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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위한 철학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브랑코 미트로비치 지음, 이충호 옮김 / 컬처그라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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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를 파괴의 도구가 아니라 창조의 도구로 활용한 사람이 있다. 바로 철학자 니체다. 니체를 ‘망치를 든 철학자’라고 한다. 기존의 철학을 부수고 그 위에 새로운 철학의 집을 지었던 철학자였기 때문이다. 니체를 망치 철학자라고 하는 이유는 근대를 마감하면서 플라톤 이후 2500년간 서구인들이 신봉해왔던 전통적 가치관을 가차 없이 깨부수었기 때문이다. 그는 낡은 가치관을 전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한 도구로서 망치를 활용한 철학자다. 미래를 창조하려면 과거를 파괴하고 그 위에 살고 싶은 새로운 미래를 건설해야 한다. 우상 파괴자, 사유의 망치를 들고 사정없이 부숴버린 니체가 망치를 들고 부수는 행위는 새로운 창조를 전제로 하는 창조적 파괴다.

 

철학자 니체는 망치를 직접 들어 새로운 세상의 등장을 몸소 증명하려고 했다. 그렇다면 진짜 손에 망치를 든 건축가는 새로운 건물의 건립을 위해 ‘철학’이 필요하다면 이것 또한 창조적 파괴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건축’은 글자 그대로 건물을 세운다는 뜻이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공간을 창조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에 대해 논할 때 은유적으로 건축과 건축가를 들었다. 건축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증명한 셈이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옛 건축가에게 철학은 벽돌을 쌓아올리기 위한 토대와도 같았다. 이는 건축물에 대한 일종의 ‘존재의 증명’이기도 했다. 역으로 이야기 해보면, 건축가가 자신의 철학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면 그의 건축은 그저 벽돌로 쌓은 건물에 불과하다. 물론, 그 건축가의 철학 역시 허공에 지은 관념에 불과할 것이다.

 

철학을 논하기 위해 건축가에게 기본을 물어보자. 좋은 집이란 과연 무엇이냐고. 전망이 좋은 곳에 지은 아름답고 멋진 집인가, 아니면 화려고 웅장한 집인가. 그렇다면 그의 건축은 단순한 거주의 공간이자 건축주의 욕망을 위한 표현 수단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는 건축을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이끌어가고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의 질서로서 판단하고 그 가운데 어떠한 의미들이 건축적 논의 밖으로 확장되도록 한다. 사실상 우리 사회가 바라는 관계의 위상을 이해하고 추구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건축의 본질과 내용을 결정한다. 건축은 근본적인 존재적인 문제, 사회적인 문제, 문화의 문제를 담고 있으며 그 문제들을 해결하고 제시하고자 하는 시대의 의지를 표현한다.

 

고대 로마의 건축이론가 비트루비우스는 인체와 건축의 관계를 분석하고 건축미를 기하학적으로 정의했다. 비트루비우스를 계승한 르네상스 시대의 알베르티는 건축미를 이루는 방, 벽, 기둥, 창의 비례체계를 집대성했다. 이들이 추구했던 아름다움은 인간의 오감으로 느끼기 이전에 존재하는 절대적인 원리였다. 건축을 위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건축가가 바로 르네상스 시대 때 활동했던 안드레아 팔라디오다. 그는 건축물은 완벽한 비율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자신의 건축 철학을 하나의 이론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현상학적 사고와 시야는 철학으로부터 얻어진 결과다. 건축에 대한 신체적이고 무의식적인 연결은 현상학으로 인하여 일부 이론가들의 연구대상이 되었는데 그러한 토대는 후설에 의하여 개진되었다. 그리고 하이데거의 작업에 의하여 건축의 현상학적 고려는 형태중심적 사고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오늘날의 미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러한 현상학적 결과들을 노르웨이의 건축 이론가 노르베르트 슐츠는 존재 철학적인 토대에서 장소론으로 발전시켜 건축술에 적용하고자 했다.

 

기존의 형이상학은 중심의 현존을 주장하기 위해 이분법적 대립항을 만들어 완전한 것을 첫째로 하여 특권을 부여하고, 오염된 것은 둘째로 보아 억압했다. 하지만 데리다가 주장한 해체이론의 출발은 전통적으로 확립된 모든 이분법적 대립이 붕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기 미국현대건축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혼란기를 거칠 때 새롭게 등장한 것이 해체주의 건축이다. 피터 아이젠만 같은 건축가들은 진부한 기존의 모더니즘을 파괴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했다. 해체주의 건축의 외형적 특성은 비대칭적, 불확실성의 추구이다. 또한 기능주의적 전제는 무시되기도 한다.

 

건축을 철학 한다는 것은 그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자신이 스스로 건축이라는 관계의 위상과 의미를 결정하는 것이다. 위대한 창조자, 매우 숙련된 기술자 그리고 뛰어난 예술가라고 할 수 있는 건축가들은 모두가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철학의 핵심 이론을 먼저 설명하고 철학이 버무려진 건축 이론을 설명하고 있어서 건축학도가 아니라도 건축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곁에 두고 틈틈이 펼쳐볼 수 있다. 물론 정독이 요구된다. 다시 말해 책 내용이 그다지 어렵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시대정신과 철학에 따라 진화하는 건축물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세상에 단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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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04-29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축물을 면과 면의 결합 및 경제적, 공간적인 부분으로 볼 것인가, 이데아의 구현으로 볼 것인가가 이 책에서 말하는 건축에 대한 해석의 가장 주된 흐름이겠지요?

cyrus 2013-04-30 17:18   좋아요 0 | URL
이번 달에 중간고사 기간이 겹쳐서 늦게나마 책 읽고 급하게 서평을 썼어요... 한 두 번 정도 곱씹어 읽어보고 써야했는데 번갯불 콩 구워 먹듯이 읽고 쓰다보니 제가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