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뭐병’은 ‘병맛’에 가까운 상황에 많이 쓰인 인터넷 축약어다. 이걸로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조롱할 때도 사용한다. 요즘 ‘병신’ 소리 들을 만한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지금까지 했던 일들에 대해 거듭 ‘모릅니다’라고 일관하는 사람, 박근혜를 사랑하면서 내일을 살아가는 어르신들. 일일이 열거하면 끝이 없다. 그들의 이름만 잔뜩 모아 놓으면 ‘친박계 블랙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
‘이뭐병’ 짤방은 마스다 코스케의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약칭 ‘개그만화’)에 발췌된 것이다. ‘명탐정 우사미’ 시리즈에 나오는 캐릭터이며 토끼가 우사미, 곰은 쿠마키치다.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은 옴니버스 형식이라서 에피소드 한 편 분량이 짧다. 그 짧은 분량 속에 당황스럽고 터무니없는 사건들이 전개되는 것이 이 만화의 특징. 정말 ‘병맛’스러운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 보니 만화의 개그 코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는 편이다. 그래도 ‘명탐정 우사미’ 시리즈는 《개그만화》를 논할 때 절대로 빠져선 안 되는 최고의 에피소드다. 유치하고 단순하기 짝이 없는 내러티브, 동심을 파괴하는 설정은 보는 이의 정신 건강에 유익하다. 그리고 동물을 의인화해 인간 세상을 해학적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우사미는 자칭 초등학생 명탐정이다. 동물 친구들은 우사미를 최고의 명탐정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명쾌한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일이 드물다. 쿠마키치는 우사미의 절친한 친구이다. 우사미와 쿠마치키의 조합은 흡사 셜록 홈스와 왓슨 콤비를 떠오르게 하지만, 그것만 살짝 영향을 받았을 뿐 전혀 연관성이 없다. 쿠마키치는 사건의 범인으로 등장한다. 그가 저지른 사건은 다양한데, 물건 훔치기는 기본이며 코끼리 여학생(이름은 파오미)이 목욕하는 것을 훔쳐보거나 냥미(고양이 여학생, 대부분 에피소드에서 쿠마키치가 저지른 범죄의 피해자로 등장한다)에게 스토커 행각을 벌였다.
우사미가 추리하기 시작하면 눈 모양이 달라진다. 일명 탐정안(探偵眼). 쿠마키치는 우사미가 자신을 범죄자로 지목할까 봐 두려워서인지 우사미가 탐정안을 발동하면, 혼잣말하면서 흥분한다.
쿠마키치는 어이없고 병신 같은 결정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바람에 범죄가 들통난다. 그가 경찰에 체포되는 장면은 인기 짤방 중의 하나이다. 이 짤방의 포인트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순진한 표정을 짓는 동물 캐릭터.
‘명탐정 우사미’ 시리즈는 추리물로 500% 볼 수 없는 개그물이지만, 전통적인 부조리 개그에 급작스러운 전개가 더해지고 궤변을 늘어놓는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재미를 준다. 《개그만화》 2기 1화에 쿠마키치는 자신을 변태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변태라는 이름의 신사’라는 희대의 궤변을 남긴다. 쿠마키치가 우사미에 변명하는 모습은 교묘한 궤변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인간의 심정을 보여준다. 우리는 비정상적 성욕자를 ‘변태’라고 부른다. 과거의 ‘변태’는 음지에 돌아다니는 비정상적인 소수자를 의미했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변태’의 의미는 신사인 척 가장하는 위선적인 사람도 포함된다.
요즘 뉴스에 회자하는 성범죄자들을 보면 대부분 평소에 경제활동을 착실히 하며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성적 취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생활의 범주를 넘어서 타인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성적 욕구를 조절하지 못하면 ‘변태’ 소리 듣게 되고, 이는 정신질환에 해당한다. 최악의 변태는 자기 자신의 성적 욕구 분출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사람은 양지에 가면 정상적인 인간의 가면을 쓰고 있다.
혼이 비정상인데도 인간의 기운을 잘 받아서 그런지 인간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언행은 세상을 썩게 만드는 원인이다. 혼이 정상인 사람을 비정상으로 만들어놓는 것이 비정상 혼을 가진 사람들의 장기이다. 오늘도 그들은 자신이 ‘정상’이라고 우기면서 애처롭게 살아가고 있다. 우사미가 말한 대로 정말 이 세상이 썩을 대로 썩어서 그런지 드라마에 일어날 법한 신기한 일들이 벌어진다. 우사미의 대사 한 마디가 그저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세상이 썩으면 사람들의 정신마저 썩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