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영화 '타워'를 극장에서 보면서 훌쩍 거리는 몇몇 사람이 있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궁금한 점. 과연 '타워'를 보면서 눈물 흘렸던 사람들 중에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채 순직한 소방관들의 뉴스에 진정 눈물을 흘리는 이가 과연 몇 명이 있을까? 작년에 일간지 오피니언에 실렸던 내 아는 동생이 쓴 칼럼의 내용이 생각난다.

 

 

 

눈물 흘릴 때만 격려하지 말라  

(윤석현 /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3학년)

# “소방관은 보험을 제대로 드는 것도 어렵데이.” 의무 소방원으로 배치받은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한 소방관이 말했다. 정작 보험에 가입되더라도 혜택의 제한이 많거나 보험료가 비싼 경우가 허다하단다. “하긴 하루에도 몇 번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직업인데 누가 보험을 받아주겠노.” 보험도 들기 힘들다는 그의 말에서 씁쓸함이 묻어났다.

# 모든 국민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올림픽 참가 선수를 응원하고 있던 지난 1일 오후 10시. 50대 소방관이 화재가 난 부산 신발 공장에서 추락사했다. 그는 3남매의 자랑스러운 아버지이자 80대 노모를 모시던 효자였다. "이번 여름에는 꼭 가족 여행 가자”는 그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혹시라도 대피하지 하지 못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공장으로 들어간 영웅은 돌아나오지 못했다.

올해만 벌써 두 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 의무소방원으로서 현장에서 소방관을 보조하는 필자에게 이런 안타까운 소식들이 들려올 때마다 남 일 같지 않아 가슴이 아프다. 또한 이런 일이 짤막한 기사 한 줄로 소개되고, 대중들의 관심이 반짝 일다가 사라지는 것 같아 더욱 슬프다.

현장에서 바라본 소방관의 복지 실태는 밖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심각했다. 많은 소방관이 목숨을 걸고 매일 화재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도 이들을 위한 위험수당은 고작 월 5만원에 불과하다. 이들의 열악한 상황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유일한 기회는 동료 소방관이 순직했을 때 잠시뿐이다.

대선을 앞두고 수많은 복지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민을 보호하는 ‘소방’, 그리고 그 책임을 수행하는 ‘소방관’들을 위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소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낮기에 정치권에서도 따로 정책을 세우지 않는 듯하다.

얼마 전 이기환 소방방재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방공무원 예산 2조4000억원 가운데 1.8%만이 중앙정부의 지원”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 수준에선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소방 분야에 대한 장기적인 예산 지원과 소방관에 대한 복지 확대가 시급하다.

어디선가 생명을 바쳐 불을 끄는 소방관도 한 사람의 아버지이자 아들이다. 그들의 무거운 방화복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주는 방법은 잠시의 박수가 아니다. 더 이상 눈물 흘릴 때만 격려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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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3-01-28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끔합니다...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되네요.

cyrus 2013-02-03 21:50   좋아요 0 | URL
이진님,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고 계시죠? ^^ 저도 아는 동생이 쓴 글 읽고 부끄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oren 2013-01-29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타워' 보면서 알바하던 대학생이 뉴스 전광판으로 '청소부 엄마'를 떠올리던 장면에서 눈물을 왈칵 흘렸더랬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소방관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이 많이 쓰이더군요. 제 고향 친구들 가운데 특히나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바로 119 구조대 소속이었거든요. 그 친구는 대구농고를 졸업하자말자 공수부대에서 10년 가까이 직업군인 생활을 마친 뒤 다시 소방공무원으로 20 년쯤 근무했답니다. 오랫동안 '일이 너무 힘들고 위험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 친구는 정말 무사히 안전하게 희망퇴직을 했어요. 그리고 꿈에 그리던 '귀농'을 해서 지금은 '고향'에서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답니다.
http://blog.aladin.co.kr/oren/5903921

그 친구가 서울에서 근무할 때 참 자주 술잔도 나누고 전화통화도 자주 했는데, 걸핏하면 전화 통화 중에도 느닷없이 사이렌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출동이다'를 외치며 전화를 끊곤 현장으로 달려가곤 했어요. 저도 그 친구 덕분에 소방서에도 몇번 가보고 다른 소방관들과 술잔을 나눈 적도 가끔씩 있었답니다.

저는 그래서 '타워' 속에 등장하는 소방관들이 제가 듣고 알아 왔던 '실제'보다 너무 '영화적'이어서 오히려 몰입이 덜 되더라구요.


cyrus 2013-02-03 21:5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영화 보면서 주연보다는 조연에 눈이 가더군요. 그리고 소방관 관련 칼럼을 쓴 동생이 지금 의무소방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 친구로부터 소방관의 실제 모습을 듣고 영화를 보고나니 오렌님처럼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