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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발견 - 작고 나직한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안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0월
평점 :
『안도현의 발견』을 구입하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싶은 분이라면 꼭 이 책이 몇 쇄인지 먼저 확인하시길 당부한다. 내가 읽은 책은 작년 11월 5일에 나온 초판 2쇄다. 그런데 2쇄로 나온 책중에 글 제목을 잘못 인쇄되었거나 아예 제목 자체가 없는 글이 수록된 파본이 있을 수 있다.

130쪽은 순교한 천주교인 요한 유중철과 루갈다 이순이 남매 이야기를 소개한 ‘동정부부’라는 글이 시작된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이 글의 제목이 ‘과일군’으로 인쇄되었다. 그렇다면 글 제목인 ‘동정부부’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152쪽에 ‘과일군’이 시작되는 페이지에 ‘동정부부’가 인쇄되었다. 글 제목이 서로 뒤바뀌었다.

잘못된 인쇄는 이것뿐만 아니다. 다음 글이 이어질수록 엉뚱한 글 제목이 나온다. 132쪽에 시작되는 글의 제목은 ‘토끼비리’이다. 그런데 150쪽에 나오는 글의 제목인 ‘시비’로 소개되어 있다. 다음 페이지인 133쪽을 보게 된다면 책을 만드는 과정에 편집이 제대로 되었는지 의심이 든다. ‘보리밝기’라는 글의 제목이 찍혀 있다.

134쪽에 나오는 글의 제목은 ‘내성천’이다. 그런데 제목이 사라졌다. 이것 말고도 제목 없이 인쇄된 글이 있다. 책의 2장(‘기억의 발견’)에 수록된 글 제목 대부분 잘못 인쇄되었다. 바로 잡아야 할 페이지가 꽤 많다.
초판이라면 이런 실수를 용납할 수 있다. 그런데 2쇄에서 이런 인쇄 실수가 나온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출판사측이 초판의 인쇄 오류를 알지 못한 채 2쇄를 찍었다는 것이다. 알라딘에 등록된 『안도현의 발견』 서평들 하나하나 읽어보면 인쇄 오류에 대한 내용을 언급한 서평이 없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인쇄 오류를 발견했으면서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읽은 책이 수많은 2쇄 중에 하필 잘못 만들어진 소수의 파본일 수도 있다.
한 글자가 잘못 인쇄된 책은 사소한 편집의 실수로 넘어갈 수 있다. 이것만 가지고 파본이라고 우기면서 새 책으로 바꿔달라고 강요하는 것도 우습다. 그런데 40여 쪽에 달하는 분량의 인쇄가 잘못되었으면 책을 산 독자 입장에서는 황당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물론 아량이 넓은 독자라면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편집자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인쇄 실수를 출판사가 발견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좋은 책이라 할 수 없다. 특히 도서정가제 실행 이후로 출판사는 독자들이 실망하지 않는 품질의 책을 만들어야 한다. 돈 주고 파본을 산 독자 입장에서는 불쾌하다. 파본을 바꾸고 싶지 않더라도 독자는 출판사에 책의 잘못된 점을 알려야 한다. 아니면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를 위해 서평으로 문제 사항을 언급해줘야 한다. 독자 서평은 유명 블로거가 쓴 것이 아니라면 많은 사람이 잘 안 읽는다. 일부 출판사 관계자들은 독자 서평이 아무리 많은 책이라도 판매 부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름 모르는 독자는 당신의 평범한 서평을 한 번이라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