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다 다카시의 <공포의 연구>에 등장한 다지마 케스케는 문예 평론을 쓰면서도 공포문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다. 다독가이기도 하는데, 그의 모습에서 에도가와 란포가 연상된다. 공포와 추리. 언뜻 정반대 편에 있는 듯 보이는 이 두 장르는 사실 본질에서 맞닿아 있다. 바로 비이성과 광기의 산물인 범죄를 종착역(공포) 또는 출발점(추리)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다지마 게스케는 인간이 공포심을 느끼는 원인을 초자연적인 현상에서 찾지 않는다. 그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기분을 거스르는 소리가 사람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한다.
“어른이 귀신 영화를 보고 정말로 무섭다고 생각하는 것은 귀신이 휙 하고 얼굴을 드러낼 때가 아닙니다. 정말로 무서운 것은 아무런 소리도 없이, 아무도 없어야 하는데 갑자기 미닫이문이 슬그머니 열린다거나... 혹은 관 안에 넣었음에 분명한 방울이 으쓱한 밤중 어딘가에서 찰랑찰랑 하며 울려온다거나... 그런 것이 정말 무서운 겁니다.” (<공포의 연구 - 혹은 에필로그풍의 소품> 중에서, 436~437쪽)
공포는 상상의 산물이다. 학습된 기억과 경험으로 인해 두려움을 느끼고, 무서움이라는 감정으로 사람을 불안에 떨게 한다. 귀신이 등장하지 않아도 귀신이 나올 다음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포를 느낄 수 있다. 아토다 다카시의 공포소설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심리적 공포에 초점을 맞춘다.
다지마 게스케가 밤중에 울리는 관 속의 방울소리를 언급하는데, 사실 아토다 다카시가 이 기묘한 현상을 소재로 손바닥 소설을 쓴 적이 있다. 이 소설은 정태원 씨가 번역한 《공포특급 6》 이외에도 수많은 괴담집에서 소개되었다.
방울 소리 (아토다 다카시, 정태원 번역)
“흠, 이것이 미라의 무덤인가?”
비석에 조각된 글을 확인하면서 남자가 말했다. 침엽수가 높이높이 자라고 있어서 황혼에 가까워진 햇빛은 거의 지상에 닿지 못하고 있었다. 비석은 이끼가 잔뜩 끼여서 조각된 글조차 확실히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여자가 물었다. 두 사람은 N산 깊은 곳에 오래 전 밀교의 절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하이킹을 겸해서 물어물어 찾아온 것이다. 오래 전 역사책에 이름이 남아 있는 고찰도 지금은 겨우 주춧돌 흔적만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아무래도 이 비석이 산을 개척하신 고승의 무덤 같군.”
“그게 미라야?”
“그래.”
산 속은 너무나 고요해서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옛날의 고승들은 산 채로 흙 속에 묻혀 미라가 되는 것을 인생의 마지막 고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
“이 분도 기록에 의하면 7×7, 49일 간의 질식 끝에 떡갈나무 관에 넣어져서 이 무덤 아래 묻혔다는 거야.”
“잔혹하구나.”
“수행이니까 어쩔 수 없지. 뭐, 손에는 방울을 쥐고서 죽통으로 공기구멍을 만들어 두지. 살아 있는 동안은 이따금 방울소리가 들려오는 거야.”
두 사람이 얘기하고 있는 사이에도 황혼이 더욱 짙어가고 있었다.
“기분이 어째 안 좋네. 그만 돌아가자.”
“이미 3백 년 전의 일인걸 뭘. 파보면 멋진 미라가 나올 거야.”
“싫어, 그런 얘기 그만해...”
두 사람은 무덤을 뒤로 하고 방금 왔던 길로 돌아섰다. 순간, 남자의 발이 멈췄다. 여자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등 뒤의 땅 속에서, 딸랑, 희미하게 방울소리가 들렸다.
괴담집을 보면 초반에 으스스한 분위기로 시작하다가 막판에 허무한 웃음을 주는 이야기 한 두 편은 꼭 있었다. 아토다 다카시가 쓴 것으로 알려진 <저주의 나이프>는 재미있는 반전이 있는 이야기다. 어렸을 때 <저주의 나이프>와 흡사한 이야기를 괴담집에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이 어렸을 때 접했던 괴담 대부분은 전문 작가가 만든 것이다. 그래서 창작 괴담은 그저 그런 시시한 창작물이 아니다. 창작 괴담은 공포소설로 확장되는 진정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저주의 나이프 (아토다 다카시, 정태원 번역)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을 믿다니... 좀 더 진지하게 부인과 헤어질 생각을 할 수 없나요?”
어느 맨션 안. 여자가 소파에 몸을 비스듬히 누이고 이마에 내려온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남자에게 핀잔을 주고 있다. 여자는 27, 8세. 남자는 40세 정도 되었을까?
“그렇게 간단하지 못한다는 걸 잘 알잖아! 그보다 말이야, 마누라가 죽어준다면 얘기는 훨씬 간단하지.”
여자가 코웃음을 쳤다.
“흥, 정말로 죽어준다면 말예요. 저주가 내려서 죽다니, 도대체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다니요?”
“아니라니까, 이것은 진짜 정통 집시들이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방법이라니까. 지금까지 성공했던 예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 그러니까 내가 그 많은 돈을 투자해서 이 나이프로 빌려오지 않았겠어?”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가방 속에서 가느다란 나이프를 꺼냈다. 나이프 날에 서로 뒤엉킨 두 마리의 뱀이 조각되어 있었다. 예리하게 날이 선 칼끝이 괴이한 빛을 발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군데군데 기분 나쁜 핏자국까지 있다. 과연! 이 혼자만 본다면 지금까지 수명의 생명은 거뜬히 저주하며 죽였을 것 같기도 하다. 여자는 전혀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나이프를 건네받고 이리저리 살펴봤다.
“이 나이프로 어떻게 할 거야?”
“죽어줬으면 하는 사람의 사진에다 이 칼을 사정없이 꽂는 거지. 마침내 사진이 피를 흘리면 그걸로 끝장이야. 그 사람은 3일 이내에 몸에서 피가 모조리 빠져서 죽는다는 거야.”
“말도 안 돼.”
“어때? 해볼 만하잖아? 마누라 사진까지 준비해 왔다니까. 일단 해보자고. 자, 그럼 내가 들고 있을 테니까 찔러봐.”
여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치며 나이프를 손에 들고 계속 바라보고 있더니 갑자기 남자가 들고 있는 사진의 가슴 언저리를 노리고 힘차게 푹 찔렀다. 다음 순간, 여자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입술이 공포로 부르르 떨렸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사진의 가슴께에서 붉은 피가 뚝뚝 번져나오기 시작했다. 여자가 몸서리를 치며 소리질렀다.
“아악!”
그때 남자가 말했다.
“으~ 손수건 없어? 내 손등이 찔렸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