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열린책들 세계문학 135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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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163] 보물섬

 

 

 

  추억의 애니메이션    

 

 

이 사진을 보는 순간, 이 만화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연휴 때만 되면 TV에서 흘러나오던 추억의 만화영화. 

그렇다. 모든 이들에게는 <보물섬>으로 알려진, 일본의 애니메이션의 거장인 데자키 오사무(1943~   )가 그린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원작보다도 유명한 만화이다.  

  
데자키 오사무 

나도 이전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만화 <보물섬>이 데즈카 오사무의 명작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름만 약간 비슷할 뿐 다른 사람이다. 

 

데자키 오사무는 <보물섬> 이외에도 국내 애니메이션 팬들이라면 아는 <허리케인 죠><베르사이유의 장미>를 그린 만화가이다.  이름 때문에 간혹 <우주소년 아톰>을 그린 데즈카 오사무(1928~1989)와 혼동하기도 하는데 전혀 다른 인물이다. (재미있는 것은 데즈카 오사무 역시 '신 보물섬' 이라는 만화를 제작하였는데 여기서는 동물들이 등장한다)   

 

 

  푸른 바다 위의 카리스마, 실버

 


데자키 오사무 <보물섬>의 짐 호킨스

 
데자키 오사무 <보물섬>의 존 실버  

원작이 나온지 오래되었어도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만화에서는 실버는 악역이면서도  

사나이다운 기질이 있는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초등학생 때 만화 속 실버를 본 순간, 

그의 매력에 푹 빠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 , ,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에, 설날인지 추석인지 모르겠지만(분명한 건 학교 가지 않은 공휴일이었다) 초등학생이었을 때 처음 만화 <보물섬>을 TV로 보게 되었다.  만화 <보물섬>이 TV판과 극장판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만화 한 편에 소설 줄거리 전체를 담고 있으니 극장판일 것이다.  

이 만화를 보셨다거나 소설 원작을 읽어보신 분들은 줄거리를 아실 것이다. 우연히 주인공 짐 호킨스는  빌 선장으로부터 얻게 된 보물지도를 얻게 되면서 지주 트렐로니, 스몰렛 선장과 의사 리브지 선생, 그리고 요리사로 가장한  해적 존 실버 등과 함께 보물을 찾으러 떠나는 모험 이야기이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이야기 결과는 밝히지 않겠다. 솔직히 원작 <보물섬>을 읽기 전에는 본 지 오래 되어서 나도 이야기의 결말이 기억나지 않았다. 결말이 궁금하시면 한 번 원작을 읽어보시길. 그러면 잊혀져있었던 추억들이 오롯이 기억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초등학생인 나는 이 만화를 보면서 존 실버라는 인물이 인상적이었다.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서 반란을 일으키는 악역 캐릭터이지만 주인공인 짐 호킨스에게만 선의를 베푸는 모습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만화 속의 존 실버는 바다에서 살고, 바다에서 죽는 사나이였다. 이런 실버의 남성다움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주인공 짐 호킨스도 그의 성격에 매료되어 이야기 중반에 보물을 찾기 위해서 그와 함께 동행하기도 한다.  만화 원작가 데자키 오사무는 실버를 매력 있는 악당으로 그렸는데 온갖 위험과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모험과 남자다운 기질이 있는 용감무쌍한 어른이 되는 것이 꿈인 어린 남자아이들에게는 존 실버를 동경의 대상으로 삼기에 충분했다.  

 

 

  14년 만에 다시 가 본 <보물섬> 

만화 <보물섬>을 본 지 14년이 지난 지금,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로 나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원작을 읽게 되었다.  사실 만화로는 보았을 뿐, 원작으로 읽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데자키 오사무는 스티븐슨의 원작을 토대로 만화를 제작하였지만, 소설과는 약간 다른 점이 있다. 만화에는 짐 호킨스를 따라다니는 새끼 표범 '뱀부' 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뱀부 사진을 구하려고 했었는데 저작권 문제 및 포스팅 불가 설정 사진이 많아서 못 구했다. 하지만 이 글 제일 위의 사진을 잘 보면 작은 새끼 표범이 있을 것이다. 그 녀석이 바로 '뱀부' 이다)  만화를 본지 너무 오래 되어서 원작 줄거리와 만화 줄거리를 정확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내가 설명한 이 차이점 외에는 소설과 만화 영화는 큰 차이가 없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보물섬>에는 영국의 판타지 소설가 겸 시인,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활동한 머빈 피크(1911~1968)의 삽화를 볼 수 있다. 딱히 그의 삽화가 잘 그렸다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작가 스티븐슨이 살고 있을 당시 발간된 초판본의 삽화를 보는 것처럼 복고풍이 물씬 느껴져서 작품과 절묘하게 어울리고 있다. 그리고 머빈 피크 역시 실버를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서 과거를 숨기면서까지 음모를 꾸미는 간사한 악역으로 그려내고 있다. 

  


 

머빈 피크가 그린 소설 원작 속 실버,  

실버 팔 위에 있는 새는 실버의 영원한 동반자인 말하는 앵무새 플린트


원작에서도 실버는 짐 호킨스에 대해 깊은 호감을 가지고 있으며 짐 역시 그의 성격에 동화되기도 한다.  소설에서도 실버는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악역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런데, , ,  너무 오랜만에 '보물섬' 에 가본 탓일까?  아니면 14년 전의 동심이 사라져버린 것일까?  어쩌면 1883년에 쓰여진 영국 작가의 소설과 원작 소설이 발표된 지 95년 뒤에 만든 일본인의 만화가 주고 있는 느낌과 인상이 다를 수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한 때 나의 우상이었던 실버는 만화에서 봤던 성격이 호탕한 멋진 사나이가 아니었다.  

    

 

  실버는 사이코패스이다 

실버는 과거에 플린트 선장의 해적단에서 키잡이로 활동하였다. 그러다가 플린트 선장이 숨겨 놓은 보물을 찾기 위해서 스몰렛 선장의 배인 히스파니올라 호 의 요리사로서 탐험에 참가한다. 실버는 동료 선원인 핸즈와 딕에게 자신이 꾸미고 있었던 계획들을 알려주고 자신과 함께 반란을 일으키자고 제안한다.  사과를 보관하는 나무통 안에서 자고 있는 짐은 우연히 이들의 음모를 엿듣게 된다. 그리고 히스파니올라 호의 사람들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트렐로니와 스몰렛 선장. 리브지 선생은 그가 이번 모험에서 가장 믿을만한 선원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를 신뢰하고 있다.  양의 탈을 쓰고 있는 늑대를 보지 못한 것이다. 이들의 착각은 실버의 반란을 일으키게 만들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었다.  보물이 있는 해골섬에 도착한 후, 실버는 자신들의 동료 선원들을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한다. 이 때부터 실버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결국에는 실버와 그의 일행들은 히스파니올라 호를 점령하게 되고 스몰렛 선장 일행은 간신히 도망쳐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통나무집으로 피신하여 실버 일행들과의 피말리는 전투를 하게 된다. 

주위에서는 신뢰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평범했던 사람이 내부에 숨기고 있었던 악한 본성을 드러낸다는 점과 주변 사람들이 그의 어두운 본성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은 실버가 사이코패스(Psychopath)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원작을 읽어보면 실버의 사이코패스적 특징을 드러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스몰렛 선장이 말했다. " 여기 지도가 있는데, 여기가 그곳인지 좀 봐주게. "   

  지도를 받아 드는 키다리 존의 눈이 이글거렸지만, 종이가 새것인 걸 알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것은 우리가 빌리 본즈의 궤짝에서 찾아낸 지도가 아니라 지명, 높이, 수심 등을 빠짐없이 그대고 베낀 복사본이었다. 다만 빨간 X표시들과 글귀는 없었다. 실버는 무척이나 약이 올랐을 게 분명했지만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을 정도로 자제력이 강했다.   

 (중략) 

 나는 존이 저 섬을 안다는 사실을 태연스레 털어놓는 데 놀랐으며, 존이 내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자 은근히 두려웠다. 물론 존은 내가 사과 통 속에서 자기 이야기를 엿들었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그럼에도 나는 존의 잔인함, 이중성, 힘이 무서웠기 때문에 그가 내 팔에 손을 올려놓았을 때 나도 모르게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 <보물섬>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최용준 역, 열린책들, p 122~123 -  

 
   

실버는 보물이 묻어 있는 지점을 확인하기 위해서 지도를 보지만 아무도 표시되지 않은 복사본인 것을 알게 되자 무척 화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분노를 억누르면서 평상심을 유지한다. 그런 모습을 본 존에게는 실버라는 사람이 무서운 존재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리고 악당 실버는 주위 사람들이 신뢰하게 만들 정도로 선량한 선원인 척 행동을 한다. 

   
 

 키다리 존은 무리들 사이를 오가며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느라 분주했는데, 그 모습만 보면 세상에 저렇게 반듯한 사람이 또 없을 듯싶었다.  존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의욕적이고 정중했고, 누구에게나 싱글벙글거렸다.  명령을 받으면 그 누구보다 힘찬 목소리로 <네,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하며 당장 목발을 짚고 일어났고, 딱히 할 일이 없을 때면 선원들의 불평을 감추려는 듯 연신 노래를 불렀다.  

 - <보물섬> p 136 -

 
   

 

사이코패스 인간에 대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고통에 무감각하므로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로 받게 될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이 꾸민 반란이 수포로 돌아가 궁지에 몰리게 된 실버는 오히려 반란이 단지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서 일으킨 필연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영국으로 귀국하여 반란 죄로 처형을 당하는 것에 대해서 두렵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가 결말에 다다를수록 이전에 스몰렛 선장 앞에서 보여준 착하고 부지런한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내뱉으면 숨기고 있었던 악한 본성을 드러낸다.

실버에게는 일차적으로 편안한 삶을 누리기 위해 보물을 찾으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죽인다. 한편, 짐 호킨스에게는 칭찬과 존경 어린 말을 하면서 사나이다운 좋은 성격을 보여주지만, 보물을 손쉽게 찾기 위해서 짐 호킨스를 꾀기 위한 사탕발림뿐이다. 주인공 짐 호킨스는 위험한 일에도 용감한 행동을 펼치는 인물이지만 너무 착한 게 흠이다. 실버의 이중성을 알아차리고 있음에도 그는 실버의 달콤한 말에 솔깃해 실버의 일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Blue Psycopath, John Silver

사이코패스는 범죄자로만 국한되는 정신의학적 용어가 아니다. 직장 같은 사회 공동체 집단에서도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인 사이코패스를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어느 산업심리학 연구 내용에 의하면 영국의 최고경영자들의 인격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사이코패스의 특성과 일치하였으며, 임원으로 승진하는 대상자들 가운데 3.5%가 사이코패스임을 증명하였다. 남다른 지능과 포장술 등으로 주위 사람들을 조종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속한 조직과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는 사람을 '화이트컬러 사이코패스' 라고 한다.   

<보물섬>에 등장하는 실버는 과거에 플린트 선장 밑에서 일할 때도 '위험 인물' 로 낙인 찍혔으며
히스파니올라 호의 모험에 참가하면서도 자신의 반란의 우두머리가 되어 반란을 일으키려고 하였다.  그는 이제 바다 위의 사나이가 아닌 사이코패스, 즉 Blue Psycopath였다.   

어렸을 때 만화를 보던 이들에게는  '바다 위의 멋진 사나이' 로써 실버 같은 남자를 동경했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사회 집단에 해를 끼치는 남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을 것이다. (만약에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 실버의 이런 행동에 동의한다면 당신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있을 수도.) 착한 짐 호킨스가 단순히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라서 실버의 가면에 매료된 것만은 아니다.  호킨스의 착각은 지금, 어디선가 내부에 잠재되어 있는 범행을 드러날 수 있는 사이코패스를 옆에 두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조심하도록 하자, 천사의 가면을 쓰고 있는 악마가 당신 옆에 있을 수 있으니까.

 

  

* 사진 출처:
http://blog.naver.com/ndolphin?Redirect=Log&logNo=20060149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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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0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젤 위 사진 밑에 이름만 비슷할 뿐 다른사람이라던가,이름만 같을 뿐 다른 사람이라던가...
그래야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요?

종종 책으로 읽을땐 멋진데 영상으로 보면 별로이거나,
영상으론 멋진데 책으론 힘들거나...그런 경우가 종종있어요.

전 장르소설은 참 좋아하는데,장르소설이 시각화되면 (꿈에 나타날까 두려워)못 보는 위인이예요~

cyrus 2010-11-05 14:09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말씀대로 다시 그 문장을 봤는데,, 이상하네요^^;;
글 표현법을 더 배워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영화로 먼저 접하고나서
책을 읽으려고 하니,, 별로이더라고요^^;;

노이에자이트 2010-11-06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데즈카 오사무와는 다른 사람이로군요.<보물섬> 같은 소설은 정말 어른이 되어 완역판을 읽어야겠어요.

cyrus 2010-11-06 21:57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에 완역판을 읽기 전까지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생 때 봤던 아동문학전집의 <보물섬>과 이번에
나온 완역판에서 약간은 내용에 차이가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