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행처럼 독서 문화도 돌고 돕니다. 이번 달 초에 개봉한 영화 <오디세이>(The Odyssey)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호메로스(Homer)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와 그리스 · 로마 신화를 읽는 독자들이 늘어났습니다. 어떤 독자들은 어렸을 때 봤던 ‘만화로 보는 그리스 · 로마 신화’를 다시 찾았습니다.
[대구 독서 모임 <고라니 울고> ‘두꺼운 책 읽기’ 지정 도서, 추천 독자 & 모임장: 김성현]
* 호메로스, 이준석 옮김 《오뒷세이아》 (아카넷, 2023년)
《오디세이아》보다 먼저 나온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일리아스》입니다. 오디세우스가 참전한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서 《일리아스》도 독자들에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읽는 독서 모임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어요.
* 크리스토퍼 놀란, 김은주 옮김 《오디세이 각본집》 (웅진지식하우스, 2026년)
영화 <오디세이>의 첫 장면은 음유시인(트래비스 스캇 분)이 트로이 전쟁을 축약한 노래를 부르면서 시작됩니다.

(쿵쿵쿵!) A Face. (쿵쿵쿵쿵!) A Fleet. (쿵쿵쿵쿵!) A War.
(쿵 쿵 쿵!) A Man. (쿵쿵쿵쿵!) A Thought. (쿵 쿵 쿵 쿵!) A Trick.
A trick to break the walls of Troy,
and burn it screaming to the ground!
한 얼굴. 한 함대. 한 전쟁. 한 인간. 한 생각. 한 지략.
트로이 성을 함락시키고 온 도시를 잿더미로 만든 지략.
음유시인이 ‘지략’을 언급할 때 해변에 반쯤 파묻힌 거대한 목마가 나옵니다. 트로이를 무너뜨린 그 유명한 목마입니다. 지략이 뛰어난 오디세우스(맷 데이먼 분)는 군인들이 숨을 수 있는 목마를 만들어 철옹성의 트로이에 잠입하는 작전을 제안합니다. 목마를 발견한 트로이 군인들은 시논(Sinon, 엘리엇 페이지 분)이라는 그리스 군인을 포획합니다. 시논은 목마가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라고 말합니다.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생각한 트로이 사람들은 목마를 성벽 안으로 옮깁니다.
* 베르길리우스, 김남우 옮김 《아이네이스》 (열린책들, 2013, 2021, 2025년)
* 베르길리우스, 천병희 옮김 《아이네이스》 (도서출판 숲, 2007년)
시논은 원작에 없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가 없었으면 오디세우스의 작전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시논은 다른 고대 서사시에 나옵니다. 이 서사시가 바로 트로이 왕족 출신이었고, 훗날 로마를 건국한 아이네이아스(Aeneas)의 일대기를 그린 베르길리우스(Virgil)의 《아이네이스》입니다. 영화에 묘사된 시논은 목마 안에 오디세우스 일행이 숨어 있는 사실을 모르는 군인입니다. 반면 《아이네이스》의 시논은 목마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트로이의 포로로 행세한 그리스 연합군의 첩자입니다. 그는 오디세우스의 중상모략으로 인해 그리스군에게 버림받았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신에게 바치는 제물인 목마를 트로이 성안에 옮긴다면 신의 보호를 받아 적군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설득합니다. 시논의 거짓말에 속은 트로이 사람들은 성벽 일부를 부수면서까지 목마를 가져옵니다.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2026년 8월의 세계 문학, 추천 독자: ‘읽는 인간’ 천성은]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개정판 583번째 책]
* 존 르 카레, 김석희 옮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열린책들, 2009년)
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 문학 속으로> 8월의 세계 문학 작품은 첩보 소설(스파이 소설)의 고전으로 알려진 존 르 카레(John le Carré)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1963년 작, 약칭 ‘추운 나라 스파이’)입니다. 이 책을 추천한 독자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들을 즐겨 읽었고, 최근에 호메로스 읽기 모임을 만든 천성은 님입니다.

성은 님은 예전에 영화감독 박찬욱의 추천 독서 목록을 우연히 알게 됐고, 그 목록에 포함된 르 카레의 소설을 처음 만났다고 했습니다.
* 존 르 카레, 조영학 옮김 《리틀 드러머 걸》 (RHK, 2014년)
박찬욱 감독은 르 카레의 애독자입니다. 2018년에 르 카레의 소설 《리틀 드러머 걸》(1983년 작)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장편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했죠. 박 감독은 사춘기 시절에 《추운 나라 스파이》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밝혔습니다. ‘거대한 거짓말’을 창조하고, 그 거짓말을 ‘진짜’로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하는 첩자의 모습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주]
성은 님도 유년 시절에 소설과 영화 속 스파이의 매력을 느꼈습니다. 중학생 때 장래 희망을 스파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소년 성은의 눈에 비친 스파이는 모함과 기만이 판치는 세상 한가운데에 뛰어든 모험가입니다.
* [절판] 제임스 그레이디, 윤철희 옮김 《콘돌의 6일》 (오픈하우스, 2016년)
* [절판] 제임스 그레이디, 윤철희 옮김 《콘돌의 마지막 날들》 (오픈하우스, 2017년)
성은 님은 첩보 영화도 좋아합니다. 가장 재미있게 본 첩보 영화가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가 출연한 <코드네임 콘돌>(Three Days of the Condor, 1975년 개봉)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개봉했을 때 붙여진 영화 제목은 ‘콘돌’입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제임스 그레이디(James Grady)의 첩보 소설 《콘돌의 6일》(1974년 작)입니다. 작가가 미국 출신이라서, 소설 속 주인공은 CIA에 소속된 직원입니다. 주인공이 하는 일은 국가 간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서를 찾기 위해 추리소설과 첩보 소설들을 즐겨 읽고 분석합니다. 주인공의 CIA 동료들이 암살당하고, 자신을 노리는 집단 세력이 CIA에 침투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보호받지 못한 주인공은 적들의 위협을 피해 6일 동안 도피를 감행합니다.
《콘돌의 6일》은 국제스릴러작가협회(International Thriller Writers)가 선정한 ‘반드시 읽어야 할 책 100권’ 목록에 포함된 고전입니다.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1976년에 속편 <Shadow of the Condor>가 발표되었습니다. 《콘돌의 6일》이 출간된 지 40년이나 지난 후인 2015년에 새로운 후속작인 단편 『콘돌의 다음 날』과 장편 《콘돌의 마지막 날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콘돌의 마지막 날들》 번역본에 단편 『콘돌의 다음 날』이 수록되어 있지만, 절판되었습니다.

[주] <박찬욱, 스파이 드라마 감독이 되기까지>
시사인, 2024년 5월 9일 입력.