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련강의: 한국정부론 5주차 강의 (2011년 10월 10일)  

   관련동영상: EBS 지식채널 '직선과 곡선' , '1.3cm의 권력' 편

  

 

 

내가 원하는 것은 ‘사실’ 입니다. 이 어린아이들에게 사실만을 가르치십시오.  

인생에서 필요한 것은 ‘사실’ 뿐입니다.    

- 찰스 디킨스 -

 

 


  지구는 둥글지 않다

우리는 흔히 어떤 사물의 단면만을 보고 그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갖는다. 어떠한 현상이 객관적인 사실로 확인되어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특히 예측불가능, 불확정성의 세계에 살고 있는 지금, 현상의 진실에 접근하는 과정은 복잡하다. 객관적 진실에 대한 확인은 직관력과 통찰력에 의해서 출발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진리의 지속성을 찾기가 어렵다. 결국에는 오류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만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즉 객관적 진실로의 접근은 그에 반하는 현상이 존재하는지를 여러 각도에서 확인하는 작업이어야 한다. 또한, 그것은 그에 반하는 논리나 설명에 충분히 반박할 수 있는 검증 작업을 필요로 한다. 그만큼 다양한 사회에서 대부분의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객관적 진실을 확인하는 과정은 어렵다.

객관적 진실 접근의 어려움은 인간의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구가 평평한 모양이라고 생각한 시대가 있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사람들의 절대적인 인식은 하나의 고정관념으로 고착화되었다. 콜럼버스와 마젤란이 등장했던 대항해 시대가 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지구의 끝은 낭떠러지로 떨어진다고 생각하여 감히 먼 바다를 향해 항해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마젤란이 세계 일주에 성공함으로써 비로소 사람들은 지구는 ‘둥글다’ 라는 진리를 알 수 있었다.    

 

 

 

 유럽우주국(ESA)에서 공개한 지오이드 사진 속 지구의 형태  

(사진출처: 한국경제)

   
 

지구 중력장 지도 '지오이드'는 파란색, 붉은색, 노란색으로 지구의 중력 차이를 나타낸다. 밝아질수록 중력이 강함을 의미하며 밝은 노란색이 가장 강한 중력을 의미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의 모양은 단순한 회전 타원체인데 '지오이드'는 실제의 지구 모습에 가깝게 지구의 모양을 나타낸다.

 
   

 

하지만 진리는 절대불변하지 않다는 것을 또한번 증명해주는 사례가 등장했다.  

유럽우주국(ESA)에서 지구의 중력장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한 장의 지오이드 사진을 공개한 적이 있었는데 사진 속 지구의 형태는 둥글다기보다는 상당히 찌그러진 모습이다. 사진 속 지구는 찌그러진 모양으로 평소에 생각하던 '지구는 둥글다' 는 고정관념을 한순간에 깬 것이다. 

마젤란이 세계 일주를 통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에는 무명의 학자가 이미 지구가 평평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동안 확고부동하게 지켜온 지식이 한순간에 폐기되고 바꾸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과 진리는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웃사이더’ 라는 단어가 있듯이 기존 사회에서 벗어난 진리를 배반한 소수의 의견은 열렬히 환영받기보다는 오히려 배척당하는 편이다.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지구가 돈다는 지동설을 옹호하다가 화형에 당할 뻔했던 것처럼 객관적 진실이라도 소수의 의견이라거나 혹은 기존의 다수의 의견이 이미 확고한 진리로 자리 잡고 있는 환경 속에서는 그저 ‘허튼 소리’ 에만 불과했다.  

  

 

 침묵하는 마이너리티    

 

 

 

 

침묵의 나선형 이론 모델  

(사진출처: http://blog.naver.com/twinklelily?Redirect=Log&logNo=70087268764

 

 

사회학에서는 ‘침묵의 나선형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대중들은 자신의 의견이 우세한 여론에 속하면 더 크게 주장하지만, 열세에 속하면 침묵하려는 경향의 현상을 비유한 이론이다. 또한 대중의 의견이 설사 소수의 의견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다수의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대중의 의견과 자신의 의견이 다를 때 더욱 침묵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사람들은 다수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소수의 의견이라면 혼자 고립되는 것을 꺼려해서 계속 침묵하게 되고, 결국 다수의 의견은 나선형으로 회전하는 소용돌이처럼 확산된다. 결국 사람들은 대세를 따르는 대중의 의견을 추종하는 경향을 나타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주장을 위해서 사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사례도 흔히 볼 수 있다.

분명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숨죽일 수밖에 없는 목소리에 언론은 귀 기울이지 않는다. 양쪽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바라보지 않는다거나 그리고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언론은 진실이 아닌 조작과 선동의 기구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정치인이든 교수든 개인이 국가의 이슈에 대해 어떤 소신을 갖고 견해를 밝혀야 할 경우 무언의 압력을 느낀다면 문제가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는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이 공유할 수 있는 건전한 대화와 토론의 장이 좁아지고 있음을 뜻한다.  ‘침묵의 나선’ 이 확산되면 개인과 사회의 획일화로 민주주의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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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둑 2011-10-17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묵의 나선형,
아주 흥미로운데요... 객관적 진실은 어디에 묻혀 있는 걸까요?
침묵 속에?...
사이러스님, 시험기간이죠?... 좋은 결과 있길요..^^

cyrus 2011-11-01 11:34   좋아요 0 | URL
시험 끝나도 과제가 기다리고 있어서 뒤늦게서야 답변을 하게 되었네요. ^^;;
중간고사는 지난주에 끝났답니다.

잘잘라 2011-10-17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아아- 지오이드 사진으로 본 지구, 왜 이렇게 웃기죠?
음.. 강의실 분위기는 진지했을것 같은데, 제가 강의실에 앉아있다가 저 사진 봤으면 아마 큭큭대느라 뒷얘기는 못들었을것 같아요. ^^;

cyrus 2011-11-01 11:36   좋아요 0 | URL
한국정부론 수업이 한국정부만 대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역할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아는 관점이라고 해야되나요,,? 어쨌든 수업내용이
재미있고 토론식으로 진행되어서 참 좋아요 ^^ 그래서 수업이 자유분방한거 같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