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된 손」(La Main d'écorché)은 모파상이 처음으로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된 사연이 흥미롭다. 모파상은 청년 시절 노르망디 지역의 어촌 도시 에트르타에 살고 있었다. 그곳은 아름다운 절벽의 바닷가로 유명한 지역이다. 모파상은 에트르타의 해안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한 번은 해안을 지나가다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했다. 모파상이 구한 사람은 영국 시인 찰스 스윈번이었다. 시인은 생명의 은인인 모파상을 자신의 집에 초대했다. 모파상은 그곳에서 기괴한 물건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미라 형태가 되어 말라비틀어진 사람의 잘린 손이었다. 모파상은 이때 당시의 기억을 소재로 삼아 「박제된 손」을 썼다.

 

「손」(La Main)은 「박제된 손」의 줄거리와 유사한 단편소설이지만, 발표 연도가 다르다. 「박제된 손」은 1875년에, 「손」은 1883년에 발표되었다. 프랑스어 원제와 발표 연도가 명시되지 않으면, 두 작품이 서로 같은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19세기 중반 센 강에 즐기는 뱃놀이가 파리지앵들 사이에서 유행으로 번졌다. 모파상도 센 강에 보트를 띄워 여자들과 어울리면서 놀았다. 모파상은 물이 있는 강이나 바다를 좋아했다. 바다를 엄청 싫어했던 러브크래프트와 상반된 모습이다. 모파상은 물을 소재로 뛰어난 단편소설을 썼는데, 그 작품이 바로 「물 위에서」(Sur l'eau, 1876년)다.

 

8, 90년대에 외국의 무서운 이야기들을 출처 없이 짜깁기했거나 ‘외국 유명 작가의 공포소설’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책들이 많았다. 이런 책들에 가장 많이 소개된 소설이 모파상의 「물 위에서」였다. 초딩 때 「물 위에서」와 비슷한 이야기를 ‘서양 괴담 모음집’ 같은 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 이야기의 출처가 모파상의 소설이라는 사실을 어른이 돼서야 알았다. 「물 위에서」의 배경은 센 강이다. 모파상은 달빛이 흐르는 아름다운 센 강을 음산한 기운이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장소로 연출했다. 흔히 센 강을 낭만적인 파리를 상징하는 명소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낭만과 아주 거리가 먼 평범한 강이었다. 모파상이 센 강에 뱃놀이를 즐기고 있었을 시기에 센 강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 자살자가 얼마나 많았으면 강 위에 둥둥 떠다니는 익사체를 보는 것이 파리지앵의 일상적인 일이었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던 18세기에도 센 강에 빠져 죽는 사람이 많았고, 익사체를 건지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었다. [주1]

 

 

「오를라」는 예전에 언급했으니까 패스.

 

※ Colla[book]ration #11 모파상 X 러브크래프트

http://blog.aladin.co.kr/haesung/8636891

 

 

 

 

 

 

 

 

 

 

 

 

 

 

 

 

 

 

 

 

 

 

 

 

 

 

 

 

 

 

 

 

 

 

 

 

 

 

 

 

 

 

 

 

 

 

 

 

 

 

 

 

 

 

 

 

 

 

 

 

 

 

 

 

 

 

 

 

 

 

 

 

 

 

 

 

 

 

 

 

 

 

 

 

 

 

 

 

 

 

 

 

 

※ [주1] 루이 세바스티엥 메르시에 《파리의 풍경 1》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4년)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리스 2016-08-07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기소설?벨아미의 그 모파상이 맞나요?ㅋㅋㅋ

cyrus 2016-08-08 07:36   좋아요 0 | URL
네. 키미리키님이 생각하시는 그 모파상이 맞습니다. ㅎㅎㅎ

2016-08-07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8-08 07:5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사드의 《사랑의 죄악》, 에르베 바쟁의 《손아귀에 든 독사》, 디드로의 《수녀》 그리고 모빠상 괴기소설이 장원출판사 하드커버판으로 나온 적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건 장원출판사 책뿐입니다. ^^

transient-guest 2016-08-10 0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소개가 계속 이어지고 있네요.ㅎ

cyrus 2016-08-10 07:54   좋아요 0 | URL
모파상의 단편소설이 장편소설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