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1   마크 트웨인의 반전(反戰)우화

 

 

   

 

 

 

『톰 소여의 모험』『허클베리 핀의 모험』등의 작품을 남긴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전쟁을 위한 기도』는 작가 사후 발표된 반전(反戰)우화이다.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 번역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03년.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가 이슬람 국가들과의 ‘테러와의 전쟁’을 하고 있을 무렵이다. 그 때 미국 내에서 반전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때 트웨인의 반전우화가 다시 한 번 조명받기 시작했다.

 

돌베개 출판사에 나온 이 작품은 현재 품절이다. 인지도 높은 작가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대표작들의 인기에 가려서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만 것이다. 그러다가 운 좋게 이 책을 구할 수 있었다.

 

며칠 전, 돌베개 출판사의 공식 팬페이지(www.facebook.com/dolbegae)에서 『전쟁을 위한 기도』두 권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예전부터 관심 가졌던 책이라서 망설임 없이 책을 구입하겠다고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다. 우편료 포함 정가로 책을 구입했다. 사실 출판사에서 직접 연락을 취해서 책을 구입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팬페이지를 관리하는 분에게 앞으로 돌베개의 품절, 절판된 책을 구할 때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허락을 받았다. 메일보다는 페이스북 메시지가 답변을 빨리 확인할 수 있으니까.

 

돈을 입금할 수 있도록 팬페이지 관리자께서 성함과 은행계좌를 알려주셨는데 놀랍게도 그 분은 바로 돌베개 대표 한철희님이었다. 출판사 대표님이 지금까지 출판사 페이스북을 관리하고, 책과 관련 소식을 업데이트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대표님 혼자서 관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웬만한 출판사 공식 카페나 페이스북은 주로 출판사 직원들이 관리, 운영하는 편이다)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좋은 책을 알리는 대표님의 모습에 돌베개라는 출판사를 다시 보게 됐다.

 

 

 

 Scene #2   평화로 포장된 전쟁의 비극

 

서로 다른 나라나 진영이 마찰을 일으키고 그 싸움이 무력적으로 번지는 것을 우리는 전쟁이라고 한다. 흔히 전쟁이라고 하면 '우리 쪽이 정의고, 저 쪽이 적이다'는 식으로 정의되어지고, 현란한 무기와 전술들이 구현되어진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은 이 전쟁에서 승리하여 영웅이 되고, 평화와 정의가 실현된다.

 

‘평화’를 의미하는 영어의 ‘Peace’(피스)는 라틴어 ‘Pax’(팍스)에서 비롯된 말이다. 팍스는 고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평화의 여신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정치적으로 혼란스럽고 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질수록 팍스는 더욱 신격화되고 숭배 받았다. 그녀는 올리브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올리브는 ‘평화’와 ‘전쟁에서의 승리’를 동시에 상징한다. 전쟁과 평화가 공존하는 여신, 참으로 아이러니다. 결국 로마식 평화란 모름지기 전쟁(승리)을 통해서만 얻어진다는 것이다.

 

‘팍스 로마나’(Pax Romana), 곧 ‘로마의 평화’란 것도 힘에 의해 성취됐다는 걸 알게 된다. 주변국들을 무력으로 점령해 꼼짝 못하게 만들었으니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로마의 막강한 힘에 눌려 숨죽인 평화, 이게 팍스의 본래 모습이었다.

 

팍스가 로마식 평화라면 ‘Shalom’(샬롬)은 영적인 평화, 곧 신앙인의 참 모습이다. 구약시대엔 신이 인간에 내리는 축복을 샬롬이라 불렀다. 부활한 예수가 제자들에 처음 나타나 한 인사말이 ‘평화가 너희와 함께’, 곧 ‘샬롬 알레이켐’이었다.

 

마크 트웨인의『전쟁을 위한 기도』는 팍스의 위선을 통렬하게 꾸짖고 샬롬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다. 출병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전쟁의 광기와 맹목적 애국심을 심어주는 교회 목사가 등장한다. 목사의 설교가 끝나자 어느 늙은 이방인이 나타나 그를 나무란다. 알고 보니 노인은 하나님의 메신저. “지금까지는 너희들의 말로 하는 기도를 들었다. 이젠 내가 너희들의 마음속에 있는 기도를 말해 보겠다”며 풍자와 독설적인 언어를 사용해 전쟁의 광기를 고발한다. 다음은 노인이 전하는 '전쟁을 위한 기도' 전문이다.

 

 

 

“오! 주여, 우리 아버지시여!

 

 

우리의 젊은 애국자들이, 우리의 사랑하는 용사들이, 전장으로 나가나이다.

 

이들과 함께 하소서! 우리의 영혼도 이들과 함께 나아갑니다. 따스한 난롯가의 단란한 평화를 뒤로하고 적을 무찌르기 위해.

 

오, 우리 주 하나님이시여! 우리를 도우시어 우리의 포탄으로 저들의 병사들을 갈기갈기 찢어 피 흘리게 하소서. 우리를 도우시어 저들의 청명한 벌판을 저들 애국자들의 창백한 주검으로 뒤덮게 하소서.

 

우리를 도우시어 천둥같은 총성을 저들의 부상병들이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내지르는 비명속에 잠기게 하소서. 우리를 도우시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포화로 저들의 누추한 집들을 잿더미로 화하게 하소서.

 

우리를 도우시어 저들의 죄 없는 과부들이 비통에 빠져 가슴 쥐어뜯게 하소서. 우리를 도우시어 저들이 집을 잃고 어린 자식들과 함께 흙바람 이는 황폐한 땅을 의지가지 없이 떠돌게 하소서.

 

누더기를 걸친 채 굶주림과 갈증 속에서 여름에는 이글거리는 태양에 겨울에는 살을 에는 한풍에 노리개가 되어 영혼은 찢기고 노고에 지친 몸으로 헤매게 하소서.

 

주님께 안식할 무덤을 갈구하더라도 거절하시고 주님을 경모하는 우리를 위하여, 저들의 소망을 산산이 날려버리시고, 저들의 생명을 시들게 하시고, 저들의 비참한 순례가 끝나지 않게 하시고, 저들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하시고, 저들의 눈물로 저들의 길을 젖게 하시고, 저들의 상처투성이 발에서 흐르는 피로 흰 눈을 얼룩지게 하소서.

 

우리는 그것을 바라나이다. 사랑의 정신으로 사랑의 근원이신 주님께. 우리는 그것을 바라나이다.

 

 

곤고한 처지에 놓여 회개하는 마음으로 겸허히 당신의 도움을 청하는 모든 이에게 항상 믿음직한 피난처요, 친구이신 주님께. 아멘.”

 

 

 

젊은이의 주검으로 덮인 들판, 부상자의 몸부림과 비명, 죄 없는 과부들의 슬픔, 그리고 끝없는 절망. 노인은 전쟁의 참상을 묘사했지만, 아무도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를 ‘미치광이’라고 생각했다.

 

전쟁은 끝나도 비극은 계속된다. 팔다리가 없는 상이군인들이 거리의 성냥팔이로 전락하고 소시민들은 빈곤에 허덕인다. 전쟁으로 특혜를 본 사람들은 사회에서 떵떵거린다. 그들은 폭력에 중독되면, 전쟁범죄를 저질러도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19세기 말 미국이 필리핀을 점령하자 마크 트웨인은 이처럼 전쟁의 야만성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마디로 로마식의 팍스를 질타한 것이다. ‘전쟁의 위한 기도’라는 제목에 우리 인류가 미치광이 같은 전쟁의 광기에 빠지지 말자는 뜻을 담고 있다. 팍스가 샬롬이 되고, 샬롬이 팍스가 되는 현실. 참으로 헷갈리는 세상이다. 이 세상에서 과연 진짜 ‘미치광이’는 누구인가.

 

 

 

 

 

 

 

 

 

 

 

 

 

 

 

 

 

P.s 마크 트웨인의 이 짧은 우화를 읽고 싶다면 스메들리 버틀러의 『전쟁은 사기다』를 읽으면 된다. 이 책 뒷편에 트웨인의 우화가 수록되어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쟁의 추악한 이면을 고발하고 반전을 강조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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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4-02-14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스 북에서 읽고 관심 가졌는데, 품절이라고 쓰셔서 아쉬웠습니다.
이 내용이 다른 책에도 실려있군요.
보관함에 담아가요.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

cyrus 2014-02-14 22:35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사실 돌베개 판본에는 삽화와 영어 원문도 수록되어서 얇은 분량인데도 깊이가 있어요. 그냥 가볍게 읽을 책이 아니에요. 저도 이 책이 품절이라서 아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