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이야기 - 내 딸과 딸의 딸들을 위한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 강석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Scene #1  가슴이 예뻐야 여자다

 

남자를 가슴으로 안아줄 여자
가끔은 가슴으로 울어줄 여자
순수한 가슴으로 말하는 말하는 여자
가슴이 예뻐야 여자
이런 내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
왜 그렇게 몰라 진정한 매력을
이렇게(이렇게) 아름다운 내 가슴을

 

'춘자'라는 이름의 가수를 기억하시는가. 십 년 전에 데뷔한 이 여가수의 노래 제목이 특이하다. '가슴이 예뻐야 여자다.' 다소 선정적인 제목은 음흉한 호기심을 발동한다. 남자가 이런 말을 여자 앞에서 함부로 말했다간 성희롱에 가까운 실언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노래제목만 보고 볼륨 있는 가슴을 가진 여자를 찬양하는 '루키즘 송(lookism song)'으로 오해하지 마시길. '가슴'이란 단어를 '마음'으로 바꿔보라. 이 노래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딱 나왔다. 마음이 예뻐야 여자다.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비단같이 고와야 정말 여자지'의 옛노래와 메시지가 일치한다. 알고 보면 춘자의 노래는 루키즘을 풍자한다.

 

 

 

 

 

이성, 특히 여자를 볼 때 얼굴이 먼저냐 몸매가 먼저냐를 묻는다면, 누구나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다. 우선 여자는 뭐니 뭐니 해도 얼굴이 예뻐야 한다고 외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착하기만 한 여자는 매력이 없다고 말한다. 에이, 뻥 치지 마시라. 말은 그렇게 해도 당신들의 눈은 제일 먼저 어디로 향하는지 다 알고 있다. 남자마다 개인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성을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몸매이다. 남자들의 '나쁜 눈'은 주로 가슴 부위로 향한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도 그렇다.

 

여자들은 가슴의 크기나 모양에 대해 고민을 한다. 어떻게 하면 성적인 매력을 가진 예쁜 가슴으로 보이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한다. 지나가는 여자들의 가슴을 쳐다보는 것은 물론이고 거울 앞에 있는 빈약한 가슴을 보면서 한탄한다. 이런 강박적인 상태는 누군가에게 쉽게 얘기를 할 수가 없다. 더욱 못난이가 되어 버리고 내 가슴에 타인의 시선이 머무를 것 같은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괴로운 일이다. 그런가 하면 큰 가슴이 부끄러워 어깨를 움츠리고 다니는 여자들도 있다. 가슴이 큰 여자는 지적 수준이 떨어져 보인다는 얼토당토않은 가설을 믿는다. 남자와 여자들이 알고 있는 가슴에 대한 기준에는 여자의 욕구보단 다른 것들이 훨씬 더 많이 반영돼 있다.

 

여자의 큰 가슴은 남자들의 선망 대상이다. 남자들이 여성의 가슴 크기에 집착하는 근본적 이유는 본능적 욕구 때문이다. 진화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말한다. 남성은 여자의 가슴에서 가장 먼저 모성본능을 느끼고 모성애를 발견한다. 상대 여자가 건강하며 2세를 잘 키울 수 있는가를 탐구하는 본능적인 욕구와 성적 매력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부위가 바로 여자의 가슴이라는 것이다. 『털 없는 원숭이』, 『벌거벗은 여자』를 쓴 데즈먼드 모리스는 여자의 가슴은 엉덩이의 복제품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여자 가슴 기원설은 페미니스트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을 만하다. 남자 과학자들은 여자 가슴을 좋아할 정도로 자신들의 시선에 맞추어 여자 가슴의 진화를 설명하려고 했다. 과연 여자 가슴은 오로지 남자들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성적 노리개일까.

 

 


 Scene #2  젖가슴에 대한 남자와 여자의 착각

 

프리랜서 작가 플로렌스 윌리엄스는 젖가슴이 남자들을 위한 성적 부위로만 바라보는 학계의 시선을 반박한다. 그녀는 젖가슴을 남자들의 소유물이 아닌 여자 자신이 스스로 지켜야 할 신비스러운 신체 부위라고 항변한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들은 가슴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젖가슴에 대한 남자의 커다란 착각. 없다, 다만 그저 만지고 싶은 것으로만 쳐다볼 뿐이다. 그렇다면 여자의 착각은? 가슴이 예쁘고 커야 남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여자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다. 아주 심각하면서도 불편한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대다수 여자들은 착각한다. 모유 수유가 아기의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것.

 

모유 수유는 아이 키우는 엄마들의 희망 사항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곧 엄마가 될 여자들 그리고 미래의 딸들이 모유가 무조건 좋다고 믿어서는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저자는 자신의 모유를 분석 의뢰를 했는데 실로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다. 모유 속에 공장에서 나올법한 화학물질들이 섞여 있던 것이다! 믿을 수 없다고? 놀라지 마시라. 모유에 있는 성분을 공개하면 다음과 같다. DDT(환경운동가 레이첼 카슨『침묵의 봄』을 통해 사용금지를 주장했던 그 악명 높은 화학물질), 수은, 납, 벤젠, 비소, 페인트 시너, 화장품 첨가물, 로켓 연료, 살균제. 이것 말고도 더 있지만, 글이 길어질 수 있으니 더 이상 공개하지 않겠다. 이 정도만 봐도 이제 모유가 천연 완전식품이 아니라 인공 화학 식품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반세기 동안 인류는 오염된 모유를 먹고 자랐을 것이다. 화학물질이 몸에 침투하면 신체적 변화를 초래한다. 몸에 남아있는 화학물질이 축적될수록 쉽게 체외로 배출되기가 어렵다. 환경호르몬에 의한 불임이 늘어난다. 아기가 태어나더라도 화학물질에 노출된다. 면역력이 제일 약한 아기들의 건강이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

 

성조숙증과 늦은 폐경기도 가슴 건강의 적신호다. 환경호르몬, 전자파, 영양과잉, 스트레스 등이 성조숙증에 영향을 미친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독자 중에 딸을 둔 부모라면 꼭 확인해보시길. 딸이 열두 살 이전에 초경을 한다면 건강을 의심해야 한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열여섯 살에 초경을 한 여자아이에 비해 50% 더 높다. 왜냐하면, 여성 신체를 발달해주는 에스트로겐이 너무 많으면 독성 물질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폐경기에 접어들면 팽팽했고 탄력 있는 젖가슴은 아래로 처진다. 여자의 대표적인 상징이 세월의 변화를 이겨내지 못하는 것은 여자 본인으로서는 무척 슬픈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자연스러운 신체 현상이며 몸이 건강하다는 청신호다. 폐경기가 늦어져서 가슴이 팽팽하다면 유방암 위험 확률이 높다. 폐경기의 가슴은 젖샘과 같은 섬유조직이 얇아져 탄력이 없어진다. 가슴 속 젖샘조직의 비율을 조밀도라고 한데 아주 조밀할수록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안타깝게도 여자의 90%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른다. 나이 먹어도 가슴의 상태가 젊은 시절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좋다고 착각한다.

 

 


 Scene #3  젖가슴과 지구의 공통점

 

남자와 여자가 몰랐던 가슴에 대한 모든 것을 알게 되면 가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가슴이 예뻐야 여자가 아니다. 이제 가슴이 튼튼해야 예쁜 여자다. 남자들이여, 가슴을 탐하고 싶은 본능은 버리지 못하더라도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라면 최소한 가슴의 건강 정도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지 여자를 위한 일이 아니라 더 나아가 당신의 후손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여자들은 미용 목적으로 가슴에 관심을 가져도 좋다. 다만 가슴 확대 수술을 하고 싶다면 신중하게 고민을 하고 결정해야 한다. 과도한 수술 욕심으로 인해 당신의 아름다운 가슴이 부작용으로 망가진다. 또 가슴에 들어갈 실리콘의 화학물질이 모유에 섞일 수도 있다.

 

 

 

 

 

 

자궁이 여성성의 상징이자 생명이 탄생하는 태초의 우주라고 한다면, 가슴은 생명이 성장하게 만드는 영양분이 샘솟는 지구와 같다. 반원구로 이루어진 두 개의 젖가슴 형태를 합치면 완전한 구(球)의 모습이 된다. 인류는 젖가슴의 모유를 먹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유의 원류(原流)를 알지 못한다. 지구의 물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가슴은 지구이다. 무분별한 자연 파괴와 환경오염으로 지구에 이상이 생기면 인류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젖가슴도 마찬가지다. 그저 성적 노리개로 함부로 범하거나 건강을 소홀히 한다면 튼튼한 생명이 태어날 수도, 자라날 수 없다. 아이들의 건강은 곧 우리 부모 세대에 달려 있다. 가슴을 제대로 알아야 사랑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다. 딸이 성조숙증에 고생하고, 불임까지 한다면 이 모든 최악의 상황이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딸의 잘못일까? 지구와 가슴의 중요성을 무시한 부모 세대도 책임이 있다. 언젠가 "가슴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못난 애비와 어미를 둔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라고 외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 MID 출판사 5기 프리뷰어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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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4-12-25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유수유가 좋다는 여러 연구 결과를 뒤집는 이야기네요 놀랐습니다ㅠㅠ하기야 우리가 마시는 우유두 예전같지 않다고하고 먹고마시는 모든것들에 화학성분 없는게 없으니 생각해볼 문제네요

cyrus 2014-12-25 16:19   좋아요 0 | URL
정말 이 책은 여성분들이 많이 읽어야 합니다. 환경과학이나 의학 분야에서 나오는 용어가 나오고 설명이 길어져서 읽는 내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런 불편한 진실을 모른 채 지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유가 좋지 않다고 해서 분유를 권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분유회사가 자신의 이익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모유의 중요성을 왜곡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