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이번 달 말에 MID출판사에서 정말 흥미로운 책이 출간된다. 아마도 그 책 제목에는 ‘젖가슴’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을 것이다. 여성 독자라면 “어머나!”라고 살짝 얼굴이 붉어지면서 놀라고, 남자 독자는 벌써부터 어떤 내용이 있을지 호기심이 발동할 것이다. 그러나 제목만 가지고 야한 내용이거나 여성 가슴을 크고 아름답게 돋보이기 위한 미용 관련 도서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젖가슴을 음란한 시선이 아닌 과학, 특히 진화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유익한(?) 과학도서다.

 

처음으로 출판사 프리뷰어(Previewer) 활동을 하게 되었다. 프리뷰어란 책이 최종 형태로 나오기 전 상태, 즉 가제본을 읽고 원고, 편집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독자를 의미한다. 내가 읽어야 할 가제본이 바로 ‘젖가슴’에 관한 책이다. 제목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 가제 또한 ‘젖가슴’이다.

 

읽어야 할 책이 수두룩한데 오늘 가제본을 택배로 받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아! 혹시 가제본 속에 ‘사진’이 있는지 궁금한 독자가 있을 것이다. 특히 남자 독자라면 이 책 속에 사진이 있는지 없는지 제일 궁금했을 것이지.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요. 동지들이여. 사진은 있다. 내가 받은 가제본은 흑백 사진으로 나왔는데 정식으로 출간될 때는 ‘올컬러’로 나온다. 기대하시라.

 

이 책 <젖가슴>은 사진만 좋은 건 아니다. 내용도 상당히 믿을 만하고, 남녀 독자 모두 알아두어야 할 가슴에 대한 최신 정보들이 가득하다. 일단 이 책의 주요 내용 중에 특히 눈여겨 볼 것이 바로 ‘모유’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모유는 신생아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영양분이 가득한 최고 물질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믿었던 상식을 반박한다. 이 책의 저자는 플로렌스 윌리엄스는 이름의 여성 과학자인데 자신이 키운 자식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유럽에 자란 아이들이 영양소 가득한 모유가 아닌 ‘독’을 먹고 자랐다고 주장한다.

 

이뿐만 아니라 저자는 여성의 진화학적 용도와 그 과정에 대해 새로운 가설을 내세우는데, 젖가슴이 성적 기능을 위해서 진화했다는 남성 중심적 가설을 반박한다. 남성 중심적 가설을 주장한 대표적인 학자로는 데즈먼드 모리스가 있다.

 

사실 프리뷰어를 신청할 때부터 나는 무조건 선정될 것 같은 자신감에 가슴에 관한 책을 알아보고 읽기 시작했다. 엉큼한 마음으로 읽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 정말 가슴을 과학적으로 알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공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젖가슴을 알기 위한 독서를 지적으로 돋보이려고 ‘공부’라는 단어를 써봤는데 어감이 이상하다. 젖가슴을 공부한다?)

 

 

 

 

 

 

 

 

 

 

 

 

 

 

 

 

그런데 ‘공부’의 의미로 독서를 시작한 것은 내 손을 가슴에 얹고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미 프리뷰어 선정 발표가 나기 전부터 데즈먼드 모리스의 <벌거벗은 여자>(휴먼앤북스, 2004년, 절판)와 나탈리 앤지어의 <여자: 그 내밀한 지리학>(문예출판사, 2004년)를 읽기 시작했다. 데즈먼드 모리스의 책은 현재 절판되는 바람에 전자북으로 구입해서 스마트폰에 설치된 ‘알라딘ebook' 앱으로 읽기 시작했다.

 

데즈먼드 모리스는 여성 가슴을 양육과 성, 두 가지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본다. 그러나 ‘가슴’을 설명하는 장을 끝까지 쭉 읽게 되면, 그의 주장은 어느새 양육이 아닌 성적 기능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리고 여성 가슴이 수유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는 점을 내세워 이를 진화 과정의 결함으로 본다. <젖가슴>의 저자 플로렌스 윌리엄스뿐만 아니라 일부 여성 독자들에게는 모리스의 주장이 여성의 양육 기능을 폄하하는 의미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젖가슴>의 1장에 모리스와 나탈리 앤지어의 책이 잠깐 언급된다. 혹시 <젖가슴>이 정식으로 출간될 때 두 저자의 책을 같이 읽어보면 여성 가슴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비교해가면서 읽을 수 있다.

 

이제 읽기 시작한 상태지만, 정말 <젖가슴>은 남녀 독자 모두 읽어봐야 할 책이다. 내가 프리뷰어라고 해서 출간 예정인 책을 벌써부터 대놓고 홍보한다는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가제본을 끝까지 읽어보고, 저자의 주장에 의문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서평에서 확실하게 언급할 것이다. 내 이견이 잘못되었으면 스스로 인정하고, 고치면 된다. 출판사로부터 부탁받고 서평을 쓰는 것처럼 프리뷰어 활동에 관련된 글도 대충 쓰고 싶지 않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책을 읽다가 좋은 내용, 미흡한 내용이 있으면 서평을 통해 둘 다 균형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독자들이 좋은 책을 선별하는데 도움이 된다. 너무 책의 장점만 부각시켜도, 그렇다고 악의적인 의도만 가지고 단점만 부각시켜도 좋지 않다. 전자는 홍보성 짙은 서평에 가깝고, 후자는 몰상식에 가까운 서평이다. 그만큼 서평 쓰기가 쉽지 않다. 서평이 일차적으로 책을 읽은 나 자신만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이 곳 알라딘과 같은 인터넷 서점에서 공개된다면 책에 관한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밝혀야 하는 특수적인 목적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서평 쓰기가 많이 활성화되어야 독자들이 저절로 책을 찾으러 서점으로 향한다.

 

<젖가슴>이 정식 출간되면 책 앞면에 프리뷰어로 활동한 30명의 이름이 나온다고 한다. 그 중에 내 실명도 있다. 내 이름 석 자가 부끄럽지 않게 좋은 책을 만들고,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열혈 독자가 되도록 열심히 ‘젖가슴’을 공부하겠다. 으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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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기세덱 2014-09-04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젖가슴을 공부해야 하는 건가요? 선천적으로 학습되어 있는거 아니가? 그런 거라면 저도 같이 공부하고 싶네요.

cyrus 2014-09-04 13:1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멜기세덱님. 저도 여성 가슴 정말 좋아해서,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여성 가슴을 (남성들을 위한) 성적 기능으로만 알고 있었죠. 그런데 이런 책들을 읽어보니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이 많았어요. 모유에 아기에게 좋은 성분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고요. MID출판사에서 책이 나오게 되면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stella.K 2014-09-04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항상 널 보면 생각하는 거지만
아무래도 넌 출판 일을 업으로 하게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언제 또 프리뷰어까지..!ㅎ
난 가제본 별로라 프리뷰어는 좀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가제본이 저렇게 나오나 보지?
껍데기 누런 거 아니었나? 괜찮네...

여자 젖가슴 갖고 뭔 할 말이 많을까 싶은데
아무래도 남자고 학자라 할 말이 많은가 보군.
하여간 학자들은 별 것 다 연구해. 그지?ㅋㅋ



cyrus 2014-09-05 23:21   좋아요 0 | URL
페이스북에 출판사 공식 페이지가 많아요. 인터넷 카페처럼 비슷하게 신간도서를 홍보하고 있어요. 페이스북 접속이 시간 낭비일 때가 많지만, 최고의 장점이라면 알라딘보다 빠른 신간도서를 미리 확인할 수 있어요. 가끔 이런 활동도 알리곤 하죠.

책 표지는 아직 정해진 건 아니에요. 지금 표지안이 세 개인데 그 중 하나랍니다. 뒷표지는 여백이고요. 참고로 저 책의 저자는 여자랍니다. 그래서 가슴에 대해서 할 말이 많았어요. ㅋㅋㅋㅋ

saint236 2014-09-04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감이 이상하기는 버자이너 문화사도 마찬가지지요. 그래도 저는 꿋꿋하게 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었습니다.^^ 가제본 판은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더라고요...

cyrus 2014-09-05 23:22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세인트님. 다음번에 그 책도 읽어봐야겠군요. ㅎㅎㅎ 사실 그 책도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