의 대표작으로 크게 각인됐다. 그래서 《난쏘공》 이후에 나온 작품들 역시 문학적 가치가 있음에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1983년에 출간된 《시간여행》은 조세희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난쏘공》이 1970년대 시대상을 소재로 한 작품이었다면, 《시간여행》은 1980년대 시대상을 조명한 작품이다. 두 작품을 굳이 세세하게 비교하면서 읽지 않아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숫자만 달라졌을 뿐, 우리 사회의 그늘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니, 사회 전체를 뒤덮는 그늘의 범위가 더 커지고 말았다. ‘난장이’로 비유된 사회적 약자들의 꿈이 과거보다 더 이루어지기 어려워졌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저자 노르베르토 보비오(Norberto Bobbio, 1909~2004)는 이탈리아의 정치학자이다. 그는 ‘자유’를 표방하는 자유주의자와 ‘평등’을 강조하는 민주주의자(혹은 사회주의자) 간의 길고 긴 대립의 과정을 분석하면서 이 서로 다른 정치적 개념의 결합을 모색한다. 조국 교수는 이 책을 추천하면서 여전히 낡은 이념에 사로잡힌 ‘얼치기 좌파’들이 읽어야 하는 필독서로 소개했다. 그렇지만 요즘 혼란스러운 시국을 생각한다면, ‘얼치기 좌파’보다는 ‘가짜 우파’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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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2-03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제는 구하기 힘든 멋진 책이 많군요! 흥미롭게 잘 봤습니다!

cyrus 2017-02-04 10:31   좋아요 0 | URL
절판된 책들은 출판사 창고에서도 찾기 어려울 겁니다. 출판사는 책을 만들 때 반드시 비매품 보관용 한 권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책 한 권 펴내는 일이 출판사의 역사가 되니까요. ^^

해피북 2017-02-0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헌책방을 자주 다니신다셨는데 이런 보물을 찾으셨군요 ㅎㅎ 그런데 김갑수님이 ㅋㅋ 시인이셨다는건 몰랐어요. 강적들이나 황금알에 나오셔서 가끔 봤는데 시인이라니 왠지 느낌이 달라지네요 ㅋㅡㅋ

cyrus 2017-02-04 10:40   좋아요 0 | URL
비록 사기만 해놓고 읽지 않은 책이 꽤 많지만, 이런 이벤트에 응모하기 위해서 사 모으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갑수씨를 처음에는 클래식 음악과 커피를 좋아하는 문학평론가인 줄 알았어요. 시집을 내셨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어요. <세월의 거지>가 김갑수씨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