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더 구스》라는 동요집의 존재를 몰라서 그렇지, 알게 모르게 《마더 구스》의 동요 한두 개를 들어보면서 자랐다. 우리가 잘 아는 <열 꼬마 인디언 소년들(Ten Little Indian Boys)>이 《마더 구스》 동요 원본이 변형되어 전해진 노래다.

 

 

One little, two little, three little Indians. Four little, five little, six little Indians. Seven liitle, eight little, nine little Indians. Ten little Indian boys.

 

Ten little, nine little, eight little Indians. Seven little, six little, five little Indians. Four little, three little, two little Indians. One little Indian boy.

 

 

한 꼬마, 두 꼬마, 세 꼬마 인디언들. 네 꼬마, 다섯 꼬마, 여섯 꼬마 인디언들. 일곱 꼬마, 여덟 꼬마, 아홉 꼬마 인디언들. 열 꼬마 인디언 소년들.

 

열 꼬마, 아홉 꼬마, 여덟 꼬마 인디언들. 일곱 꼬마, 여섯 꼬마, 다섯 꼬마 인디언들. 네 꼬마, 세 꼬마, 두 꼬마 인디언들. 한 꼬마 인디언 소년.

 

 

 

<열 꼬마 인디언 소년들>은 미국의 전래 동요다. 당연히 영국 동요의 노랫말에 미국 원주민을 가리키는 ‘인디언’이 없다. <열 꼬마 인디언 소년들>의 원본은 <열 명의 흑인 소년들(Ten little nigger boys)>이다. ‘nigger’를 ‘흑인’으로 순화 적으로 표현했는데, 원래는 ‘깜둥이’를 뜻한다. 과거에는 흑인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했으나, 지금은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가 되었다. 그래서 ‘nigger’ 대신에 ‘Indian’으로 바꾼 버전이 나오게 된 것이다. 공식 석상에 실수로 ‘nigger’가 들어있는 발언을 하면 한순간에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찍혀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미국 최대 프로레슬링 단체 WWE의 전설인 헐크 호건은 ‘nigger’를 입에 올리는 바람에 WWE에서의 모든 업적이 말소되었다.

 

《마더 구스》에 있는 <열 명의 흑인 소년들>의 전체 노랫말이다. 출처는 팬더북 출판사의 《마더 구즈의 노래》다. 이 책에서는 ‘열 명의 검둥이 아이들’이라고 소개했다. 이 책이 나온 시절에는 ‘nigger’를 둘러싼 논란의 불이 점화되기 전이었다. 현재 ‘nigger’의  뜻을 생각해서 ‘검둥이 아이들’을 ‘흑인 소년들’로 고쳐 썼다.

 

 


Ten little nigger boys went out to dine
One choked his little self, and then there were nine.

 

Nine little nigger boys sat up very late
One overslept himself, and then there were eight.

 

Eight little nigger boys traveling in Deven
One said he'd stay there, and then there were seven.

 

Seven little nigger boys chopping up sticks
One copped himself in helf, and then there were six.

 

Six little nigger boys playing with a hive,
A bumble-bee stung one, and then there were five.

 

Five little nigger boys going for law
One got in chancery, and then there were four.

 

Four little nigger boys going out to see
A red herring swallowed one, and then there were three.

 

Three little nigger boys walking in Zoo
A big bear hugged one, and then there were two.

 

Two little nigger boys sitting in the sun
One got frizzled up, and then there were one.

 

One little nigger boy living all aline.
He got married, and then there were none.

 


열 명의 흑인 소년들이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한 소년의 숨이 막혔습니다. 그래서 아홉 명이 되었습니다.

 

아홉 명의 흑인 소년들은 밤늦도록 잠을 자지 않았습니다.
한 소년이 늦잠을 잤습니다. 그래서 여덟 명이 되었습니다.

 

여덟 명의 흑인 소년들이 함께 데번(영국 남서부의 주)을 여행하다가
한 소년이 거기 남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일곱 명이 되었습니다.

 

일곱 명의 흑인 소년들이 나무하러 가서,
한 소년이 자신의 배를 갈랐습니다. 그래서 여섯 명이 되었습니다.

 

여섯 명의 흑인 소년들이 벌집을 쑤시며 장난치다가,
한 소년이 말벌에 쏘였습니다. 그래서 다섯 명이 되었습니다.

 

다섯 명의 흑인 소년들이 소송을 일으켰습니다.
한 소년이 재판소에 갔습니다. 그래서 네 명이 되었습니다.

 

네 명의 흑인 소년들이 바다로 나갔습니다.
빨간 청어가 한 소년을 삼켰습니다. 그래서 세 명이 되었습니다.

 

세 명의 흑인 소년들이 동물원에 갔습니다.
큰 곰이 한 소년을 끌어안았습니다. 그래서 두 명이 되었습니다.

 

두 명의 흑인 소년들이 양지쪽에 앉아 있었습니다.
한 소년이 햇볕에 그을려 타 죽었습니다. 그래서 한 명이 되었습니다.

 

한 명의 흑인 소년은 혼자 쓸쓸히 떠났습니다.
그 소년은 결혼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아무도 없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죽고 만다. 이 무시무시한 교훈을 들려주는 동요는 <이승탈출 넘버원>의 황당한 사망 플러그를 떠올리게 한다.

 

점심 식사를 하다가 호흡 곤란으로 죽음, 늦잠을 자다가 과로로 죽음, 사무라이 할복으로 죽음, 말벌에 쏘여 죽음, 청어에게 먹혀서 죽음(?), 곰에게 잡혀 죽음, 햇볕을 쬐다가 죽음.

 

별 의미는 없지만, 열 명의 흑인 소년 중에 살아남은 소년을 분류하자면 이렇다. 늦잠을 잔 소년, 데번에 혼자 남은 소년, 재판소에 간 소년, 그리고 마지막에 결혼을 한 소년.

 

 

나무위키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로 검색하면 <열 명의 흑인 소년들>의 원문과 해석을 확인할 수 있다. ‘going for law’를 법률 공부, ‘got in chancery’를 대법원으로 들어가는 의미로 번역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 내용들을 연결하면 흑인 소년이 법률을 공부해서 대법원에 일한다는 의미가 된다. 살아남은 소년 중에 크게 성공한 사례가 될 수 있겠다. ‘chancery’의 영국 뜻과 미국 뜻이 서로 다르다. 미국식으로 하면 대법원이 되고, 영국식은 공문서 보관청이다. 그리고 ‘One got frizzled up’을 ‘한 명이 햇볕에 타다’로 해석했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노랫말의 의미가 달라진다. 그렇지만 해석의 차이를 이유로 진지하게 말싸움할 필요가 없다. 애초에 마더 구스의 동요는 압운(rhyme) 맞추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노랫말이 어떤지가 중요하지 않다. 노랫말을 해석할 자유는 있지만, 거기에 너무 깊게 파고들면 동요를 즐기는 재미가 반감된다.

 

표현 수위 높은 노랫말의 동요가 아이들에게 나쁜 생각을 심어준다고 걱정하는 어른들이 있다. 노랫말의 잔혹한 부분만 강조해서 ‘잔혹 동요’라는 오명을 받기도 한다. 아이들이 이런 동요를 부른다고 해서 깨끗한 마음이 손쉽게 더럽히지 않는다. 폭력, 살인하는 정서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일부 아이들은 어른들의 사회를 너무 일찍 맛본 탓에 영악해지고, 비도덕적인 행동을 한다. 어른들의 눈과 입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모른다. 그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한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넌 성공할 거야, 넌 어른이 돼서 성공해야 돼!’ 이렇게 아이들의 삶을 개입하는 어른들. 어른들 눈치에 기눌린 아이들은 불만을 드러내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발칙한 생각들이 아이들의 입속에 맺혀 언어에 스며든다. 이게 순전히 아이의 잘못일까.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 제일 크다. 이렇게 만든 원인을 묻지도 않고, 아이를 성격 이상자로 규정해버린다. 누가 누굴 탓하는가. 아이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욕망 덩어리를 억지로 떠먹인 사람이 누군데.

 

 

 

 

 

 


※ <열 명의 흑인 소년들>를 논하는 데 있어서 ‘이 사람’을 절대로 빼놓을 수 없다.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다. 그의 대표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원제는 ‘Ten little niggers’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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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17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은 작품이 꽤 많은 걸로 압니다.

cyrus 2016-02-17 18:5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읽고 싶은데 너무 많아서 다 읽는 데 상당히 오래 걸릴 겁니다. 그래도 이 전집을 다 읽으신 분이 여기 알라딘에 있습니다. ^^

나비종 2016-02-17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화 뿐 아니라 동요의 유래도 알고 음미해보니 신기하네요^^
`nigger`에 얽힌 이야기를 보며, 언어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근로자`와 `노동자`란 말이 관점의 차이를 말해주듯이, 언어에 따라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경우도 많네요. `말이란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 는 속담도 생각나구요.
아이들의 생각 형성에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는 말에 동감합니다^^

아! 잠깐 눈에 띄길래. .^^; <이승탈출 넘버원> 아래로 언급하신 죽음들이요, 늦잠을 자다가 과로로 죽은 인간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ㅋㅋ
(그냥 세어보다 발견하였습니다. 죽은 인간 7, 살아남은 인간 4 이면 열꼬마인디언이 안된다며ㅎㅎ)

cyrus 2016-02-18 14:58   좋아요 1 | URL
동화, 동요의 유래를 조사해보면 재미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Nigger’ 때문에 미국의 국민 작가 마크 트웨인의 작품들도 흑인 차별 인식이 남아 있다고 해서 비판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어요.

<위기탈출 넘버원>을 보면 정말 황당한 죽음 사례가 많이 나와요. 그래서 별명이 ‘이승탈출 넘버원’이에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