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돈주앙 : 소년 돈 주앙의 회상 - 밤의 문학 3 밤의 문학 3
기욤 아폴리네르 지음 / 예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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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공깽’이라는 말을 아시는가. 인터넷상에서 유행한 줄임말이다. ‘충격과 공포다. 그지 깽깽이들아!’를 줄인 건데, ‘충공그깽’이라고 쓰기도 한다. 네티즌들이 충격적인 사진이나 글을 접하면서 경악할 때 ‘충공깽’을 쓴다. ‘충격과 공포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보면 되겠다. 이 말은 원래 미국 만화 <The Simpson> 시즌 17의 에피소드에서 심슨이 외치는 대사다. 원문은 이렇다. “Shock and awe, losers! Shock and awe!” 우리말로 직역하면 ‘충격과 공포다. 패배자들아!’지만, 만화 번역가가 나름 재미있게 ‘그지 깽깽이들아!’라고 의역했다. 앞으로 소개될 괴작들은 당신에게 ‘충공깽’을 선사할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괴작은 상당히 표현 수위가 높고, 파격적인 내용이다. 당신이 괴작을 쓴 저자의 이름을 듣는 순간, ‘설마, 그 사람이 이런 글을 썼다고!’ 하면서 의아해할 수 있다. 특히, 괴작의 저자가 쓴 감상적인 시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괴작과 시를 쓴 사람이 동일인물인지 혼란스러울 것이다.

 

문제의 괴작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전에 미리 알린다. 성적인 단어가 많이 언급되며 우리 사회 정서상 이해할 수 없는 경악스러운 내용이 소개된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으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정신 건강에 나쁠 수 있으니 이 글을 보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괴작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것이 더 나을지도.

 

기욤 아폴리네르는 생전에 소설, 시, 희곡, 미술 평론 등 다양한 글을 남겼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그가 남긴 시를 많이 기억하고 낭송한다. ‘밤이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남았네’ 아폴리네르가 헤어진 연인을 회상하며 썼다는 <미라보 다리>는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외국 시 중 하나다. 이 시를 읽으면 미라보 다리 아래 흐르는 센 강을 쓸쓸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뒷모습이 떠올린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아폴리네르를 실연의 아픔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시인 아폴리네르’로 기억하는 것은 그의 생애 중 고작 4분의 1만 알고 있는 것과 같다.

 

아폴리네르가 포르노 소설을 익명으로 출판한 적이 있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아폴리네르는 똘기 충만한 성적 판타지와 광기를 《소년 돈 주앙의 회상》과 《일만 일천 개의 채찍》이라는 두 권의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오늘 소개하는 괴작이 바로 《소년 돈 주앙의 회상》이다. 이 작품은 《일만 일천 개의 채찍》과 함께 1999년에 처음으로 국내에 번역되었다. (번역자는 성귀수) 제목부터 소설 내용이 범상치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돈 주앙은 소설과 영화 등 많은 장르 안에서 ‘호색한’, ‘욕정의 화신’으로 그려져 왔다. 아폴리네르는 돈 주앙을 이른 나이에 성적으로 조숙한 소년으로 묘사했다. 줄거리는 무척 단순하다. 과장이 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돈 주앙은 마구잡이로 여러 여자와 상대로 섹스한다.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서사 구조를 없애고, 남녀 간의 섹스 장면만 부각하는 오늘날의 포르노와 같은 전개 방식이다. 야한 내용만큼이나 아폴리네르의 표현 또한 수위가 높다. 차마 입으로 말하기 민망한 단어가 많이 나온다.

 

돈 주앙은 한적한 시골집에 자리 잡은 넓은 성에서 지내는 한량이다. 돈 주앙과 함께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등장인물만 살펴보면,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할 수 있다.

 

 

* 돈 주앙의 어머니

* 마르그리트 부인 (어머니의 동생, 돈 주앙의 이모)

* 엘리제 (마르그리트 부인의 첫째 딸)

* 베르트 (마르그리트 부인의 둘째 딸)

* 카트 (하녀)

* 디앙 부인 (성 관리인의 아내)

* 유르슐르 (하녀)

* 엘렌 (요리사의 딸)

 

 

야동에는 상식의 틀에 벗어난 인물들이 등장한다. 남자 주인공 한 명에 여자 주인공이 여러 명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포르노는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은 파격적인 설정을 허용한다. 근친상간, 하녀와의 성적 판타지 등 현실과 윤리를 초월하는 설정은 야동을 보는 남자들의 성적 흥분을 빨리 유도하게 한다. 이처럼 아폴리네르의 소설에서도 야동의 클리셰를 확인할 수 있다. 돈 후안은 어머니를 제외한 이모, 사촌, 하녀까지 성에 거주하는 모든 여자들과 섹스를 한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 같이 정상적이지 않다. 돈 후안은 섹스에 미친 놈이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이모와 두 조카를 근친상간하고, 임신 중인 관리인의 아내 디앙 부인을 거의 ‘강간’에 가까울 정도로 범한다. 디앙 부인을 유린한 돈 후안의 태도가 너무 뻔뻔하다. 처음에 디앙 부인이 자신의 유혹을 거절하자, 그녀에게 돈을 건네준다. 그러면서 곧 태어날 아이의 대부(代父)가 되어줄 것을 약속한다. 돈 후안은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여자들에 접근한다.

 

소설의 2장은 어이없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베르트가 갑자기 계단에서 굴러떨어진다. 이로 인해 베르트의 치마가 뒤집혀지고, 치마 속이 훤히 드러나고 만다. 이 기회에 틈타 돈 후안은 그녀의 치마 속을 보게 된다. 베르트는 팬티를 입지 않은 상태였다. 돈 후안은 재빨리 그녀의 음모, 음순, 항문을 관찰한다. 돈 후안은 베르트의 은밀한 부위를 다 봤으니, 이번에 베르트가 자신의 ‘그것’을 보라면서 바지를 훌러덩 벗기도 한다. (아, 이런 미친 녀석!) 심지어 베르트가 소변을 보는 모습까지 구경한다. 너무 억지스럽고 불쾌감만 느끼게 하는 최악의 장면이다. 이보다 더 엽기적인 장면이 있다. 돈 후안은 생리 중인 베르트와 섹스를 하다가 그만 하녀 카트에게 발각된다. 카트는 생리의 개념 자체를 모르는 무식한 돈 후안을 꾸짖으면서도 이번에 자신이 직접 돈 후안을 유혹한다. 역시나 카트도 돈 후안의 섹스 파트너가 된다. 그 장면을 베르트는 바로 옆에서 구경한다.

 

돈 후안이 어렸을 때, 목욕하기 싫어서 투정을 심하게 부리면 어머니와 마르그리트 부인은 그의 성기를 입에 무는 행동으로 그의 어리광을 달랜다. 어머니와 이모 또한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사실 그녀들의 이런 행동 때문에 돈 후안은 너무 일찍 성에 눈을 뜨고 말았다. 이 소설에 남자 주인공이 잠깐 등장하지만, 이들 또한 돈 후안 못지않게 호색한이다. 돈 후안의 아버지는 변태성욕자다. 돈 후안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변태 섹스 행위를 몰래 엿듣는다. 성에서 일하는 농부들은 하녀들과 섹스하고 싶어서 노골적으로 치근댄다. 어떤 농부는 수도승에게 고해성사하는데, 60세의 노파와 섹스했던 일 그리고 암소를 수간(獸姦) 한 일을 고백한다.

 

아폴리네르는 오랫동안 음지에 잠들어 있던 사드의 문학을 처음으로 세상에 소개했다. 그래서인지 돈 주앙의 모습에서 사드의 리베르탱(libertin)에 영향을 받은 흔적이 보인다. 리베르탱은 원래 신학과 교회로부터 해방된 자를 의미했으나 오늘날에는 난봉꾼의 의미로 변질하였다. 과연 아폴리네르의 돈 후안은 일상의 틀에 벗어나는 자유로운 자일까, 아니면 ‘자유’를 내세우면서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못된 난봉꾼일까. 나는 아폴리네르의 돈 후안을 후자로 평가하고 싶다. 여자를 남성이 성적으로 정복해야 하는 필연적인 존재로 보고, 자신의 행동을 괴상한 논리로 합리화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이야기가 못마땅하다.

 

아폴리네르는 소설 결말에서도 독자들을 향해 제대로 ‘충공깽’을 선사한다. 돈 후안은 자신의 섹스 퍼레이드를 ‘사랑’으로 미화한다. 자신과 한 번씩 성관계를 한 마르그리트 부인, 엘리제, 하녀 유르슐르가 낳은 아이들의 대부가 되기로 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수많은 아이가 태어나기를 바란다. 자신의 씨를 마음껏 뿌리고 다니기로 다짐한다. 자신의 성(性)스러운 행위들은 인구 증가에 기여한 애국의 의무라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돈 후안과 동침한 여자들이 그의 호색 행위를 알면서도 너그러이 이해해준다는 것. 이 정도면 《소년 돈 주앙의 회상》은 막장의 끝을 보여주는 괴작이라 할 수 있다. 종이책으로 다시 나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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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11-19 2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데카당스도 아니고 포르노였군요 ㅠㅠ 예상은 했지만 이런 내용일 줄이야!!

cyrus 2015-11-20 22:38   좋아요 1 | URL
아폴리네르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병적으로 성에 탐닉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좋게 보면 퇴폐적인 데카당스에 어울리긴 합니다만, 너무 억지스럽고 과장된 면이 많아서 거부감이 들어요.

붉은돼지 2015-11-20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놀랍습니다. ㅎㅎㅎ

cyrus 2015-11-20 22:38   좋아요 1 | URL
쇼킹한 내용이 더 있는데 자체 검열했습니다. ㅎㅎㅎ

stella.K 2015-11-20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정말 종이책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 다행이네.
돈 주앙도 돈 주앙이지만 자기를 건드려주길 바라는 그의 여인들도
좀 웃기는 것 같아. 그런 심리는 뭘까?

예전에 전여옥이 쓴 일본은 없다는 책에 보면 어떤 간강범이 여자들만 사는 집을
급습했는데 그 여자들 중 어느 한 사람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거야.
그러면서 간강범이 자신을 강간해 주길 기다렸다나 뭐라나.
뭐 그만큼 일본 여자들이 멍청하다는 걸 꼬집은 건데
그걸 까발리는 전여옥도 그렇지만 여자는 나쁜 남자한테 끌린다는 걸
대놓고 공포한 것이기도 하겠지. 이 책도 그렇고.
아폴리네르란 명성만으로도 별 두 개 주기 쉽지 않았을 텐데
역시 시루스다!ㅋ

cyrus 2015-11-20 22:44   좋아요 1 | URL
전여옥의 주장이 위험한 게 그걸 근거로 여성 성폭행 피해자를 비난하고, 가해자를 옹호하는 뉘앙스가 생길 수 있어요. 아폴리네르의 소설이 남성 우월주의 느낌이 심하게 있는데다가, 성행위 묘사가 너무 노골적이라서 별 한 개를 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작가의 명성과 이런 작품을 전자책으로 만드는 출판사의 용기를 생각해서 한 개 더 줬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