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사생활 - 관계, 기억, 그리고 나를 만드는 시간
데이비드 랜들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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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찍 일어나니까 사람이 멍청해지는군. 사람이란 잘 만큼 자야 해.”
(카프카  「변신」 중에서 / 『카프카 단편전집』, 110쪽, 솔출판사)

 

 

 

어느 날 아침. 그레고리 잠자는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다. 놀랍게도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 한 마리의 커다란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이 왜 벌레로 변했는지, 그 변신의 이유도 과정도 모른다. 아무도 그를 원래대로 돌아오도록 만들려 노력하지 않는다. 벌레로 변한 주인공도 그의 가족도 현실을 외면하고 숨기기에만 급급할 뿐이다. 결국, 잠자는 세상과의 소통에 실패하고 가족의 무관심 속에서 결국 벌레가 된 상태로 죽음을 맞는다.

 

카프카의 「변신」을 읽으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이 생각난다. 잠자가 벌레가 되어 벌레로 죽는 과정을 ‘인셉션’의 주요 콘셉트와 연관 지어서 (약간 억지가 있지만, 내 맘대로) 색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면 이렇다.

 

소설에서 잠자는 불안한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자신이 벌레로 변한 사실을 안다. 잠자가 어떤 꿈을 꾸었는지 묘사하고 있지 않지만, 아마도 악몽일 것이다. 꿈에서 깨어난 잠자가 겪게 될 진짜 악몽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첫 번째 꿈이 지나가고, 잠자는 벌레가 되어버린 두 번째 꿈이 이어진다. ‘인셉션’에서 코브와 아서는 타인의 꿈을 침투하여 의식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역할을 시도한다. 「변신」에서 코브와 아서의 역할을 하는 존재가 바로 잠자의 가족들이다. 외판사원인 잠자는 황급히 일하러 나갈 채비를 해야 하지만 기괴하게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에 혼란스러워한다. 식구들은 방에서 나오지 않는 잠자가 걱정되어 방문 앞에 문을 두드려 확인해보지만, 오히려 잠자의 불안감을 더욱 커지게 한다. 가족과 직장을 위해서 일만 하던 잠자는 처음으로 혼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잠자를 방 안에 갇혀 고립시키는 것이 잠자 가족의 목표이다. 잠자는 절망적인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기이한 악몽을 현실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가족에게 괴로움을 주지 않기 위해 벌레로서의 삶에 적응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가족은 흉측한 벌레가 된 잠자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현실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해왔던 잠자는 꿈에서도 가족을 위해 죽음을 맞기로 선택한다. 죽음만이 악몽에 깨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가족의 의도대로 잠자의 악몽은 끝이 난다. 잠자가 죽고 나서야 가족은 예전처럼 평온한 생활을 한다.

 

영화에 나오는 내용처럼 누군가가 내 꿈속으로 들어가 치명적인 방해를 시도한다면 꿈을 꾸는 사람은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정신분열에 걸려 고통 속에 죽게 될 것이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이지만, 우리 주변에 잠을 방해하는 것들이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다. 잠을 자기 전에 늘 확인하는 스마트폰에 도시를 빛나게 하는 환한 인공조명 등이 편안한 수명을 방해하는 주범이다. 미국 인구 100명 중 99명은 광공해 기준에 해당하는 지역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인공조명의 불빛도 엄연히 말하면 생태계와 건강을 파괴하는 공해를 일으킨다. 오랜 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한 생태가 이어지면 신체는 우리에게 건강의 적신호를 알린다. 면역이 떨어지고, 환각과 환청을 경험한다. 뇌는 마치 술에 취한 상태가 되어 기억력과 판단력이 떨어진다.

 

잠을 방해하는 것은 또 있다. 스마트폰 못지않게 항상 당신 옆에 있다. 그것은 바로 당신 곁에서 사랑스럽게 자는 배우자이다. 한때 몇몇 수면 연구가들은 부부가 침대를 따로 써야 충분히 수면을 취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달콤한 신혼으로 깨소금이 쏟아지는 새내기 부부나 여전히 닭살 금슬을 자랑하는 잉꼬부부라면 잠잘 때 침대를 따로 써야 하는 상황이 마뜩잖게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남편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아내라면 이런 주장을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남편과 아내가 한 침대에서 자면, 남편보다 아내가 불면증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높다. 남성은 혼자 자는 것보다 배우자와 함께 자는 것을 선호하며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느낀다. 본인의 코골이나 이갈이가 심해도 배우자는 참는다. 그런데 남편의 잠버릇이 고약하면 아내는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다. 이래서 부부는 백년해로하기가 쉽지 않다. 남편 혹은 아내 둘 중 한 사람의 잠버릇이 심하면 분명 한 쪽은 불면증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경과가 심해지면 건강도 나빠진다.

 

잠의 매커니즘은 신기하다. 수면 박탈로 인해 정신이 완전히 나간 좀비가 되어도 두세 시간만 자면 다시 원 상태로 회복된다. 건강을 위한 충분한 수면 시간을 규정하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지만, 놀랍게도 인류는 잠을 두 시기로 나뉘어서 잤다. 유럽 중세 시대 사람들은 해가 완전히 저문 이른 시간에 잠을 자면, 자정에 깨어난다. 충분한 수면으로 몸이 저절로 반응해서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잠을 두 번 나누어서 자려고 일부러 일어났다. 자정부터 한 시간 동안 기도를 하거나 책을 읽는 등 개인적인 시간을 보낸다. 사실 개인적인 시간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성(性)스러운 운동을 많이 했다. 어쨌든, 한 시간만 깨어 있다가 다시 잠을 청한다. 이것이 두 번째 잠이다. 시대가 변해 생활 방식도 달라지자 두 번째 잠은 사라져버렸다. 간혹 일찍 자다가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비정상적인 수면으로 간주한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당신의 몸이 오랫동안 잊힌 과거의 수면 방식을 기억하고 있다는 신체적 증거이다.

 

이처럼 24시간 절반을 자면서도 정작 우리가 왜 잠을 자는지 그리고 꿈을 꾸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몰라도 된다. 사실 수면을 연구한다는 과학자도 모르니까. 그렇지만, 이것만은 알아두는 것이 좋다. 잠은 꼭 자야 한다는 사실. 우리가 잠에 대해서 너무 모르다보니,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게 만드는 가장 편하고 소중한 시간을 소홀하게 여긴다. 잠잘 수 있을 때 자는 것이 최고다. 밤에 우리를 찾아오는 잠의 신(Hypnos)을 자주 쫓아내면, 신이 분노해서 자신과 똑닮은 죽음의 신(Thanatos)을 데려올 수 있다. 건강엔 잠이 보약이라는 말을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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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15-01-12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분한 잠 정말 중요한데 요즘 아이들 불쌍해요. 학교에서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 물어보면 학원에서 늦게까지 공부를 하는지 뭘하는지 하여튼 집에 가면 11시래요. 그러면 아이들은 게임도 하고 스마트폰도 하고 해야하거든요. 그러니 점점 자는 시간은 줄어들고....
부모들한테 제발 애들을 좀 재우라고, 당신은 하루 5-6시간 자고 다음날 제대로 일할 수 있냐고 해도 별 소용이 없네요. ㅠ.ㅠ

cyrus 2015-01-13 18:59   좋아요 0 | URL
잠을 적게 자는 습관이 많아지면 몸도 적응됩니다. 그렇지만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원인이 될 수도 있어요. 저는 학생들에게 낮잠 시간을 부여하는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편인데 실현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