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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거대 기업 - 우리 시대 기업에 따뜻한 심장 달기
이영면 외 지음, 좋은기업센터 기획 / 양철북 / 2013년 3월
평점 :
Scene #1 엄마의 마음으로 건강을 생각해?
모유 대용식인 분유와 이유식, 밀크 초콜릿과 인스턴트 커피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식품들을 가장 처음 만든 회사는 어디일까.
바로 세계 최대 식품기업인 스위스의 네슬레다. 네슬레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고객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는 슬로건과 함께 식품회사로서의 명성을 수백 년간이나 이어왔다. 네슬레는 환경에 대한 철학, 고객 감동, 사회공헌, 윤리경영 등을 통해 스위스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손색이 없는 탄탄한 지명도를 쌓아왔다. 특히 네슬레는 전 세계 글로벌 기업 가운데 가장 철저하게 ‘세계화’와 ‘현지화’에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그러나 네슬레가 탄탄대로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네슬레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 아프리카 및 저개발국 유아들의 영양실조 및 사망 사건이 다국적 기업들이 판매하는 유아식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여러 증거들이 제시되면서 유아식 위해 논쟁에 휘말렸다.
1970년대 아프리카 전역에서 수천 명의 아기들이 죽어 나갔는데 네슬레의 마케팅 때문이었다. 네슬레는 분유를 더 많이 팔기 위해 아프리카 엄마들에게 모유 수유는 구시대적이고 불편하다고 선전했지만 비싼 가격에 따른 부작용과 오염된 물 때문에 수천 명의 아이들이 설사로, 이질로, 전염병으로, 영양실조로 죽어 갔다. 네슬레는 초반에는 오염된 물이 문제였을 뿐 자사의 제품 품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영국의 시민단체 ‘워 온 원트(War on Want)’의 폭로를 시작으로 10년 동안 이어진 전 세계적인 불매운동을 겪고 나서야 네슬레는 손을 들었다.
Scene #2 소비자에게 영혼이 있다면, 기업은 심장이 필요하다
네슬레의 사례는 그저 외국 나라에 발생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네슬레가 아프리카로 진출하던 시기보다 경제의 글로벌화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 기업의 글로벌 활동도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그래서 해외진출 한국기업이 현지 지역사회에서 야기하는 각종 문제들에 대한 국제적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굴지의 대기업들이 현지 지역주민들과의 갈등과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이거나 노동착취, 인종차별, 성차별, 소비자 기만 등으로 잇달아 제소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국제노동기구(ILO)의 노동규약 등 관련된 국제적 규범에 반하는 행위들이다. 해외진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이행 여부는 해당 기업이 현지에서 지속가능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뿐만 아니라 나라의 국격과도 직결된다.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만 그러한가. 우리나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떠들썩했던 남양유업 사태 외에도 롯데마트, 세븐일레븐 등 여러 기업에서 나타나는 ‘갑의 횡포’ 사례를 접하면서 매일 수많은 제품을 구입하며 살아야 하는 소비자들은 과연 어떤 기업의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기업의 갑을 관계와 함께 기업 평판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그동안 기업의 목표는 이익 극대화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점차 사회적 책임을 중시해야 한다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기업은 단기 이익만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면 안 된다.
기업이 잘못을 저지르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기업의 잘못에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그 소비자는 개인이었고, 시민단체였고, 언론이었고, 때론 비정부국제기구(NGO)였다. 이들은 기업의 잘못을 따졌고 기업에게 책임을 물었다. 현대 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거대 기업들의 횡포를 막아내고 시민의 권리를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시민의 참여와 행동이었다.
소비자의 시각이 바뀌면서 기업의 목표도 바뀌고 있다. 단순히 영리를 추구하는 것 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충실해야 기업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이해 당사자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소비자는 물론 하도급 업자, 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 그리고 회사를 둘러싼 많은 사람 입장에서 회사를 경영해야 한다. 회사 입장에서만 경영하게 되면 소비자가 불매운동을 벌일 수 있다.
미국의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는 “소비자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영혼(Human Spirit)’을 가진 시장참여자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고 감동을 주려면 사회공헌에서도 ‘영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에게 영혼이 있다면 이에 맞춰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담은 영혼을 읽어내고 받아들일 수 있는 따뜻한 심장이 필요하다. 기업에 따뜻한 심장을 있다면 기업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과 과오에 무덤덤하고 회피하려는 대응 방식을 탈피할 수 있다.
Scene #3 기업의 사회적 책임, 선택이 아닌 필수
일찍이 다윈은 ‘종의 기원’을 통해 인간을 포함하여 현존하는 모든 동물은 강하거나 똑똑해서가 아니라 환경변화에 잘 적응해 온 때문이라고 하였다. 세월을 달리하면서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기업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전 세계 CEO들로부터 귀감이 되고 있는 경영 구루 짐 콜린스의 ‘Good to Great’ (착한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보듯이 위대한 기업이 돼야 지속가능 기업이 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좋은 기업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그동안 상황이 바뀌어 지속가능 기업이 되자면 위대한 기업을 넘어 착한 기업이 돼야 한다고 한다. 이처럼 기업도 여건변화에 따라 살아남자면 계속 진화를 해야 하는 것이다. ‘착한 기업’이 되는 조건은 어렵지 않다. ‘윤리’와 ‘사회적 책임’. 기업이 이 두 가지 가치를 잊지 않으면 된다.
윤리경영은 회사 경영 및 기업 활동 과정에서 기업 윤리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투명하고 공정하며 합리적인 업무 수행을 추구한다. 최근 높아진 사회의식과 동반성장에 대한 관심, 다양한 채널을 통한 재능 기부나 물질적 기부로 인한 기업 이미지 제고 등이 맞물려 윤리경영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앞으로 윤리경영을 못하는 기업들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선택이 아니다. 필수 요소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창출한 이후의 사항이 아니라 이윤창출을 위한 필수요소가 될 것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단순한 나눔과 자선의 차원을 넘어선 진정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함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기업 이미지도 향상되어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도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최근에 와서는 사회적 불평등 내지 경제민주화의 책임을 상당 부분 기업의 책임으로 돌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기업으로서는 착한 기업 스트레스가 있다. ‘무엇을 할까’에서부터 ‘더 이상 어떻게 하란 말이냐’까지 기업의 갖가지 고민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기업의 속내에 진정성이 약하다고 생각한다. 진심을 담아서 지속적으로 하라는 식이다. 한마디로 ‘착해 보이려 하지 말고 착해져라’고 한다.
그러나 기업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윤리경영을 적극 실현한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역할이다. 기업이 진정으로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 혼자의 노력으로는 어렵다. 소비자도 함께 착해져야 한다. 이제 품질과 가격만 우수하고 착하지 않은 기업은 소비자가 외면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기업도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고 착한 기업이 되는 노력을 겉치레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보다 나은 더 좋은 세상은 이처럼 소비자가 착해짐으로써 가능해진다. 그 기업의 제품을 소비자들이 선택함과 동시에 윤리경영을 지원하고 지지해야 한다. 즉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의 실천이 뒷받침돼야 윤리경영이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착한 소비자가 되는 것은 물론 착한 기업을 만드는 것도 우리 모두의 몫이다. 요즘 ‘안녕들 하십니까?’에서 보는 것처럼 이래저래 우리가 할 일이 참 많은 것 같다. 이제 기업에게 착한 심장을 달 것을 주문하지 말고, 그들 스스로 심장을 달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