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학기 성적표
오늘 2011학년 2학기 최종성적이 공개되었다. 작년 학기도 열심히 공부한만큼 성적도 잘 나왔다. 원래 목표한 성적이 6과목 중에 4과목만 A+ 받는 것이었다. 필자가 다니는 학교 교수님들 대부분 학점 짜게 주기로 학부생들 사이에서 알려졌는데 특히 2학기 때 수강한 <인사행정론>과 <행정통제와 개혁> 같은 경우에는 학부생들이 꺼려하는 과목으로 악명이 높았다.
전자의 과목의 교수님 같은 경우에는 논술형 약술식 문제와 많은 내용의 답안을 요구하는 논문형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아무리 암기력 좋은 학생이라도 기껏 잘 해봤자 A, A- 정도 받는게 고작이었다. 그리고 그 교수님 같은 경우에는 유독 여학생들에게 성적을 잘 준다는 소문이 있었기에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경계(?)의 대상이 되는 유명한 교수님이었다.
후자의 과목 역시 시험문제가 어렵기로 알려졌다. <행정통제> 교수님은 어떤 과목을 가르치든 항상 객관식 문제를 출제하셨는데 학생 성적의 변별력을 위해서 몇 문제는 어렵게 내는 편이다. 간혹 공부했던 교과서에 없는 내용들이 보기에 나오는 문제들을 출제하는 경향이 있어서 필자도 이 교수님 수업만은 많은 공부의 시간에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성적을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작년 2학기 성적은 예상외로 좋은 성적이 나왔다. 솔직히 <인사행정론>과 <행정통제>에서 이렇게 좋은 점수가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 문제의 두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4과목에서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반대로 만만히 봤던 <복지행정론>에서 가까스로 B+이라는 학점을 받았다. <복지행정론>에만 A+을 받았으면 전 학기 최고 성적을 받을 수 있었는데 조금은 아쉽다.
국가장학금과 '반값 장학금'
그래도 거의 3년 여만에 성적등수 1등을 하게 되었다. 2007년년도 1학기 때 1등을 시작해서 2학기 때는 5등 그리고 작년에 복학을 하여 2011년 1학기 때 2등을 했다.
성적 1등 했다고해서 그것이 정말 자랑할 만한 일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성적이 우수할수록 등록금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다. 필자가 다니는 학교는 이전에는 성적우수장학금을 100% 주는 규정이었다. 1등은 등록금 전액이고, 2~3등까지는 등록금의 1/2, 1/3씩으로 지급되었다.
그러다가 올해부터 전국 모든 대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 신청 의무화가 되면서부터 교내 성적우수장학금액 범위의 규정이 달라졌다. 학교에서 지급하는 기존의 성적우수장학금은 70% 지급하되 나머지 30%은 국가장학금으로 수혜받게 되었다.
국가장학금은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서 정부에서 만든 장학제도인데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작년에 정부가 추진하려고 했던 반값 등록금 논의가 결렬되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마련된 장학금 제도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국가장학금 신청 의무화가 되기 시작하면서 필자가 다니는 학교의 성적우수장학금액이 축소되었다는 점이다. 100% 혜택을 받던 성적우수장학금이 올해부터 갑자기 70%로 축소 혜택을 받는다는 사실이 학생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국가장학금은 가계소득이 7분위 이내인 학생들에게 수혜를 받을 수 있는데 만약에 7분위 이내가 아닌 경우라면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사실 작년 12월부터 정부에서부터 언론, 학교까지 모든 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라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국가장학금을 신청하는 학생들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 국가장학금 신청을 하지 않은 학생은 교내 모든 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공지하였다.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게 되면 소득분위를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학교 측에서는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국가장학금 수혜 신청한 학생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부가 학교에서 지원하는 재정 혜택이 많아지게 된다.
필자가 다니는 D 학교 같은 경우에는 국가장학금 신청 공지사항이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한 12월 초에만 해도 그것을 신청하는 학생 수는 대략 1100여 명에 불과했다. 일반적인 대학교의 총 학생 수가 1만 명을 넘는다고 추산하면 국가가 지원하는 장학제도에 자발적으로 신청한 학생 수가 1천 여명에 불과한다는 것은 무척 적은 인원이다.
국가장학금 신청하는 학생 수가 적다는 것은 학교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신청하는 학생 수가 적어서 정부가 지원하는 등록금 충당 재원을 많이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학교의 대대적인 국가장학금 신청 홍보와 불신청 시 교내장학금 수혜 불이익이라는 경고(?) 덕분에 모든 전교생들이 국가장학금을 신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청을 한다해도 가계소득 7분위 이내에 들지 못하면 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에 바뀐 '성적우수장학금 70% + 국가장학금 30%' 제도에 대해서 학생들이 반발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반값 등록금'을 원했던 학생들이 국가장학금 제도 때문에 '반값 장학금'을 받게 된 것이다.
필자 역시 처음에는 장학금에 관련한 바뀐 규정에 대해서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성적우수장학금은 정말 열심히 학업에 노력한 학생들이라면 받고 싶어하는 장학금 중의 하나이다. 갑작스레 성적우수장학금이 수혜 범위가 줄어들게 됨으로써 그동안 성적우수장학금 혜택을 받았다거나 그것을 목적으로 공부했던 학생들에게는 맥 빠질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교내 게시판에 바뀐 장학금 제도에 대해서 몇 몇 학생들 사이에서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는데 교내 장학복지팀 측에 의하면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예산 범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교내 장학금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성적우수장학금의 예산범위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롤즈의 정의 제2원리
필자는 회계학적 지식이 무지한데다 이에 대해 경제적인 관점에서 어떤 제도의 효과에 대해서 따져보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에 이번에 바뀐 장학금 제도 변경에 대해서 옳은 건지 잘못된 것인지 딱 부러지게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서 장학혜택을 늘리고자 한다는 점에서 이번 제도에 대해서 부분적으로(?) 환영한다.
아직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만 교내 장학금 제도의 변경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존 롤즈가 말했던 정의의 제2원칙이 생각이 났다.
롤즈에 따르면 정의의 제1원칙은 '평등한 자유의 법칙'이다. 모든 사람은 평등한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사상, 양심, 언론, 집회의 자유, 보통선거의 자유, 공직 및 개인 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자유 등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제2원칙에서는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은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하고 있다. 롤즈는 공정한 기회균등의 조건 아래서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직책과 지위가 결부되어어야 함을 요구한다. 쉽게 말해 못 가진 자, 덜 가진 자에게 가장 큰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등록금 문제를 롤즈의 정의 제2원칙 입장에서 비추어 본다면 학교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등록금 부담 완화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성적우수장학금 예산범위 변경을 불가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국가장학금 제도가 제대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사실 이번 등록금 변경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의 이면 속에는 학교 내 재정력에 대한 불신도 반영되어 있다. 필자의 학교는 오래전부터 사학재단의 존재 때문에 말썽이 많았으며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학교 증축 투자에만 추진한 것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다.
지금도 사학재단의 무분별한 학교재원 사용으로 인해서 학교 재정이 파탄이 이르렀거나 재정 부실 학교로 전락, 퇴출되는 사례가 많다.
학교가 재정력이 탄탄하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재원을 확충할 수 있다. 필자의 학교는 아직 재정적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날은 알 수 없는 법이다. 사학재단의 권한을 제재하지 않고 학교 재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갈수록 높아지게 되며 학교의 재정력의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이번에 정부가 마련한 국가장학금 제도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완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모든 대학교에 정부예산을 지원하는 것만 아니라 지원받은 대학교가 그 예산을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자했던 반값등록금 논의가 물거품이 되었기에 국가장학금 제도가 등록금 마련에 제일 부담이 많았을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